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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DIY

쌍둥이 소파 협탁 만들기 (제작기)

어멍 2013. 5. 4. 00:56


         쌍둥이 소파 협탁 만들기 (제작기)

 



 

    소파가 놓인 거실 공간이 좀 어수선했지만 별 불편 없이 지내왔다. 공간을 정돈할 요량으로 어울릴만한 쌍둥이 협탁을 만들기로 했다. 짜맞춤 목공을 배운 이후 실질적으로 처음 만들게 되는 작품이다.

    우선 소파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크기를 재어 만들고자 하는 협탁의 길이, 폭(깊이), 높이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은 컨셉과 디자인을 잡아야 하는데... 초보인 내겐 그 무엇이든 짜맞춤 가구를 만든다는 것이 벅찬 과제이므로 따로 구상하고 궁리한다는 것 자체가 과욕인 상황이다. 또한 원목의 무늬결과 짜맞춤 연결부위 자체로 장식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따로 욕심을 낼 필요가 없기도 하다. 아무리 구상과 디자인이 후지더라도 짜맞춤 원목 가구는 최소한의 태가 난다는 거... ‘럭셔리’란 단어로 표현하긴 부족한 단아하고 고귀한 품격이 있다.

 

    기본기에 충실하게 정확히만 맞출 수 있기만 해도 훌륭하다. 만족이다. 그래서 내 수준에 맞게 디자인과 구조는 최대한 단순하게 잡기로 했다. 단, 색깔은 소파에 맞춰 약간 붉은 빛이 돌게, 명도는 나뭇결이 보일 정도의 밝기로 스테인을 칠하고 그 위에 락카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되도록 원목의 색감과 질감을 살리는 것이 좋지만 짙은 레드와인 소파 바로 옆에 나란히 있어야 하므로 서로 어울리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려본 도면이다. (세세한 디자인과 구조는 우익동 선생님이 도와주셨다.)

 



쌍둥이 협탁의 정면, 평면, 측면도



    24*24 각재 뼈대에 합판을 끼우고 천판(상판)을 얹은 구조다. 서랍은 하나를 넣고 전면에 문은 달지 않았다. 뭔가 빠진 듯한 미완성인 느낌, 속이 노출되어 단정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물건을 넣고 빼기 간편하도록 아예 개방했다.

    협탁 하나만 놓고 보면 비례와 균형이 만족스럽지 않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어딘가 어색하고 모자라 보인다. 길이, 높이에 비해서 폭(깊이)이 지나치게 길고 다리 부분이 차지하는 높이는 지나치게 높다. 소파 다리 높이와 맞추고 전체적인 소파와 거실공간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됐다. 제자리에 세팅된 후에 그런대로 어울리길 바랄 밖에...


    나무는 애쉬(Ash, 물푸레나무)다. 하드우드로 두께가 얇아도 튼튼히 버틸만하다.

    먼저 애쉬 각재를 뽑아내기 위해 충분한 두께의 원목 판재를 적당한 길이로 슬라이딩 쏘(Sliding Saw)로 자른 후 띠톱(Band Saw)으로 켠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친 각재를 다시 수압대패로 1차, (일면)자동대패로 2차 면을 잡아 매끈하고 정확한 정각재로 만든다.

    수압대패는 밑면을 깍고 자동대패는 윗면을 깍는 구조다. 한 번에 너무 많이 깍으면 기계와 목재에 무리가 가므로 1~2㎜씩 몇 차례로 나누어 깍는다.

 



이것을 이렇게, 다시 요렇게



    재단이 마무리되면 도면의 치수에 맞게, 짜임에 맞게 칼과 그무개를 이용하여 금을 긋는다. 이 작업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무척 어렵다. 초보에겐 너무 헷갈리기도 하고 칼금선이 너무 안 보인다.

    금을 다 그었으면 우선 각끌기를 이용해 암장부를 판다. 그 다음엔 (손)톱질이다. 이것도 어렵다. 다음엔 끌질, 이것 역시 어렵다. 끌질 전에 날을 갈아 날끝을 잘 세워야 하는데 이것도 끌질만큼이나 힘들고 어렵다. 초보에게 무엇 하나 쉽고 만만한 게 없다. ㅠ.ㅠ

    몸통은 제비초리와 이방연귀 맞춤으로, 천판은 45도 연귀맞춤으로 결합된다.

 



협탁 만들기 전,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 본 작은 받침대

305-305-224 나왕



    다음엔 5.7미리 합판을 끼울 홈을 몸통 각재에 루터로 판다. 홈이 너무 각재 바깥에 치우쳐 위치하면 힘을 받지 못하므로 5미리 정도 들어가게 여유 있게 판다. 홈의 깊이는 너무 깊지 않게 판재 두께 정도(6미리)면 된다. 덧붙여 좀 멋을 내기 위해 얼굴에 해당하는 협탁 전면에만 작은 홈을 노출되게 루터로 따로 팠다.

    루터질 요령은 기준면이 밀착하도록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힘을 주며 밀되 시작할 때는 전방에, 끝나갈 때는 후방에 힘을 주어야 기준면이 흔들리거나 이탈하지 않는다.

 



톱질, 끌질, 루터질을 마친 후 조립이 준비된 각재의 모습

 


이렇게 제비초리 맞춤으로

 


이렇게 이방연귀 맞춤으로 결합된다.



    루터질이 끝나면 조립 전 마지막으로 협탁 안쪽으로 들어갈 면을 대패질로 마무리 정리하고 숫장부도 길이에 맞게 최종 정리한다.

    합판은 홈의 깊이까지 계산해 재단하되 원목의 수축, 팽창과 본드가 들어갈 공간을 고려하여 양쪽 합하여 약 1~2미리 정도 여유를 두고 약간 짧게 재단한다.

    조립 작업은 본드가 굳기 전에 신속히 진행되어야 하므로 작업 전 주위를 정리정돈하고 본드, 망치, 나무토막, (물)칫솔, 크램프 등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대각선 길이를 측정하여 직각여부를 확인하고 눈으로 틀어짐도 확인하여 교정해 놓는다.

 



조립은 속부터, 넓은 면부터... 그래서 양 측판부위가 먼저다.

 


나머지를 조립하여 몸통 부분이 완성됐다.



    멀리선 보이지 않지만 맞춤이 생각처럼 딱 맞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어느 곳은 빈틈이 숭숭, 어느 곳은 너무 빡빡해서 터지고 깨지고... ㅠ.ㅠ 덕분에 조립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하여튼 몸통을 뒤로 하고 이제 남은 것은 서랍과 천판과 다리부분 풍혈이다.

    서랍은 14미리 두께로 메이플(단풍나무)로 만들기로 했다. 먼저 서랍의 길이, 높이, 깊이를 측정한 후 나무를 재단한다. 높이는 101미리로 맞추어야 하는데 103미리로 띠톱으로 재단한 후 수압대패, 자동대패로 면을 잡고 최종 재단하니 98미리밖에 안 나온다. ㅠ.ㅠ 실력 없는 초보는 톱날 두께(3미리)에다 로스까지 넉넉히 잡아 8미리 정도 더 여유를 두고 초벌 재단해야 할 듯하다.

    주먹장 결합에 바닥 판재를 넣고 전면에는 무늬결 좋은 판재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러면 서랍에 자주 쓰이는 반턱주먹장(Half-Blind Dovetail)처럼 서랍 전면에서 주먹장 모양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짧아진 서랍 높이도 보정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반턱주먹장보다 이 방법이 더 쉽고 효율적인 듯하다.

 



주먹장 가공 후 조립이 준비된 서랍부분

 


조립 후 전면에 무늬 좋은 판재를 덧대어 서랍 완성



    다음은 천판. 먼저 30*47 각재를 45도 연귀 맞춤으로 암수 장부를 가공한다. 전에 만든 받침대는 숫장부를 노출시켰는데 이번에는 안에 감추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밖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더 예쁜 것 같아 살짝 후회된다.

 



요렇게 만들어서

 


요렇게 결합된다.



    암수장부가 가공되면 루터로 홈을 파고 본드칠 한 후 21미리 합판을 재단하여 끼우고 조립하여 사각의 틀을 만든다. 조립은 장부촉이 있는 마주보는 각재부터 하고 이후 장부촉 없는 각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때 천판 위 방향으로 적당한 단차(5.7미리 이상)를 두어 후에 5.7미리 무늬목 합판을 덧대어 주고 그 높이에 맞게 대패질로 깍아 평면을 맞춘다. 정확도와 숙련도가 요구되는 어려운 과정으로 내 대신 우 선생님이 해 주셨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들을 우 선생님이 해 주셨는데 어려운 작업도 있었지만은 막둥이 시집보내느니 내가 간다고 보다보다 답답하고 대책 없어 손수 팔을 걷어 부치신 경우도 많았으리라고 본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ㅠ.ㅠ)

 



21미리 합판을 넣어준 후

 


다시 5.7미리 무늬목 합판을 덧대어 준 후 대패질하여 완성



    다음은 몸통 겉면의 마무리 대패질. 요령은 협탁 바깥에서 안쪽 방향으로 대패질하되 처음엔 직각방향이 아닌 약간 비껴서 시작하고 마지막엔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멈춘다. 이렇게 하지 않고 되는대로 막 밀게 되면 처음과 끝부분의 쪽이 떨어져 나가기 십상이다. 이렇게 양끝단과 맞춤의 결합부위는 신중하게 대패질하여야 한다.

    몸통 완성, 서랍 완성, 상판 완성이다.

 



서랍을 넣고 몸통에 상판을 얹은 모양.

이제 서랍 손잡이와 풍혈만이 남았다.



    풍혈과 서랍 손잡이 역시 선생님이 만들어 달아 주셨다. 대신 샌딩과 마감 칠은 내 차지다.

    샌딩 전에 벌어진 틈새를 우드필러(메꿈이)로 땜빵한다. 실력만 좋으면 필요 없는 과정인데 실력이 없으니 몸이 고생이다. 성한 곳이 없이 맞춤부위의 열에 아홉은 틈이 벌어져 메꿈이 의느님의 성형수술을 거쳐야 한다.

 



주걱을 이용해 틈새에 약간 봉긋하게 메꾸어 놓는다.

 


날카로운 각을 잡아주고 면을 고르게 해주는 샌딩 작업.

다소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나 최종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

 


샌딩이 마무리 된 백골상태

 


스테인을 칠한 모습.



    분무기로 표면을 적셔준 후 붓으로 스테인을 칠하면 색이 골고루 스며들게 할 수 있다. 색상은 스테인을 조합해 우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셨다. 스테인이 마르면 락카칠로 마무리다.

 



유광 락카에 락카 신나를 적당히 혼합해 칠하기 좋게 점도를 조정한다.

 


협탁을 돌려가면서 칠살이 올라올 때까지 겉 표면 4회, 나머지 2회 락카칠



    마무리 샌딩은 올라온 칠살의 거친 표면만 살짝 제거하는 식으로 가볍게 실시한다. 락카칠은 신나 냄새가 강하므로 비교적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하고 칠 위로 먼지가 앉으면 들러붙어 떼어내지 못하므로 칠 전에 주위 환경을 깨끗이 정리한 후 실시한다.

 



거친 사포로 박박 문지르면 락카칠과 스테인마저 벗겨지는 수가 있으니

마무리 샌딩은 부드럽고 고운 스펀지 사포로 스치듯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 샌딩 후 마무리 칠이다. 이번엔 무광(락카)이다. 우 선생님 말씀이 이렇게 하면 나무 색을 더 잘, 더 자연스럽게 드러낸다고 하신다. 즉 유광으로 서너번 얇은 칠살을 겹쳐 올린 후 무광으로 최종 마무리하면 일정 두께의 도막을 형성하면서도 너무 번쩍거리지도 않고 너무 탁하지도 않게 광택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듯하다. 하긴 개인 취향이겠지만 유리처럼 번쩍번쩍하는 고광택 하이그로시는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이기는 해도 기계처럼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무광 락카칠 1회, 천판은 2회로 드디어 최종 마무리 완성했다.

 


 


최종 완성된 모습



    다음은 디테일 컷.

 



서랍 주먹장 맞춤이 터진 것을 우드필러로 땜빵한 모습.

그나마 틈이 보이는 것보단 낫다.

 


장부가 맞지 않아 억지로 때려 박다가 쪼개진 부위

 


락카칠이 뭉쳐서 떡진 부위

 


본드를 미처 제거하지 않은 흔적

본드가 묻어 있으면 스테인, 오일 등이 먹지 않는다.

 


대패질이 좋지 않아 엇결이 일어난 흔적

스테인을 더 많이 흡수하여 주위보다 더 거칠고 진하게 보인다.

 


전면 홈 안의 우드필러 흔적

최대한 제거, 정리한다고 했는데 손이 닿기 어려워 깔끔하게 정리가 안됐다.

 


이것은??... 원목에 벌레가 남긴 흔적이라고...



    “신은 세밀한 부분에 깃들어 있다.”(God is in the details) -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유명한 말처럼 작품의 완성도, 수준 역시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하지만... 디테일은 실수투성이라도 멀리서 어렴풋이 보면 멋지다는 거!!!


종서의 신세대 셀프 문신 ㅋ.ㅋ.ㅋ.

 


 


 

제자리에 세팅된 흐뭇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