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에 등장하는 일본의 3대 영웅 -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비교분석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 (향년 50세)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배경으로 한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역사소설 ≪대망(大望)≫ 총12권에는 무수히 많은 인간 군상들이 출현한다. 그 중 주요인물 3인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각각 대략 1:3:6의 비율로 서술되고 있다.
일본 원작의 이름이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으로 주인공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기도 하지만 시간 순으로 노부나가가 50세, 히데요시가 63세, 이에야스가 75세의 생애를 살고 갔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이에야스가 차지하는 몫은 이해되지만 히데요시는 노부나가보다 그 세월에 비추어 다루어지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인상이다. 이것은 히데요시라는 인물, 그 케릭터가 재밌기 때문으로 그는 밑바닥부터 최정상까지 치고 올라간 입지전적인 특이한 인물로 3인의 일본영웅 중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평민영웅이다. 케릭터가 소설로 다루기엔 매력적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중 친화적인 인물형인 것!
예를 들어 변소청소를 시켰더니 티끌하나 없이 반짝반짝 완벽히 해치운 이야기. 장심부름을 시켰더니 다른 사람은 좋지 않은 물건을 비싼 값에 사왔지만 히데요시는 그보다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사와서 노부나가를 흐뭇하게 하였는데 알고 보니 자기 돈을 보태어 사왔더란 이야기. 노부나가가 금잔을 깊은 우물에 빠트려 잃어버리자 엄청난 양의 물을 한 번에 쏟아 부어 우물물을 뒤집어 금잔을 떠오르게 한 이야기. 남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 신을 등에 넣어 따뜻하게 해 놓은 후 노부나가에게 대령했던 이야기. 산림을 맡아볼 때는 도벌을 엄격히 금지하여 노부나가의 눈에 든 이야기. 노부나가의 장례식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호화롭게 하고 유해와 함께 엄청난 양의 최상품 향나무를 태워 대중들을 황홀경에 빠뜨린 이야기 등등... 크고 작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변소청소, 장심부름, 금잔 이야기는 소설에서는 없다.)
그렇다고 나머지 두 인물이 맹맹한 건 아니다. 세 인물 모두 저마다 강한 개성으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들은 성품도 생김새도 서로 비슷하다기보다 대비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노부나가는 불같은 호랑이, 히데요시는 활달하고 재주 좋은 원숭이, 이에야스는 조용하고 느긋한 사자의 인상이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노부나가는 광포한 늑대, 히데요시는 교활한 여우, 이에야스는 음흉한 너구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연배로 보면 노부나가가 가장 위고, 히데요시가 3살 아래, 이에야스가 다시 6살 아래다. 노부나가와 이에야스는 다이묘(大名, 곧 영주) 출신이었으나 히데요시는 노부나가를 섬기기 전에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다른 주인을 섬기기도 하고 시장에서 바늘을 팔기도 한 평민출신이었다.
미카와 촌동네 자그마한 오카자키성(城) 출신 이에야스가 좀 고지식하고 완고한 편이라면 그보다 긴키(近畿)에 가까운 오와리 출신 노부나가는 자신만만하고 자유분방한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히데요시 역시 오와리의 나카무라(中村) 출신으로 배운 것 없이 무식하고 가난하여 밑바닥을 전전하지만 타고난 활력과 재주와 붙임성으로 인심을 얻고 수완을 발휘한 인물이었다.
그 최후를 보자면 노부나가는 가신 아케치 미쓰히데의 쿠데타로 혼노사(本能寺)에서 스스로 불을 질러 장렬히 자결하고 히데요시는 늘그막에 어린 아들 히데요리의 장래를 걱정하며 명료하지 않은 정신으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눈물콧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꼴불견을 연출하며 죽어간다. 이에야스만이 75세의 천수를 다하여 많은 지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유지를 전하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소설에서는 세 인물의 성격에 대하여 때로는 시적,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구체적, 사실적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몇 군데를 추려 옮겨보기로 한다.
노부나가는 슬플 때 하늘을 쳐다본다. 아니,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노려보는 것이다. (2권 41p)
이 늙은이 같은 젊은이(곧 히데요시)는 붙임성 있게 흐흐흐 웃었다. (2권 111p)
노부나가를 열풍에 나부끼는 불꽃이라고 한다면 모토야스(곧 이에야스)는 그 불꽃 위에 조용히 비치는 달을 연상시켰다. (2권 402p)
이 원숭이(곧 히데요시)는 위험이 닥치면 반드시 자청하고 나선다. 용기라기보다 오히려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시련이며 운을 시험해 보려는 것 같기도 했다. (3권 29p)
어떻든 노부나가는 무섭다. 이지(理智)가 조직적으로 쌓아올려진 게 아니고 번개와 같은 직감으로 늘 사태의 진상을 꿰뚫는다. (3권 36p)
일어나기 전까지는 냉정한 계산을 계속하지만, 막상 일어나면 여지없이 상대를 때려눕히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면을 지닌 노부나가였다. (4권 35p)
세심함과 대담함, 거짓과 진실, 자기선전과 진심이 이토록 혼연일체를 이루고, 그러면서도 전혀 악의를 느끼게 하지 않는 인물(곧 히데요시)을 그는 아직 본 적 없었다. (중략) 상대하는 자를 야릇한 황홀경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괴물이며 마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4권 494~495p)
히데요시는 때때로 입 밖에 내어 자신을 칭찬했다. 남도 잘 칭찬하지만 스스로도 칭찬하는 것이 히데요시의 버릇이었다. (4권 504~505p)
이 초인적인 정력은 모든 고난을 고난으로 의식하지 않는 데 있었다. 아마 그의 사전에 ‘노동’이라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즐겁고, 순간순간이 전진인 동시에 언제나 더없는 위안이었다. (중략) 히데요시의 활동은 예술가가 삼매경에 빠져 노력하는 것과 통하며, 트레이닝을 마친 스포츠맨의 환희와도 흡사하다. (4권 543p)
히데요시는 그 점에서 야릇한 힘을 지닌 대단한 천재였다. 상대가 매우 소박하다고 점찍으면 틀림없이 그 어깨를 툭툭 쳐서 단번에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5권 199p)
히데요시의 발상은 언제나 천진난만했다. 예사 인간들 같으면 어림없는 망상으로 그냥 안개나 구름처럼 사라질 것들을 히데요시는 끈덕지게 다듬어 기어코 살려내는 천부적 재주를 가졌다. (5권 448~450p)
(히데요시의) 번개처럼 돌아가는 두뇌와 그보다 더한 실행력...... 그밖에 또 한 가지 네네(히데요시의 정실부인)가 경탄하는 것은 무한한 정직성이었다. (중략) 그것이 시시한 책략이나 허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 같았다. (6권 18~19p)
일단 생각하면 상대가 자신(곧 히데요시)이 뜻한 대로 될 때까지 억척같이 돌진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일종의 변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었다. (6권 201p)
(히데요시의) 대담무쌍한 생활태도며 남의 가슴속까지 뛰어들어 제멋대로 하던 행동도 말하자면 성격에서 오는 자기과시요, 허세며, 업이었다. (8권 13p)
“(히데요시에게는) 누구나 친밀감을 느끼기 쉬운 점이 있었지요. 허지만 언동에 경박한 허세가 보이는 게 결점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그 허세 같고 큰소리 같아 보이는 말 이면에서 아이처럼 열심히 스스로 책임을 지려 하셨다.” (10권 153p)
노부나가는 이에야스보다 결단력이 뛰어났고, 히데요시는 이에야스보다 활달한 지모가 뛰어났다. (10권 175p)
다이코(곧 히데요시)가 베풀기를 좋아했던 버릇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었다. 누구 어깨든 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걸핏하면 상을 내렸다. (10권 256p)
이에야스는 격의 없이 사람을 대하던 히데요시에게 어떤 동경을 품고 있었던 듯했다. 자연스럽게 누구의 어깨나 툭툭 치며 흉금을 털어놓는...... 그런 대인관계를 히데요시는 할 수 있어도 이에야스는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선망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오히려 인간을 경박하게 만들어 합리적인 선에서 이탈시키기 쉽다고 반성한 모양이다. 따라서 밤에 잡담할 때도 설교하는 버릇에 어떤 중후함이 더해졌다. 그렇게 되자 자기 자랑을 섞은 그 설교가 이상하게도 어떤 장엄한 경문처럼 들리곤 했다. (10권 258p)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 (향년 63세)
확실히 히데요시 분량이 많다.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 묘사에 있어선 히데요시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소설 내내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대사들을 통해서는 이에야스의 인물됨이 더욱 깊고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 인물의 성격을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노부나가 :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 힘의 용장(勇將). 결단력의 리더십 / 늘씬하게 큰 키와 잘 생긴 외모의 거침없고 화끈한 사나이 / 말과 행동을 동시에 하는 사나이 / 절대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나이 / 세련미와 함께 냉정, 잔혹함을 겸비한 칼날 같은 사나이 / 천재적 직관력과 결단력으로 사태의 진상을 꿰뚫어 질풍 같이 몰아치는 사나이.
히데요시 : 찬란하고 눈부신 태양 / 지모(智謀)의 지장(智將). 친화력의 리더십 / 작은 몸집에 쪼글쪼글하게 못생긴 얼굴을 한 재미있는 사나이 / 말을 먼저하고 말한 것을 이루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사나이 / 스스럼없이 웃고 스스럼없이 우는 사나이 / 미소를 짓게 하는 소박함과 예상을 벗어나는 웅대함의 양면을 동시에 지닌 사나이 / (천한 출신과 기질로서의 소박함과 무식함의 반작용 혹은 열등감으로 인해) 화려하고 거대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 / 육체는 부지런하면서도 날쌘 초인적인 정력가. 머리는 천진난만하면서도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지모와 재치를 자랑하는 영민한 지략가. 의지는 변태적일 정도로 집요한,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 / 즐겁게 일하고 일한 것을 기뻐하는, 일머리를 아는 타고난 일꾼 / 씀씀이가 인색하지 않고 통이 큰 사업가. 천성적인 활력으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수완가 / 붙임성이 좋은 유쾌한 사교가 / 권력자와 대중이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알고 그에 따라 허풍, 호언장담, 선전선동에 능한 달변가, 다변가 / 무한한 정직성과 긍정성, 활달무애한 명랑성을 갖춘 동네아저씨 같은 친근한 사나이.
이에야스 : 서두르지 않지만 멈추지도 않는 물 / 인의(仁義)의 덕장(德將). 기다림의 리더십 / 둥글둥글한 외모의 속 깊은 사나이 / 생각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사나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참고 참고 또 참는, 언뜻 답답할 정도로 신중한 초인적 인내심의 소유자 / 웃고 우는 감정표현이 어색하거나 절제하는 사나이 / 음흉할 정도로 용의주도, 주도면밀한 사나이 / 어린 시절 긴 볼모생활의 눈칫밥의 영향으로 생존술의 방편으로 체화된, 항상 주위를 살펴 누울 자리를 확보한 후 다리를 뻗는 비밀스런 신중함 / 낭비와 방종을 싫어하고 절약과 성실을 좋아한 사나이 / 촌동네 미카와 무사의 영향을 받아 순박함, 단순함, 정직성, 고집불통의 기질을 지녔으나 끊임없이 공부하여 지식도 지혜도 계속 성장한 사나이 / 자나 깨나 물새는 배를 타고, 불타는 지붕 밑에서 잠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생불(生佛)이 되어 일본에 정토(淨土)를 실현하고자 했던 현인.
개성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셌다는 것, 에너지가 넘쳤다는 것이다.
운으로 치면 노부나가는 비운남, 히데요시는 대박남, 이에야스는 완성남이라고 볼 수 있다.
노부나가는 가장 좋은 조건에서 출발하여 탄탄대로를 달리지만 최정점에서 혼노사의 변을 당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사나이다. 이 때 모리군과 대치하고 있던 히데요시는 급히 강화를 맺고 회군하고, 측근 몇몇과 상경해 있던 이에야스는 적진을 넘어 필사적인 귀향을 하게 된다. 노부나가의 급작스런 죽음이 히데요시에겐 행운으로, 이에야스에겐 불운으로 작용한 셈.
히데요시는 미천한 신분으로 최악의 조건에서 출발하였으나 단시일 내에 하는 일마다 대박이 난 대박남이다. 물론 그 자신 뛰어난 기질과 수완으로 자수성가한 측면이 크지만 본인 스스로 ‘태양의 아들’로 자처했듯이 셋 중에 가장 운세의 도움을 많이 받은 인물임에 분명하다.
이에야스는 궁벽한 촌동네 변변치 않은 영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오와리와 스루가의 볼모생활을 시작하는 등 일생을 거쳐 편안한 날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쉼 없이 전진하고 성장하여 마침내 일본통일과 평화를 이룩한 완성형의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어찌 보면 이에야스야말로 대박남으로 가장 운이 좋았던 사나이라 할 수 있다. 타지에서의 볼모생활이 오히려 견문을 넓히고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수많은 위기를 거치며 간단없이 성장한 이면에는 그 자신의 노력도 컸지만 순박하면서도 영민한 충성스런 가신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운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곤 했다.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이에야스의 완성은 분명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출신으로 쳐도 어찌 보면 가장 복 받은 편이다. 이마가와 요시모토처럼 당시 잘나가는 대영주 가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보잘 것 없는 평민출신도 아니었다. 자기하기 따라선 무궁한 발전가능성을 내포한 포지션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출발선부터 자만과 안이함을 가질 위험성은 없었다.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 버려라. - 노부나가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 - 히데요시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 - 이에야스
누가 처음 지어낸 말인지는 몰라도 3인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소설을 읽고 보면 이 비유야말로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3인이 지닌 성격의 엑기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도쿠토미 이치로(德富猪一郞)는 ‘노부나가의 특기는 매사에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야스의 특기는 사람의 마음속을 헤아려 맞추는 일이었다. 히데요시의 특기는 때에 따라 사람의 뜻을 알고 때에 따라 사람의 마음속을 읽고, 거의 짐작하기 어려운 데가 있었다.’고 평하였는데 이것 역시 세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요약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비슷한 유형의 인물로 누구를 들 수 있을까?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가치관과 정치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근현대사를 비추어 볼 때 개인적으로 몇몇 인물들이 떠오른다.
노부나가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인물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외모는 비슷한 것 같지 않지만 무력을 통한 잔혹한 힘의 통치라는 면, 무장이면서도 음주가무와 풍류를 즐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노부나가는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몰아내고 패권을 확립하고 박정희 소장은 516 쿠데타로 장면정권을 무너뜨려 정권을 탈취한다. 노부나가는 가신에 의해 죽게 되고 박 대통령은 부하의 손에 살해당한다. 모두 힘으로 권력을 빼앗고 힘으로 통치하다가 힘에 의해 굴러떨어졌다는 점이 유사하다. - 하지만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을 노부나가와 몇 번이고 변절과 배신을 거듭했던 겁 많고 비겁한 박 대통령은 근본적인 품성에선 차이점이 많다. 또한 여성편력이 심했던 박 대통령에 비해 노부나가는 남색의 취향이 강했다는 점 역시 다르다.
히데요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 생김새도 비슷한 것 같고 누구든 어깨를 툭툭 치며 들이대는 스타일과 경박하리만치 친근한 이미지도 공통점이 많다. 강한 집념과 추진력, 허풍 호언장담에 능한 점, 긍정성과 명랑성 역시 닮았다. 또한 둘 다 장사치, 사업가 출신으로 대단히 부지런한 일꾼, 정력가로서 엄청난 운을 탄 대박남이었다는 사실! - 하지만 이 대통령은 책임감, 정직성에서 히데요시에게 미치지 못한다. 또한 씀씀이 큰 통 큰 히데요시와는 달리 이 대통령은 제 것이라면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히데요시가 호방한 스타일이라면 이 대통령은 꼼꼼한 스타일이랄 수 있다.
이에야스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외모도 비슷할 것 같고 인동초(忍冬草)로 상징되는 김 대통령의 고난의 일생이 이에야스의 그것과 상당히 닮았다. 생각이 깊고 박식하여 클린턴 대통령을 앉혀놓고 학생 다루듯 일장 연설을 하였다는 일화 역시 이에야스가 늘그막에 잔소리와 설교로 가신들을 질리게 했다는 일화와 유사하다. 생각과 이론이 철저하고 정연한 반면 씀씀이는 크지 않아 비판자들로부터 음흉하다, 인색하다, 인간미가 부족하단 인상을 주어 거리감, 이질감을 느끼게 한 것까지 닮았다.
1대 1로는 유사성을 도출할 순 있어도 그룹으로는 불가능하다.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는 시대상으로 차례대로 이어지며 상생하는 관계지만 박정희, 이명박, 김대중은 서로 이어지지 않아 조합할 수 없다.
보통은 ‘노부나가가 떡을 치고 히데요시가 떡을 먹음직스럽게 빚어내고 이에야스가 그 떡을 먹었다’라고 말한다. 이에야스가 아무 노력 없이 낼름 떡을 먹기만 하거나 먹고 튄 것은 아니지만 히데요시는 앞선 노부나가, 이에야스는 앞선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덕을 보는 등 세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상호 적대적이라기보다 협조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세 사람의 성격 역시 서로 갈등하였다기보다 조화되었다고 여겨진다. 세 명의 성격이 워낙 강하여 자칫 서로 갈등하면 파괴적 종말을 맞을 것이지만 서로 어울리기만 한다면 큰일을 도모하고 완성할 인물들이다. 실재로 이들 3인은 순차적으로 일본의 통일을 완성해 이후 265년 동안 이어지는 에도막부의 평화시대를 열었다.
모두 독특한 케릭터,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택하라면 단연 이에야스다. 그는 사후에까지 우환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은 최후의 승자다. 그 자신과 가문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 모든 일본인들에게 가장 도움을 주고 간 인물이었다.
노부나가의 거침없이 멋진 인생도, 히데요시의 화려하고 재밌는 인생도 좋다. 하지만 진국은 이에야스의 보람 있고 진지한 완성된 인생이다.
인생의 진국은 이에야스다. 인물의 진국은 이에야스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 (향년 7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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