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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케냐 마라토너 에루페 선수의 귀화에 대하여

어멍 2015. 7. 3. 23:28


    ※ 다음은 내가 가입한 카페 <대전주주클럽>에 올린 글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인 케냐의 마라톤 선수 에루페



    찬반이 갈릴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이긴 해도 마라토너로서, 생활체육인으로서 나름대로 정리된 의견을 가질 필요가 있기에 올려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찬성입니다. 황영조씨는 국내선수 육성이 우선이라며 반대지만 에루페 선수가 자극제가 되어 침체된 한국마라톤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지요. 대중적인 마라톤 바람뿐 아니라 엘리트 선수들의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래 순혈주의나 스포츠 내셔널리즘을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스포츠는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순수함이나 열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진정한 축구 매니아라면 국대가 더티플레이 태권축구로 졸전 끝에 어찌어찌 브라질을 이기는 경기보다 독일과 브라질의 수준 높은 경기에서 희열을 느끼지요. 이것이 스포츠 정신에선 맞습니다.

 

 

 

중동은 침대축구, 중국은 소림축구, 한국은 태권축구



    에루페도 그렇고 각종 국가대표도 그렇고 한순간의 열광이나 애국심 고취가 목적은 아닙니다. 엘리트 스포츠의 보다 긍정적인 역할은 궁극적으로 국민체육과 건강의 증진을 앞에서 선도하는 데 있습니다.

    월드컵 4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축구붐이 일어나고 우리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더 밖에 나가 볼을 찬다는 게 중요하죠. 에루페도 마찬가지. 귀화와 경쟁을 통해 마라톤 붐이 일어나서 국민 한 명이라도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동네 한 바퀴라도 뛰어볼까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어느 종목이건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국제대회에 나가 외국과 붙는다면 모두가 열혈애국자가 됩니다. 개인순위, 국가순위에 유독 민감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우리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 나아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올림픽 금메달 열 개보다 집 뒤에 공원 하나 생기는 게 더 좋습니다. 세계 신기록을 반드시 한국인이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인류를 대신해 도전하여 나를 포함한 인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