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지인들께 보내는 메시지
부재로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 맑은 공기, 평안한 일상,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민주주의가 그런 것이죠.
민주주의의 적은 특권을 지닌 소수의 과두집단입니다. 그것은 왕족 귀족이 될 수도 있고, 군인이 될 수도 있고, 관료가 될 수도 있고, 판검사 법비(法匪)들이 될 수도 있고, 조중동 족벌언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연약한 화초와 같아서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언제고 망가질 수 있는 위태로운 것입니다. 방치하거나 방심하면 특권의식과 악의에 찬 집단에 의해 순식간에 유린당합니다.
이번 대선결과에 따라 민주주의를 포함해 우리사회의 전체적 진로가 결정될 것입니다. 미래로 나아가느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느냐! 역사의 분기점이자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1989년 군사독재정권에 짱돌을 던졌던 대학 새내기의 간절한 심정으로 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담1 : 요즘 분위기] 보수는 목소리가 크다. 그 중 보수 어르신들은 목소리가 더 크다. 직업상 60,70,80까지 노인분들을 많이 상대하는데 대선을 목전에 둔 요즘 이분들의 목소리가 더 더 커졌다.
보란 듯이 종편으로 TV를 돌려놓고, 들으란 듯이 극우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는다. 서로서로 문재인, 이재명을 욕하다가 대뜸 나에게 “그쪽은 어느 쪽이여? 이재명이여? 윤석열이여?” 묻기까지 한다. 못 들은 척 생깔 수도 없고 거짓을 고할 수도 없고 난처하다. 대답이 궁하여 “하하 글쎄요” 스리슬쩍 얼버무리고 만다.
이재명이라 답한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말문을 닫으셨을 테고 윤석열이라 답한다면 타향에서 고향사람 만난 듯 얼굴이 환해지며 열변을 토하셨을 게다. 어르신들의 아이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기가 한창이던 2012년 대선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 적극적이진 않았다.
아는 지인들은 아시겠지만 이참에 정치적 커밍아웃을 하자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늙어 죽는 날까지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남아있는 한 영원히 진보이고 싶은 진보적 자유주의자(리버럴리스트)다. 이런 내게 이런 분위기, 이런 질문은 은근히 스트레스다.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고 그것을 넘어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은 아주 친밀한 사이라도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가족, 절친이라도 섣불리 꺼낼 주제가 아니다. 아무리 목소리 큰 보수 어르신이더라도 내게 이렇게까지 말을 건넨다는 것은 분명 현재의 한국정치가 보수를 중심으로 이상과열, 조기과열 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간절하다. 절실하다. 필사적이다. 이명박, 박근혜를 찍었던 그들은 이명박근혜와 함께 탄핵당했고 파면당했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 같은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이 한이 되어 5년간 잠복해 있다가 대선이라는 문이 열려 공기가 주입되자 분노의 역류(Back Draft)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복수를 통한 명예회복이다. 이명박근혜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순 없으니 문재인이 그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의 최종목표,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문재인을 감옥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공평하다고 확신한다. 복수 말고는? 복수 이후에는? 그건 모르겠다. 그걸 생각할 여력이 없다. 일단 복수를 해야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숨도 편안히 쉴 수 있다. 닥치고 정권교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근혜 수사와 구속에 큰 공을 세운, 검사 외에는 이렇다 할 경험과 능력이 없는 윤석열이 선택되었다. 기획사정, 보복수사는 정해진 필연적 수순이다. 열혈지지자는 칼춤을 보길 원하고 윤석열 본인도 한바탕 칼춤을 추길 원한다. 아마도 민정수석이나 법무부를 폐지하거나 패스하고 비선을 통해 검찰을 직접 장악해 대대적인 전 정권 표적수사를 단행할 것이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고 조중동의 응원 아래 거꾸로 매달고 탈탈 털면 동전 몇 개라도 떨어지게 되어 있다.
진보는 목소리가 작다. 조중동과 종편 같은 큰 스피커는 보수 일색이고 일반 시민의 경우에도 보수보다 진보가 더 얌전하다. 어느 진영이든 열혈지지자, 맹동주의자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진보가 보수보다 더 낯을 가린다. 식당이든 술집이든 보수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우연인진 몰라도 성가시게 정치얘기를 먼저 꺼내고 육두문자까지 섞어가며 자기주장을 거칠게 쏟아내는 택시기사분은 열이면 열 다 보수였다.
이분들과 대놓고 논쟁할 순 없다. 대부분 손위의 연배이기도 하지만 이미 눈동자에 분노의 불꽃이 점화되어 이글거리고 있다. 옳고 그름 이전에 이 정서, 이 에너지를 부정할 순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차분히 서로 토론하고 설득하면 좋겠지만 기대난망이라면 진보도 진보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약하더라도 진보도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수줍음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끝에 지인들께 따로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다.
이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를 몇 가지 더 들자면 첫째,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속절없이 보내면서 느꼈던 무력함과 미안함 때문이다. 다시 그 광풍이 구체적으로 예고되고 있다.
둘째, 정치보복을 제외하고라도 앞으로 펼쳐질지도 모르는 사태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당장 복수만 꿈꿀 뿐,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검찰권력이 군림하는 공포와 침묵의 검찰공화국의 실체에 대해 시민들은 너무 무감각하다. 역사를 보면 정적에 무자비하더라도 민생에는 유능했던 군주, 정치인도 더러 있었지만 윤석열 후보에게는 이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자칫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까지 사회전반이 크게 망가질 수도 있다.
셋째, 이건 좀 개인적인 성향, 취향 때문인데 윤석열이란 인물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의가 없고 너무 방자하다. 누구는 그에게서 호탕하고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느끼겠지만 인간적으로 그에게서 부러운 점은 가늠할 수 없는 주량 단 하나뿐이다. 3박4일 룸싸롱에서 폭탄주를 들이켜도 능히 견딜만하게 보여진다. 그 외엔 모두 부정적인 것뿐이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며 인물을 분석, 평가하기에는 글이 하염없이 길어질 것이므로 여기서 각설하자. 하여튼 이런 인물이 승승장구하여 국민의 선택에 의해 최고 권력까지 오른다면 다음세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없고 우리 역사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여담2 :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현재 판세는 여론조사상 윤석열 후보가 약간 앞서있는 듯하다. 아직까진 대세가 기울진 않았고 누구다!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최종결과 역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듯하다.
남은 변수는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와 범진보 진영의 막판 결집이다. 보통 보수는 일찌감치 결집하고 진보는 요모조모 따지다가 막판 결집하는 경향으로 봤을 때 현재의 여론조사상 수치보다 이재명 후보에게 +a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도층, 무당층 역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과거보단 미래를 바라보고 판단할 것이므로 이재명 후보에게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당락 이외에 투표결과가 나오면 몇 가지 주의 깊게 바라볼 포인트가 있다. 지역과 세대에 따른 진보, 보수의 쏠림 현상은 매번 있어왔던 현상이지만 20대, 그 중 남성(이대남)의 투표율과 지지율이 어떻게 나올지 상당히 흥미롭다.
일베 성향이 앞장서 이끄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20대 남성 세력이 과연 여론조사에서 잡히는 것처럼 힘을 발휘할지 아니면 과장, 과다표집된 것인지 밝혀질 것이다. 이 부분이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텐데 윤 후보가 승리한다면 나쁜 전략이지만 국민의힘의 세대갈등, 젠더갈등 유발전략이 크게 성공한 셈이 된다.
매번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지만 이번만큼 유권자가 시험대에 오른 선거가 없다. 그 결과에 따라 시민들의 총체적 역량,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드러날 것이다. 20대, 그 중 남성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한국정치의 지형과 미래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담3 : 대선 그 이후]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갈 확률이 높다. 윤석열은 야당이 될 180석의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검사 출신 외에는 이렇다 할 자기세력이 없다. 능력도 없지만 정치권의 협조 하에 능력을 펼치기도 불리한 상황이다. 코로나는 서서히 진정되겠지만 단기간에 서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확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 있는 세금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일자리와 살 집이 하루아침에 생겨날 리도 없다. 그에게 전 정권 사정수사 외에 정국을 주도할 카드는 없다.
정권초기 대대적 표적수사로 지지층을 고무하고 여야정치인들을 제압하겠지만 오래지 않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인기는 올라가고 자신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할수록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명박 대통령처럼 더 강력한 수사, 더 대대적 수사밖에는 없다. 자기를 업고 강을 건너는 두꺼비를 찔러 자기도 물에 빠져죽는 전갈의 이야기(라퐁텐 우화)처럼 도둑놈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검사질 밖에 없다.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사무엘상 18:7] 다윗이 전쟁에서 대승하고 돌아오자 백성들이 칭송하며 부르던 노래다. 사울왕이 다윗을 처음부터 죽이려던 것은 아니었다. 세조가 유배지에 있던 조카 단종을, 이명박 대통령이 낙향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다. 그쪽으로 사람과 민심이 몰리니 자기정치를 할 수가 없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물며 문재인 구속은 지지층이 원하고 본인도 희망하는 바다.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바다. 단, 그것은 이명박근혜와 그 지지세력의 복수보다는 자신과 검찰을 길들이려 했던 윤석열 본인의 개인적 복수의 의미가 더 크다. 설마설마 하겠지만 그의 독특한 케릭터로 봤을 때 능히 잔인한 복수를 감행할 사람이다. 윤석열에게 수사와 기소는 찌르고야 마는 전갈의 본능과 같다. 정치보복은 99.9%다.
그럼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 역시 향후 5년이 순탄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60년의 한국정치처럼 지지고 볶고 시끄러울 것이다. 단, 누가 되던지 당장 천국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재명이 좀 더 나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은 생각보다 더 망가질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치루어야 할 비용은 생각보다 비쌀 것이다.
지나간 5년을 되돌아봤을 때 대선 후에 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생겼다.
첫째가 검찰개혁 완성이다. 검찰특권해체냐 수호냐 피차 노골적으로 패를 깟으니 윤 후보가 낙선한다면 큰 방향이 잡히고 대세가 형성될 것이다. 시기의 문제지 결국 검찰은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은 잃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검찰총장, 감사원장 같은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곧바로 정치로 뛰어들어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도 금지하는 제도도 신설해야 한다. 언제든 공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해 정치적 체급을 올리려는 자가 계속 생길 것이고 기회주의 정치, 배신의 정치를 양산할 것이다.
두 번째가 부동산 제도의 대대적 정비다. 부동산 폭등, 투기세력 득세, 대장동 사건으로 봤을 때 공급은 공급대로 늘리면서 초과이익환수제나 부동산감독원 신설 같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은 있는데 부동산감독원 같은 전문 감시기관이 없다는 것은 애초 말이 안 되고 그만큼 우리나라 부동산 세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셋째.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의 편파성, 반칙을 바로잡는 것이다. 언론은 스스로 고칠테니 자신들에게 일단 맡겨달라고 하지만 검찰개혁처럼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차일피일 미루거나 시늉만 하며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다.
이밖에 김혜경, 김건희씨의 경우처럼 공사를 보다 분명하게 하는 공직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것과 입시 취업 경력과 관련되어 반칙을 잡아내야 하는 과제도 드러났지만 위 세 가지에 비하면 중요도는 떨어진다.
개혁이란 고양이목에 방울 달기다.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저항이 없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이재명이 된다면 이 길을 갈 것이다. 다시 5년 후 저항하는 자는 미워하고 기대하는 자는 실망하며 지금 사정과 비슷하게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론 숨을 고르며 멈추고, 때론 넘어지고 뒤뚱거려도 그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윤석열의 길은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검찰을 강화해 사법을 장악할 것이고, 조중동과의 밀월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것이고, 부동산을 위시한 우리사회의 강자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약자들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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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제도는 폐지됐지만 신분은 엄연히 존재한다. 보통 금수저, 흑수저라고도 부르는 그것으로 거칠게 나눠보면 엘리트와 서민대중으로 나뉘고 엘리트는 다시 지식엘리트와 자본엘리트로 나눌 수 있겠다.
우리 중 우리를 대표할 제1시민, 최고권력자, 총사령관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귀족, 엘리트가 중간간부가 되고 실무자로 기용될 수도 있지만 총사령관은 되도록이면 일반대중, 서민 출신이어야 한다. 만약 엘리트 출신이라면 적어도 일반대중, 서민의 위치로 내려와 그들과 정서를 공유한 경험, 한번쯤 밑바닥 생활을 통해서 그들의 사정을 이해한 인물이어야 한다.
온갖 흑색선전으로 진흙탕이 된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됐다. 이 놈도 나쁜 놈 같고 저 놈은 더 나쁜 놈 같고...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유권자가 피로하고 혼란스럽다. 이럴 땐 대의와 정치의 본질을 따르는 게 맞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은 평범한 다수인 일반대중이 연합하여 소수 기득권 강자들의 카르텔을 견제하는 것이다. 상층부를 이루는 이 카르텔은 철옹성으로 일반 대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몇 년에 한 번 투표를 통해서 권력상층부를 장악할 수 있다. 가장 밑바닥의 힘으로 최고 높은 상층부를 치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야말로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수단이다. 여기에 현대 민주주의의 역동성과 축복이 있다.
9년 동안 사시공부를 뒷바라지했던 유복한 집안 출신의 검사로서 기득권 카르텔에 의해 픽업된 검찰 엘리트냐? 못 입고 못 먹던 변변치 않은 집안의 소년공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행정가냐? 둘 중 누가 서민,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누가 엘리트, 강자의 이익을 대변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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