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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성경읽기 0048 : 아가 1장~8장

어멍 2010. 12. 28. 22:37
 

    성경읽기 0048 : 아가 1장~8장



    저자 : 솔로몬

    주요 인물 : 솔로몬, 술람미 여인(술람미는 지명인 듯)

    핵심어 : 사랑, 결혼

    주요 내용 :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온전히 신뢰하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며 섬겨야 한다.


    아가(雅歌)는 아름다운 노래, 우아한 노래라는 뜻. 솔로몬의 노래(The Song of Solomon), Song of Songs, Canticle of Canticles라고도 함. canticle은 성가, 찬송가.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과 행복한 결혼을 노래하고 있는데 학자들은 이 노래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 어찌 보면 단순한 연애시인 아가서가 정경에 속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지도. 즉 남자 주인공 솔로몬을 하나님이나 예수님으로, 여자 주인공 술람미 여인을 우리들로 치환시키면 우리들을 향한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1장 1절

솔로몬이 지은 최고의 노래입니다.

솔로몬의 아가(雅歌)라

2절

(여자) 감미로운 당신과의 입맞춤을 원해요. 그것은 당신의 사랑이 포도주보다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내게 입맞추기를 원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

 

    문체, 형식, 느낌이 사뭇 달라 <개역한글판>을 아래에 병기해보았다.

    구어체인 <쉬운 성경>은 쉽고 감미롭고 심지어 말랑말랑하고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문어체인 <개역판>은 어렵고 심심하고 심지어 딱딱하고 근엄하기까지 하다. 사랑을 노래하려는 건지 강의하려는 건지... 점잖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연애편지에 인용할 문구를 원한다면 당연 <쉬운 성경>을 참고해야 한다.

    <쉬운 성경>은 구절을 여자, 남자, 합창으로 나눠놓고 있고 <개역판>은 그렇지 않다. 여자는 아내가, 남자는 내가, 합창은 함께 봉독했다. 희곡 형식으로 해 놓으니 이해가 더 쉽고 감정이 더 잘 와 닿는다. 애초에 연극을 위한 희곡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전체적으로 여자가 읽는 분량이 훨씬 많아서 내가 듣기에 심히 좋았다.^^


    <성경>에 많은 판본이 있다. 영어도 그렇고 한글판 역시 그렇다. KJV(King James Version),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한글개역판>, <쉬운 성경> 등등. 그리고 성경은 오직 KJV나 <한글개역판>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성경의 일점일획도 고쳐서는 안 된다, 함부로 이것저것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세에는 성경이 일반인에게는 금서였을 뿐 아니라 특별히 임명된 자만이 성경을 필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성경 필사작업 전후로 엄격하고도 경건한 특별한 절차와 의식이 행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성경을 존귀하게 여겨 무분별한 번역과 편집을 염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 외에 모든 것은 이단이라는 교조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은 곤란하다.

    <한글개역판> 뿐만 아니라 영문판인 KJV, NIV 역시 원문도 아니고 최초의 판본도 아니다. 이런 식이면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까지 따져봐야 되고 사해 두루마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만약 시가서 같은 시와 노래라면 원어만이 갖는 독특한 운율, 리듬감이 있을 수도 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아무리 영어로 잘 번역해도 그 아름다운 맛과 멋을 완벽히 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읽는 성경, 자신이 아는 하나님만이 유일하고 완전하다고 여기는 것은 독선일 뿐더러 신학자, 성직자들도 알기 어려운 난해하고 전문적인 것에 대해 섣불리 언급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난센스다.

    언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라서 무시할 순 없지만, 철저한 검증을 거쳐 엄밀히 해석해야겠지만 형식보다는 내용이다. 율법보다는 사랑이다. 하나님의 뜻에 더 다가갈 수만 있다면 판본의 종류, 형식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교회에 다닌 지도 10여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예배는 <한글개역판>으로 보고 있다. 짧지 않은 세월인데 성경통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하고자 평이한 문장으로 된 <쉬운 성경>판을 택했다. 아직까진 만족이다.

    남녀 간의 애틋하고,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사랑을 노래하기에는 <쉬운 성경>이 <한글개역판>보다는 좀 더 나은 듯하다.



6장 6절

(남자) 그대 이는 새로 목욕한 양 떼 같소. 모두 짝이 있고, 하나도 홀로 있지 않소.

7절

가리개 너머 그대의 두 뺨은 쪼개 놓은 석류 반쪽 같소.

 

    연인의 아름다운 외모를 노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외모에 대한 많은 아름다운 직유, 은유의 표현들이 나온다. 주로 비둘기, 사슴, 양 등의 동물이나 금, 은 등의 보석류나 석류, 백합화 등의 꽃과 식물류로 비유하고 있다. 아가에 나오는 중요한 표현들만 종합해보면...


    아름다운 여인이여. 내가 그대를 그리며 그대를 그립니다.

    그대의 머리털은 바람 부는 언덕에서 내려오는 염소 떼 같고, 그대의 두 눈은 우유로 목욕한 물가의 비둘기 같고, 그대의 입술은 홍색 실 같고, 그대의 이는 털을 깎고 목욕시킨 흰 양 떼들 같아. 그대의 두 뺨은 쪼개 놓은 석류 반쪽 같고, 그대의 두 젖가슴은 두 새끼 사슴 같고, 그대의 희고 매끈한 팔은 빛나는 상아 같아.




그대의 이는 새로 목욕시킨 흰 양 떼 같은 우유 빛깔!
하지만 짝이 맞지 않는다면 대략 코미디!



    <쉬운 성경> 원문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많이 벗어나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표현들이다.

    왠지 알 수 없는 이 느낌은 뭐지? 갑자기 젊어진 느낌?! 신혼으로 돌아간 느낌?!



8장 6절

나를 옥새같이 그대 마음에 두세요. 나를 도장같이 그대 팔에 새기세요.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그 질투는 무덤같이 끈질기니, 그 사랑은 불꽃처럼, 강력한 불길처럼 타오르네.

7절

사랑은 바닷물로 끌 수 없고, 강물로도 어림없네. 자기 재산을 전부 드려 사랑을 구한들, 멸시만 잔뜩 받을 것 아닌가.

 

    사랑이 필요하다. 신뢰가 필요하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사랑이다.


    어디서 사랑으로 결혼한 커플이 조건으로 결혼한 커플보다 더 롱런한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난다. 물론 결혼이란 것이 사랑이냐, 조건이냐 양단간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성분분석하듯 얼마가 사랑이고 얼마가 조건이냐 가르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의외이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결과다. 곰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우리가 결혼에 있어 은연중에 조건보다 사랑을 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바로 ‘연애는 사랑, 결혼은 조건’이란 것이다.

    철부지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덜컥 결혼을 해버린다면 인생 망가지는 거 순식간이라는 거다. 특히 선택하는 입장이 아닌 선택당하는 입장, 상대적 약자에 가까운 여성 입장에서는 더 그러하다. 속된 말로 여자 팔자 남자 만나기 나름이라는 거다.

    결혼은 현실이다! (순수한) 사랑? 10대에서 20대 사이, 긴 인생에 비하면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순진한 영혼과 왕성한 호르몬의 상승작용일 뿐! 그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졸라대고 떼쓸 나이는 이미 지났거나 조만간 지나갈 것이다.

    딸자식을 둔 부모라면 어디서 변변찮은 사람 데려올까 봐 걱정이다. 잘 생겨도, 인간성 좋아도, 가능성이 보여도 경제력과 배경이 초라하다면 불안하다. 어디서 얼굴 잘생기고 허우대만 멀쩡한 백수라도 데려오면 입에 거품을 문다. 아들 둔 부모 역시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조건만 따진다면, 연봉을 보고 학벌을 보고 집안을 보고 결혼을 밀어붙인다면 행복에 골인할 수 있을까?


    조건 맞는 결혼은 수월해도, 행복은 조건으로 살 수 없다. 사랑 없는 결혼은 가능해도, 사랑 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결혼이 그럭저럭 무난할 수는 있어도 행복할 리 없다. 위기가 닥치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 있다.

    조건을 불문하고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랑이다. 부엌데기 신데렐라와 왕자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그리고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과 재벌3세 도련님 김주원(현빈 분)과의 러브스토리를 이끄는 동력은 사랑이다. 거지같은 사랑, 바보같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불꽃처럼, 강력한 불길처럼 타오르네. 사랑은 바닷물로 끌 수 없고, 강물로도 어림없네.

    모두 이야기, 드라마일 뿐이지만 사랑이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해질까! 하나님의 말씀 이전에 세상이 얼마나 심심해질까!




아무리 주위에서 수군거린다 해도 모든 남자의 선망인 바보온달



    사랑은 긴 결혼생활을 이끄는 동력이기도 하다. 비록 장작불에서 화롯불로, 밝고 진한 다홍에서 어둡고 은은한 감색으로 변하며 기세가 꺾이고 빛깔이 변해간대도 처음의 불씨, 그 밑그림은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순수한 사랑이 성숙되고 결혼생활이 행복에 이를 수 있으려면 신뢰가 함께 해야 한다.

    옥새를 마음에 두듯, 도장을 팔에 새기듯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해야 한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자칫하면 사랑은 질투로, 질투는 증오로 바뀌며 사랑이 죽음같이 강하듯이 그 질투와 증오 역시 무덤같이 끈질기고 파괴적이다.


    요새 젊은이들은 신세대라서 어느 부부는 수입도 따로 지출도 따로라지만 내가 많이 버네, 니가 많이 버네, 이건 내거, 저건 니거 하며 서로 딴 주머니를 차기 시작하면 큰 균열이 생긴다. 나는 더 고생하고 상대는 더 누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내가 더 손해보는 장사(!)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 결혼생활은 의미가 없어진다. 돈을 맡기면서도 어디에 쓸까 의심하고 불안하다면 신뢰가 무너지는 조짐이다. 곧이어 무엇이든 의심하고 믿지 못하게 된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했는데 퇴근하고 들어와선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뒤집어 잔다면 그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다. 허구헌날 술이요, 밤늦게 귀가하고 간혹 외박이라도 한다면 슬슬 남편 주머니를 뒤져보기 시작한다. 억울하고 분하고 궁금해서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 이제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온통 수상하다.

    물론 그렇게 믿고 믿고 믿다가 결혼생활이 파탄나고 집안이 망하고 가정이 풍비박산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망할 때 망하더라도 믿을 땐 믿어야 한다. 이미 신뢰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 있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결혼은 수영이다. 장거리 수영이다. 젊은 시절 처음 배울 땐 재밌고 힘이 중요하지만 운동을 오래하여 연륜이 쌓이면 기술과 감(느낌)이 중요하다. 힘찬 발차기, 강한 팔뚝의 추진력이 사랑이라면 물을 잡고 방향을 조정하고, 평행을 유지하며 여유롭게 떠 있는 것은 신뢰다.

    사랑도 신뢰도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사랑이다. 근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0이 된다면 기술도 감도 다 필요 없어지고 바로 가라앉게 된다.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심지어 ‘꼴 뵈기도 싫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뒤통수도 미운 사람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것 이상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믿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 것이다.

    Nothing more than Feeling! All I need is your Love!


    믿음, 소망, 사랑 -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13] “하나님은 선하시며 그 사랑은 영원하시다.”[시편 107:1, 136:1]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들이다.

    사랑이 필요하다. 신뢰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사랑이다.


    아가 끝. 시가서 5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