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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열네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60424) –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부쳐

어멍 2016. 4. 23. 19:05


      열네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60424)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부쳐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언제나 저희를 위로하시고 안아주시는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지난 한 주 저희 성도들 거친 세상에서 살다가 이렇게 주님 앞에 모였사오니 저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시옵소서. 저희에겐 주님의 위로와 축복, 믿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님.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가장 빛나던 시절, 가장 즐겁던 순간에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2학년 1반 김예은 2반 이혜경 3반 김빛나리 4반 강혁 5반 박성호 6반 황민우 7반 성민재 8반 장준형 9반 정다빈 10반 김송희...... 주님 아직도 부르지 못한 24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사옵니다. 저희가 구하지 못한 이 아이들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저희가 돌보지 못한 이 아이들을 안아 주시옵소서. 이 아이들을 주님께 보내오니 저희 대신 마지막 한 아이까지 찾아 주시옵소서. 모두 다 주님 곁에 불러 모아 그 모습 그대로 재잘거리며 즐겁게 뛰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이 시대에 어른으로 살기가 부끄럽습니다. 이것은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희들의 잘못, 어른들의 죄임을 고백합니다. 저희가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였습니까! 죽어간 아이들에게 무슨 위로를 주었고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모범을 보였습니까! 고백컨대 저희들은 이 아이들을 잊었습니다. 애써 외면하였습니다. 그사이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도, 해결된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무려 2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저희들은 저희들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주님. 주님께 여쭈오니 응답해주시옵소서. 저희들이 이 죄를 어찌 감당해야 좋겠습니까?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옳겠습니까? 저희들의 나태함과 어두움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나약함과 비루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는 골고다로 가지 않고 한사코 가나의 잔칫집만 찾아다녔습니다. 채찍을 맞아 리본처럼 너덜너덜 벌어진 주님의 상처에는 눈 감고 물고기와 빵을 쥐고 있는 주님의 손만을 목을 빼고 바라보았습니다. 저희는 아침에 밥 먹고 놀다가 배가 고프면 다시 점심을 먹을 뿐입니다. 남의 집 자식보다 제 자식만을 챙기고 제 자식보다 자신을 더 챙길 뿐입니다. 부모는 배고파 우는 자식을 시끄럽다며 때리고 자식은 걱정해주는 부모에게 너나 잘하라며 콧방귀를 낄 뿐입니다. 이렇게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자식 같지 않은 자식을 낳아 악한 세대가 더 악한 세대로 이어질 뿐입니다.

    주님. 세상 모두가 주님께 멀어져 제 욕심 따라 연기처럼, 겨처럼 가벼이 흩날릴지라도 저희만은 빛과 소금으로 남게 하소서. 세상 모두가 이 아이들을 잊고 외면하더라도 저희만은 끝까지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게 하소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저희 대신 이 아이들을 거두어 주셨듯 이 지상에선 저희가 주님 대신 이 아이들을 위로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물음에 지금 세대가 응답하게 하소서. 우리는 너희들을 버리지 않았다고,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너희들을 사랑하길 멈추지 않겠노라고 대답하게 하소서.

    주님.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듣게 하시고 깨어난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보게 하소서. 더 늦기 전에 저희의 자녀들을 사랑한다 말하며 안아주게 하소서. 내 아이를 사랑하듯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나를 사랑하듯 우리 이웃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이렇듯 이 세대가 모범을 보여 다음 세대의 귀감이 되게 하소서. 이 세대의 사랑에 다음 세대가 존경으로 응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선한 세대가 더 선한 세대로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시고 잃어버린 아이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지막 한 마리 양을 찾아 길을 나섰던 예수님, 자신의 양떼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님, 자신보다 아버지의 자녀인 우리를 더욱 사랑하셨던 우리 아버지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세월호 안에서 찍은 마지막 단체사진

이 모습 그대로 천국에서 즐겁게 뛰어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