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3 - 정통 중국식 게살 스프 만들기 ★★☆☆☆
이번엔 중식당에서 코스요리 시키면 맨 처음 나오는 요리로 유명한 중국식 게살 스프다. 중국어로는 해육탕(蟹肉湯) 또는 해분탕(蟹粉湯, 씨에펀탕)이라고 한다. 저번 브로콜리 야채 치즈 스프에 이은 스프 요리지만 스프 시리즈로 선택된 건 아니고 원래 재료 중 계란(흰자만)이 들어간 계란 요리 시리즈로 도전하려던 레시피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흉내라도 내어 꼭 내 요리목록에 올려놓고 싶다.
비슷한 메뉴로 중국식 달걀탕(계란탕), 문사 게살 스프가 있는데 재료도 해삼 죽순(달걀탕), 새우(문사스프) 등 흔하지 않은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길이와 굵기까지 신경 써서 가늘고 일정하게 채썰어야 하고 해삼과 죽순은 포뜨기, 문사스프에 들어가는 연두부는 팽이버섯 줄기보다 가늘게 채썰어야 하는 등 난이도가 높아서(거의 Level 4,5) 둘 다 생략하고 모두 비슷한 식감, 맛을 내는 ‘게살 스프’ 하나만 내 레시피로 만들기로 한다.
참고로 한 레시피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화니의 주방’이다. 만들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다보니 게살 구하기가 어렵다. 동네슈퍼에도 없고 대형할인마트에도 없고... 모두 게살을 조금 넣어 가공한 게맛살만 있고 100% 천연 게살은 없다. 게맛살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이왕 만드는 거 정식으로 만들고 싶다. 처음부터 족보 없는 짝퉁으로 만들기엔 셰프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 농수산시장까지 가볼까 하다가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해서 구했다. 주문하는 김에 크기가 다른 유리볼도 몇 개 주문. 소스나 재료를 미리 계량하여 담아서 준비해 놓으면 요리 중에 실수하거나 헤매지 않고 편리할 듯하다.
도착한 냉동게살과 유리볼 세트
이제 슬슬 요리사, 셰프의 세계에 본격 진입하는 것인가?! 마트 식품코너에 눈길이 가고 그릇, 주방도구에 욕심이 난다.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이 재밌고 맛이 있으면 신기하고 행복하다. 평범한 여자의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식당 차릴 일은 없을 테니 셰프나 주방장까진 아니고 이제 초보 주부, 새댁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남자라서 햄볶아요. ^^)
바로 요리에 넣을 수 있도록 손질, 계량해서 새로 산 유리볼에 넣어 준비
준비재료(2~3인분) : 게살 120~150g, 팽이버섯 1/2봉지, 표고버섯 1개, 계란(흰자만) 1개, 대파 1/8개(흰 부분만), 생강 2g, 치킨스톡 큐브 12g(4g짜리 3개), 물 750ml, 정종(청주) 1T, 소금 1t, 간장 1t 좀 안되게, 조미료(미원) 1/2t 좀 안되게, 감자전분 3~4T로 만든 1:1 물녹말, 참기름 1t 좀 안되게, 굴소스 1t, 백후추 1/4t, 완두콩(마지막 장식으로 조금)
나머지 재료를 다 합친 값보다 게살이 비싸다. 하지만 게살 스프의 포인트는 게살! 셰프의 자존심상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맛을 포기할 수는 없다. 떨리는 손으로 150g을 얇게 찢어서 넣기로 한다. 팽이버섯 역시 밑동을 자르고 하나하나 분리하여 준비해 놓는다. 표고버섯은 건조되어 있는 것을 일찌감치 물에 불려놓은 후 치킨타월로 물기를 쭉 뺀 후 길고 가늘게 채썰고 대파는 잘게 썰어 준비. 생강은 마구 때리고 썰어서 다져놓는다.
계란은 노른자는 제외하고 흰자만 분리하여 마구 휘저어 거품을 내준다. 노른자만 보관하기도 애매하고 버리자니 아깝지만 이 역시 타협할 수 없다. 다음에 게살이 아닌 게맛살 스프를 만들 때는 흰자, 노른자 모두 넣기로 하고 이번엔 과감히 버린다.
참고한 유튜브 동영상 레시피에는 ‘간장 약간’ ‘굴소스 조금’ 등으로 제시되었는데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이 ‘약간’ ‘조금’이 참 애매하다. 기록을 남기고 다음에 참고하기 위해서 내 임의로 결정, 계량하여 집어넣기로 한다.
재료가 모두 완벽히 준비되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
냄비에 물 750ml를 붓고 치킨스톡 큐브를 집어넣은 후 끓기를 기다려 정종 1T를 넣는다.
생강, 대파, 표고버섯, 팽이버섯, 게살, 소금 1t, 간장 1t 조금 안되게, 조미료(미원) 1/2t 조금 안되게, 굴소스 1t를 넣어준다. 중간 중간에 떠오르는 거품은 제거해준다.
물녹말을 넣을 차례. 그런데 넣으려고 보니 전분이 밑에 가라앉아 딱딱하게 굳어있는 상태로 물과 분리가 되어있다. 다시 작은 스푼으로 바닥을 긁으며 섞어준다. 물녹말을 넣을 땐 미리 준비하지 말고 넣을 때 바로 만들어 넣어야겠다. 다시 물과 섞인 물녹말을 농도를 봐가면서 천천히 넣어준다.
물녹말이 들어가 걸쭉해져 끓으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온다.
여기에 거품이 인 계란 흰자를 넣어주고 빠르게 저어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백후추 1/4t와 참기름 1t 조금 안되게 넣어주면 끝!
접시에 담고 길쭉한 분홍빛 게살과 동글동글한 연두색 완두콩으로 장식하면 비주얼이 산다. 분홍빛 파도(게살)가 녹색 바위(완두콩)에 부딪쳐 하얀색 포말(계란 흰자)이 일었다. 형태와 색상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완성 후 먹음직스럽게 담아내고 장식하는 미적 감각도 포기할 수 없는 셰프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시식 및 품평 : 보기엔 좋고 바다향 풍미도 깊은데 진하고 짜다. 짜도 아주 짜다! 풍미도 충분할 정도를 넘어 너무 진하다! 게다가 칼질이 아직 능숙하지 않은 관계로 생강이 곱게 다져지지 않아 씹힐 때마다 입안에 향이 너무 강하게 퍼진다. 거기다 점도가 너무 걸쭉하고 물녹말이 팽이버섯이 서로 붙어있는 곳에 젤리처럼 뭉쳐있다.(아~ 그래서 팽이버섯을 일일이 하나하나 분리하라고 했구나!)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빛 좋은 게살 스프다. 채 반 그릇을 먹지 못하고 냄비에 다시 부어 물을 추가하여 다시 끓인다.
그래도 짜다! 다시 물을 추가해서 붓고 너무 건더기가 없으면 스프가 아닌 국이 되므로 팽이버섯, 게살, 대파 등도 더 넣어준다.
그래도 여전히 짜다! 다시 물과 건더기 추가. 이제 이것저것 가릴 것 없다. 비싼 게살도 폭탄 퍼붓듯 무차별 투하다. 맨 처음 만든 양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 ㅠ.ㅠ
물이든 건더기든 추가로 계속 들어가는데도 싱거워지지 않는다. 간이 희석되지 않는다. 미스테리다! 왜일까?........? 생각 끝에 내가 낸 결론은 게살이다. 통게살과 게살부스러기가 함께 섞인 냉동게살 자체에 간이 배어있을 것이란 강력한 의심, 합리적인 추론이다.
아내와 다영이의 첫 반응도 너무 짜다는 거다. 그래서 위에 뜬 왕건이 통게살과 밑에 깔린 게살부스러기만 건져 먹고 (물 반 게살 반, 게살의 보고다!) 눈물을 머금고 나머지는 모두 버린다.
이번 요리는 실패다! 완성된 레시피는 다음으로 미룬다.
◈ 두 번째 ◈
저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도전이다. 새롭게 염두에 둘 것은
1. 소금, 간장 등 간은 최대한 약하게 시작해서 완성단계에서 최종적으로 맞춘다. 특히 게(살), 물고기 등 해산물은 자체적으로 간이 배어있고 소금기가 있으므로 소금, 간장 등을 넣는데 신중을 기한다.
2. 생강, 마늘, 고추, 후추 등 향이 강한 향신료는 취향의 차이는 있으나 입에서 씹히지 않도록 최대한 곱게 다지거나 갈아서 쓴다. 1번과 같은 맥락에서 향신료나 소스는 너무 과하지 않게, 진하지 않게 양을 절제해서 조금씩 집어넣는다.
3. 전분, 물녹말을 넣을 때는 바로 만들어 바로 넣고, 넣은 후 실제 보기보단 걸쭉하므로 반드시 맛을 보면서 약간 묽다 싶은 정도로만 넣는다. 건더기에 붙어 서로 뭉칠 수 있으므로 좀 더 묽게 희석해서 투입하고 넣자마자 빠르고 골고루 섞어준다.
이상을 조심하면서 첫 번째와 다르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만 조정하기로 한다. 생강은 칼질 솜씨가 없는 관계로 직접 썰어 다져넣지 않고 생강가루 1/8t로 대신한다. 치킨스톡 큐브는 2개(8g)로, 굴소스는 1/2t로 줄인다. 조미료는 넣지 않고 소금, 간장은 다 완성한 후 맛을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추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빼기로 한다.
첫 번째 것도 간만 맞고 덜 진하였더라면 훌륭했다. 먹을 만했다. 이번엔 과연 어떤 맛이 나올 것인가??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이렇게 만들어 마지막 단계에서 간장, 소금을 넣으려고 간을 보니... 약간 짜다! ㅠ.ㅠ 결국 넣지 않고 그릇에 담는다.
두 번째 게살 스프
시식 및 품평 : 역시 게살이 문제였다! 첫 번째 것보단 덜하여 먹어줄 만은 하지만 그래도 약간 짠 편! 주 메뉴가 아닌 서브 메뉴, 본 요리에 앞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전채요리인 스프는 좀 담백하고 깔끔해야 하는데 이렇게 짜서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입맛을 잃는다.
이럴 거면 아예 천연 게살이 아닌 게맛살이 나을 듯하다. 언제든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일정한 맛을 낼 수 있으니 게살 조금에 게맛살을 넣든지, 아예 게맛살로만 만드는 게 나을 듯하다.
경험 부족, 실력 부족이겠지만 무슨 소금에 절여져 온 게살인가? 어렵게 구한 비싼 게살이 결국 맛을 망친 주범이 되었다. 회사마다 상품마다 맛도 다르고 염도도 다를 테니 앞으로 해산물을 재료로 한 요리는 조심해야겠다.
결과적으로 이번 메뉴는 실패지만 완성된 레시피는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완성된 어멍표 ‘중국식 게살 스프’ 레시피 (게살 대신 게맛살을 넣으면 ‘게맛살 스프’다.)
준비재료 : 게살 150g, 표고버섯 1개, 물 750ml, 치킨스톡 큐브 8g, 정종 1T, 팽이버섯 1/2 봉지, 대파 1/8개(흰 부분만), 생강가루 1/8t, 굴소스 1/2t, 물녹말 적당량, 계란 1개(흰자만), 백후추 1/4t, 참기름 1t, 간장, 소금 적당량, 장식용으로 완두콩 조금.
1. 먼저 게살 150g을 냉장고에서 꺼내 해동시키고 표고버섯 1개를 꺼내 물에 불려놓는다.
2. 냄비에 물 750ml에 치킨스톡 큐브 8g를 넣고 강불로 가열하여 끓기를 기다려 정종 1T를 넣는다.
3. 팽이버섯 1/2 봉지를 밑동을 자르고 하나하나 분리하여 준비, 다 불린 표고버섯도 밑동을 제거한 후 몸체만 가늘게 채썰어 준비, 대파 1/8개(흰 부분만)는 잘게 썰어 준비하여 다 녹은 게살 150g, 생강가루 1/8t, 굴소스 1/2t와 함께 투입한다.
4. 잘 저어주며 중간 중간 위에 뜨는 거품을 제거해준다.
5. 1:1 이상 묽게 만든 감자전분 물녹말을 농도를 봐가면서 조금씩 넣어주며 빠르고 골고루 섞어준다.
6. 계란 1개 흰자만 따로 분리하여 거품이 일 정도로 휘저은 후 냄비에 부어준 후 빠르게 저어 섞어준다.
7. 백후추 1/4t와 참기름 1t 조금 안되게 넣어준다.
8. 마지막으로 간을 본 후(게살 자체에 간이 배어있을 수 있으므로) 간장, 소금을 1/8t부터 시작해 조금씩 추가해주거나 경우에 따라선 아예 밴다.
9. 완두콩 등으로 장식하면 끝.
※ ‘게맛살 스프’라면 풍미가 게살보다 못하므로 양은 150g 이상 집어넣고 향료와 소스도 약간 증량한다.
※ 아래는 참고로 한 유튜브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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