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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4 - 팥칼국수(★★★★) & 동지팥죽(★★★★★) 맛있게 만드는 법

어멍 2020. 10. 26. 23:39


      Level 4 - 팥칼국수(★★★★) & 동지팥죽(★★★★★) 맛있게 만드는 법

 

 

      59, 60번째 만드는 음식은 팥칼국수와 동지팥죽이다. 버섯칼국수 이후 잠시 멈추었던 칼국수 시리즈를 다시 잇는 메뉴로 하는 김에 동지팥죽까지 만들어 보도록 한다.

 

      원래는 저번 버섯칼국수를 끝으로 칼국수 시리즈를 끝내려고 하였는데 팥칼국수를 만들면 동지팥죽은 거의 만든 거나 진배없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칼국수류를 만드는 것이다. 팥을 삶아 팥앙금물을 내기만 하면 되므로 조리과정이 거의 80~90% 겹친다. 돌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거양득이다.

 

      동지팥죽은 동지(冬至)에 먹는 절식(節食)으로 중국에서 동지에 붉은 팥죽을 쑤어 먹거나 뿌려서 역귀(疫鬼)를 쫓는 풍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다가오는 동지(1221)에는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많이들 해먹지 않을까 싶다. 기원(祈願)이나 미신(迷信)을 떠나서 영양이 풍부한 건강식이므로 면역력 증강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한 레시피는 유튜버 <심방골주부>의 동영상이다.

 

 


 


    팥칼국수 준비재료 : , 칼국수면, 꽃소금

    동지팥죽 준비재료 : , 꽃소금, 찹쌀, 찹쌀가루, 멥쌀가루


 

 

      재료는 초간단하다. 그래서 섣불리 덤볐더니 전혀 만만하지 않다.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번에 만든 잡채처럼 정식이냐 얼렁뚱땅이냐에 따라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의 편차가 크다. 그에 따라 당연히 맛의 차이도 클 것이다. 하여튼 재료는 단출하니 좋다!

 

      팥만 500g 쓰는 것으로 정해놓고 나머지 재료들은 미리 정량하지 않고 만드는 과정 중에 정하기로 한다. 대강의 플랜은 팥 500g을 삶은 후 으깨거나 갈아서 팥앙금물을 만든 후 팥칼국수 만들 분량과 팥죽을 만들 분량으로 나누어 이후 과정을 이어가기로 한다. 팥죽에는 적당량의 찹쌀, 그리고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혼합해 만든 새알심도 넣는 것으로 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

 

 


 

      먼저 팥 500g을 깨끗이 씻은 후 물을 충분히 붓고 30분 이상 불려놓는다.

 

 


 

      압력솥에 옮겨 물을 팥의 두 배 정도로 붓고 뚜껑을 열은 채로 초벌로 끓인 후 물은 버린다. 초벌로 끓인 물은 독소가 있어 아린 맛이 있다고 한다.

 

 


 

      다시 팥을 압력솥에 옮겨 물을 팥의 세 배 정로로 붓고 뚜껑을 닫고 강불로 가열한다.

 

 


 

      압력솥 위 단추의 흰줄이 두 개가 올라오면(보통 압력솥은 증기가 나오며 위 단추가 딸랑거리면) 계속 5분 정도 삶은 후 약불로 줄여 8분 정도 더 삶은 후 불을 끈다.

 

 


 

      단추가 다시 다 들어가길(증기가 다 빠지길) 기다려 뚜껑을 연다.

 

 


 

      팥 하나를 건져 나무주걱으로 으깨어 본다. 힘들이지 않고 살짝만 눌러도 으깨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삶아야 한다.

 

 


 

      들통 위에 채반을 바치고 쏟아 부은 후 주걱으로 으깨어 팥앙금물을 내준다. 중간 중간 물을 부으며 으깨어 최종적으로 팥껍질만 남게 한다.

 

 


 

      들통 벽에 붙은 팥앙금까지 실리콘 주걱으로 알뜰히 모아서 넣어준 후 골고루 섞어준다. 그런데...

 

 


 

      바닥에 내려놓은 채반 밑으로 더러워져서 뭔가 하고 채반을 들쳐보았더니... 야호!!! 산길을 가다가 금덩어리를 발견한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다. 룰루랄라 ♬♪ 싹싹 긁어서 넣어준다.

 

 


 

      위아래 골고루 뒤섞은 후 칼국수면 할 분량과 팥죽 할 분량으로 나눈다. 칼국수는 준비한 생면 두덩이 중 한덩이만 넣을 분량으로 조금 잡는다.

 

 


 

      먼저 위의 맑은 팥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팥앙금이 가라앉은 아래 팥물을 넣고 끓인다. 이렇게 하면 끓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팥앙금이 냄비 표면에 붙어 눌거나 타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너무 걸쭉하면 적당량의 물을 추가하고 너무 멀건하면 더 끓여서 미숫가루물 정도의 농도로 맞춘다.

 

 


 

      칼국수 생면을 넣고 꽃소금 1/2t로 최소한의 간만 한 다음 생면이 익어서 떠오를 때까지 슬슬 저으며 끓여주면

 


 

 

팥칼국수 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꽃소금으로 추가 간을 하고 설탕이나 꿀을 넣어 먹는다. 냠냠!

 

 

 


 


 

 

      다음은 동지팥죽이다. 팥앙금물을 내는 동안 그 안에 들어갈 새알심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멥쌀가루 1컵과 찹쌀가루 1/2컵을 골고루 섞어준다.

 

 


 

      포트에 끓인 물에 꽃소금 약간량만 넣고 섞어 반죽할 물을 준비한다. 이렇게 익반죽(끓는 물로 하는 온반죽)을 하는 이유는 쌀가루는 밀가루와 같은 점성이 없어서 끓는 물로 해야 호화(糊化)가 잘 일어나서 끈기가 생기며 쉽게 반죽할 수 있고 완성 후에도 결과물이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고 한다. 약간의 꽃소금을 넣는 것도 새알심에 살짝 간이 베게 하는 동시에 염분으로 호화를 돕기 위함이다. (호화 : 전분과 물이 섞이며 점성이 생겨 끈적끈적, 쫄깃쫄깃하게 되게 현상. 반대로 전분과 물이 분리되면서 딱딱해지며 굳는 현상은 노화라고 한다.)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으며 처음엔 숟가락으로, 본격적으로 데지 않게 조심하면서 손으로 치대면서 반죽한다.

 

 


 

      조금씩 때내어 동글동글 굴려 탄자대 크기로 새알심을 만든다.

 

 


 

      팥칼국수를 만들고 남은 팥앙금물을

 

 


 

      맑은 윗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찹쌀 한주먹을 넣고 끓이다가 앙금이 가라앉은 아랫물을 마저 붓는다.

 

 


 

      골고루 섞어준 후 새알심과 꽃소금 1t만 넣고 계속 슬슬 저으며 가열하여

 

 


 

      팥죽이 용암 끓듯 퐁퐁 끓어오르며 익은 새알심이 하나둘 떠오르면

 


 


 

      동지팥죽 완성이다! 팥칼국수와 마찬가지로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설탕이나 꿀을 넣어먹으면 된다.

 

 

 

      시식 및 품평 : 맛있다! ^.^ 하지만 힘들다!!! .조리과정을 나름대로 간소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이라 그런지 힘에 부친다. 저녁 먹고 간식으로 먹으려고 8시경에 시작하였는데 자정이 훨씬 지나 끝났다. 차고 굳기 전에 먹이려고 아내를 깨워 팥죽만 사정사정해서 맛을 보였더니 졸린 눈을 비비며 ~ 맛있네...” 하고 다시 자러 들어간다. 역시 동지팥죽은 한겨울 긴긴밤 진득하게 만들어 깊은 밤 비몽사몽간에 먹는 음식인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한 그릇 동지팥죽을 끓이기 위해 어멍은 초저녁부터 그렇게 수도하듯 팥을 으깨고 기도하듯 새알심을 굴렸나보다. 시간은 이미 새벽 1, 주방은 사방에 붉은 팥물이 튀고 흐른 데다(굳이 역귀를 쫓기 위해 뿌리고 바를 필요가 없다) 채반이며 주걱이며 여기저기 나뒹굴며 난장판인데 어멍은 지친 몸을 추스른 채 홀로 앉아 새벽별을 보며 동지팥죽을 음미하고 있다. - 바로 이거거덩! - 하여튼 아내도 합격, 나도 합격이다.

 

      동지팥죽을 가장 전통적이고 제대로 만들자면 (옛날엔 압력솥이 없었으므로) 솥에 팥을 몇 시간 넘게 푸~욱 삶아 채에 옮겨서 일일이 으깨어 팥앙금물을 낸 후 윗물 아랫물 순서대로 끓이고, 새알심도 반죽해 놓고 하루 정도 숙성한 후 쓴다고 한다. 가장 얼렁뚱땅 만들자면 압력솥에 삶아 믹서로 갈은 후 윗물 아랫물 구별않고 한번에 끓여서 팥칼국수는 면 넣고 삶고, 동지팥죽은 새알심은 생략하고 찹쌀만 넣고 삶아 먹을 수도 있다. 다음에 만든다면 이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해야겠다.


 

      여러 과정 중 팥을 주걱으로 으깨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고운 식감을 얻으려고 이 과정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그 보답을 한다. 암만해도 믹서로 간다면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할 것이다. 까칠까칠 조금도 걸리는 맛이 없이 혀와 입천장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풍만한 팥의 식감은 색다른 별미다. 씹는 것도 아니고 마시는 것도 아닌 그 중간 느낌이랄까?!


      출렁출렁 넘실거리는 팥물이 이와 혀의 계곡을 휘돌다가 목구멍을 지나 식도에 이르러 자유낙하다! 거기에 어울리는 쫄깃한 칼국수면까지 더하여 종합평점은 별넷이다. 단독으로는 별다섯도 과하지 않지만 그 전의 해물칼국수, 장칼국수 등이 워낙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별넷으로 최종 평가한 것이다.

 

      동지팥죽은 별다섯! 부드럽고 곱게 넘어가는 팥죽에 톡톡 씹히는 찹쌀의 식감이 서로 잘 어울린다. , 쫄깃해야할 새알심이 너무 뻑뻑하다. '심방골주부'님에 의하면 새알심이 너무 흐물흐물 늘어지지 않도록 찹쌀에다 멥쌀을 혼합한 것이라는데... 반죽이 잘못된 것일까? 멥쌀이 찹쌀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일까? 일단 다음에는 멥쌀과 찹쌀의 비율을 서로 바꿔 찹쌀 대 멥쌀을 2:1로 변경해 반죽하도록 한다.


 

      과정은 복잡하고 수고롭지만 재료도 단순하고 맛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맛 속에 매력이 있다. 여러 재료와 맛의 환상적인 조합도 훌륭한 맛이지만 콩국수나 팥칼국수처럼 일미(一味)에 집중하여 그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도 훌륭한 맛이다. -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은 왜 콩국수만 있고 콩칼국수는 없느냐? 왜 팥칼국수만 있고 팥국수는 없느냐? 하는 점이다. 언제 한번 요리전문가에게 물어봐야겠다.

 

      팥칼국수도 동지팥죽도 한 그릇만 떠놓고 일미에 집중하며 단품으로 먹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곁들여 먹는다면 시원하고 새콤한 동치미나 맑고 담백한 백김치, 아삭하고 짭조롬한 장아찌 등이 잘 어울릴 듯하다.


 

      이로서 (보통)칼국수를 시작으로 해물칼국수, 닭칼국수, 장칼국수, 버섯칼국수, 팥칼국수로 이어지는 칼국수 시리즈 6종을 끝냈다. 아울러 멸치잔치국수로부터 이어진 한식 면요리 시리즈 총 12(국수 5+ 칼국수 6+ 잡채)을 모두 끝내기로 한다. 나머지 냉면류는 사먹기로 하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막국수와 쫄면은 만들지 않고 수제비도 그닥 좋아하지 않고 만들기도 번거로우므로 건너뛰기로 한다. 다음 도전 요리는 중식, 일식, 양식 등 외국 면요리다.

 

 

 


    완성된 어멍의 팥칼국수 & 동지팥죽 레시피

 


    팥칼국수 준비재료 (4~5인분) : 500g, 칼국수면 4~5인분, 꽃소금 1T

    동지팥죽 준비재료 (6~7인분) : 500g, 꽃소금 1T, 찹쌀 한주먹, 찹쌀가루 1CUP, 멥쌀가루 1/2CUP

 


    팥물 1. 500g을 깨끗이 씻은 후 물을 충분히 붓고 30분 이상 불려놓는다.

    팥물 2. 압력솥에 옮겨 물을 팥의 두 배 정도로 붓고 초벌로 끓인 후 물은 버린다.

    팥물 3. 다시 압력솥에 물을 팥의 세 배 정로로 붓고 뚜껑을 닫고 강불로 가열한다.

    팥물 4. 압력솥에서 증기가 나오며 신호가 오면 계속 5분 정도 삶은 후 약불로 줄여 8분 정도 더 삶은 후 불을 끈다.

    팥물 5. 증기가 다 빠지길 기다려 뚜껑을 연 후 팥 하나를 건져 나무주걱으로 으깨어 본다. 힘들이지 않고 살짝만 눌러도 으깨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삶아야 한다.

    팥물 6. 들통 위에 채반을 바치고 쏟아 부은 후 주걱으로 으깨어 팥앙금물을 내준다. 중간 중간 물을 부으며 으깨어 최종적으로 채반 위에 팥껍질만 남게 한다. - 이상 팥칼국수, 동지팥죽 공통과정

 


    팥칼국수 7. 들통 속 윗부분 맑은 팥물을 솥에 붓고 가열하여 끓어오르면 팥앙금이 가라앉은 아래 팥물을 넣고 끓인다. 적당량의 물을 가감하여 미숫가루물 정도의 농도로 맞춘 후 꽃소금 1/2t로 최소한의 간만 해준다.

    팥칼국수 8. 칼국수 생면을 넣고 생면이 익어서 떠오를 때까지 슬슬 저으며 끓여주면 팥칼국수 완성이다!

 


    동지팥죽 7. 들통 속 윗부분 맑은 팥물을 솥에 붓고 가열하여 끓어오르면 찹쌀 한주먹을 넣고 끓이다가 앙금이 가라앉은 아래 팥물을 마저 붓고 끓인다.

    동지팥죽 8. 골고루 섞어준 후 새알심과 꽃소금 1T만 넣고 슬슬 저으며 계속 가열하여 팥죽이 용암 끓듯 퐁퐁 끓어오르며 익은 새알심이 하나둘 떠오르면 동지팥죽 완성이다!

 


    팥을 삶는 동안 새알심을 반죽하여 만들어 놓는다.

    새알심 1. 볼에 찹쌀가루 1컵과 멥쌀가루 1/2컵을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새알심 2. 약간량의 소금을 녹여 밑간을 한 뜨거운 물을 쌀가루에 조금씩 부으며 처음엔 숟가락으로, 본격적으로 데지 않게 조심하면서 손으로 치대면서 익반죽한다.

    새알심 3. 조금씩 때내어 동글동글 굴리며 탄자대 크기로 새알심을 만든다.

 


    ※ 팥칼국수, 동지팥죽 공히 기호에 따라 꽃소금으로 추가 간을 하고 설탕이나 꿀을 넣어 먹는다.

    ※ 공히 시원하고 새콤한 동치미나 맑고 담백한 백김치, 아삭하고 짭조롬한 장아찌 등을 곁들여 먹으면 좋을듯하다.

    ※ 만들어 놓은 팥물을 냉장보관한 후 그때그때 필요한 분량만 내어서 적당량의 생면을 넣고 팥칼국수를, 적당량의 찹쌀과 새알심을 넣고 동지팥죽을 끓여먹어도 된다.


 


 


 

      팥앙금물을 내고 남은 팥껍질 찌끼를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따로 냉장 보관하였다가 소금과 꿀을 넣어 비벼먹어 본다. 팥앙금물처럼 곱고 부드럽진 않지만 생각보다는 날카롭지도, 딱딱하지도 않아 먹을 만하다. 오히려 자근자근 씹히는 맛이 또 다른 매력이다. 설탕보단 꿀을 혼합하는 것이 식감도 더 부드럽고 비비기도 쉽다.

 

 


 

      그래도 양이 많아 여기에 생크림, 우유, 설탕, 전분을 넣고 혼합하여 생크림 단팥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봤다. (이어지는 다음 포스팅 참조) 부드러우면서도 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사이로 살짝 씹히는 팥껍질의 조합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