어멍의 러닝 & 마라톤 총 정리
- 나이키 런 클럽(NRC) 최고레벨 ‘볼트’ 달성 기념 -
거리 : 15,001 km
시작 : 2014년 3월 22일 (만 44세 5개월 20일)
마침 : 2023년 5월 16일 (만 53세 7개월 14일)
2023년 5월 16일 - 러닝 총 누적거리 15,000km 돌파!
러닝 거리에 따라 옐로우, 오렌지, 그린, 블루, 퍼플, 블랙, 볼트의 7단계로 나뉜 러닝레벨 중 가장 마지막 최고레벨인 볼트를 달성하였다. 구체적인 통계기록과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총 거리 : 15,001km]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은 훌쩍 뛰어넘지만 지구 반 바퀴(20,000km)에는 미치지 못하는 거리다.
[총 소요 시간 : 1,395시간 45분 34초] 잠도 자지 않고 하루 24시간 총 58일 동안 쉼 없이 뛰어댕겼다는 얘기.
[러닝 기간 : 2014년 3월 22일(만 44세 5개월 20일) ~ 2023년 5월 16일(만 53세 7개월 14일)] 9년 1개월 25일만에 달성한 기록. 총 3342일로 하루 평균 4.49km를 뛴 셈이다.
[총 러닝 횟수 : 1679회] [3.5러닝/주] 일주일에 3.5회 - 하루걸러 하루, 이틀에 한 번꼴로 뛴 셈이다.
[평균 페이스 : 5'35"/km] [8.9km/러닝] [49:52/러닝] 한 번 뛸 때마다 5‘35“/km의 속도로 49분 52초 동안 8.9km를 뛴 셈이다.
[최장거리 러닝] 43.76km [최장시간 러닝] 4시간 15분 51초
[1km 최고기록] 2분 33초 [5km 최고기록] 19분 50초 - 두 기록은 측정오류인 듯하다. 내가 이렇게 빨리 뛸 리가 없다.
[10km 최고기록] 41분 22초 [하프마라톤 최고기록] 1시간 37분 44초 [풀마라톤 최고기록] 3시간 36분 45초
[가장 많이 뛴 해] 2022년 - 241회 1,941km
[가장 많이 뛴 달] 2021년 12월 - 31회 255.2km
객관적으로 얼마나 괜찮은 기록들인지, 얼마나 열심히, 성실히 뛰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좀 더 젊은 나이에 일찍 뛰기 시작했더라면 더 짧은 기간에 더 멀리, 더 빨리 뛸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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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가는 마라톤의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다. 실력향상과 동기부여의 계기도 되지만 그 자체로도 큰 매력이 있는데 단순한 기록, 숫자 이상의 다채롭고 풍성한 수많은 스토리, 사연, 희비극이 쏟아진다. 각 대회와 지역의 풍광과 풍물, 먹거리, 들뜨고 긴장된 분위기, 경기장과 주로에서의 예기치 않은 갖가지 사건들과 에피소드, 주주클럽회원들과 나누는 뒤풀이까지 마라토너에겐 한바탕 큰 잔치고 경연장이다.
즐겁고 웃기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고 완주했든 못했든, 목표달성에 성공했든 실패했든, 지나간 추억이라 그런지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하게 기억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대회를 꼽자면 2015년의 첫 풀코스 대회와 가장 힘들었던 2017년 의병마라톤대회 풀, 급똥으로 레이스 도중 집에 들러 볼일을 보며 천국을 맛본 후 휴식 겸 존버하다가 다시 대회장으로 뛰어간 2018년 전마협 풀, 난생처음으로 트로피란 걸 쟁취했던 2019년 전마협 하프다.
땅이여! 하늘이여! (포도여!)
느리지만 완주에 성공한 첫 풀코스
☞ 2015년 영동포도전국마라톤
이건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니여!
가장 고통스러웠던 지옥의 레이스
☞ 2017년 전국의병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것처럼 환하게! 자신있게!
급똥을 핑계로 완주에 실패했으나 아기자기 재밌었던 레이스
☞ 2018년 전마협명품송년마라톤
트로피를 붙잡은 어멍
100위 안에 들기 위해 결승선까지 긴장하며 뛰었던 노심초사 레이스
☞ 2019년 전마협대전무료초청마라톤
이것을 포함해 그 동안 참가했던 모든 대회의 목록과 기록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5/04/12 10k 완주 48:58 - 예산벚꽃전국마라톤대회 - 첫 대회 참가 - 50분 이내 목표 달성
2015/04/19 5k 완주 29:19 - 대전 3대하천마라톤대회 - 아들 종서와 함께 참가 동반 완주 - 30분 이내 목표 달성
2015/05/31 첫 번째 하프코스 완주 1:47:16 - 음성 반기문마라톤대회 - 1:50 이내 목표 달성
2015/08/30 첫 번째 풀코스 완주 4:22:36 - 영동포도전국마라톤대회 - 걷지 않고 완주 목표 달성
2015/11/01 두 번째 풀코스 완주 3:47:00 - 한화와 함께하는 2015 충청마라톤대회 - 3:50 이내 목표 달성
2016/04/10 세 번째 풀코스 완주 3:40:14 – 서산전국마라톤대회 - 3:45 이내 목표 달성
2016/09/25 네 번째 풀코스 완주 3:37:57 – 청원생명쌀대청호마라톤대회 - 3:40 이내 목표를 초과하여 개인최고기록 달성
2017/05/14 다섯 번째 풀코스 완주 4:19:03 - 2017 의령 전국의병마라톤대회 - 근육경련으로 인한 지옥의 레이스 하지만 끝내 완주
2017/09/24 여섯 번째 풀코스 도전 & 첫 번째 완주 실패 - 청원생명쌀대청호마라톤대회 - 26k 뛰는 것으로 중도 포기
2018/11/25 일곱 번째 풀코스 도전 & 여섯 번째 완주 성공 3:56:53 - 남원춘향전국마라톤대회 - 목표한 Sub4 달성
2018/12/16 여덟 번째 풀코스 도전 & 두 번째 완주 실패 - 전마협 명품송년마라톤대회 - 급똥을 핑계로 18k에서 완주 포기
2019/11/17 아홉 번째 풀코스 도전 & 일곱 번째 완주 성공 4:09:21 -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 - 비바람이 가장 강했던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힘겹게 완주
2019/12/15 열 번째 풀코스 도전 & 여덟 번째 완주 성공 3:58:36 - 전마협 명품마라톤대회 - 풀코스에선 처음으로 네거티브 스플릿에 성공
2019/12/29 두 번째 하프코스 완주 1:39:21 - 전마협대전무료초청마라톤대회 - 58위로 골인하여 고대하던 트로피 획득!
2020/06/07 세 번째 하프코스 완주 1:48:33 - 대전갑천훈련무료마라톤 - 더웠지만 구멍숭숭 시원한 탱크탑을 입고 뛰었던 레이스
2023/02/19 네 번째 하프코스 완주 2:05:30 - 대전주주마라톤대회 - 네 번의 하프 기록 중 가장 느린 실망스런 결과
※ 주황 5k 보라 10k 빨강 하프코스 검정 풀코스
근 8년에 걸쳐 5k 한 번, 10k 한 번, 하프 네 번, 풀 열 번, 합하여 총 열여섯 번의 대회에 참가하였다. (주주클럽 계족산 자체대회 제외) 그 중 풀코스에서 두 번 완주에 실패하였다. 마라토너치곤 자주 대회를 뛴 편은 아니고 세월에 비춰 봐도 비교적 적게 출전한 셈이다.
주일날 교회에 출석하는 크리스찬이라 대부분 일요일날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데는 제약이 있었다. 그래도 1년에 한두 번은 작심하고 대회에 나갔었는데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마라톤대회가 거의 실종되다 시피해서 그나마 있던 기회도 사라졌던 게 많이 아쉽다.
목록에서 참가한 대회명만 주목한다면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눈치 빠른 마라토너, 일이년 뜀박질을 하며 몇 번이라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마라토너라면 쉽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호회원 : 오! 기록 좋은데요. 원래 힘든 코슨데... 춘마나 중마라면 330도 충분히 가능하겠어요! 춘마, 중마, 동마는 뛰어보셨나요?
나 : 아니요.
동호회원 : 왜 아직 안 뛰셨을까? 언제 한번 같이 뛰시죠. 이 기록보단 분명 좋을 거예요.
나 : ............ 하. 하.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2016년 9월 청원생명쌀대청호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 3:37:57의 개인최고기록을 기록한 후 뒤풀이 때 대전주주클럽 모 회원과 나눴던 대화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과 제안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지만 매번 말없이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분은 그 이유가 내가 '안티 조중동' 때문임을 눈치 채셨을까? 상상이나 하셨을까?
신념이란 (누군가 물어보면)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밝힐 수 있을 정도의 것이어야 하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떠벌리고 광고할 것은 아니다. 하물며 강권, 강요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번은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7월 한낮에 러닝팬츠, 싱글렛 차림으로 갑천을 뛰다가 눈만 내놓은 채 전신을 지면까지 끌리는 치렁치렁한 새까만 니캅으로 뒤집어쓰고 혼자 걸어오는 무슬림 여성을 마주친 적이 있다. 한창 땀이 나며 (동시에 한편에선 땀이 증발하며) 헉헉거리고 있는데 순간 숨이 턱! 막힌다. 뜨겁고 밝은 태양아래, 눈부시게 선명한 길 위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일체의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또렷한 배경에서 검은 유령처럼 스-스-스-스-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 무슨 21세기 대명천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은 스스로 ‘폭염에 복면 쓰고 불구덩이에 처박힌’ 것처럼 이해할 수 없다.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난다! 이것은 내 기분 탓도 아니고 타인의 문화적, 종교적 신념이나 취향을 무시해서도 아니고 성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증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머리와 목만 가리는 히잡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존재자체를 숨기고 지우는 정도라면 여성유린을 넘어 보편적인 인권유린, 인간탄압이다. 마음 같아선 되돌아가 그녀 앞에서 Emancipation of Women! (여성해방!) 구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랬다면 그녀는 화를 냈을까? 무서워 줄행랑을 쳤을까? 아니면 위로와 응원을 받았을까? 신선한 충격을 넘어 감동을 받았을까?
머나먼 이국땅의 삼복더위에서도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니캅으로 온몸을 꽁꽁 가리고 있으니 그녀의 신념 혹은 고집도 참으로 대단하다. 운 나쁘게도 낮고 좁고 어두운 우물 속에 떨어졌으나 어느새 그곳에 적응하여 편안해진 나머지 나오기를 끝끝내 거부하는 개구리를 못 본 척 외면해야 하는가? 강제로라도 구원해야 하는가? 이것은 나만의 한가한 생각인가? 오만한 독선인가?
아직도 풀지 못한 의문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그리했다면 - 눈만 내 논 정체불명의 무슬림 여성 앞으로 팬츠 차림의 낯선 동양 남성이 냅다 뛰어와선 땀을 뻘뻘 흘리며 뜬금없이 여성해방을 부르짖었다면 - 하이!... 음~~ 이멘시페이션 오브 우먼! - 확실히 쓸데없는 오지랖, 생뚱맞은 시추에이션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결정권과 상호존중이다. 니캅이든 비키니든 입어라 벗어라 강제할 수 없다. 벗든 입든 자기권리다. 니캅이 아닌 (눈까지 조밀한 망사로 가린) 부르카라도 (종교 때문이 아닌) 평소 즐겨 입는 의상 혹은 특별한 날 기분 낼 때 차려 입는 자신의 최애 패션이라 주장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 하지만 남녀불문! 니캅은 물론이거니와 히잡을 쓰고 마라톤을 뛸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시적인 강요된 의복은 여성 마라토너는 물론 모든 여성에게 신체적, 사회적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이자 굴레인 셈이다.
폭염을 극복한 오지랖
(조심스레 웃음을 건네며) “이멘시페이션 오브 우먼!”
몸을 가리는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이 같은 베일(Veil)류는 장옷, 터번, 스카프, 머플러 등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양하다. 그 중 이슬람권의 히잡류는 남녀 모두 고온건조한 기후에 햇빛과 (모래)바람을 막아주고 여성에겐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기능까지 겸비한 것이다. 즉 애초에 종교(권력)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문화, 역사, 지리, 환경적 맥락의 이해 없이 보편성을 잣대로 타문화, 타종교, 한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자칫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모든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 자체가 곧 보편성이고 이것이 보편주의의 주요원칙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평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보편성에서 한참 벗어난 흉악한 악습, 야만과 폭력이 지구촌 어딘가에 일부 남아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명예살인, 여성할례, 부르카 등이 그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경우 전국에 산재한 열녀비도 결코 좋게 볼 수만은 없다.)
하여튼 개인의 신념은 옳으냐 그르냐 굳건하냐 연약하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밖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닌 안으로 지키는 것이다. 만약 예전에 그 동호회 회원분이 정색하고 왜 춘마, 중마, 동마에 참가하지 않았냐며 그 이유를 재차 물어보셨다면 답을 하였겠지만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의문에 선뜻 명확한 답을 드릴 수는 없었다.
내가 선뜻 답변을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내 답변이 의도치 않게, 이런 점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동료 마라토너들을 간접적으로 디스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적 사안이므로 민감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답을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벌써, 이미 말이 길어지고 있다. ㅠ.ㅠ)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국내 마라톤에서 조선의 춘마(춘천마라톤), 중앙의 중마, 동아의 동마 이 세 메이저대회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작가들의 주요 등용문인 신춘문예에서도 마찬가진데 문학(문화)과 마라톤(스포츠)을 넘어 정치 등 사회전반을 놓고 보자면 옳고 그름을 떠나 조중동(TV종편 포함)의 막강한 영향력을 부정할 순 없다. 그나마 인터넷, SNS 등 조중동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매체의 등장과 성장에 위안을 얻고 희망을 보지만 아직은 주류가 교체된 것은 아니다.
이 세 대회는 코스도 좋고 계절도 좋고 무엇보다 마라토너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다 보니 자연스레 분위기도 업되면서 기록들이 좋다. 마라토너라면 열에 아홉은 자신의 최고기록을 이 대회에서 달성할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이라도 잘 준비한다면 애초 시작할 때의 목표였던 풀코스 330도 충분히, 넉넉히 달성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난떤다. 편협하다. 참 못났다. 또는 그래 너 차~암 잘났다.(반어법으로)’라는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리 안티 조중동이라도 좀 유별나긴 하다. 그만큼 나의 안티 조중동은 철저하고 내면화되어있다. 언론, 그 중에서도 조중동에 대한 비판의식은 학교공부만 하던 청소년기를 지나 머리가 굵어진 성인 이후로 갖게 된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불량정보로 타인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이 불량식품으로 타인의 몸을 오염시키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
‘진보적’(정확히는 늙어 죽는 날까지 에너지가 남아있는 한 영원히 ‘진보이고 싶은’) 자유주의자(리버럴리스트)인 내게 조중동은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가장 간악한 적이다. 조금의 과장도 보탬이 없이 내 가슴에 ‘조선일보(주최)’가 인쇄된 배번을 다는 것은 일장기가 새겨진 배번을 다는 것과 같은 치욕이자 아픔이다.
시상대에 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
고개를 숙인 어둡고 슬픈 표정에 월계관수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리고 있다.
내게 조중동은 삼불(三不)이다. 읽지 않고 보지 않고 가까이 하지 않는다.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불가촉(不可觸)을 넘어 사방 1m 접근금지다. 그만큼 조중동은 위험하고 해롭다. 간혹 훌륭하고 좋은 기사도 있지만 가뭄에 콩 나듯하며 일종의 악행을 덮는 알리바이, 독자를 낚으려는 미끼, 당의정(糖衣錠)처럼 독을 감싼 설탕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 강력하고 해롭다.
조중동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에 증오와 편견 등 잘못된 생각을 심는 뱀의 혀, 양복과 구두로 잘 빼입은 성실한 사기꾼이다. 동굴 속에서 100일 3년 동안 마늘과 쑥만 먹더라도 빼기 힘든 맹독이고 공기로도 전염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그 독에 중독되면 ‘바이든’도 ‘날리면’으로 들리는 등 정상적인 사고력, 판단력은 물론 시력, 청력까지 마비된다.
조중동 그 중 조선일보의 우물은 아주 깊다. 그 벽은 아주 견고하고 정교하다. 게다가 우물치곤 아주 넓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해 근 80여년의 친일반민족(反民族), 반민주(反民主)의 오욕과 영화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물이라기보단 하나의 거대한 성채다. 일단 그 안에 갇히면 빠져나오기 힘들고 아예 빠져나오길 거부한다. 하지만 우물이든 성채든 아무리 거대하고 편안하고 화려하더라도 드넓고 높은 광명의 세계에 비해 좁고 음습한 닫힌 세계인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330 욕심에도 조중동이 후원, 주최하는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다. 정교분리, 정경분리처럼 스포츠와 정치언론도 분리해야겠지만 굳이 마라톤과 조중동을 연계하는 이유다. 편협하다, 유난떤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작지만 완고한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실을 말하자면, 거리와 정도의 차이일 뿐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얽혀있다. 그 중에서 정치, 언론은 가장 최고레벨에서 가장 넓은 영역과 얽혀있는 분야다. 마라톤과 조중동의 관계는 여의도(국회 정치)와 강남(토건족 경제)과의 거리보다는 멀겠지만 북경의 나비짓과 뉴욕의 태풍과의 거리보다는 분명 가깝다.
일개 평범한 시민, 한 명의 마라토너가 조중동에 반대한들 달라질 건 크게 없다. 이것은 거창한 이념, 사상, 철학이라기보단 약간 유별난 보통 시민, 고집스런 마라토너의 소박한 신념이다. 하지만 소박하지만 투철하고 고집스럽지만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는 신념이다.
앞으로도 조중동 메이저 마라톤대회의 참가는 없을 것이다. 직업 마라톤 선수도 아니고 서브3를 달성한 최고수준에서 분초를 단축하고픈 욕심도 없는 동네 아재 마라토너에겐 아쉬울 건 없다. 메이저 말고도 마라톤 대회는 많다. 뛰어보지 못한 길은 많고도 많다. 단지 세월이 갈수록 줄어드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도 조중동 메이저 대회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맛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회와 주로에서 있었던 깨알 같은 재미와 갖가지 에피소드는 물론 고통과 환희, 땀과 눈물, 내 안의 한계를 넘어 어떤 숭고함에 다가간 듯한 감동까지... 내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다가올 이름 모를 수많은 대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두가 내게 멋지고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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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의 계획 혹은 목표는? 현재로선 딱히 없다. 물론 계속 뛰며 메이저를 제외한 대회에도 참가하기는 하겠지만 예전보다 적게 뛰고 느리게 뛸 듯하다. 훨씬 여유롭고 한가하고 편안하게 뛰겠지만 예전만큼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치열하고 재미지고 다이나믹하게 뛰지는 못할 듯하다.
미친 정도는 아니고 한창 마라톤의 재미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더 멀리 더 빨리 뛰며 실력이 쑥쑥 성장하던 시절, 주말이면 어김없이 장거리를 뛰고 그 끝에 찾아오는 고통을 다정스레 환영하던 시절, 팔다리가 나를 싣고 물 찬 제비처럼 지면을 스치며 날아갈 듯 질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독과 환희와 완전함이 공존하는 영원 같은 순간 속에서 심심찮게 러너스 하이(달릴 때 느껴지는 최상의 행복감)를 맛보던 시절, 대회 신청을 하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혹은 며칠만 더 늦춰지기를 동시에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
달리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 걱정과 조바심으로 꿈에서도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번은 햇살이 부서지는 맑은 시냇물 따라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꽃길을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이, 조급함도 지루함도 없이, 한없이 가볍고도 한가하게 뛰어가는 꿈을 꾸었다.
한번은 풀도 나무도 없는 광막한 허허벌판에서 멀리 보이는 새까맣고 뾰족한 산을 향해 달려가는데 연신 공중에서 헛발질하거나 분명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는데도 산은 오히려 점점 멀어져만 가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하나는 아~ 이곳이 천국이구나! 할 만큼 행복한 총천연색 꿈이었고 하나는 지옥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술이 마르고 가슴이 바짝 조여 오는 칙칙한 무채색 개꿈이었다.
하프 137(평균속도 4‘35/km), 풀코스 330(평균속도 4‘58/km) - 마라톤을 시작하며 애초 이루고자 했던 목표,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기록들이다. 앞으로도 이루기엔 기대난망, 솔직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예전의 욕심과 열정을 회복한다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잘 짜여진 프로그램과 스케줄대로 성실히 훈련을 소화해낸다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한다면, 수면에서 섭식까지 철저히 챙기고 관리한다면, 프로는 아니더라도 섭3 선배 코치의 철저한 지도하에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맹훈련을 거듭한다면, 만사 제쳐두고 먹고 자고 뛰기만 한다면, 다면, 다면... 풀 330을 넘어 어쩌면 섭3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과욕이다. 섭3는 언감생심이고 나이와 체력 등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풀코스 330도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지레 닫지는 말자. 이루지 못하더라도 꿈과 로망으로 남겨두자.
또 알겠는가? 혹시라도 미친개에물리고아프리카돼지열병에걸린후돌연영생을얻게된발정난멧돼지 - 2019 고창풀 38k 지점. 강한 바람만이 윙윙거리는 높은 산중의 휑한 주로를 몸도 마음도 쇠잔한 상태로 홀로 달리면서 혹시 출몰할지도 모르는 멧돼지를 경계 혹은 기대하면서 고독한 시간을 채웠던 뜬금없던 상상 - 에 물린 후 초능력을 얻게 될지! 트로피에 상패와 챔피언벨트까지 내걸은 대회에 눈이 멀어 결승선 통과 후 실신 or 실성하여 응급실로 실려 가더라도 끝끝내 목표한 기록들을 달성해 낼지! (마라토너 최초로 완주 후 돌아버리는 거다! 주주클럽 최초로 예외를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는 거다!!)
“예전에 말이야. 주주클럽 회원 중에 어멍이라는 분이 계셨어. 어멍. 호는 팬신. 팬츠 한 장 신발 한 켤레로 입상을 노리고 소규모 마이너 대회만을 찾아 전국을 누비셨지. 한번은 풀코스 완주 후 실성해서 응급실에 실려 가셨는데 이 분 스타일이 이래. 마라톤? 기냥 달리는 거야! 앞만 보고! X나게! 무조건! 무릎 빠개질 때까지! 정신 나갈 때까지! 무조건!! 무대뽀!! ...... 그래서 결국 하프 220명 중 58위로 트로피를 쟁취하시고 비록 실성하셨지만 기어코 풀 서브3 330을 달성하셔서 주주클럽 명예의 전당에 오르셨지!” - 영화 <넘버3> 조필(송강호분) 대사 패러디
사실 주주클럽 선후배 회원 중에는 마라톤에 완전 미쳐버린, 돌아버린 전설의 영웅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살짝 맛이 가려다가 만 정도에 그칠 뿐! ^.^
트로피까지 셀프제작하며 의지를 불태운 끝에
기어코 진짜 트로피를 쟁취한 팬신 어멍 선생
하여튼 어멍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쓰고 달고, 새콤달콤 쌉쓰레한 어멍의 러닝인생은 계속된다. ^.^
또 알겠는가? 혹시라도 생이 끝날 때쯤 지구 한 바퀴(40,000k)를 넘어 달(384,000k)에까지 닿게 될지!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대전주주클럽 회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주주클럽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주로에서 스쳐지나갔던 이름 모를 러너들, 지금도 마라톤 열정으로 어딘가에서 뛰고 있을 세계의 모든 러너, 동지들에게 사랑과 존경과 응원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어멍 포레버! - 주주클럽 포레버!! - 러닝 & 마라톤 포레버!!!
※ 지난 9년여의 러닝을 되돌아보면 특별히 아쉬운 것은 없지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 미처 해보지 못한 것은 있다. 동반주나 페이스메이커, 주주클럽 자원봉사가 그것이다. 항상 끌어주고 먹여주는 주주클럽 덕만 봤지 내가 변변히 도움이 된 적은 없다. 매번 내 기록만 챙기고 내가 필요할 때만 찾은 것이 미안하다. 언제 한번 자봉이라도 뛰어야겠다.
※ 계속 뛰기는 하겠지만 암만해도 러닝, 특히 (장거리) 마라톤은 예전보다 줄어들 듯하다. 대신 웨이트는 좀 늘릴 생각이다. 그 밖에 번외로 버킷리스트 비슷한 것으로는 기록에 관계없이 알몸마라톤과 철인3종 참가 및 완주, 아내 딸 아들과 함께 넷이서 하프마라톤 완주다. 베를린 마라톤 같은 유명 외국 대회나 100k 이상 울트라 마라톤도 한번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다.
그밖에 관심이 있는 스포츠로는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수영, 사이클, 클라이밍 등이 있다. 스포츠는 보는 것보다 하는 것,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운동이 좋다. 축구도 좋아하고 관심은 있지만 내 나이도 있고 부상의 위험이 커서 내겐 무리인 듯하다. 주위에서 골프도 많이 권하지만 아직 매력을 몰라선지 관심도 없고 나와는 맞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스포츠라기보다는 레저에 속한다는 생각이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 측면에서 골프 승마 스키 요트 등산 캠핑 등은 레저, 트레킹 요가 사우나 마사지는 힐링, 뷰티라는 생각이다.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는 데다 식당에서 무릎까지 꿇고 주문을 받고 내내 옆에 서서 고기를 익혀 일일이 잘라주는 것이 적잖이 불편한 독특한?! 내 취향상 골프는 특히 내게 맞지 않다. 옷, 모자, 신발, 장갑에다 그 무겁고 거대한 골프클럽까지! 누구에겐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재밌겠지만 내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캐디와 카트 역시 불편하다. 같이 운동하는 동료도, 그것을 보며 즐기는 관중도 아니고 단지 누군가의 운동을 보조하기 위해 누군가를 따로 둔다는 것, 운동하러 나왔는데 굳이 탈것으로 이동한다는 것도 좀 코미디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한번 필드에 나서려면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까지 무엇 하나 간단치가 않다. 그 시간과 돈이라면 가족과 함께 비싼 외식이라도 한 끼 더하겠다.
누군가 골프 매니아라면 읽기에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내 취향과 개성이 있듯이 천상 골프가 즐겁고 유익한 이도 있을 것이고 굳이 자기 취향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필요해서 싫어도 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든 골프 치는 이들을 디스할 의도는 없다. 그저 (어쩌면 여러 면에서 골프와 극과 극을 이루는 마라톤 애호가로서의) 내 개인적 생각이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 국민학생때 우연찮게 TV로 마라톤 중계를 본 적이 있다. 화면도 재미없고, 멘트도 재미없고... 분명 ‘세상에서 제일 심심하고 재미없는 운동이다!’는 인상을 받은 기억이 또렷하다. 어린 마음에도 내가 앞으로 살면서 저 운동을 하며 놀 일은 절대 없으리란 다짐을 하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즐겨하는 운동이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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