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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읽기

《대망(大望)》읽기를 시작하며 - 첨부 : 지도 및 참고자료

어멍 2014. 3. 8. 00:45

 

     《대망(大望)》읽기를 시작하며 - 첨부 : 지도 및 참고자료




    《대망(大望)》은 1970년 봄, 동서문화사가 시리즈로 번역, 출판하기 시작한 일련의 일본대하역사소설들로 1~12권 1세트, 13~24권 2세트, 25~36권 3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1세트가 가장 유명한데 보통 소설 《대망(大望)》이라 하면 이 1세트를 의미하고 있다.

    예전에 대학교 친구 녀석이 엄청 재밌게 읽었다고 소개한 기억도 있고... 워낙 유명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설이라 하여 이번에 1세트 12권을 구매하여 읽어보기로 하였다. 2,3세트는 1세트의 내용과는 시대상으로 후대의 이야기들이나 1세트와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다른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로 미야모토 무사시,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등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대망(大望)》 1세트 전12권

 

 

    《대망》(1세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중심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등이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말엽에 걸친 일본의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을 이뤄내는 파란만장한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소설 《德川家康》을 박재희 외 몇몇이 완역한 것이다.

    도쿄신문을 비롯한 3대 신문에 1950년부터 1967년까지 18년 동안 연재! 원고매수 무려 48000매! 발행부수 3600만 부 돌파! 일본출판역사 베스트셀러 1위! 한국출판역사 베스트셀러 1위! - 이상과 같이 《대망》은 일본과 한국에서 삽시간에 폭발적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국의 독서계를 석권하였는데 그 인기는 영화, TV연속극, 만화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고 한다.

 

 

    ‘대망(大望)’은 본래 책제목인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국의 정서를 고려하여 김천운 선생이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한국에 지은 죄가 많아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에는 반일감정이 상당하며 그것은 분명한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는 물론 이토 히로부미까지 일본인들이 좋아하고 흠모하는 영웅들은 조선,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라 볼 수 있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 없지만 만약 세종이 일본을 정벌하여 일본열도를 피바다로 만들고 대한제국이 대동아전쟁을 일으켜 일본인들을 종살이시키고 희생시켰다면... 우리는 그것을 영광의 역사로 기억할까? 부끄러움의 역사로 기억할까? 그 전쟁의 역사, 정복의 역사, 학살, 만행의 역사의 주역들을 영웅시할까? 증오할까? 의문이다! - 미화해서라도 영광의 역사, 불세출의 민족영웅으로 기억할 확률이 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인물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민족영웅

 

 

    2차 세계대전 후 지역정세의 차이, 이후 역사 정리와 단죄의 차이가 지금의 독일, 일본의 차이를 만들어 냈을 뿐 전쟁 당시의 독일 나치 정권, 일본 군국주의 정권의 인기는 그들이 승승장구할수록 하늘을 찌를듯했을 것이다. 우리민족이라고 뭐 특별할 건 없다. 이곳은 성인(聖人), 지성인(知性人), 도덕군자(道德君子)만이 사는 초일류국가가 아니고 우리는 세계제일민족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정권은 ‘강한 일본’의 기치아래 그들의 추악한 과거역사를 부정하며 우경화를 치닫고 있고 박근혜 정권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 아래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있다. 두 정권 모두 역사를 비틀려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자국 내에서 인기가 좋다. A급 전범이었던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비롯한 일제 군국주의 인물들이 영웅으로서 일본보수우익의 존경을 받고 있고 C급 친일파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씨는 군국주의의 말석을 차지했던 반도의 황군 출신으로 근대화 영웅, 반신반인으로서 한국보수우익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일본 천황의 교육칙어를 흉내 낸 박정희의 국민교육헌장, 일본의 명치유신(維新)에서 이름을 따온 10월 유신, ‘하면 된다’로 요약되는 일본식 군대문화 등을 보면 박정희와 박정희 정권의 주도세력이 일제 식민주의, 군국주의의 정신과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주와 일본사관학교에서 접했던 일본식 교육과 이후 황군 장교로서의 군 생활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우익에게 ‘강한 일본’의 전성기인 일본 군국주의 시대는 영광의 역사다. 한국우익에게 민주와 인권의 희생 위에 군대식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는 영광의 역사다. 한국우익은 일본우익의 아류로서 이 둘은 일종의 정신적, 문화적 근친관계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가지, 곧 동근이지(同根異枝)다. 한국의 우익에는 민족이란 것이 빠져 있으니 친일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보수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다.

    박정희씨가 안가(安家) 대소연회에서 엔카 곧 일본대중가요를 즐겨 불렀다고도 하는데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하리라’ 맹세했다던 그의 혈서내용으로 보자면 박정희씨는 일본우익의 입장에서는 천황이나 일본 우익영웅들이 총애하는 애마나 애완견으로 여겨진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일본인보다도 더 일본인이고자 했던 조선인! 일본 우익이 보기에 이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 일인가!

 

 

    책 얘기에 사설이 길어졌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만큼 우리에게 민감한 일본역사의 큰 인물,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과거부정과 역사왜곡 그리고 본류인 아베 정권과 아류인 박근혜 정권의 밀당의 허위성 등 작금의 한일관계가 답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거리두기는 ‘난 쟤랑 안 친해’ 수준의 보여주기식 냉전에 머물 수밖에 없고 아베의 추근거림은 하룻밤 엔조이 거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나라와 나라간,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역사 정립, 화해와 전진은 양심적인 시민사회에 깊게 뿌리를 둔 민주정권 하에서만 가능하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어느 한쪽이라도 양심적 민주정권이 아니라면 불가하다. 아베 정권과 박근혜 정권과의 과거사 정리,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불가능하다. 아베는 사과할 능력이 없고 박근혜는 사과 받을 자격이 없다.

 

 

    특별히 못난 민족은 없다. 잘난 민족도 없다. 특별히 악한 민족도, 선한 민족도 없다. 쪽바리, 짱께(떼놈), 양키, 로스케 - 각각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러시아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비하하고 얕잡아 본다고 해서 우리가 더 높아지거나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 분이 풀리고 자만심을 만족할 뿐이다. 대접받으려면 스스로 먼저 대접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비하하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한참 떨어지거나 많이 못 미친다.

    친일파(親日派), 혐일파(嫌日波)보다 지일파(知日波)가 필요하다. 지중파, 지미파, 지러파가 필요하다. 특히 가해자였던 일본에 대해선 존경받는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꿇리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려면 실력을 갖추고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정권차원이 아닌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사회세력과 손을 잡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안의 군국주의 일제의 잔재와 친일파를 청산하고 양심적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워야 함은 물론이다.

 

 

    친일(親日), 공일(恐日), 숭일(崇日)이 아닌 지일(知日), 용일(用日), 화일(和日)이어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뿐만 아니라 북한까지 포함해 세계만방의 모든 나라, 모든 민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해동포(四海同胞) 인민들을 인간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사랑, 인류애로 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뚜렷한 가치관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남이야 어떻든,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이 무슨 고통을 당하든 나만, 내 나라 내 민족만 잘 먹고 잘 살고 잘 나가는 것을 추구한다면 나치와 일본제국주의의 경우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 어디에선가, 누군가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다면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진정한 혁명가이다.” - 최초의 세계인, 신인류, 뉴맨(New Man)을 온몸으로 체현한 체 게바라의 말이다. 우리 모두는 체가 될 수 없다. 그처럼 자신의 모든 정신과 육체를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혁명가의 길을 갈 순 없다. 그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고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을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의 희생 위에 영광을 누리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거북해하는 염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잘 먹고 잘 사는 부자나라인가? 어느 누구도 함부로 깔보지 못하고 벌벌 기며 받들어 모시는 강한 총칼의 나라인가? 좀 못 먹고 좀 약해도 문화가 융성하고 풍습이 건전하고 도덕이 바로 선 염치를 아는 존경받는 나라인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중요한 것이지만 한쪽으로만 폭주하지 말아야 한다. 돈, 물질로만 경도되고 정신, 문화로는 많이 아쉬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월남전에서의 한국의 과오에 대해 베트남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북한의 독재와 세습의 역사를 욕하기 전에 박정희, 전두환 등 우리의 독재와 세습을 반성해야 한다. 침략전쟁의 승리, 영토 확장, 점령지 수탈, 타 민족의 고통과 희생을 통한 경제부흥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정권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할 수 있는 국민과 시민사회가 되어야 한다. 애국주의 광풍에 맞서 인류보편의 박애정신을 주장하는 세계시민이어야 한다.

    과연 우리 국민들의 역량은 어떠한가??

 

 

    지일, 용일, 화일은 고사하고 노골적인 반일과 은폐된, 하지만 내면화된 친일에 머무르고 있다. 친일은 워낙 복잡하고 뿌리가 깊어 제외하더라도 반일, 혐일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국의 반일감정은 말 그대로 감정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모적인 일시적 감정의 분풀이에만 머문다면 얻는 게 없다. 무엇보다 일본을 극복할 수 없다. 그들과 경쟁하고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들과 화해하고 교류하고 공생공영(共生共榮)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지일, 용일, 화일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데는 각별한 조심성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암만해도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인물들(그들에겐 영웅인)의 일본 역사 이야기인데다 놀라운 흡인력이 있다고 하니 자칫 한길로 빠져 갇혀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것은 바로 친일(親日), 애일(愛日), 숭일(崇日)의 길이다. 크게 염려하진 않지만 부지불식간에 분명 다소간의 영향을 내게 미치리라 본다. 미리 완고한 방어벽을 칠 필요는 없겠지만 일본관(日本觀)을 넘어 역사관, 가치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문화적, 정서적으로는 왜색(倭色), 일본풍(日本風)에 젖는 것에 대한 염려이기도 하다.

    다행히 작가인 야마오카 소하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말하자면 나의 《전쟁과 평화》이며, 오늘날의 내 그림자이며, 지난 역사의 인간군상에서 다음 세대의 빛을 모색해 가는 이상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 전쟁보다 평화, 일본보다 인간, 과거보다 미래를 더 염두에 두고 썼다는 얘기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서도 단순한 전쟁광이나 일본민족의 영웅호걸보다는 무사에서 정치가로 정치가에서 사상가로 성장해가는 보편적인 인물,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한, 시대의 소명을 완수한 인물로 그리고 있는 듯하다.

 

 

    오래된 책이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헛되지 않으리란 강한 느낌이 든다. 한번쯤은 꼭 읽어볼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배우고 느낄 것도 많을 것 같다. 단, 너무 내용이 방대하여 언제 다 읽을런지는 기약하기 힘들다. 한 권이 600페이지가 넘으니 12권 다 하면 7200여 페이지. 1년 안에 끝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용이 길고 복잡하여 따로 참조하면서 읽어볼만한 지도 및 참고자료를 아래에 첨부하였다.

 

 


도쿠가와(德川) 계보



대망시대 일본지도



오와리 미카와 주요지도



도토우미 스루가 주요지도

- 이상은 《대망》1권 끝에 수록되어 있는 참고자료, 다음은 인터넷 검색하여 얻은 참고자료다. -

 

 


일본의 지역 구분



오다 노부나가의 패권과 군웅할거



대망시대 주요 다이묘(大名)들



    ※ 책읽기 전후 읽어두면 도움될 글 일본과 대동아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