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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마흔여섯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20240303) – 땅 위의 왕들을 경계하게 하소서

어멍 2024. 3. 3. 17:40

 

마흔여섯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20240303)

- 땅 위의 왕들을 경계하게 하소서 -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말씀과 진리, 자유와 생명을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이 시간 저희의 소망을 담아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오니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저희의 기도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려지게 하시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께 닿게 하시옵소서. 저희를 용서하시고 축복하시되 영광은 홀로 받아 주시옵소서.

 

    주님. 이 땅의 모든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들을 주님 앞에 무릎 꿇게 하시옵소서. (제사장과 서기관들, 크고 작은 모든 오만한 자들을 주님 앞에 엎드리게 하시옵소서) 아버지 하나님은 왕들을 요구한 저희들을 벌하기 위해 왕들을 주셨을 뿐이오니 저희가 몸에 왕자(王字)를 새긴 자, 몸을 비단으로 휘감은 자를 경계하게 하시옵소서. 한낱 인간의 자식을 왕으로 섬김은 야만이자 미신이자 코미디이오니 빛나는 보석을 박은 왕관을 쓰고 크고 무거운 왕홀을 든 자를 경계하게 하시옵소서. 왕관은 저희의 눈을 멀게 하는 우상이 되고 왕홀은 저희를 때리는 몽둥이가 될 것이오니 저희가 원하고 저희가 택한 왕으로 저희가 울부짖게 된다면 저희가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 있겠사옵니까. 저희는 주님에게 가시관과 갈대를 주고 고통을 주며 비웃었고 (낄낄거렸고) 인간의 왕들에겐 왕관과 왕홀을 바치고 울며 감격하였사오니 저희가 무슨 벌이든 억울하다 할 수 있겠사옵니까.

    주님. 주님은 자식에게 버림받은 아버지요 땅 위의 인간에게 배신당한 하늘의 왕이시니 저희를 용서하소서.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저희는 아버지의 돌아온 탕자이오니 못난 저희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어 주시옵소서. 저희가 슬퍼 아파할 때도 기뻐 뛰놀 때도 한결같이 저희를 품어 안아주시옵소서. 저희는 놀다 들어온 철부지 어린 아이오니 저희의 기쁜 웃음도, 슬픈 통곡도 아버지께서 받아 주시옵소서. 지상의 왕들은 모두 먼지일 뿐이오니 저희가 오직 아버지 하나님만 섬기게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영광은 오직 주님께 돌리고 기도는 오직 주님의 이름으로 드리고 순종은 오직 주님께 바치게 하시옵소서.

    주님. 사정이 이러하오니 저희를 새롭게 하시옵소서. 저희가 주님을 닮아 고결하고 자비로우며 선하게 하시옵소서. 오직 주님을 경외하되 다만 사람을 사랑하게 하시옵소서. 사람이 귀한 것은 사람 안에 주님을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요, 사람이 불쌍한 것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오니, 주님을 섬기듯 저희 안의 신성을 찾고 나를 용서하듯 사람들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게 하시옵소서. 훌륭한 사람의 못난 점은 너그럽게 보고, 못난 사람의 훌륭한 점은 기쁘게 보게 하소서. 저희가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게 하시되 저희의 이름이 아닌 오직 주님의 이름으로 행하고 이루게 하시옵소서.

 

    주님. △△△ 담임목사님과 모든 성도들 건강 지켜주시옵고 저마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저희 우정교회가 나날이 믿음이 성장하고 이 지역과 사회에 주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파하는 주님의 복된 교회가 되게 하시옵소서. 저희들 비록 가진 것 적어도 오직 주님의 뜻과 말씀 안에서 서로를 돌보게 하시어 주님의 선을 함께 이루게 하시옵소서.

 

    저희의 기도와 소망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열리고 닿았사오니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 (제사장과 서기관들, 크고 작은 모든 오만한 자들을 주님 앞에 엎드리게 하시옵소서) - 왕들의 정치적 거대권력에 집중하고 기도의 초점이 너무 흩어지지 않도록 종교 권력과 세속적인 모든 고만고만한 권력들은 실재기도 때는 뺐다. 하지만 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증오하고 죽이려 한 예수님의 철천지원수였다.

    왕, 황제, 천황, 교황, 족장, 추장, 대장, 두목 ...... 세상은 오랜 옛날부터 크고 작은 왕들로 가득 차 있다. 정치나 종교나 교회 밖이나 안이나 공이나 사나 권력은 어디에든 있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에너지 낙차, 힘의 우열이 발생하는 순간 갑을이 나누어진다. 친구, 부부, 부모와 자식까지 가장 비정치적인 관계에서도 권력은 작동한다.

 

 

    ※ 몸에 왕자(王字)를 새긴 자, 몸을 비단으로 휘감은 자 – 스스로 왕이라 자처하며 온갖 권세와 영화와 사치를 누리는 왕과 왕족들을 말함이나 현실에선 누구 & 누구를 의미하는지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손바닥에 왕자(王字)를 쓴 자

공복(公僕)이면서도 왕처럼 구는 자

 

 

    ※ 저희가 원하고 저희가 택한 왕으로 저희가 울부짖게 된다면 저희가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 있겠사옵니까. - 그 날에 너희는 너희가 택한 왕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되 그 날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응답하지 아니하시리라 하니 [사무엘상 8:18]

 

    최근 주명철 교수가 쓴 전10권 <프랑스 혁명사> 읽기를 끝마쳐서 루이 16세로 상징되는 왕, 왕정, 권력에 대한 생각이 많다. 가뜩이나 민생은 예전보다 더욱 힘든데 4월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앞둔 어수선한 정국이다. 과연 우리는 옛날 어진 왕들을 세웠던가? 얼마 전 올바른 대통령을 뽑았는가? 다가올 총선에서 올바른 공복들을 뽑을 것인가?

 

    1791년 6월 21일 새벽, 루이 16세는 파리 민중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주하다가 국경 근처인 바렌에서 붙잡혀 22일 아침 가던 길을 되짚어 파리로 귀환한다. 왕조 국가인 프랑스에서 루이 16세는 스스로 백성들의 아버지를 자처했으니 자식을 버리고 도망갔던 아버지가 그 자식들에게 붙잡혀 끌려오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왕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된다. 왕이 파리를 비운 사이 왕의 초상화는 떼어졌고 왕의 흉상은 파괴됐다. 귀환길은 냉담하고 적의에 찬 백성들에 둘러싸여 가다 서다를 반복하곤 했다.

 

듀플레시 베르트랑 <파리로 귀환하는 국왕 가족>

 

    “하느님은 왕들을 요구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왕들을 주셨을 뿐이다.” 하느님을 섬기면 그뿐인 인간이 겨우 인간의 자식을 왕으로 섬기겠다고 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에르비에의 말이 담고 있는 냉혹한 진실에 감동해서 박수를 쳤다. - <프랑스 혁명사> 6권 84p

 

    1791년 7월 14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환속한 종교인 에르비에가 설교한 내용이다. 불과 20여일 전인 6월 21일, 도망친 왕으로 인해 시민들이 큰 실망과 슬픔을 겪었으니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시의적절한 설교였던 셈이다. 에르비에는 성경 사무엘서를 인용해 설교하였다는데 분명 위의 [사무엘상 8:18]의 구절이었을 것이다.

 

 

    ※ (낄낄거렸고) -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 표현이나 너무 적나라하고 기도문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비웃다’로 순화, 대체했다.

 

 

    ※ 땅 위의 인간에게 배신당한 하늘의 왕 -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고 사람이 하나님(신)을 배신해도 하나님(신)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으신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란 찬송가 가사처럼 사람이 사람을 버리고 세상이 사람을 버린데도 주님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신다.

 

    배신(감)뿐만 아니라 우리는 사람에게서 실망하며 산다. 나 역시 주위 모든 이에게 실망을 주며 산다. 친구, 애인, 스승, 가족까지 ... 나를 100% 만족시키는 자, 내가 100% 만족시키는 자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에게서 힘을 얻지 말고 하나님에게서 힘을 얻어야 한다. 사람의 사랑을 가지고 하나님께 다가갈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갖고 와서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사람의 사랑은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완전하며 한계가 없다.

 

 

    ※ 지상의 왕들은 모두 먼지일 뿐이오니 – 왕뿐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은 언젠가 먼지로 돌아갈 것이므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왕이나 권력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인간에겐 현실의 문제, 실재의 문제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이것에 대한 명확하고 정립된 입장이 필요하다.

 

 

    ※ 저희가 주님을 닮아 고결하고 자비로우며 선하게 하시옵소서. - 인간은 고결하고 자비로우며 선하리라 Noble be men, merciful and good - 괴테 <신성(Divine)>

 

 

    ※※ 무난하면서도 평범한 기도문은 아니다. 알기 쉬운 구어체의 쉬운 기도문도 아니다. 얼마나 성도들과 공감, 교감하였을지는 의문이다. 몇몇은 현실정치를 암시, 은유하는 위 기도문이 불편하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 같은 기도도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모두가 침묵한다면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 호수보다 먼저 잠잠케 하고 돌보다 먼저 소리치게 하소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정권하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 대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 혹은 진행 중이다. 몇몇은 울부짖었고 그 중 일부는 윤석열 후보를 뽑은 이도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윤 대통령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가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시민들을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4월 총선 결과에 윤 대통령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의 미래다. 우리가 잘못된 왕들을 선택한 것은 우리의 어리석음과 욕심 때문이다. 왕관에 눈이 멀어 권력이라는 힘에 머리를 조아리며 추종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찌 될 것인가? 주님의 보살핌과 은혜, 뜻과 섭리가 함께하길 바라고 기도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