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수백만명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이 너무도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걸 예로 들면서 악행은 인간의 악마적 속성이 아니라 '사고력의 결여'에서 나온다며 '악의 평범성'(혹은 '악의 진부함')이란 개념을 제시하여 큰 논쟁과 반향을 일으켰다. 즉 ‘악한 일은 대부분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서 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거다. 장난스레 병아리를 내동댕이치며 죽이는 아이들은 과연 사악한가. 그들은 생명의 존엄성과 의미를 알까. 무지가 죄고 사고의 결여, 정지가 죄다.(‘저들을 사하여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