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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한화와 함께하는 2015 충청마라톤대회 -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5/11/01)

어멍 2015. 11. 7. 00:27

 

    한화와 함께하는 2015 충청마라톤대회 -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5/11/01)

 

 

     - 대회 참가 전

     

     두 번째 풀코스 출전, 올해 참가하는 마지막 대회다. 그리고 올해 계획했던 네 번째 목표이자 마지막 미션(풀코스 3시간 50분 이내 완주)이다. 8월 30일 첫 풀 기록이 4시간 22분이었으니 거기서 32분을 단축해야 한다.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이번이 고비다!

     전략이랄 것도 없이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km당 5‘27“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무조건 졸졸 따라가면 되지만...... 대회 홈피를 보니 3시간 50분 페메가 없다. ㅠ.ㅠ 대신 3:30, 4:00, 4:30 페메만 있다.

     330을 따라가자니 너무 벅차고, 400은 너무 늦어 애매하다. 하여, 아이폰의 ‘나이키 플러스 러닝(NIKE+ RUNNING)’ 앱을 페메 삼아 달리기로 한다. 마라톤 시계보다 무겁기는 해도 GPS가 있으니 매 km마다 거리, 시간, 페이스(평균속도)를 자동으로 알려 주어 레이스 운영이 수월하다. 덤으로 음악도 들으면서 ^.^

 

    구체적인 레이스 운영 전략은 다음과 같다.

    Plan A : km당 5‘24“(5’27”면 너무 아슬아슬하므로 좀 여유 있게) 이븐페이스로 결승점까지 지속주로 골인. 여력이 있다면 40k 이후 막판 스퍼트.

    Plan B : (땀이나 마찰 등으로) 아이폰의 러닝 앱 작동이 여의치 않거나 불통일 경우 - 하프까지 400 페메와 같이 뛰다가 이후 추월, 적당한 페이스로 330과 400 페메 사이를 유지할 것.

  

     첫 풀보다 32분을 단축한다는 것이 간단치는 않겠지만 저번보다 날씨도 선선하고 경험도 쌓였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대회 코스도 비교적 평탄한 편인 것 같고, 2.5k마다 설치된 급수대에도 음료며 물수건, 바나나, 초코파이, 건포도에다 파워젤까지 제공된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이것저것 맛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 따로 기념품이 없어 참가비(2만원)는 타 대회보다 저렴한 대신 급수대에 준비된 먹거리는 더 알찬 느낌이다. 단, 너무 시식에 정신을 빼앗겨선 안 된다. 너무 지체하면 페이스를 잃을 염려가 있으므로 되도록 뛰면서 섭취하거나 바로 출발하여야만 한다. 정해둔 목표와 넉넉지 않은 실력에 비추면 일분일초가 아까우니 금강산 유람하듯, 할인점 시식코너 돌듯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D-14일 / 10월 18일 일요일 / 마지막 장거리주(LSD)로 40k를 뛰는 것으로 대회날까지 점차적으로 훈련량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시작.

     D-13일 / 10월 19일 / 휴식

     D-12일 / 10월 20일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4k 조깅 후 2k 살살 질주

     D-11,10,9일 / 10월 21,22,23일 / 휴식 (미세먼지주의보)

     D-8일 / 10월 24일 / 러닝 16k

     D-7일 / 10월 25일 / 휴식

     D-6일 / 10월 26일 / 러닝 16k

     D-5일 / 10월 27일 / 휴식

     D-4,3일 / 10월 28,29일 / 매일 러닝 8k

     D-2,1일 / 10월 30,31일 / 휴식. 남은 2일간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만 실시. 평소보다 일찍 취침.

   

 

     저번 영동 풀 준비와는 다르게 테이퍼링 전후로 훈련강도와 횟수를 쬐금 더 늘렸다. 더하여 워터로딩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폰에 물먹기 앱인 ‘Aqualert(‍아쿠알라트)’를 설치했다. 몸무게와 활동수준(Activity Level)을 입력하면 하루 권장 물 섭취량을 계산해서 일정시간마다 물먹기 알림음을 들려주는 앱이다.

 

 

 

나는 하루 2.15리터를 마셔줘야 한다.

 

 

일주일 동안(10월 25일~31일) 마신 물의 량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이제 모든 연습,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과연 네 번째 목표, 올해의 마지막 목표를 달성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설렘과 기대, 불안과 호기심이 교차하며 대회일을 맞는다.

 

    

 

     - 대회 참가

 

 

2015 충청마라톤대회 홈페이지

 

     

     11월 1일 일요일 D-Day!

     새벽에 일어나 간단히 죽을 먹고 집을 나서는데... 춥다! 어제 오늘 아침 최저기온이 0도 안팎으로 첫 얼음이 얼 정도로 갑자기 추워졌다. 8월 30일 영동대회가 더위에 축 늘어진 엿가락이었다면 11월 1일 세종대회는 추위에 꽝꽝 언 고드름이랄까!

     지하철을 타고 반석역에서 내려 990번 BRT 버스를 타고 가는데 수확을 마친 논과 밭에 서리가 내려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희뿌옇다. 7시 55분 대회장인 세종호수공원에 도착. 날도 흐리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해는 떠오르지 않고 호수에서 피어오른 물안개 속에 수풀과 나무들도 숨어있어 세상이 온통 고요하다.

 

 

 

운치는 있지만 더 추운 느낌

 

   

     대회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주주클럽 회원님들도 몇몇 눈에 띈다. 오늘은 서울중앙마라톤, 대청호마라톤대회까지 겹쳐서 참가회원 분들이 많이 분산됐다.

     옷을 갈아입고 워밍업도 해야 되는데 너무 추워서 외투를 벗기 싫다. 8시 50분이 되어서야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 대기. 모두들 윗니 아랫니를 드드드 떨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데 출발시간 9시가 넘어서도록 경품추첨을 하며 식전행사를 하고 있다. ㅠ.ㅠ

   

     9시 7분에 어쨌든 출발! 공원을 빠져나가는 좁은 주로에서 주자들과 뒤섞여 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어차피 42k 장거리지만 목표한 것이 있기에 은근슬쩍 조바심이 난다. 공원을 벗어나 2k 남짓 뛰고 있는데 앞에 주주의 동갑내기 ‘제제’가 보인다. 몸이 무거워 보이는데 엊그제께 술로 달린 여파라 한다.

     500여 미터 동반주를 하고 있는데 윗입술로 뭔가가 흘러내린다. 땀인가? 아직 춥기도 하고 몸도 데워지지 않았는데?? 바로 코에서 나는 땀 - 콧물이다. 몰래 닦은 후 몸을 데우기 위해 ‘나 잡아 봐~라’ 혹은 ‘영구 읍~다’ 정도의 페이스로 약간 피치를 올려 ‘제제’한테서 달아난다.

 

 

 

0~4k 구간 페이스 배분표

 

   

     초반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고 평균페이스 5‘24“에 맞추기 위해 3k 이후 좀 속도를 낸다. 감각도 살아나고 몸도 약간 데워져 무리 없이 몸이 나가는 느낌이다. 8k 지점에서 나이키 플러스 앱이 평균페이스 5’17”로 알려준다. ‘초반에 무리하면 안 되지!’ 속도를 약간 늦춘다.

     8k를 지나 세종 도심 외곽을 벗어나자 광활한 왕복 6차선 직선도로가 이어지며 평야가 펼쳐지니 갑자기 앞이 막막해지며 맥이 탁 풀린다. 갑자기 광야에 내던져진 느낌?! ㅠ.ㅠ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도쿠가와 이에야스)이라더니 희미하게 보이는 먼 산까지 끝없이 이어진 6차선 도로가 너무도 넓고 멀게만 느껴진다.

  

     참가자가 적은가? 갓 10k를 지났는데 벌써 주자들이 뜸하다. 보롬교 지나 14k 지점부턴 수십에서 백여 미터 간격으로 둘 혹은 혼자서 점점이 뛰고 있다. 저마다 누구와도 나눠질 수 없는 자기만의 짐을 지고 작아졌다 커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공간속에서 연신 발길질을 해댄다. 시야는 막힘없이 시원시원한데 마음 역시 서늘하고 외롭다. 춥고... 배고프고... 엄마 생각나고... ㅠ.ㅠ

     다들 어디 간 건가? 우리라고도 할 수 없는 저 멀리 보이는 너와 나는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가? 삶은 계란인가 아닌가?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생과 사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문득 득도할 것 같은 이 우습지만(^.^) 처절한 느낌(ㅠ.ㅠ)이 낯설다.

 

  

 

미호천을 가로질러 시원하게 뻗은 보롬교

님아, 그 다리를 건너면 당신 자신과 만날 것이오.

 

 

     오르막 내리막은 지형의 영향으로 급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길게 이어지는 편이다. 들판을 통과하고 하천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도로의 중앙 1차선, BRT 전용차선을 달리다 보니 아기자기 이어지는 도심이나 시골길과 달리 지루하기도 하고 바람도 세다. 가끔 시속 70, 80으로 바로 옆 차선을 스쳐지나가는 차가 무서워 나도 모르게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달리게 된다.

     이런 주로가 반환점인 오송역 23k 지점까지 이어진다. 반환점을 돌아 늦춰진 페이스를 약간 올리며 파이팅한다. 이제 돌아갈 길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주로의 영향인지 지쳐서 그런지 32k 이후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며 평균페이스 역시 야금야금 떨어진다. 5‘20“ - 5’21” - 5‘22” - 5’23“ ... 이 이상 떨어뜨리면 안 된다.

  

     이제 왕복 6차선 들판길을 끝내고 도심으로 들어섰다. 37k를 지났는데도 여전히 춥다. 땀이 안 나는 건지, 땀나는 속도보다 날아가는 속도가 빠른 건지, 페이스를 늦추면 오히려 살갗에 한기가 느껴진다. 달리다 중간에 벗어던질 요량으로 끼고 출발했던 흰 면장갑이 아직도 요긴하다. 가끔 흐르는 콧물을 닦는데도 안성맞춤! ^.^

     평균페이스는 5‘23“을 찍고 다시 약간 올라와 계속 5‘22“를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350은 넉넉하게 달성이다.

 

 

 

마지막 39~43k 구간 페이스 배분표

 

   

     38k 39k 40k ... 나이키 앱이 거리와 페이스를 알려주는데... 어라?? 거리표지판이 이상하다! 42k를 지났는데도 앱보다 1k 이상 더 길게 남은 듯하다. 앱 또는 거리표지판 둘 중 하나는 틀린 것이다. 하여튼 막판에 마음이 급해졌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뒷북 스퍼트!...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며 본 계기판은 3시간 53분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실패인 건가! ㅠ.ㅠ 앱을 종료하고 보니 총 달린 거리는 43.8k, 시간은 3:54:50(평균페이스 km당 5‘22“)다. 결승선 이후에 달린 100여 미터를 감안한다면 실재 거리와 러닝 앱이 GPS로 측정한 거리 간에 약 1.5k(43.7-42.2)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 ‘우와~ 힘이 남아도네!’ 하는 구경꾼들의 탄성을 뒤로 하고 내쳐 결승선을 휘-잉- 하니 통과해 곧장 화장실로 직행한 것이다.(순간 스피드는 세계기록 수준! 의도하진 않았지만 막판 스퍼트에 큰 힘이 됐다. ^.^)

 

 

 

종료 후 앱이 보여주는 달린 코스와 페이스 그래프

 

  

     환희(완주+배출)를 맛 본 후 실망과 의아함을 안고 주주클럽 부스로 오니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거리가 이상하다고, 실재보다 1~2k 길다고 한다. 역시! 그럼 그렇지! 좀 찜찜하지만 350을 달성한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럼 내 정확한 풀 기록, 42.195k 통과 기록은 얼마일까?

     주최 측 공식기록은 3:53:28(풀코스지만 실재거리는 약 43.7k)이지만 러닝 앱의 42k 통과기록이 3:45:25인 점과 전체 평균페이스가 km당 5‘22“인 점을 감안하여 이번 풀 기록은 ‘3시간 47분’인 것으로 내 맘대로 추측, 결정하기로 한다. ^.^

     어쨌든 목표달성! 끝내 승리다!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C+’ : 대전에서 지척인 세종에서 열린 대회라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너무 넓고 광막하여 지루하고 세찬 코스와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출발시간 지연, 들쭉날쭉한 급수대(30k 지점에선 예고된 파워젤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많이 아쉬웠다.

     특히 구간과 전체를 막론하고 부정확한 거리, 그것도 십여 미터, 백여 미터가 아닌 1k가 넘는 오차는 당장 내년 대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쳐놔야만 한다.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한 대회였다.

  

     ‘어멍’은 ‘A-’ :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한테 주는 점수라 후하게! ^.^ (‘나는 관대하다!’ 특히 나 자신에겐 항상, 더욱 관대하다.) 준비도 무리 없이 한 것 같고, 레이스 운영도 좀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약간 끌어올린 것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만족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긴 뛴 모양!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통은 물론이고 평소에는 반응이 없던 엉덩이 위쪽 중둔근 기시부와 팔꿈치 안쪽 상완이두근 기시부가 뻐근하고 묵직하다. 아마도 하체의 스윙 동작과 상체의 팔치기 동작을 하기 위해 힘을 쥐어짰기 때문이리라.

  

     이로서 올 초에 계획했던 네 가지 목표, 네 가지 미션 중 마지막 미션을 달성하고 금년의 마라톤 일정을 마무리한다. 날씨, 코스, 풍토, 분위기... 대회마다 다 달라서 더욱 재밌었고 그때마다 나의 실력과 컨디션도 달라서 많은 감상과 사연이 있었던 한해였다.

     이 모든 것이 주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주회원님들 덕에 더욱 풍성하고 알찬 추억과 얘깃거리가 있었기도 했거니와 나 혼자였다면 결코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목표달성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대전주주클럽 회장님 이하 모든 회원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제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해야겠다.

     결승선은 또 다른 출발선으로 이어진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비상(飛上)을 꿈꾸며

배터리가 나가서 ‘피오나’님 핸드폰을 빌려 ‘하얀반달’님이 찍어주심 

 

 

 

    One day I'll fly away (언젠가, 나 날고 말고얌) - 어멍

   

 

    고통이여 오라!

    너는 내 등에 업혀라. 내 어깨에 올라타라.

    너는 이 긴 여정의 유일한 동반자. 나의 친근한 벗!

    너를 벗 삼아 이 세상 끝까지 너와 함께하리라.

    너를 안고 업고 이 세상 끝까지 널 데려가리라.

 

    기적을 울리며 바퀴가 날아가고 엔진이 녹을 때까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허연 김을 뿜으며 본능을 주체치 못해 심장이 파열될 때까지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난 달리고 또 달리리라.

 

    해와 달처럼 조급함도 없이 주저함도 없이

    달팽이처럼 분주함도 없이 지루함도 없이

    내게 주워진 이 길을 가리라.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

    이 두 다리로 지구별을 밟으리라.

 

    그 때, 이 여정이 끝났을 때

    널 놓아주리라.

    그 때, 내 심장이 잠잠해지고 내 다리가 멈추었을 때

    돌아본 너는 고통이 아닌 환희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업힌 등에서 올라와 그대로 내 머리 위의 영광의 왕관이 되어 주리라.

 

    그 때, 고통과 환희가 본래 하나였음을 알았을 때

    난 이 대지를 박차고 올라 훨훨 날아오르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