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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읽기

가족과 함께 <논어(論語)> 읽기 - 를 시작하며

어멍 2016. 2. 22. 23:35

 

    가족과 함께 <논어(論語)> 읽기 - 를 시작하며

 

    1. 1000 Question & Answer (아빠), 다영, 종서가 각자 문제를 내면, 혹은 궁금한 것을 문제로 만들면 나머지 사람이 맞추기(주로 내가 많이 출제). 예를 들면 성경은 크게 ( )( )으로 구성되어 있다같은 단답형이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공부가 인생의 전부다두 문장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시오 같은 서술형 문제. 각자 노트를 장만해서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됨.

    2. 공동미술작품 & 가족 케리커쳐 그리기 - <사랑과 정의> 외 다수 작품 생산

    3. 티아라(T-ARA) 롤리 폴리(Roly-Poly) 따라 배우기 - 지금은 까먹었지만 아빠, 엄마, , 아들, 넷이서 연습해서 공연 성공

    4. 가족 독서 목록표 작성 및 독서토론 - 좀 뜸해졌지만 현재 진행 중

 

    이제까지 추진된 가족 프로젝트들이다. 실패한 것, 미흡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 만족한 것도 있다. 이번엔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 공자(孔子)<논어(論語)>를 가족과 함께 읽기로 했다. (아빠), 다영, 종서를 정회원으로 하고 아내는 집안일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기회 되는 대로 옵서버로 참여하기로 했다.

    텍스트는 김형찬이 옮긴 홍익출판사의 <논어>로 원문, 번역, 해설, 각주 등이 올해 중3 중1 올라가는 다영, 종서가 이해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원래 집에 아내가 사 두었던 한 권이 있어 따로 다영, 종서 것 두 권과 내 것 포함 노트 세 권을 장만했다.

 

파랑 종서. 초록 다영. 빨강 어멍.

 

    한 번 모임에 길면 한 개, 짧으면 두 개의 단락을 읽기로 한다. 처음 뜻풀이를 읽은 후 원문을 읽고 각자 생각과 느낀 점을 말한 다음 한번 원문을 노트에 필사하는 것으로 끝낸다. 한문 점수 높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한자보단 뜻풀이, 뜻풀이보단 음미하기, 음미하기보단 실생활에서 적용하여 실행하기에 힘쓰려 한다.

    이제 2회 진행! 나와 아내는 물론이고 다영, 종서가 각자 학원 때문에 바빠 넷이서 시간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일요일만 여유롭게 시간이 나서 지난 214, 21일 오후에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을 예로 들면...

 

    <논어> 1편 학이(學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유교의 핵심을 나타내고 있는 첫 단락이다.

    누군가, 혹은 자기 자신이라도 도리를 다했는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 실의와 슬픔에 빠지거나 분노를 느낀다면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는 구절을 (단순히 외워 암송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 새기며 묵묵히 할 도리를 다하고 오히려 기뻐 계속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요, 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의 가르침인 유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를 통해서 가장 이상적인 마음인 인()을 얻음으로서 완성된 인격인 성인군자(聖人君子)에 이르는 것이다. 이 예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때때로,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연습해서, 몸과 마음에 체득하는 것이다.

    공자왈 맹자왈 문자 좀 배웠다고 어려운 말 현학적으로 쓰는 것이 기쁨이 아니다. 이런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기쁨이다. 그것을 통해 실생활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 도리를 다하는 성인군자에 가까워지는 것이 기쁨이다. 그것은 남이 알아주고 몰라주고 하는 차원을 떠난 것이다.

 

    분명 유교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고 시대에 뒤떨어진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계질서와 가부장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장유유서(長幼有序),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만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부정적 유교의 대표적 사례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논어 안연편) 곧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녀는 자녀다워야 한다는 말 역시 복잡다단해진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누군가의 자녀가 곧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고 현대 민주주의 시민은 그 자신이 곧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력까지 겸비하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임금과 신하가 없어지고 모두가 임금인 시대가 되었다. 역할도 멀티, 생각도 멀티여야 한다. 한정된 역할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머물 수도 없다.

 

    유교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대에는 이런 것을 극복하고도 남는 유교의 효용성이 있다. 오히려 나날이 그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너무 빠르고 너무 가볍고 너무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잘 난 사람들이 뿌리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떠다니는 세상이다. 유교는 이런 우리에게 살아가는 데 규범으로 삼아야 할 근본, 뿌리를 제공할 수 있다. 바로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이다.

 

    책은 총 20편으로 각 편은 몇 개에서 몇 십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어보니 총 499단락이다. 하루에 한 단락이면 1년이 넘는 499일, 두 단락이면 8개월이 넘는 250일이나 걸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주일에 빠짐없이 한 번씩 하기도 장담할 수 없다.

    아마도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최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어쩌면 다영, 종서가 멀리 유학가거나 시집, 장가간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따로 시간을 내어 모임을 이어가야 할 듯.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재밌고 의미 있을 듯! (^.^)

    너흰 아빠한테 낚인 거다! (다영, 종서! 이번 주말에 집에 한 번 들러라! 논어 읽게. .ㅋ)



    ※ 2017/09/10 독서 모임부터 프로그램을 다음과 같이 2차 개편함. (그 이전에 - 옵서버 없이 4명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반드시 참여하기. & 각자 돌아가며 한사람씩 미리 예습, 준비해 모임을 주관하기 - 로 1차 변경하였다.)

    첫 번째 순서 : <우리말 속담 사전>에 있는 속담 중 하나를 주관자가 몸짓 혹은 말로 설명하고 나머지가 맞추는 게임 진행.

    두 번째 순서 : 각자 자신이 현재 읽고 있는 책 혹은 읽었던 책의 일부분을 읽고 소개하기.

    세 번째 순서 : <논어> 읽기 - 부담을 대폭 낮추고자 한자부분의 원문은 생략하고 국어책 읽듯 한글부분만 뜻풀이 위주, 토론 위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 이것이 주관자가 진행해야 할 최소한의 필수 항목이고 원문필사 등 그 이상의 공부는 각자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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