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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2019 대전방문의해 기념 전마협 명품마라톤대회 : 열 번째 풀코스 도전 & 여덟 번째 완주 후기 (2019/12/15)

어멍 2019. 12. 17. 21:30

 

      2019 대전방문의해 기념 전마협 명품마라톤대회 : 열 번째 풀코스 도전 & 여덟 번째 완주 후기 (2019/12/15)

 

 

      - 대회 참가 전

 

      열 번째 풀코스 출전, 1117일 고창마라톤대회 이후 28(4) 만에 참가하는 올해 두 번째 대회다. 올해도 역시 미련스럽게도 막판에 몰아서 연초에 계획한대로 한 해 두 번 풀코스를 뛰기로 한다.

   

 

      이번에도 자체 설정한 배점기준은 저번과 똑같이 하기로 한다.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 , 최초로 풀코스에서의 네거티브 스플릿(Negative split 곧 전반 1/2보다 후반 1/2 기록이 좋은 레이스)을 해보기 위해 레이스 운영전략에는 변화를 주기로 한다. 즉 하프까지는 일부러 늦게 달리는 것이다.

      400 페이스메이커가 좀 빨리 앞서가더라도 이에 구애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km5‘40“의 속도로 일정하게 달린 후 하프 이후 속도를 높여 최종 서브4를 달성하는 것이다. 3개의 에너지젤을 준비해서 1LAP이 끝난 하프반환 후 1개 소비, 다시 달려 3/4 반환점인 31k 지점에서 1개 소비, 다시 달려 1/8을 남긴 36k 지점에서 마지막 1개를 소비하며 파이팅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한 코스라 정속주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인데 문제는 평소 속도보다 느린 페이스를 장시간 유지해야 하는 관계로 엄청난 의지, 초인적인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반의 지루함과 조바심을 후반의 기대와 소망으로 버티며 이겨내야 한다.

      막판 스퍼트 가산점(5)보다 훨씬 어려운 미션인 관계로 이렇게 후반에 더 달려서 네거티브 스플릿에 성공한다면 가산점 10점을 추가하기로 한다. 기존 배점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가산점까지 모두 획득한다면 도합 105점이다.

   

    D-28/ 1117일 일요일 / 42.195k 고창마라톤 풀코스 4:09:21 평균속도 5‘54“/km

    D-24/ 1121일 목요일 / 3일 휴식 후 8k 가볍게 조깅으로 연습 재개

    D-21/ 1124일 일요일 / 23k 장거리주 (시간 측정 실패)

    D-15/ 1130일 토요일 / 28.68k 장거리주 2:39:09 평균속도 5‘33“/km

    • • • 이상 주중엔 별일 없으면 하루 8k 러닝 소화. 11월 누적 러닝 19, 총거리 248.1km, 평균속도 5‘36“/km • • •

    D-8/ 127일 토요일 / 31.22k 장거리주 2:52:10 평균속도 5‘31“/km

    D-7,6,5,4/ 128,9,10,11일 일,,,수요일 / 휴식

    D-3,2/ 1212,13일 목,금요일 / 매일 8k 러닝

    D-1/ 1214일 토요일 / 휴식

    • • • 대회 전날인 14일까지 12월 누적 러닝 5, 총거리 65km, 평균속도 5‘30“/km • • •

   

      D-15일인 1130일 원래 계획은 마지막 장거리주로 35k를 뛰는 것으로 대회때까지 훈련양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하였지만 도중에 왼쪽 무릎 바깥쪽 장경인대와 발목 앞쪽의 장무지신근 부위로 통증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신호가 느껴진 관계로 28.68k에서 멈췄다.

      그래서 일주일 후 D-8일인 127일 토요일 다시 장거리주를 한 번 더 뛰었다. 대회 앞두고 너무 무리일 것 같아 뛰라면 더 뛸 수는 있었지만 31.22k로 마무리했다. 이후 일요일에서 수요일까지 4일간 휴식. 감기가 살짝 오려는 것 같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심하여 좀 오래 쉬었다.

      다시 목요일 8k 뛰고 금요일 8k로 훈련 종료. 평소 일정대로라면 일요일 대회를 앞둔 D-3일인 목요일에 모든 훈련을 종료하는데 너무 훈련양이 적은 것 같아 하루 늦은 금요일까지 뛰었다. 평소 대회에 비해 대회전 훈련 일정이 좀 꼬였는데 다행히 왼다리 장경인대와 장무지신근은 별 이상이 없는 것 같고 감기도 살짝 오려다가 말은 느낌이다.

 

      저번 달 고창에서는 완주는 했지만 목표했던 서브4는 달성하지 못했다. 더욱이 작년 전마협 대회에서는 평탄한 코스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변의로 인해 최단거리 완주실패를 맛본 터라(2018 전마협 명품송년마라톤대회) 설욕전도 겸하고 있어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장거리주로 35k 이상을 뛰지 않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좀 불안하지만 몸 상태는 작년 이 대회를 앞둔 때보다 훨씬 낫다. 평탄한 코스, 집 앞마당 홈그라운드로 매일 뛰댕기던 익숙한 주로, 여유 있는 아침 일정 등 유리한 점이 많은 대회다.

      이번엔 반드시 서브4를 한다! - 아자! 아자! 파이팅!!

 

 

      - 대회 참가

   

   

      1215일 일요일 D-Day!

      아침 710분 기상. 어제 모임이 있어 좀 무리했던지 일어나고 보니 머리가 좀 띵하다. 자제하려고 했는데 갈매기살이 너무 맛있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8시에 대회장으로 출발. 도보로 이동하여 820분경 도착. 뛰기엔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다. 골라먹는 재미로 포도맛, 바나나맛, 사과맛 3개의 에너지젤을 오천원에 사서 출발선으로 향한다.

 

      9시 스타트! 좁은 대기 장소에 많은 인파가 몰린 관계로 후미에서 기다리다가 출발신호 약 1분 후에 출발라인을 통과했다. 출발 후 1k까지 정체가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속도를 낼 수 없다. 어차피 전반은 속도를 늦춰야 하기에 상관은 없다.

      5k 지점. 이미 주로는 뚫렸고 레이스 초반이라 마음만 먹으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올려선 안 된다. 평소 뛰댕길 때보다 마음은 갑갑하고 동작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느낌이다. 평소 뛰고 걷는 속도에 비하면 뛰는 것 치곤 (많이) 느린 속도, 걷는 것 치고 (엄청) 빠른 속도다. 어디선가 프로 스카우터가 다가와 말을 건넬 것 같다. - 자네 (마라톤 말고) 경보 해볼 생각 없나?

 

      계속 달려 첫 반환점을 돈다. 이제 1/4을 달린 것이다. 속도는 계속 올리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앞서 출발한 400 페메도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

      계속 계속 달려 출발점인 하프코스 반환점을 돈다. 페이스는 539. 예정보다 1초 빠르지만 계획대로 되고 있다. 뒷주머니에서 에너지젤 하나를 주섬주섬 꺼낸다. 포도맛 당첨이다. 평소에 먹으라면 못 먹겠지만 배도 고프고 입도 약간 써서 허기도 약간 채워지며 달달하니 맛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니 막막하지만 힘이 좀 나는 것 같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도 맞고 벌써 반을 달렸다도 맞다.

 

      역시 같은 코스의 두 번째 랩은 힘들다. 더구나 풍경이 비슷비슷한 천변을 벗어나지 않는 코스, 아침저녁으로 뛰댕기며 너무도 익숙해진 코스라서 지루하다. 심심하다. 이렇다 할 고개 하나 없는 평탄한 코스지만 은근히 힘든 코스다. 간간히 만나는 주주클럽 지인들과 파이팅하며 인사하는 것이 그나마 자극이고 변화다.

      계속 달려 다시 반환점. 두 번째 에너지젤을 꺼낸다. 사과맛 당첨이다. 전체 페이스는 km538초로 전반 하프보다 1초 빨라졌다. 이제 3/4을 달린 셈, 이대로 1/4만 가면 된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마라톤 벽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다. 매일 봐왔던 고만고만한 풍경을 감상할 일도 없어 마주 오는 주자들을 관찰한다.

      콧물 흘리는 사람, 웃통 벗고 뛰는 사람, 애기마냥 양 주먹을 가슴 옆에 꼭 붙인 채 총총총 뛰는 사람, ()호동이처럼 귀여운 척 이쁜 척 한쪽 팔만 우아하게 휘저으며 뛰는 사람, 하늘만 보고 혹은 땅만 보고 달리는 사람, 화난 사람처럼 입을 앙 다물고 찡그린 채 뛰는 사람, 입을 헤 벌린 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넋 나간 듯 달리는 사람... 천태만상이다.

      모두들 날 좋은 이 일요일에 뭣하고 있는가?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 생고생을 하고 있는가? 한 번 신으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마법의 빨간 구두처럼 모두들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는 멈출 수 없는 이 징글징글한 마라톤화를 신고 연신 발길질을 해대고 있다.

 

      여전히 마주치는 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풀코스를 뛴다면 갔다 왔다 갔다 왔다 하면서 최소 3번은 마주칠 수 있다. 트리플리, 좋은아침, 늑대조, 폴로, 산머루, 황태자, 로드런너, 계룡산도사, 성공자, 갈매기, 꿈을품다, 정기영님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이번엔 간단히 인사하지 않고 앞서와 달리 파이팅!”과 함께 미친 척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갖가지 괴성을 지른다. 어떻게든 내 속에서 힘을 끌어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심심함을 떨치기 위해 기합을 주는 것이다.

 

      아자! - 으악! - ! - 아악! - 으아아! - 퐈이아! - 와우! ...... 정 심심하면 생판 모르는 사람까지, 포리너, 백형 흑형까지 놀래킨다. 좀 더 다양하고 재밌는 구호, 힘찬 기합들을 궁리하지만 더 이상 마땅한 게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사보다 사설추임새가 더 많은 테크노뽕짝의 창시자이자 트로트계의 흥메이커 신바람 이박사노래 몇 곡을 다운받아놓을 걸 그랬다. 신나기는 하지만 너무 중년 아재의 나이트 캬바레 느낌이 강해서 다운받지 않았는데 당장 핸드폰에 담아놓고 익혀야겠다. 마주치는 주자들마다 갖가지 추임새로 깜짝깜짝 놀래키며 흥을 돋구고 에너지를 부어주는 마라톤계의 흥메이커, ‘신바람 어멍이 되는 거다.

   

잘헌다~~~~. 좋아 좋아. 좋고 좋고. 신난다 신나. !!!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오~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얼씨구! 뚱뚜구두구두구 뚱뚜구두구두구. 뛰리리리 뛰띠리리리. 치칫 치칫. 아주까리 정자는 구경자리~ 살구나무 정자로만 만나보세~좋쿠나아~흐~아~흐. 빠밤빠밤. 짠짜라잔짜 짠자. 미쳐미쳐 다들 억지로들 뛰고 추고 있구나!

잘한다! - 좋구나! - 조아! - 신난다! - 얼씨구! - 빠밤! 빠밤! ...... 써먹을 게 아주 많다.

 

      계속 달려 1/8을 남긴 36k지점. 마지막 세 번째 바나나맛 에너지젤을 먹고 힘을 낸다. 대충 느낌에 에너지젤 500m, 급수대 100m, 괴성 기합 50m가 없던 힘이 올라오는 듯 반짝 효과가 있는 유효거리다.

      그렇다고 500m에 한 개꼴로 84개의 에너지젤이 담긴 주머니를 차고 뛸 수도 없는 노릇. 최초로 에너지젤을 메뉴로 한, 거의 먹으면서 뛰고 뛰면서 먹는 먹방 마라톤!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겠지만 배불러서 뛸 수가 없다. 풀코스 후 체중이 더 불어있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 저짝은 먹으러 온 겨? 뛰러 온 겨?

      그렇다고 만나는 주자마다 시도 때도 없이 괴성을 지르며 42.195를 실성한 듯 뛰댕길 수도 없는 노릇. 인생은 60부터, 내 노래는 지금부터, 라이브 공연시 본인이 원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이박사처럼 소리만 컸지 거의 끊임없이 주절거리며 뛰는 만담 마라톤! 에너지를 주는 흥메이커가 아니라 경망스럽게 들이대는 트러블메이커다. - 거 좀 조용히 좀 뜁시다!

 

      하여튼 에너지젤과 괴성 기합은 꽤 도움이 됐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수단, 임시방편이다. 실력을 쌓아서 긴 속눈썹에 매끈한 다리의 꽃사슴처럼 우아하고 여유롭게 달리고 싶다. 톰슨가젤처럼 경쾌하게, 말처럼 힘차게,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사자처럼 위엄있게 달리고 싶다.

      하지만 몸은 천근만근! 38k 39k 지점, 발바닥이 지면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주로는 한산하니 이제 마주치는 이도 없고 신바람도 남아있지 않다. 연신 발걸음을 옮기곤 있는데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느낌, 언뜻 정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어야 하는데... ^.^

 

이런 느낌! .

   

      이제 거의 다 왔다. 40k 통과 후 다리공사 현장을 지나 직진 주로에 접어드니 멀리 노란 풍선이 보인다. 시간으로 봐서 400 페메임에 분명하다. 일발 장전! 마지막 힘을 짜내어 스퍼트에 도전한다. 결승점을 200여 미터 남겨두고 페메를 추월하여 골인! 최종기록 3시간 5836초다.

   

마라톤계의 중년 아이돌 BTA(방탄아재단) 멤버 신바람 어멍

Performance from ‘IDOL of BTS(방탄소년단)’

- 완주 후 황태자님이 찍어주심 -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B+’ : 날씨는 작년보다 더 좋았고 그 외 코스, 경기운영, 먹거리까지 작년과 똑같았다. 전체적으로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무난한 대회였다.

 

      어멍은 ‘A+’ : 미리 설정한 자체 평가기준에 따르면 95점. 목표 달성! 만족이다. 전반 하프 1:59:30 (5'39"/km) 후반 하프 1:59:06 (5‘38“/km) 전체 풀 3:58:36 (5’38”/km)로 초반 5k 정체로 인해 늦게 달린 것을 제외하곤 전 구간 이븐페이스다.

      후반을 전반보다 24초 일찍 끊었다. 거의 이븐페이스라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목표했던 옵션인 네거티브 스플릿은 아슬아슬하게 성공, 가산점 10점을 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옵션인 마지막 구간 최고페이스 달성은 6초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실패. 후반만 놓고 보면 41~42k 구간 5‘18“로 가장 빠르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11~12k 구간이 5’12”로 가장 빠르다. 가장 느린 구간은 31~32k 구간 6‘22“.

      네거티브 스플릿이었지만 후반이 전반보다 몸이 더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다. 간신히 힘을 짜내 24초 빨랐을 뿐 넉넉히, 가뿐히 달성한 것은 아니다. 대신 고른 페이스 때문인지 경기 후 몸은 큰 무리 없이, 데미지 없이 가벼운 편이고 회복도 빠른 듯하다.

   

      이것으로 금년 마라톤 시즌은 마감한다. 재밌고 즐거운 시즌이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어멍! 파이팅! - 아자아자! - 신난다 신나! - 오로로호호~ 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