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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불쌍한 이명박(& 후기)

어멍 2009. 7. 9. 00:09
불쌍한 이명박
(서프라이즈 /구오스/ 2009-07-06)



가난뱅이가 가난의 흔적을 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뱅이가 여유있는 자의 겉모습을 꾸민다 해도 부자들은 거기에 숨어있는 '결핍'을 손쉽게 알아챈다. 부자가 아니라 해도 부자와 자주 접하는 사람들 역시 가난뱅이와 부자를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옷차림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여유와 결핍의 대조가 선명한 탓이리라.

이명박이 드디어 재산 헌납이란 걸 했다. 겉으로 드러난 재산만 해도 300억원이 훨씬 넘는 자산가에다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인 이명박에게 이런 표현을 적용한다는 것이 참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이번 재산 헌납에 대한 이명박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참 지우기 어려운 '결핍'의 냄새를 맡는다.

가난뱅이가 분에 넘치는 호사를 하고 생색을 낼 때 드러나는 행동의 특징이 있다. 돈을 내놓는 손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반면, 일단 내고나면 두고두고 뿌듯해 하며 돌아보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이리 말하고 저리 표현하고, 돌려 말하고 내놓고 말하고, 숨겨서 말하고 드러내놓고 말하고, 비유로 말했다가 직설적으로 말했다가, 뭘 그 정도 갖고 그러냐고 말했다가 그게 어디냐고 말했다가, 약소하다고 말했다가 그거 얼마나 큰 돈인줄 아느냐고 말했다가, 엎드려 말하다가 일어서서 말하고, 영어로 말하다가 한국어로 말하고, 서울말로 했다가 경상도말로 말하고, 소근거리며 말하다가 마이크 집어들고 말하고... 암튼 두고두고 말하지 않고는 배기질 못한다.


일단 이번 재산 환원과 관련해 이명박이 내놓은 코멘트는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 느낌으론 '뿌듯하다'는 표현의 주어로 '약속 실천'이 들어가는 게 어쩐지 좀 그렇다. '뿌듯하다'는 표현은 대개 '기대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 성사됐을 경우'에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에게는 이번 '약속 실천'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문장에 사용된 단어의 뉘앙스는 의외로 그 표현을 사용한 당사자의 진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저 문장을 이명박 아닌 주위 참모들이 작성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욱 진실을 짐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그동안 재산 틀어쥐고 못 내놓겠다고 악써대는 이명박을 설득하느라 이명박의 졸개들이 겪었을 노심초사가 표현의 이면에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느낌 아닌가? 행간을 읽어라(read between the lines)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이번 발표에 덧붙여 쏟아져 나오는 이런저런 기사의 내용도 상당히 스산하다. 이명박이 이번 재산 헌납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는 기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니,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 헌납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윽박지르고 밀어붙여서 이번 재산 헌납 사실이 공개됐다는 거다. 이거뜰이 VIP의 뜻을 개좆으로 아는 거야, 뭐야? 똑바로 해, 이거뜰아 ㅠㅠ


요즘 시중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국무회의나 비서관회의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 인사들 초청해 고견을 듣는 자리에서도 이명박 혼자 줄창나게 떠들어대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의 기색이 비치기만 해도 속된 말로 '작살'이 난다는데, 아마 그런 루머는 장자연과 방모 씨의 관련만큼이나 리얼리티가 허술한 주장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반대로 청와대 기강이 저렇게 개판이어서야 이거 나랏님 꼴이 말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비서진에 '영'이 좀 서게 이번 재산 헌납 발표에 구정물 한 방울이라도 튄 이동관 이하 청계재단 관계자 일동에 대해 나랏님의 쓴맛을 보여주기를 이명박에게 정식으로 요청한다. 이명박이 몇 달 전에 터뜨린 명언을 패러디하자면, 청와대 이거뜰은 나랏님 말쌈이 두렵지도 않나?


가난뱅이가 분에 넘치는 생색을 낼 때 보이는 또다른 행동 특징으로 '주제 넘은 발언'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자린고비가 길거리 걸인에게 백원짜리 하나 던져주고서는 느닷없이 "이 나라의 복지정책이 개판이고, 사회의 양심이 다 실종됐다"고 사자후를 토하는 경우 되겠다.
 
이명박이 이번 재산 헌납과 관련,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보며 나는 이명박이 "이거뜰아, 제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란 말이야~" 이렇게 울부짖지 않은 것만도 참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 말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꼬?


근데, 이명박의 자제력은 여기까지다. 그 뒤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자화자찬, 구렁이 제 몸 추기, 오바질, 자뻑 등등 뭐라고 형언할 말이 부족한 지랄 쌩쇼가 펼쳐진다. 역겹기는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좀 살펴보자.


이명박은 "제 인생은 우리 현대사가 빚어낸 드라마의 한 축소판"이라고 했다. 이거 간단히 말해 자신의 삶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자신의 삶의 역정에 그대로 집약돼 있다는 얘기다. 이거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대한민국 역사의 상징'이라는 발언이다. 그 의도는 이어지는 이명박의 발언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명박은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또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든 것도 이명박을 대통령 만들기 위한 것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도운 것도 운명적인 예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문학적으로 '그의 삶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라는 성격이 강하고, 찬양이나 우상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이명박의 발언은 자기 합리화, 자화자찬, 자기 우상화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사용한 단어만 봐도 명백하다. 드라마, 기적의 역사, 역동적인 과정 등의 표현이 자신의 인생,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란 자기 정체성과 결합되고 있다.


이명박이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등 자신이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짜증이 솟구친다. 지겹게도 우려먹는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가난한 어머니, 가난한 고학생, 노점상, 헌책방 아저씨 등등 얄팍한 상징 몇 개로 만만한 유권자들 등쳐먹은 거, 그거 이제 유효기간 다 지나지 않았나?
 
나의 짜증은 "이게 사람을 우습게 봐도 정도가 있지, 그래 니가 들이밀면 들이미는대로 천년 만년 속아달라는 얘기냐?"는 심정에 가깝다. 사기를 치더라도 최소한의 예절 아니 절차라도 지키라는 야그다. 사기를 치더라도 그 사기치는 세리프에 최소한의 업그레이드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이, 안 그런가 명박이? 뭐, 대충 이런 심정이다.


이명박은 또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물론, 재산을 의미있게 쓰는 것도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무척 많다. 그리고 이명박이 자신의 개인 재산을 의미있게 쓰는 것은 그 길 가운데 우선 순위가 무척 떨어진다. 떨어져도 아주아주, 매우매우, 베리베리... 많이 떨어진다. 실은, 그 길 가운데 가장 뒤로 밀어둬야 할, 최악의 방법이 바로 자신의 재산으로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명박이 이번에 내놓은 재산이 340억원인가 그렇다는데, 이명박이 부자 감세로 5년 동안 줄여놓은 세금이 100조원에 이른다. 이 돈, 결국 이명박을 도와줬다는 바로 그분들, 가난한 그분들 호주머니 돈으로 메꿔야 한다. 참, 이 시키 정말... 340억 내놓고 100조원을 등쳐가는 솜씨라니... 귀찮지만 계산기 두드려보니, 340억은 100조원의 0.00034%이고, 100조원은 340억원의 2941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정말, 장사 잘한다. 그래, 니 ,CEO 맞다. 그래 장하다, 시캬.


이 대목에서 내가 이명박에게 돈 안 받고 공짜로 컨설팅 하나 해준다. 도대체 이번 니 연설문 써준 시키가 어떤 시키냐? '의미롭게' 쓴다고? 도대체 우리나라 말에 저런 표현이 존재하냐? 내가 '의미있게'라는 표현은 들어봤어도, '의미롭게'라는 표현은 난생 처음이다. 모르긴 해도 내가 처음 들어본 표현이라면, 아마 국어사전에 올라가기 어려운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모르는 단어도 많을 것이고 그런 단어의 용법은 내 알 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단어의 용법이 낯설다면 그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 얘기해줬으면 한번쯤 확인해봐라. 아마 확인해줄 사람 많을 거다. 내 지적이 틀렸으면 정식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마.


하지만 내 지적이 맞다면, 나한테 인사할 필요 없고 니 옆에서 우글거리는 쓰레기 시키들 아구창 내 대신 한대씩 쌔려돌려라. 니 강재섭이한테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고 그랬지? 이번에 이문동 가서도 "야, 와서 뻥튀기 먹어라"고 비서들인가 경호원들인가에게 그라드만? 니 평소 태도 같던데, 그거 보면 니 똘마니들 한 대씩 쥐어박는 건 니 일상 같더라. 암튼 이번에도 특별히 그라믄 내 착하다고 해주마 ^^


이명박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다"며 또 "기업을 떠나면서 이미 그 생각을 굳혔고 `신화는 없다`라는 책에서 그 생각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신화는 없다'가 언제 나온 책이냐? 1995년이다. 그러니까 15년만에 재산 헌납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명박은 그 15년 동안 헌납한다는 재산 이상의 가치를 이미 '회수'했다. 그 놈의 샐러리맨 신화 팔아서 국회의원도 하고 서울시장도 하고 드디어 대통령까지 꿰찼다. 그런데 그 놈의 재산 내놓는 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냐? 공인이란 건 일단 입밖에 나온 약속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게 맞다. 그런데 15년? 챙길 거 다 챙기고?


이명박이 대통령 선거 기간에 재산 헌납을 약속한 것은 뇌물로 표를 매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행위 즉, 부정선거의 혐의가 짙은 행위이다. 실제로 이 약속은 이명박의 당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으리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이뤄지지도 않은,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약속으로 정말 챙길 만큼 챙긴 것이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마침내 오늘과 같은 날이 왔고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와 자녀들에게 더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산 헌납과 관련해 이명박이 취임 이후 보인 반응으로 기억나는 것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도 아닌데, 떠밀리듯 내놓기는 싫다"고 했다던 보도였다. 아니, 누가 재산 내놓으라고 다그친 사람이라도 있었나? 10년도 전에 제 입으로 한 약속 게다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다시 한번 한 약속을 지키라는 건데 거기 대해서 이명박이 보인 반응이 "독촉하지 마라"는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 뻔뻔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이명박은 "재산 헌납 지키라"는 국민들의 요구 그리고 주위 똘마니들의 조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재산 내놓기 싫다"는 거부 의견 표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내놓기는 내놓았다. 이게 뭘 말할까? 간단히 말해, 그렇게 내놓기 싫은 재산이라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이명박이 어려운 처지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조중동에 우글거리는 무뇌아들조차 "내놓는다던 재산은 언제 내놓냐?"고 허고헌날 씹어대니, 버티기 어려웠던 거다. 그리고, 사면초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런 깜짝쇼라도 벌여야 정권 유지 숨통이 트인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이명박은 이번에도 340억원보다 몇십, 몇백 배 남기는 장사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래서 이명박에게 다시 한번, 솔직히 말해, 그거 내놓지 말고 니 먹고 떨어져라고, 빨리 자리에서나 물러나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김윤옥과 이명박 자식들이 흔쾌히 동의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말 그랬다고 한다면 대선 기간 동안에 문제가 됐던, 이명박의 건물 관리 회사에 위장 취업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식들 입으로 직접 말하는 걸 한번 들어보고 싶다. 몰랐다고 그럴라나? 하긴, 부전자전 모전여전이라는 얘기는 그냥 있는 게 아닐 터... 굳이 확인해볼 의욕은 느끼지 못한다. 김윤옥에 대해서는 발가락 다이아나 서울시청 출입기자 명목으로 나간 해외여행의 경험 등을 묻고 싶은데, 갑자기 노무현 영결식장에서 백원우가 항의할 때 김윤옥의 그 입술 쪼물락거리는 모양이 떠올라서 급 의욕 상실... 그래 되았다. 안해도 된다. 패스하거라.


이명박은 "확신하건대, 재산보다 더 귀한, 더욱 큰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재산보다 더 귀한, 더욱 큰 사랑이란 게 도대체 뭘까? 그게 우리(이게 누구인지 그 실체도 궁금하다)를 기다려? 나에게는 자꾸, 재산보다 더욱 귀한, 지지율 회복과 대가리 텅빈 아해들 속여먹기라는 말이 연상된다. 나보고 비뚤어졌다고 그럴지도 모르는데, 분명한 것은 이명박이 '초심(?)' 그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그렇게 이번 재산 헌납을 처리했다면 내가 저런 쓰잘 데 없는 연상을 하는 일도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암튼, 이 대목에서 또 하나 분명히 지적해둬야 할 것은, 기껏 재산 340억원 내놓으며 할 얘기로는 지나치게 주제넘은 얘기를 이명박이 지껄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따뜻한 사회? 그런 사회가 니 재산 헌납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아서라, 말어라... 참, 니가 예수님이냐? 천원짜리 지폐 한 장 내놓고 맥주 한 박스에 육포 안주 10봉지, 담배 한 보루에 삼각 김밥 20개 사오고 거스름돈 500원 가져오라는 게 니보다는 덜 뻔뻔하겠다.


이명박은 또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이라며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쳤다고 한다. 이거, 생뚱맞은 것이 이명박의 특기 중 하나라지만, 좀 심하다. 아니, 기껏 340억원 재산 내놓으면서 하는 얘기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자...고? 이건, 물질을 내놓으면서 실은 자신이 물질보다 더 큰 가치를 너희들에게 주고 있다는 선언이다. 이명박의 사기꾼, 야바위꾼 근성이 드러나는 화룡점정 되겠다.


아무튼 보고 있으면, 새삼 이명박이 불쌍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 입으로 한 재산헌납 약속도 지키기 싫어서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정권 차원 위기 극복 행보의 일환으로 마지못해 내놓으면서 온갖 생색을 내는 꼬락서니라니... 앞에서 말한, 근본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가난뱅이의 흔적을 씻지 못하는 자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조선일보 가보니 이명박에 대한 찬가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정말 성군 하나 나셨다는 반응이다. 이번 재산 헌납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김대중, 노무현은 그런 재산 내놓은 적 있느냐고 짖어댄다. 좋은 일은 좋은 일로 받아들이라고 나무란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지금까지 씹어대고 남의 눈 피해 몰래 하는 문근영의 자선 행위까지도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는 저 쓰레기들이 저런 말을 내뱉을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명박 지지하는 저 쓰레기들이 이번 이명박의 재산 헌납에 대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 저것들도 그동안 얼마나 굶주렸으면, 얼마나 이명박 자랑할 게 없었으면 저 정도로 추태를 보일까 싶어서, 역시 이명박과 함께 불쌍하다는 생각에, 엣다 동정... 던져본다.


-  후기  -

    원문 출처는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70391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보는 분석력, 행간을 읽어내는 독해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깊은 생각과 더불어 술술 읽혀지는 재미가 있다. 나야 뭐 예전에 올렸던 글(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기부? 난 반대!)에서 이미 말했듯이 처음부터 기부자체를 반대했었다. 하지만 기부하리라고, 어떤식으로든 효과를 극대화하여 일을 꾸며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 여겼었다. 빛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같이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이사의 면면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 재단이사 명단 -
이사장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  (임명자와 임명권자 관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MB와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
이상주 변호사  (MB의 큰 사위인 특수관계자)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 (MB의 테니스 모임 멤버)
유장희 이대 명예교수  (MB 대선 후보 당시 정책 자문단)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관공동위원회 민간위원)
김도연 울산대 총장  (초대 MB정권 교과부 장관, 임명자와 임명권자 관계)
류우익 서울대 교수  (초대 대통령실장, 임명자와 임명권자 관계)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임명자와 임명권자 관계)

    거의 다 특수관계인이다. 박정희씨의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전두환씨의 일해재단에서 이미 보아왔던 거다. 기업, 재벌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덩치를 키우고 인척, 측근을 앉혀 원격조종한다. 상속세를 절세하고 영향력을 유지, 확장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재테크, 족벌왕국과 돈세탁의 온상을 만들 수 있는 전통적이고도 유용한 방법이다. 일해재단처럼 정권이 쪽박을 차면 같이 쪽박을 차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정권까지 승승장구한다면 청와대 밖의 청와대, 가장 강력한 측근으로 구성된 사조직이 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두고두고 어린 이명박들, 이명박 클론들을 생산해내는 기득권의 아성, 기득권의 또 다른 자궁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헌납을 위하여 온갖 꾀를 내고 고뇌하고 노심초사했을 생각을 하면 일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는 결코 우리의 동정을 받을 만큼 선량하지도, 불쌍하지도 않다. 더우기 상황은 비웃고 조롱에 그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불쌍하다는 구오스님의 표현 역시 역설적 표현으로 그의 주장의 요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와 다름없는 몇백배 남는 장사를 여전히,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는 이명박 대통령 명의로 발표된 소회와 감상을 적은 글 전문이다.
    느끼함에 속이 니글거리더라도, 조중동의 용비어천가에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분석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속고도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의 연출력과 조중동의 분장술에 혹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접지 못한 이들이 많으니까.



[전문]李대통령 '재단법인 청계' 설립에 즈음하여

오늘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을 맞아 많은 감회를 느낍니다. 제 삶의 한 단면이 정리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저 스스로도 이런 날이 언제가 될지 궁금했습니다.

제 인생은 우리 시대의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현대사가 빚어낸 드라마의 한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또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새벽마다 늘 이웃과 저를 위해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야간 고등학교라도 꼭 가야 한다고 저를 이끌어주셨던 중학교 담임선생님, 주경야독의 고등학교 시절, 시장 통에서 가게 앞에 좌판을 놓고 장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가게 아저씨, 일용직으로 일하는 저에게 책을 주시면서 대학 입학시험을 보라고 강하게 권유하셨던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막상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자 등록금을 미리 당겨서 마련해 주면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대학 4년간 일감을 주셨던 이태원 재래시장의 상인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20대에 입사하여 30대에 CEO가 되고, 열사의 나라에서 시베리아의 동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에 서 있었습니다. 불과 98명이 다니던 조그만 기업을 16만 명이 다니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모시고 일했던 고 정주영 회장님과 동료들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습니다. 기업을 떠나면서 저는 이미 그 생각을 굳혔고 ‘신화는 없다’라는 책에서 그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저에게 살면서 진정한 기쁨을 준 것은 일과 삶을 통해 만난 분들과의 따뜻한 관계와 그것을 통한 보람과 성취였지 재산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일생 열심히 일하면서 모은 저의 재산은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정말 소중하게 사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마침내 오늘과 같은 날이 왔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일임했던 추진위원 여러분께서 저의 뜻과 정성을 잘 헤아려 재단을 설립해주신 노고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하셨고 정말 가난했지만 늘 남을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과 행동은 지금도 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흔쾌히 동의해준 제 아내와 자녀들에게 더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확신하건데, 재산보다 더 귀한, 더욱 큰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합니다. ‘재산이 있는 사람’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이나 ‘힘을 가진 사람’이나 ‘힘을 갖지 않은 사람’이나 ‘고용을 하는 사람’이나 ‘고용이 되어 일하는 사람’이나 ‘큰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나 ‘작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우리는 모두 처한 위치는 달라도 존엄하고 평등한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입니다. 사랑이 없는 물질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년 7월 5일
재단법인 청계 설립자
이 명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