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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인들께 보내는 메시지

어멍 2024. 3. 27. 23:3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인들께 보내는 메시지

 

  부재로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 맑은 공기, 평안한 일상,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민주주의가 그런 것이죠.

 

    지난 2022년 2월 16일에 썼던 <대선을 앞두고 지인들께 보내는 메시지> 중 일부다. 대선에 이어 총선이 다가왔으니 AS 겸 이번에도 몇 마디 전하려 한다.

 

    염려했던 대로 민주주의가 많이 후퇴했다. 민생 역시 생각보다 훨씬 빨리 망가지고 있다. ‘날리면’을 포함한 지난 2년여 동안 있었던 황당한 사건사고와 실정을 일일이 열거하기엔 숨이 가쁠 정도로 셀 수 없고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하자.

 

  “일제 36년도 견뎠는데 윤석열 5년은 못 견디겠냐!”

  “내가 빨리 늙어도 좋으니 빨리 세월이 흘러 내일 투표했으면 좋겠다!”

  “몸이 타들어가고 있다. (남은) 3년은 너무 길다.”

 

    내가 보았던 인터넷 댓글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댓글이다. 야권 성향 유권자의 과장이 많이 섞인 댓글이지만 그만큼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확실히 총선 분위기가 정권심판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분출하며 가팔라지는 것 뿐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상태였다.

 

    이종섭 호주 대사, 막말 등의 이슈가 막판 선거판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선거는 대개 3~4개월 전에 이미 결정나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정권심판의 구도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 기간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내내 30~40% 안에서 왔다갔다 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가장 큰 막판 변수는 의대증원 문제인데 이 역시 국민의힘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 의사들을 희생양 삼아 지지율 재미를 보려했고 실재로 초기에 재미를 봤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권의 무능력과 강압적 행태가 주목받고 있다. 애초에 해놓은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상태에서 치밀한 준비와 비전 없이 총선 표몰이를 위해 급조된 정책이기에 잘 풀릴 리가 없다.

 

    지난 대선 때 대부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의사들로서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일만 하다. 머리로는 상위 1%에 속한 수재들이지만 역사공부, 인문학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무리 전통적인 보수기득권이라지만 손바닥 왕자(王字)를 알아챘더라면 그렇게 윤 후보를 찍어대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윤석열 왕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의사악마화, 국민이간질로 보수들이 앞장서 좌빨(좌파빨갱이)라는 공격까지 해대고 있으니 전통적으로 보수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의사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번에 강남 3구에서 하나라도 민주당에 넘어온다면 이 영향이 클 것이다. 이익에 민감한 경제우파인 이들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보수를 지지하는 TK 60,70 반공우파, 이념보수와는 다르게 투표를 포기하거나 민주당을 찍을 확률이 크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의사증원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노령인구는 증가하지만 절대인구는 감소하는 등 증원 혹은 감원의 필요성은 동시에 존재한다. 문제는 지방이 아닌 수도권, 필수의료가 아닌 성형이나 피부 등 인기과로의 쏠림이다. 서울이나 도시에는 한 건물에도 두세 개씩 의원이 있지만 시골에는 의원뿐만이 아니라 슈퍼도 없다. 사람 자체가 없다.

 

    의사 증원이 필요하더라도 의사들의 효율적 배치를 위한 정책을 먼저 혹은 동시에 시행하면서 정확한 수요를 예측한 후 점차적으로 증원해야 한다. 현재 정원이 3000명인데 한번에 2000명을 증원하여 5000명을 뽑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터무니없다. 의사들의 극렬한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갑자기 내지른 것은 총선용 기획임이 다분하다.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습불가의 상황이 되었다. 이미 많은 비용을 지불했고 현재도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시민들이 의사증원이 곧 의료개혁이 아니고 2000명이 절대선이 아닌 터무니없는 규모임을 알수록,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의 수작을 알수록, 폭발적 증원이 교육과 입시에 미칠 나비효과와 후폭풍에 생각이 미칠수록, 의사증원은 윤 정권의 총선 호재가 아니라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의사들을 제압하고 2000명 증원에 성공하는 플랜A도, 의사들과 합의하여 축소 결정하는 플랜B도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 스타일상 더욱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의료붕괴와 의대생 대량유급도 각오해야 한다.

 

    공천은 여야 모두 문제가 있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잘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파열음을 내며 시끄러웠지만 변화의 의지를 보였고 국민의힘은 조용하고 무난했지만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민주당은 검찰에 겁먹어 몸을 사렸던 의원들이 탈락했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군소리 없이 순종한 의원들이 무난히 공천을 받았다.

 

    선거 D-14일인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넉넉히 과반을 넘길 것 같고 조국혁신당도 선전할 것 같다. 원래 총선은 민주당이 유리하다. 언제부턴가 인구분포, 유권자지형이 변해서 총선은 민주당이 최대 180석은 넘기 힘들고 국민의힘은 최소 100석 밑으로 떨어지긴 힘든 구조가 됐다. 전국이 하나의 지역구인 대선의 경우 경상도 인구가 많아서 진보, 보수가 비등비등하지만 총선은 경상도에서 보수가 큰 표차로 이기고 수도권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구에서 진보가 근소하게 이기는 구조가 된 것이다.

 

    70대 이상 반공보수가 자연사하고 정보시장이 조중동 레거시 언론에서 인터넷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올수록 이런 추세는 가팔라질 것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언젠간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강남3구, 경상도와 강원, 충청 중 외진 몇 곳만 차지하게 된다.

 

    국민의힘 100석 이하, 민주당 포함 범야권 200석 이상일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얼토당토않지도 않다. 실재로 정치권에선 조금씩 그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관건은 투표율인데 지난 대통령선거 투표율인 77%에 이르른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리된다면 한국은 또 한 차례 격변을 겪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채상병 특검, 양평고속도로 특검, 50억 클럽 특검, 한동훈 특검, 김건희 특검을 넘어 김건희 기소 및 구속, 윤석열 탈당 혹은 출당, 국민의힘 분당,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개헌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초대형 이슈와 사건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된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개헌이다! 개헌 중에도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개헌사항인지 선거법 개정 사항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가 이재명, 심상정으로 나뉜 상태에서 0.73% 차이로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패배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민의힘이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보수는 백년야당이 될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다양하게 나뉘어져있는 진보를 하나로 묶을 수 있어 정치공학적으로 진보에게 유리한 제도라서 보수는 죽기살기로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비용면에서도 2배가 드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소모적인 단일화 밀당과 시민이 소외된 밀실담합을 차단해 군소정당들이 마음껏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2차 결선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율을 확보해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그 비용을 넘어서는 좋은 제도다.

 

    두 번째는 대통령 4년 중임제다. 재선을 의식한다면 지금처럼 과격하고 일방적이 아닌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리라 본다. 그리고 이참에 518 광주항쟁은 물론 부마항쟁 등의 정신도 헌법에 명확하게 박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를 선호하는 권위주의 문화도 확실하게 청산하는 것이 좋겠다.

 

    이것에 비하면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은 부차적인 것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만 도입된다면 시간의 문제지 모든 것들이 점차 나아질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이것이다. 개헌을 통해 87체제를 청산하고 한국사회가 획기적으로 환골탈태하여 제7공화국을 여는 것이다. 과연 거기까지 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리된다면 역설적이게도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일등공신이 되는 셈이다. 역사에 섭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그래서 메시지의 결론은? 투표 잘 합시다! 꼭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