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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 안희정

어멍 2009. 7. 11. 09:34

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안희정 / 2009-07-09)



대통령님,
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끼고 아껴서 49일을 보내려 했건만
이제는 정말 당신을 역사 속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절망과 슬픔이 초조와 불안감이 되어 엄습하던
5월 28일 밤...

저는 그 밤이 영원하길 바랐습니다.
마을회관 병풍 뒤에 지금처럼 그냥 누워계셔도 좋으니
새벽이 오지 않기를,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한 새벽은 다가왔고
우리는 눈물과 땀이 뒤범벅이 된 채로 노란 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당신의 가는 길에 가지 마시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엎드려 오열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신을 보내야 했습니다.

당신을 정토원에 모시면서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42일이란 시간 동안 우리는 당신과 아직 이별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예 받은 시간마저도 어느덧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이제 곧 당신과 영원히 이별해야 합니다.

차디찬 주검으로 계셨어도
당신의 존재는 우리에게 현실이었습니다.

한 줌의 온기조차 찾을 수 없는
백색 유골이 되어 차가운 항아리 속에 계신다 해도
당신의 존재는 우리에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당신을 보내야 합니다.

현실의 존재로 끌어안고 있던 그 서늘한 항아리마저
땅속에 넣어야 합니다.

당신을 현실이 아닌 역사의 바다로 보내드려야 합니다.
바람 부는 저 역사의 바다위로 배를 띄워 보내야 합니다.

지금 저는 두렵고 두렵습니다.
그 역사의 바다는 알 수 없는 어둠이기 때문입니다.

그 칠흑 같은 어둠이
당신과 우리를 남남처럼 떼어놓을까 두렵습니다.
당신을 우리가 다시 찾을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보내드려야 할 것입니다.

놓기 싫어도 놓아야 하고
헤어지기 싫어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 이별의 시간을 눈앞에 두고
저는 엉엉 소리 내어 웁니다.

어두운 밤바다에 언제나 빛나는 그 별처럼
당신이 거기에 있어,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 민주주의 진보의 역사에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당신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당신을 박물관안의 ‘박제된 역사’로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속에서 우리 모두와 함께 생동하는
‘살아있는 역사’로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우리의 이 의무, 우리의 이 책무를
우리는 반드시 실천할 것입니다.
꼭 그렇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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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7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