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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대전 갑천 훈련 무료 마라톤 : 세 번째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후기 (2020/06/07)

어멍 2020. 6. 9. 21:39

 

 

      대전 갑천 훈련 무료 마라톤 : 세 번째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후기 (2020/06/07)

 

 

 

      - 대회 참가 전

 

 

      코로나19로 인해 2020 마라톤 시즌이 실종됐다. 연초부터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줄줄이 취소다. 그래서 덜 뛰게 되고 실력도 줄었다. 역시 대회가 있어야 동기부여도 되고 대회준비에 더 뛰게 된다.

 

      이렇게 빈둥거리며 게을러지는 사이 전마협에서 반갑게도 오랜만에 (대회 아닌) 마라톤 대회 공지가 올라왔다. 아마도 대회라기보단 소규모 약식 훈련 모임이 될듯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장거리를 뛰며 대회 비슷한 기분을 느낄 듯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마당인 갑천에서 열리기도 하고 마침 한여름용 마라톤 상의와 모자, 새 마라톤 신발까지 장만한 터라 일요일 대회를 나흘 앞둔 수요일에 들뜬 마음으로 냉큼 하프코스 참가신청을 했다.

 

 

 

새로 산 마라톤 상의와 마라톤화 & 모자

 

 

 

대회 코스도

 

 

      작년 연말 참가했던 대회와 장소는 같은 갑천이지만 코스는 다르다. 코스가 훨신 짧아져서 저번에는 1회 왕복 하프코스(한바퀴)였지만 이번엔 4회 왕복 하프코스(네바퀴). 풀코스는 8회 왕복이어서 심심하고 지루해서 포기할 것도 같은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약식으로 운영해야만 하는 주최측의 사정을 양해해야 할 것이다.

 

      따로 작정하고 대회 준비를 한 것이 아니라서 좀 부담은 되지만 기록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당장 급수 없이도 하프 완주 정도는 할 자신은 있으니까 오랜만에 장거리 연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트로피를 타내기 위해 죽기살기로 실성한 듯 달렸던 저번 대회와는 다르게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도 목표가 없으면 너무 늘어지고 심심하니까 너무 욕심내지 말고 1시간 47(평균속도 5‘05“/km)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정하기로 한다.

 

      뜨거운 6월의 대회참가는 처음이고 장거리 연습한지도 한참이라 만만한 목표는 아니지만 작년 연말 기록이 1시간 39분이고 이른 아침 7시에 출발하여 급수까지 지원되므로 그리 벅차거나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D-6일 월요일 8k, D-5일 화요일 8k, D-3일 목요일 8k를 뛰고(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은 러닝 일정이다) , 토요일 휴식 후 일요일 훈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 대회 참가

 

 

 

 

      67일 일요일 D-Day!

 

      아침 530분에 기상. 일기예보를 보니 21~23도의 구름 낀 날씨로 공기는 맑다고 한다. 간단히 씻고 어제 끓인 무국에 밥말아 계란말이와 함께 속을 채운다.

 

      대회장에 탈의실과 부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것이므로 아예 겨드람이, 서혜부, 발가락과 발바닥에 바세린을 바른 후 속에 마라톤 상하의를 입은 후 출발한다. 신발은 평소 신던 것을 신고 뛰기로 한다. 새로 산 것을 신고 목요일에 뛰어 보았더니 아직은 딱딱하여 발이 불편하다.

 

 

 

집에서 출발!

 

 

      도보로 이동하여 대회장인 엑스포 다리 밑에 도착. 간단한 접이식 탁자만 서너 개 펼쳐져 있다. 등록처에서 체온측정 후 접수하고 물품을 맡긴 후 간단히 몸을 푼다. 기록측정 칩도 없고 배번호도 없이 주최측이 골인하는대로 이름과 기록을 확인해 완주기록증을 발급해준다고 한다.

 

 

 

대략 50여명의 마라토너가 모였다.

 

 

 

코로나로 힘든 곳을 돕기 위한 모금함이 있어 만원 집어넣었다.

 

 

      72분 출발! 해는 숨어 있어 뜨겁지는 않은데 출발도 하기 전에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이다. 출발 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첫 반환점을 돌고 채 2k도 뛰지 않았는데 이마에서 땀이 쪼로록 흘러내린다. 아마도 어제부터 오늘 새벽에 걸쳐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습도가 많이 높은가 보다.

 

      그나마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다. 새로 산 상의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 겨드랑이 밑에서 견갑골 등짝까지 크게 파져있는데다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확실히 더 시원한 느낌이다. 바람이 셀 때면 옷 아래 속살까지도 구멍을 통해 들어온 바람의 간질임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나름 상쾌하게 달리고 있는데 2차 반환점인 한밭대교를 백여 미터 앞두고 멀리서 나보다 더 시원하게 달려오고 있는 주자가 보인다. 복부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크롭탑을 걸친 여성주자다. 부럽다! 갑자기 여자이고 싶다!! 어차피 구멍 뚫린 거, 다음에는 지금 것에서 가슴 아래로 싹둑 잘라 입고 나와야겠다. 똥배도, 참외배꼽도 아니니까 못할 것도 없다!

 

 

 

      계속 달려 한 바퀴 돌고, 두 바퀴를 돌았다. 하프의 하프를 달린 셈이다. 나이키 러닝 앱이 들려주는 평균페이스는 km5‘07“로 목표한 5’05”보다 2초 늦다. 하지만 오랜만에 달려서인지, 습도가 높아서인지 몸이 무거워 잘 나가지 않는다. 무리하면 더 빨리 달릴 것도 같지만 그러기 싫다. 그냥 이 속도만 유지하며 계속 달리기로 목표를 수정한다.

 

      세 바퀴 돌고 마지막 네 바퀴째. 주로에는 10k 주자는 없고 하프와 풀 주자만 뛰고 있다. 그래도 짧은 거리(편도 2.5k)라서 솔찬히 분비는 분위기다. 일반 대회라면 500, 1000명 참가한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개미집을 연신 들락날락하는 개미들처럼 반환점을 돌 때마다 마주치며 파이팅하는 주자들이 벌써 얼굴이 익을 만큼 정이 들었다. 그 중에는 주주클럽 선배인 산머루님, 로드런너님, 달콩이님도 계셔서 더욱 반갑다. (모두 풀 100회 이상을 뛰어 주주클럽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신 분들로 이번 역시 세 분 모두 풀 출전이다.)

 

 

 

      마지막 반환점을 돌고 골인점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려본다. 좀 빨라지긴 했지만 확 빨라지진 않는다. 5분대 초반으로 달려오다가 4분대 후반으로 10~20초 단축하긴 쉬워도 5분대 후반에서 4분대 후반으로 1분 가까이 단축하긴 아마추어라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빨리 달리진 않았어도, 원래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어도, 힘이 남아있을 정도로 여유 있게 골인!

 

 

 

최종기록 1:48:33

 

 

 

기록증과 메달을 수령하고 다시 인증샷 한 컷

 

 

 

      - 평가 및 마무리

 

 

 

      어멍은 B+ : 최저페이스 구간 0~1k 5'34" 최고페이스 구간 8~9k 4'55" 평균페이스 5‘08“ 최종기록 1시간 4833초로 처음 목표했던 1시간 47, 평균페이스 5‘05“보다 페이스는 3초 늦고 시간은 133초 늦게 들어왔다. 대만족 A+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트로피라는 동기가 없는 탓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후일을 기약하며 무리하지 않은 현명함을 발휘한 것인가?

 

      빠른 것은 좋다. 하지만 때로는 느린 것도 좋다. 경우에 따라선 멈추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빠르고 느리고, 뛰고 걷고 멈추고... 중요한 것은 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뛰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마라톤도 마라톤이고 삶도 마라톤이다. 때로는 느리게 가고 잠시 쉬어 갈 수도 있지만 계속 가는 거다.

 

      코로나로 걱정도 많고 어수선하다. 하지만 쇼도 우리의 삶도 달리기도 계속되어야 한다.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와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것이다.

 

 

 

      대회는 A+ : 대회 후 전마협 홈피를 보니 풀 19, 하프 17(그 중 내 기록은 5위다), 10k 56명 도합 92명이 참가했다. 내 눈대중보단 많았지만 100명이 못 되는 조촐한 훈련 대회치곤 더없이 훌륭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그것도 음료와 간식과 편의까지 무료로 제공하며 이처럼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전마협 측에 고마움을 전한다.

 

 

 

 

 

 

      - 대회 참가 전

 

 

 

모델 라인 / 어멍 라인

같은 제품! 다른 느낌?

 

 

 

아내에게 멋지게 찍어달랬더니 난쟁이를 만들어 버렸다. .

 

 

 

    새로 사온 나이키 탱크탑을 고2 아들내미가 봤다!

 

    종서 : ?? 이 걸레같이 생긴 건 뭐지?

    나 : 걸레라니! 아빠 마라톤 할 때 입으려고 산 거야. (직접 입어본 후) 어때? 멋지지 않냐!

    종서 : 아오! 입으니까 더 이상해! 빨리 벗어요!

    나 : ! 이거 엄청 좋은 신상이고 비싼 거야!

    종서 : 어우~ 엄마. 아빠 좀 말려요. 아파트 소문나면 어떻게요.

    아내 : 어차피 (비슷한 모습) 많이 봐서 우리 라인 사람 아빠 마라톤 하는 거 다 알아.

    종서 : ~~~~~ 쪽팔려!!!

    나 : 너 아빠 보고도 모른 척 하면 혼난다!

    종서 : 도망갈 거예요!

    나 : ................................ (나쁜눔! .)

 

 

 

      한여름에 입으려고 가장 가볍고 시원한 마라톤 상의를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찾아낸, 앞뒤로 구멍이 숭숭 뚫린 마라톤 싱글렛(탱크탑)이다. 나같이 (더위에) 인내심 약한 러너, 실력이 출중하지 않은 러너에겐 장비라도 최고수준으로 받혀줘야 한다. ,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종서가 야속할 따름!

 

      정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문신과 피어싱의 충격요법으로 교장 아버지를 설득하는 랩퍼 아들처럼 크롭탑과 브루마(여자 육상선수의 상하의)의 충격요법으로 범생이 아들내미를 설득하는 마라토너 아빠가 되는 거다.

 

 

 

어떠냐? 아빠가 이렇게 입는다면....

종서야 이제 그만 아빠를 포기하고 받아들이렴!

 

 

      이래도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때는 아빠도 어디까지 폭주할지 책임질 수 없다.

 

 

 

삐뚤어질테다!

 

 

      ※ 남자(선수)에게도 배꼽티와 핫팬츠를 허하라! - 이것은 탈코르셋 운동에 대항하는 남성해방운동 혹은 이와 연대하는 성평등운동이다.



       ※ 아들내미는 걸레라고 하고 아내는 자기가 만들어 줄 텐데 뭐하러 샀냐고 하고... ㅠ.ㅠ 가장 오래된 후줄근한 백색(순백색은 아니다) 난닝구 하나 가위로 뽕뽕 구멍낸다면서 4만원만 달라고 한다. (요새 난닝구 한 장에 얼마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나이키 탱크탑은 99,000원이다.)


      근데 정말 화나고 억울한 것은 아들내미 말도, 아내의 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더라는 거다. ㅠ.ㅠ (오래된 난닝구로 4만원에 만들어준다는 말에 순간 귀가 솔깃!)



      ※ 그래서 대회가 끝난 후,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가장 오래되어 헤지고 축축 늘어진 난닝구(이 경우 몸에 착 달라붙는 탄력성 좋은 새 난닝구는 오히려 적당하지 않다.) 한 장을 엄선하여 아내와 함께 순식간에 직접 만들어 보았다.

 

 


99천원짜리 나이키 탱크탑 / 4만원짜리 아내표 탱크탑

다른 제품! 같은 느낌?

 

 

      이것은 창조경제?! 후줄근한 난닝구의 화려한 재탄생이다. 만들기도 쉽고 원가와 가성비를 고려하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