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러닝, 마라톤

제12회 영동포도전국마라톤대회 -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 & 완주 후기 (2015/08/30)

어멍 2015. 9. 3. 23:51

 

    제12회 영동포도전국마라톤대회 -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 & 완주 후기 (2015/08/30)

 

 

    - 대회 참가 전

 

 

    드디어 42.195km 풀코스다. 이번 목표는 단순하다.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걷지 않고 뛰어서 완주하기! 그래서 전략도 단순하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km당 6‘09“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무조건 졸졸 따라가기! 4시간 20분을 넘어도 좋고 그 안쪽이면 더 좋고, 단 급수대를 제외하고 멈추거나 걸으면 실패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30km까지 페메를 뒤쫓다가 여차하면, 여력이 남는다면, 이후 결승선까지 페메를 추월하여 치고 나가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페메와의 거리를 10m 이내로 유지할 것! 30km 이전까지 아무리 지루하고 몸이 근질거려도 페이스를 올려 페메를 추월하지 말 것!

    첫 풀코스이니만큼 얕잡아보지 말고 이전 첫 10k, 첫 하프보다 더 신중하게 후반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2.5km 간격으로 있는 매 급수대마다 거르지 않고 물을 먹을 예정! 마실 수 있는 건 다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으며 마지막 결승선까지 때론 자제하고 때론 북돋우며 긴 레이스를 운영해야 한다.

 

 

    사실, 원래 계획했던 첫 풀코스 대회의 목표는 다른 것이었다. 바로 ‘걷지 않고 뛰어서 42k~피니쉬 구간에서 (스스로) 중단하는 것’이다. 생애 첫 풀코스 완주를 불과 몇 미터 남겨놓고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왜?? 바로 폼생폼사! 튀니까! 멋져 보이니까!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미완성’을 ‘완성’이라 정의하여 ‘완성’으로 ‘완성’시키는 것! (이 경우 ‘미완성’이 ‘완성’이 되고 ‘완성’은 곧 ‘미완성’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풍류를 아는 대인배의 멋들어진 허세작렬이다! (^.^)

 

 

    하지만 한편으론 마라톤 정신과 마라토너를 모독하는 짧고 얕은 소인배의 치기어린 겉멋에 불과할 뿐! 따지고 보면 42.195 넘어 50이 있고, 100이 있고, 1000이 있는 것이 달리기고 인생이지 않은가! - 1000k, 10000k를 뛰었다고 우쭐될 것인가!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달리지 않은 길이 없이 지구 몇 바퀴를 돌았다 해도 그 인생이, 그 달리기가 완성된 것인가!

    완벽한 원과 완벽한 직각은 현실에선 존재치 않고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듯이 이 세상과 인간에게 애초부터 완성, 완전, 완벽이란 것은 없다. 달리기도 마찬가지! 완성은 없고 오직 자신의 한계와 그에 대한 도전만이 있을 뿐이다. - 무엇이고 ‘완성’이라 부른다는 것, 그것도 자의적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위험하고도 오만한 생각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연초에 계획했던 5가지 목표 중 3번째 목표는 생략하고 다음 4번째 목표로 앞당겨 대체, 변경했다. 원래부터 주주회원 몰래 감행해야 하는 목표, 혼자 찾아가서 혼자 참가하고 혼자 돌아와야 할 미션이라서 기술적으로도 곤란한 목표였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외로운 늑대처럼 고독과 한산함을 음미할 수도 있겠으나 또 얼마나 허둥지둥 헤맬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덮을 만한 목표 변경의 결정적인 요인이 있으니... 바로 공짜로 제공되는 국수, 두부김치 등 갖가지 먹거리를 맛보려면, 대회기념품을 받으려면, 혹 경품이라도 있어 뽑기 결과를 확인하려면, 어차피 그리고 반드시 결승선이 있는 대회장에 되돌아와야만 한다. 대인배도 인간인데 입고 먹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

 

 

 

 

멋과 실속을 동시에 추구하는 생활력이 강한 진정한 대인배

 

 

 

 

 

 

풀코스 준비를 위해 새로 만들어 본 장거리 연습 기록표

 

 

    5월 31일 반기문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이후 여름이 지나고 처음 참가하는 대회다. 여름 내내 속도는 제쳐두고 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연습을 위주로 풀코스에 대비해왔다.

 

 

    D-17일 / 8월 13일 목요일 / 마지막 장거리주(LSD)로 37.5k를 뛰는 것으로 대회날까지 점차적으로 훈련량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시작.

    D-16,15,14,13일 / 8월 14,15,16,17일 / 휴식

    D-12일 / 8월 18일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400m 트랙 10바퀴 가속주 후 (400m 인터벌 & 200m 조깅) 7회

    D-11일 / 8월 19일 / 자전거 16k

    D-10일 / 8월 20일 / 러닝 8k

    D-9일 / 8월 21일 / 휴식

    D-8일 / 8월 22일 토요일 / 장거리대회 전에 그보다 짧은 거리를 세게 뛰어주는 피킹 트레이닝(Peaking Training)으로 대회 때 입을 마라톤복, 마라톤화(아식스 타샤) 신고 5k 러닝 강하게(21‘10“ 개인최고기록) & 3k 가볍게 조깅.

    D-7일 / 8월 23일 일요일 / 휴식

    D-6,5일 / 8월 24,25일 월,화요일 / 매일 자전거 8k

    D-4일 / 8월 26일 수요일 / 발톱을 자르고 마지막 8k를 가볍게 뛰는 것으로 모든 연습 종료. 다른 대회와는 다르게 일찍 휴식에 돌입.

    D-3,2,1일 / 8월 27,28,29일 / 대회일까지 남은 목,금,토 3일간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함께 충분한 수면(잠버릇이 험한 종서는 아내에게 맡기고 다영이와 취침 ^.^) 등 컨디션 조절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만 실시.

 

 

    이전 대회의 준비와는 다르게 사전 연습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은 것, 즉 42.195를 뛰지 않은 것은 시간보다 거리, 즉 기록보다 완주를 목표한 때문이다. (첫) 풀코스는 완주만으로도 의미가 크므로 때를 기다려 첫 도전, 첫 대회에서 달성해야 비로소 유의미하다고 본 것이다.

    ‘승리하기 전에는 나가지 않고, 나간다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기본전략에서 이번엔 예외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론 확신이 없어도 도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뻔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처참히 깨질 걸 알면서도 나서야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왠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느낌! 연습이든 대회든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거리지만 주력을 상승시키는 대회만이 가지는 플러스 요인이 있다. 바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당한 긴장과 흥분을 유발시키는 현장감과 주로에서 규칙적으로 공급되는 급수 등 대회지원이 그것이다.

    평탄한 갑천 주로에 비하면야 고저도는 있겠지만 이런 이점은 코스가 주는 불리함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산악마라톤처럼 험하지만 않는 한 그리 걱정할 건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당일 날씨... 이지만 설마 여름 장거리 훈련 때보다 더 더울 리는 없겠지?!

 

 

    이제 모든 연습,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대회일이 코앞인 지금 내 안에는 불안감보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 대회 참가

 

 

 

 

영동포도전국마라톤대회 홈페이지

 

 

    8월 30일 일요일 D-Day!

    새벽에 일어나 간단히 죽을 먹고 ‘해망산’님 ‘이원숙’님과 함께 ‘태평양’님과 약속한 서대전우체국으로 향했다. 버스대절이 있는 주주클럽 지정 단체대회가 아니라서 교통편이 고민이었는데 고맙게도 ‘태평양’님이 대회장까지 데리고 가 주시기로 했다. 게다가 자상도 하시지! 새벽엔 못 일어날까봐 모닝콜까지 해주셨다. (^.^)

    옥천을 지나 영동까지 이어지는 산 속 도로에 안개가 낀 것이 오늘도 꽤나 더울 것 같다. 8월 30일이면 어느 정도 더위가 물러날 줄 예상했는데 예보가 낮 최고기온 30도다. (ㅠ.ㅠ) 걱정을 뒤로 하고 넷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대회장인 영동군민운동장에 당도해 있다.

 

 

    대회당일, 이제 몇 시간 후면 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보다 불안감이 조금씩 늘어난다. “(풀 뛴다면서) 이렇게 안 뛰어도 돼?” 며칠 전 대회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한가해지는 나를 보고 아내가 의아하고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건넨 말이 생각난다.

    “걱정 마셔! 쌓아놨다가 폭발시킬 테니.” 호언장담하면서도 ‘내가 너무 쉬는 건 아닐까’ 일말의 불안감이 있기도 하였다. 가뜩이나 체중도 2k 는 상태! 이거. 이거. 너무 늘어진 거 아닌가?! 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

    오버페이스(Over Pace)가 아닌 오버레스트(Over Rest)로 경기를 망친 그대는 바보! 우화 속의 토끼가 아니면서도 토끼 흉내를 내고, 최고수 프로가 아니면서도 프로 흉내를 낸 교만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웃긴 바보! - 가 되는 것인가?? (ㅠ.ㅠ)

    하지만 이미 의미 없는 고민! 지금은 최면을 걸어서라도 자신감을 고취시켜야 한다.

 

 

    동행한 넷 중에 가장 고수이신 ‘해망산’님이 어떻게 뛰실 거냐고 묻길레 4:20 페메 뒤만 쫓아갈 요량이라고 하니 페메도 오르막내리막에 따라 들쭉날쭉하니 시계를 보며 절대 초반 6분(km당) 페이스를 넘지 말라고 하신다.

    “저 (마라톤) 시계 없는데요. (-.-)” 세분 다 황당한 표정! ‘이원숙’님이 “아직도 하나 장만 안하셨어요?! 제 꺼 하세요.”하며 본인 시계를 건네신다. “어떻게...?” “요기 Start 버튼 누르시고, Lap Time 버튼... (요모조모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km마다 표식이 없을 수가 있으니 5km마다 랩타임 30분으로 체크하시면서 뛰세요.” ‘해망산’님이 세심히 당부하시는데 나를 바라보는 세 분 표정이 물가에 내놓는 갓난아기 보듯, 멀리 시집보내는 <백치 아다다> 보듯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긴장해서 그런지 갑자기 배가 고프다. 경기복으로 갈아입고 뭐 요기거리가 없나 찾아보려는데 벌써 시간이 얼마 없다. 일단 페메를 확인하러 찾아가보니 4:20 페메가 마침 주주클럽 ‘팹시맨’님이시다. 졸졸 따라갈 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고 정신없이 출발선으로 가려는데 하프코스에 출전하시는 ‘피오나’님이 급하게 다가와 나를 붙잡는다.

    “파워젤은 챙기셨어요?” “아니오. (중간에 물, 음료수 등 먹으면 되지 않나요?)” - (짧은 정적)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크게 놀라신 듯, 크게 화나신 듯, 급하게 파워젤 하나, 홍삼엑기스 하나를 건네시며 다음과 같이 신신당부하신다.

    “파워젤은 반환점 지나서 드시고, 홍삼은 35k 지나 진짜 진짜 힘들 때 드세요. 잊지 마세요. 정말 힘들 때 드시는 거예요.” 절체절명의 위기 때를 대비한 우화 속의 ‘세 개의 복주머니’를 건네시는 듯 내 손에 꼬~옥 쥐어주신다.

    “네~에!” - 잘못한 것도 없는데(아니면 분명 내가 잘못한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갓난아기도 <백치 아다다>도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잘못이 있지 않은가!) 담탱이한테 혼나는 초딩처럼, 사랑지극한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처럼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앞으로 얌전히 모아진다.

 

 

    드디어 풀코스 출발! 8시가 조금 넘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선선하다. 하지만 이미 안개도 걷히고 구름도 없어 해가 오를수록 기온도 올라갈 듯...

    페메를 따라 슬슬 뛰는데도 1k도 지나지 않아 벌써 배가 고파온다. 홍삼액은 별로고 물렁물렁한 파워젤은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질 것 같다. ‘하나 꺼내 먹을까? (엄마가) 하프 지나서 먹으랬는데......’ 고민이다. 고민하다보니 벌써 2k를 지나 첫번째 급수대가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먹었는지 아닌지 알 리가 없지!’ 몰래(?!) 먹는 거라 더 달고 맛있다.

   그래도 순진하고 착한 ‘어멍’은 불안해서 주둥이를 오물거리며 힐끔 뒤돌아본다. ‘설마 (5분 늦게 출발한 하프코스) 피오나님이 벌써 따라잡을 리가 있겠어! 하하... 하. 하. 하.’

 

 

 

 

갑자기 몰래 꿀단지를 퍼먹다가 들켜 엄마에게 벌 받던 트라우마가... (ㅠ.ㅠ)

 

 

    5,6k를 지나 하프코스 선두주자들이 추월해간다. 10k 지나 하프코스 반환점. 되돌아가는 주자들이 부럽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남아있는 My Way가 있다.

    16k 지점에서 홍삼액도 까먹는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 거리낄 것이 없다기보다 이것저것 신경 쓸 여유가 없다. 10k까지 5k 단위로 체크하던 랩타임도 이제 관심 밖! 더위와 햇볕에 상하의가 모두 땀에 젖어 쩍 달라붙은 채 무조건 페메를 따라갈 뿐이다.

 

 

    그럭저럭 21k 반환점을 돌아 아직까진 페메를 잘 따라가고 있다. 페메 ‘팹시맨’님, 구급요원, 김천에서 오셨다는 러너,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이열종대로 동행하니 들리는 소리라곤 발소리밖에 없는 듯. 한사람이 뛰어가듯 박자가 딱딱 맞는다.

    ‘팹시맨’님이 오르막에서 하나둘, 하나둘 구령까지 붙여가며 이끌어주신다. 25k 지점에선 주섬주섬 힙색을 뒤지시더니 미니초코바까지 하나 건네주시고... 여러모로 덕을 많이 봤다.

    체격은 당당하신데 세심하게 신경써주시는 것이 앙증맞은 초코바를 건네시는 큼지막한 손이 마음만큼이나 곱다. (^.^) 힐끗힐끗 시계를 보니 페메 페이스가 정해진 것에서 1,2분 오차로 내내 정확하시다.

 

 

    30k를 지난 후 페이스가 떨어지며 체력저하를 본격적으로 느낀다. 이미 30k 지나 페메를 추월하리라는 계획은 공수표가 되었다. ‘(30km 이전까지) 아무리 지루하고 몸이 근질거려도 페메를 추월하지 말 것!’이란 다짐은 과욕, 교만임이 드러났다.

    32k 어디쯤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는데 웬 차가 내게 오더니 ‘바람의 전설’님, ‘용수골’님, ‘황태자’님, ‘피오나’님이 내리신다. 고맙게도 주로자봉을 나오신 듯! 건네주신 콜라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원기를 조금 회복한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바로 이 느낌이리라!

 

 

    네 분의 파이팅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 하지만 역시 점점 느려지는데... 34k 어디쯤에서 ‘김환식’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고맙게도 옆에서 동행하며 이끌어주시는데... 빠르다! 어림잡아 5분 페이스. 힘을 내어 박자를 맞추니 그럭저럭 또 따라갈 만하다.

    이대로라면 4시간 20분은 충분하고 10분 안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이 페이스를 유지할 순 없으리라. ‘김환식’님과 2k 좀 넘게 동반주를 하고 다시 숨을 고른다. 덕분에 몇 분 앞당겼다. 여기서 너무 쳐지지만 않으면 4:20은 가능할 듯싶다.

    하지만 또다시 점점 느려지는데... 어찌어찌 운동장까지 2k 남은 마지막 오르막길에 이르렀다.

 

 

    출발할 때와 다르게 교통량이 많아진 건지, 통제를 풀은 건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왕복 4차선이 차로 꽉 차 있다. 적어도 한 차선은 확보를 해 주어야지... (ㅠ.ㅠ) 오르막에다 정오를 지나 날도 더운데 아스팔트 복사열과 차량이 뿜어대는 열기까지 숨쉬기조차 뜨겁고 탁하다.

    이제 기록이 문제가 아니다. 걷지 않고 계속 발을 떼는 것이 문제다. 언제부턴가 골반과 허벅지의 스윙 동작이 안 되니 발목과 무릎만으로 추진력을 얻고 있다. 팔과 다리가 몸을 태우고 가는 것이 아닌 몸통이 팔과 다리를 매달고 끌고 가는 느낌,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닌 발은 옮기는데 제자리 뛰기만 하는 느낌이다.

 

 

    이것은 러닝과 댄싱의 콜라보레이션! 꼭두각시의 분절된 팔다리마냥 힘이 일직선으로 모아지지 않고 사방팔방 제각각이다. G1(지구중력)이 이토록 무거웠던 것인가! 왜 자장면 곱빼기는 1.5배인데 하프 곱빼기(풀)는 1.5배가 아닌가? 왜 2배도 아닌 2.5배, 3배란 말인가?! (ㅠ.ㅠ) 별의별 씨잘데기 없는 생각이 다 난다.

    간신히 오르막을 끝내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섰다. 4시간 20분 안쪽일까? 아닐까? 한편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끝이다. 걷지 않고 완주했다. 끝내 승리다!

 

 

 

 

땅이여! 하늘이여! (포도여!)

기록은?... (-.-) 아몰랑! 어쨌든 준비된 퍼포먼스

결승선 통과 후 반갑게 맞아주신 ‘선달’님이 찍어주심 (^.^)

대회홍보차 주최측이 영동포도를 얹어주심

- Performance from <Platoon> -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B-’ : 가까운 곳에서 열린 대회라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비교적 그늘이 없고 평탄하지 않은 코스, 8월 30일이라는 아직은 더운 날씨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출발시간 지연, 충분한 양이 준비되지 않았던 급수대의 물과 음료, 원활치 않은 주로 및 교통통제 등 대회운영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어멍’은 ‘B+’ :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나한테 주는 점수라 후하게! (^.^) 테이퍼링 이전에는 훈련량이 부족했고 이후에는 휴식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 37.5k LSD도 여유 있게 마무리한 게 아니라 기진맥진한 상태로 끝냈으니 풀코스가 더 힘들었던 것은 당연지사! 다음에 풀코스를 준비하려면 훈련 강도와 횟수를 더 늘려야겠다.

 

 

    대회도 큰 탈 없이 마쳤고 하루 이틀 근육통이 이어졌지만 큰 후유증도 없다. 모두 주주회원님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덕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이나 한 듯 때에 맞추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귀인(貴人)들이 홀연히 나타나 몰래 도와주시고 사라지시니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갓 풀을 뛴 ‘어멍’도 언젠가, 누군가, 도와줄 일이 있겠지! (^.^)

 

 

    처음 욕심만큼 달리진 못했지만 애초의 목표는 달성해서 그런대로 만족이다. 이제 올해 마지막 남은 네 번째 목표, 350 풀코스 달성이다. 새로운 시작이다.

 

 

 

 

    ※ 첫 풀코스 기록은? 4시간 22분 36초! - 앞으로 이보다 못한 기록은 없을듯하니 퍼지지 않는 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일단 최저의 기록을 베이스에 깔아놓고 시작하는 거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