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잡다한 신변잡기, 상념, 아이들 이야기를 올리려고 시작한 블로그지만 요즘은 정치와 관련해 연이어 펌질도 하고 포스팅도 하고 있다.
블로거 ‘벗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블로거만을 대상으로 ‘현재 한국을 독재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무려 84%의 블로거가 '그렇다'라고 의사표시를 하였다. 블로거들의 분위기가 대충 이런 식이다. 블로거들만을 대상으로 당장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면 한나라당이 열석이나 건질런지 모르겠다. 물론 한나라당 지지자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불순한 설문조사겠지만 어차피 일개 블로거 차원에서 자유롭게 해본 설문조사이니 비난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설문을 한 자도 설문에 응한 자도 조건이나 한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비유하자면 경상도, 강남 거주자, 60대 이상, 조선일보 열독자, 골프장 방문객들에게만 설문한 것과 같을 테니까. 이 경우 한나라당의 압도적 지지율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벗님이 실시한 설문조사와 그 결과(출처 http://daeil.tistory.com/1316)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결과보다 추이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고, 자라나는 10대 20대가 주축이 될 인터넷, 블로거들의 성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진보진영에겐 가장 든든한 뒷배, 믿는 구석, 자궁이 될 수 있기에 고무적인 일일 테지만 몇 가지 대비하고 염려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한나라당, 조중동 등 기득권 측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당연히 알고 있으리란 점이다. 오프라인>온라인>포탈>카페>블로그의 순으로 진보성이 강화된다고 볼 때 언제고, 언젠가는 여기에도 위협과 압력이 들어오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지금은 미네르바 탄압이나 포탈에 머물지만 방송법 개정, 방송장악이 완료되면 다음차례는 인터넷, 카페, 블로거가 될 것이다. 얼마간의 마찰과 진통을 격겠지만 결국은 탄압하고 흉내낸다고 해서 넷심을 얻거나 이 흐름을 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저들이 알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인터넷을 폐쇄하거나 컴퓨터를 때려부술 순 없을 테니까.
인류역사의 굵직굵직한 발전과 진보는 정신문명보다는 물질문명의 발견, 발명,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인간의 철학, 사유의 깊이와 폭이라는 것이 동서고금에 그리 새롭거나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문명의 발달과 그 영향에 따라 새로운 사조와 사유가 생겨나고 발전하기도 하며 역사를 진보시켜 온 측면이 크다. 불, 철, 항해술, 활자와 인쇄술의 발달에 따른 성경의 대중적 보급과 종교혁명, 몽고의 기마술, 증기기관, 컴퓨터와 인터넷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것들은 모두 거역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불가항력적이고 비가역적인 것이었다.
두째는 온라인이라고 다 같은 온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볍고 천박한 온라인 문화, 네티켓도 개선해야 되고 자칫 흥미를 위해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저질 인터넷 문화, 게임, 콘텐츠만 범람하면 바보상자 텔레비전처럼 우리를 길들이고 타락, 중독시키는 자기만의 협소한 메트릭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온라인의 힘은 온라인에서만 머물고, 오프라인과 단절되고, 심지어 대중에게 소외될 수도 있다. 최종적, 물리적으로 권력을 결정짓는 것은 오프라인이고 염력만으로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으니까.
기억나진 않지만 서양의 어느 정치학자가 21c 직접민주주의, 신민주주의가 가능한 유일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목한 것으로 안다. 자랑스런 민주주의 성취의 역사도 그 한 가지 이유겠지만 분명 인터넷 등 잘 깔린 정보 인프라도 핵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이것에 무엇을 담고,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순전히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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