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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DIY

긴 컴퓨터 책상 만들기

어멍 2012. 5. 11. 23:20


    긴 컴퓨터 책상 만들기



    우드플랜에서의 DIY 목공 수업은 테이블형 가구로 벤치의자 1개와 박스형 가구로 수납장 1개를 만드는 것으로 8주간의 과정이 끝난다. 이미 디자인 되고 목재가 재단된 것을 수강생이 조립하고 달 것 달고 손 사포하고 칠하고 코팅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실습수업 중에 주워지는 공동과제물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무슨 색을 칠할까 하는 정도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초급반 수업을 끝마치고 내 필요에 따라 컴퓨터 책상을 만들어보려니 또 다른 새로움과 어려움이 있다. 이론수업에서 대충 배우긴 했지만 구상, 디자인, 설계는 현장기술, 손재주와는 또 다른 영역이다. 굳이 경중, 선후를 따지자면 구상과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물론 나무가 아무리 강해도 나무만으론 10층, 20층을 올릴 수 없듯이 구상, 디자인 이전에 원 재료가 갖고 있는 성질이 더 중요하고 근원적인 것이겠지만 그것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고 아마추어에겐 디자인, 설계도만 완벽하다면 작업도 수월하고 제품의 만족도, 완성도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구상하고 그려본 도면이다.

 

 


긴 컴퓨터 책상의 정면, 측면, 평면도



    테이블형 가구의 구조는 크게 상판, 프레임(다시 인프레임과 아웃프레임으로 나뉜다), 다리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모니터 두 대, 서라운드 스피커 한 쌍, 프린터 한 대, 서류함 하나와 모뎀, 공유기, 인터넷 전화기까지 올려놓으려면 상판의 길이가 최대한 길어야 한다. 그래서 상판의 길이를 240㎝로 잡았다. 집성목 판재의 크기가 120*240이니 더 이상은 나올 수가 없다.

    상판의 폭은 넓게 쓰면 좋으나 책상을 놓을 곳이 주방과 거실 사이, 식탁의 맞은편이라 보통의 컴퓨터 책상 폭인 60으로 잡았다. 폭에 비해 길이가 너무 기니 상판을 지지하려면 프레임과 다리를 최대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프레임 안에 가로, 세로 프레임들을 추가하여 결구해주는 복합프레임이어야 한다.

 

 


상판과 (인)프레임



    다리는 일반적으로 각재를 쓰지만 측면에서 보기에 책상 밑의 컴퓨터 본체, 전선 등의 어수선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서 판재를 써서 다리 겸 측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ㄷ’자 형태로 디자인했다.

 

 


(측판 겸 아웃프레임 겸) 다리

다영, 종서에게 하나씩 주고 칠과 코팅을 맡겼다.

좀 거친 곳이 있기는 하지만 훌륭히 작업을 해낸 아이들이 대견하다.



    워낙 긴 상판 길이로 인해 중간에 다리를 추가할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에도 그렇고 책상 아래, 발밑의 걸리적거리는 것이 싫어 과감하게 제외했다. 측판을 붙인 판재 다리와 더불어 견고함보단 편의성, 외관을 선택한 셈인데 잘 버텨줄 지 좀 불안하긴 하다.


    긴 길이 때문에 완성품이 엘리베이터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상판과 프레임 결합체, 다리 두 개 이렇게 세 덩이로 분리된 상태로 옮겨와 집안 거실에서 상판을 뒤집어 놓고 다리를 결합했다. 상판은 기울여 대각선으로 집어넣고서야 간신히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합해 놓고 상판을 눌러 보니 약간 삐그덕 거리는 게, 들 뜬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기존에 상판과 프레임을 결합한 'Z'자형 브라켓 30개에 20개를 추가하여 체결해 주었다. 처음 결합할 때 크램프를 이용해 좀 더 짱짱하게 누르고 고정시킨 상태에서 작업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상판과 (인)프레임과 다리를 결합한 모양

다리 안쪽에 날짜와 만든 이들(나, 아내, 다영, 종서)의 싸인을 써 넣었다.



    완성 후 올려놓을 것 올려놓고 설치할 것 설치하니 걱정했던 것보다 그리 불안해 뵈지는 않았다. 사용한 목재는 상판 24T, 나머지는 18T 스프러스(Spruce, 가문비나무)로 나무 무늬가 아름답다. 샌딩기로 1차 220, 2차 600 샌딩 후 월넛 스테인 칠에 바니시 코팅으로 마무리.

    아쉬운 점도 있고 완벽하진 않지만 이만하면 만족이다. 더욱이 스스로 구상, 디자인한 나의 첫 작품이고 무엇보다 아내와 다영, 종서 우리 네 식구의 손길이 모두 닿은 첫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가고 뿌듯하다.

 

 


자리 잡은 정면과 측면의 모습 - 정면과 달리 어수선한 책상 밑이 가려진 측면의 모습이 깔끔하다.

 

 



이것은 다영이와 내가 자투리 나무로 만든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놓을 미니 선반



이것을 뒤집어 올려놓으면 아래 그림

<스타워즈> 레고인형을 올려놓으니 제법 우주적(?!)인 분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