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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러닝, 마라톤 부상방지와 기록향상에 대한 짧은 생각

어멍 2015. 5. 8. 23:48


    러닝, 마라톤 부상방지와 기록향상에 대한 짧은 생각



    짧은 생각이라 함은 글 자체가 짧기도 하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깊지 않은 글이란 의미다. 스포츠의학, 스포츠손상을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이 조금 넘는 러닝경험만을 갖고 짧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보통 러닝할 때 아이폰을 암밴드에 넣고 왼팔에 차고 음악을 들으며 뛴다. 평균 뛰는 거리는 8~9km. 그러다 한번은 맨몸으로 21k 장거리를 뛰었는데 뛰고 난 후 왼팔 삼각근(三角筋 Deltoid) 전부(前部)에 없던 통증이 발생하였다. 맨몸으로 10k를 뛸 땐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러지...??



    곰곰 생각해보고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첫째 (좌우)불균형은 부상, 혹은 부상에 준하는 손상을 우리 몸에 가한다는 것.

    둘째 그것은 짧은 시간, 짧은 거리를 넘어 일정 한도의 운동 강도, 혹은 손상 회수를 넘어서야 비로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왼팔에 더해진 부하 - 아이폰과 암밴드의 무게에 몸이 익숙해져 있다가 부하가 제거되어 가벼워지자 왼팔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기억된 운동범위 이상으로 오버하면서 삼각근 앞부분에 무리가 온 것이다. 8~10k의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는 그것이 드러나지 않다가 21k 장거리에서는 그것이 누적되어 통증이 발생된 것이라 추측된다.

    따라서 러닝할 때 조그마한 불균형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 더욱이 장거리에서는 심각한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던 부위를 열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발바닥, 발목, 정강이, 아킬레스건(종아리 아랫부분), 장딴지(종아리 윗부분), 무릎, 무릎 바깥쪽, 허벅지(전후좌우상하 전체), 서혜부, 엉덩이, 삼각근 앞부분.

    요약하자면 다리에서는 발가락, 발등, 무릎 안쪽과 오금만 아프지 않았고, 팔에서는 삼각근 앞부분만 아픈 적이 있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약해서 그런 건지, 하체를 많이 쓰는 운동이라 그런 건지 대부분 하체에 집중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몸의 동작은 유기적이어서 조그만 동작에도 수많은 관절과 근육들이 그룹으로 관계한다. 그리고 그 그룹은 또 다른 그룹과 연계하여 전체 동작을 완성한다. 따라서 온몸을 움직이는 러닝동작도 단순한듯하면서도 매우 복잡하게 온몸의 근골격계가 상호 유기적으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완성된다.

    예를 들어 발목이 약하거나 통증이 있으면 이를 보상하려고 허벅지 근육으로 다리 전체를 들어 올려 전진하려 한다. 허벅지에 과부하가 걸리고 통증과 부상을 유발한다. 반대로 허벅지가 부실하면 이를 보상하려고 발목으로만 힘차게 도약하여 전진하려 한다. 이번엔 발목에 과부하가 걸리고 통증과 부상을 유발한다. 이 메커니즘은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달리면서 자신의 몸과 동작에 집중하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러너들은 하체에 못지않게 상체도 발달시켜야 한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턱없이 빈약하면 그랜저 엔진을 얹은 티코 차체처럼 상체가 전후좌우로 흔들거리며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온몸이 중심을 잡지 못해 안정된 추진력을 낼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상체에 비해 하체가 빈약해도 하체가 상체를 감당치 못한다. 티코 엔진에 그랜저 차체라면 무거워서 속도가 나지 않는 것과 같다. 하체가 쇠약해진 할머님들이 간혹 황급히 무단횡단하시는 모습을 보면 팔 동작은 번개 우사인 볼튼데 다리 동작은 느림보 거북이다. 팔은 퀵, 퀵, 다리는 슬~로~우, 슬~로~우다.

    좌우의 균형도 마찬가지다. 휠얼라이먼트가 맞지 않아 두 바퀴가 전면으로 평행하게 정렬되지 않으면 자동차가 한쪽으로 기울고 타이어에 편마모가 발생하면서 주행효율이 떨어지는 것과 같이 우리 몸도 좌우균형이 맞지 않으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러닝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모든 조건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자동차가 주행능력과 승차감이 좋은 것처럼 우리 몸도 두루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고 달릴 때 불편함이 없이 편안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균형(Balance)”이다.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연속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조화로운 동작이 부상을 방지하고 나아가 실력향상, 기록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따라서 러너들이 조심해야 할 것, 지양해야 할 것 역시 “불균형(Unbalance)”이다. 불균형은 특정부위에 과부하를 초래하고 연관부위에 2차, 3차의 과부하를 연쇄적으로 발생시켜 에너지 손실을 가져옴으로서 전체적인 러닝효율을 떨어뜨린다. 결코 좋은 기록이 나올 리 없다.



    몸 전체가 균형을 이루는 완전체를 지향해야 한다. 발목과 허벅지와의 균형, 다리 동작과 팔 동작과의 균형, 왼다리와 오른다리 왼팔과 오른팔과의 균형, 전후의 균형, 좌우의 균형, 상하의 균형, 내외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더 확장하자면 근력과 유연성과의 균형, 근지구력과 심폐기능과의 균형, 자신의 신체능력과 훈령강도와의 균형, 정신(mental)과 육체(physical)와의 균형까지 고려하여야만 안전하고 즐겁게 롱런할 수 있다. 너무 정신력이 높아 의욕이 앞서면 육체를 혹사시킬 수 있고 아무리 신체적 능력을 타고났더라도 정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발전 없이 퇴보할 수도 있다.



    한 번의 레이스 안에도 균형이 있다. 하나의 레이스를 셋으로 나눈다면 초반, 중반, 종반간의 균형이다.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의 지속주를 하는 것이 좋다. 초중반까지 지속주를 하다가 종반부터 가속주를 하는 것도 괜찮다. 단, 가속주는 최대한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가속주의 수단은 시간당 피치수 증가와 보폭 증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기어 곧 보폭을 올리는 것보다 rpm 곧 피치수를 올리는 것이 안전하다. 경험상 동작 횟수의 증가보다 순간적인 동작 범위의 증가가 더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유연성 연습을 충분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보폭과 피치수를 동시에 최대한 끌어올려 지속, 가속하는 주법은 근지구력, 유연성, 심폐기능이 조화롭게 충분히 확보된 프로나 최고수만이 구사할 수 있다.

    개개인의 수준차를 떠나 이런 식으로 저마다 균형 잡힌 몸으로 균형 잡힌 레이스를 펼친다면 자신의 최대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최상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균형과 조화의 측면에서 보자면 근골격계와 심폐기능을 고루 발달시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두루 쓰는 러닝, 수영, 복싱, 축구 등의 전신운동이 건강관리와 신체발달에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반면 상하좌우 특정부위를 과도하게 쓰거나 한 순간 폭발적인 힘을 집중시키는 골프, 야구, 역도, 씨름 등은 그리 바람직한 운동이랄 수 없다. 이는 각 부문 운동선수들의 체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다소 비만인 야구선수는 있어도 축구선수는 없다.

    정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쏟아 부으며 움직이는 동작(역도나 씨름), 꼬았다가 갑자기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며 펼치는 동작(골프와 야구의 스윙 동작이나 투수의 투구 동작)은 몸에 무리를 주어 부상을 입히기 쉽다. 신체발달 면에서도 한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발달시킨다는 것은 다른 한쪽이 상대적으로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테니스나 볼링을 많이 한 사람을 보면 한쪽 팔뚝이 다른 쪽보다 유달리 굵게 발달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렇지 않은 마라톤, 러닝에서 심심치 않게 부상과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소한 불균형의 지속적인 누적, 과욕으로 인한 과도한 운동 강도나 적절치 않은 운동 스케줄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마라톤은 힘든 운동이긴 해도 과격한 운동은 아니다. 스케줄을 잘 분배, 조정하며 15k를 넘지 않게 슬슬 러닝하면 웬만해선 부상을 입지 않으리라 본다. 달리는 동작 자체가 태초부터 본능적이고 자연스런 동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장거리, 장시간의 러닝, 마라톤에서는 올바른 동작, 사소한 불균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암밴드를 벗고 최대한 가볍고 슬림한 힙색(Hip Sack)을 샀다. 러닝팬츠도 뒷면 중앙에 지퍼주머니가 있는 걸로다가 하나 구입. 이제부터 열쇠가 달린 작은 지갑은 지퍼주머니에 넣고 아이폰은 힙색에 넣고 달리는 거다.




균형을 위해 최대한 가운데로 배치



    모든 러너들이 부상 없이 즐겁고 건강하게 달릴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