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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NIKE+ RUNNING 決算, 나이키 플러스 러닝 결산 (2014/03/22~2014/09/27) & 달리기의 새로운 경험 1,2

어멍 2014. 10. 1. 22:38


      NIKE+ RUNNING 決算, 나이키 플러스 러닝 결산 (2014/03/22~2014/09/27)


 

   3월 6회 러닝 49.9km 8‘34“/km

   4월 1회 러닝 8.20km 8‘13“/km

   5월 5회 러닝 41.4km 7‘00“/km

   6월 6회 러닝 49.6km 6‘22“/km

   7월 5회 러닝 41.1km 6‘18“/km

   8월 7회 러닝 59.4km 6‘09“/km

   9월 8회 러닝 70.8km 5‘56“/km

 



최근 러닝 그래프



    3월 22일 러닝을 시작한 이후 매달 꾸준히 러닝 횟수, 거리를 늘리고 평균속도를 줄여왔다. 처음에 너무 무리한 탓으로 무릎통증이 발생하여 4월에는 한 차례만 뛰고 나머지는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근력강화에 주력하였다. 덕분에 이후 별 무리 없이, 별 통증 없이 러닝거리를 점차 늘릴 수 있었다.

    마라톤 책을 사서 읽어 보니 초보자에게 발생하는 통증 부위가 신기하게도 내가 아픈 곳, 아픈 순서와 똑같았다. 처음 러닝 시작 약 열흘 후엔 정강이(신 스프린트, Shin Splints) 다음 시작 약 한달 후엔 무릎(러너스 니, Runner's Knee), 다음엔 발목, 다음엔 종아리 순이다. 달릴 때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느껴지는 통증 부위도 이와 비슷하다. 8km만 뛰다가 처음 15km를 뛸 때(2014/08/24) 보니 9km에선 발목, 10km에선 종아리 아킬레스건 부위, 11km에선 발바닥에 열이 나며 아파왔다. 결국 그날 11km 이후엔 도저히 뛰지 못하고 11~12km 구간은 걷고 12~15km 구간은 다시 뛰는 것으로 겨우 15km를 달성했다.

    두 번째 15km 러닝 때는(2014/09/27)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km당 6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걷지 않고 완주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감기 기운이 있어 다음에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중에 힘들면 그만두기로 하고 출발하였는데 다행히 중간에 페이스가 좀 쳐져서 그렇지 종아리나 발바닥의 통증 없이 무사히 완주하였다.

    매 km마다 안내멘트를 주는 나이키 플러스 러닝 앱 덕분이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페이스 감각이 갖추어지는 느낌이다. 이후 정상 컨디션에서는 페이스를 좀 더 올려 더 멀리 달릴 수 있으리라 본다.


 

 


고른 페이스로 달리는 지속주, 점점 빨라지는 가속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2014/09/27 15km 러닝 페이스 분포


 

 


이제까지 총 38회 러닝으로 320.7km(평균 속도 6‘42“/km)를 달렸다.


 

 


“wonyoung Lee”를 터치하면


 

 


이제까지의 커리어와 최고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다시 (그린) 레벨을 터치하면


 

 


Nike+ Running 레벨을 볼 수 있다. 총 달린 거리에 따라 레벨이 상향 조정된다.



    이제 몇 달 안 됐지만 달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참 좋다. 힘들 땐 힘들지만 그 고비를 극복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성취감도 크지만 달리는 도중, 즐겁게 달리는 과정 역시 큰 행복이다. 여럿이 함께 달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 천변이나 공원의 야외주로를 자신과 1대 1로 대면하며 달릴 때의 거침 속의 고요한 무념무상의 느낌도 좋다.


    (이하 소제목 : 달리기의 새로운 경험 1 - 마라톤 피치와 볼레로 리듬의 싱크로율, 빌드업 러닝과 볼레로 크레센도의 유사성에 대하여)


    라벨(Ravel)의 <볼레로(Bolero)>를 들으며 달리다 보면 클라이맥스 엔딩 부분에 가까울수록 어떤 쾌락, 환희감이 온몸에 밀려오는 때가 있다. 단순성의 아름다움이 무한 반복되며 확장 증폭되어 폭발하는 것과 피치의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질 때면 어떤 일체감, 초월의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도파민, 엔도르핀 등이 마구마구 분비되는 걸까?!

    이렇게... 아무리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도, 근섬유가 찜통속의 죽순처럼 무럭무럭 김을 뿜어내도, 어느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짜릿 온몸에 소름이 돋우며, 일순간 어떠한 고통도 없이 찬물을 끼얹은 듯 오싹오싹 서늘한 오한이 들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피치가 힘차고 빨라질 때가 있다. 육체와 정신, 또는 육체와 정신이 합일된 ‘몸’이 느끼는 원초적 행복감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 이것은 내가 뛰는 것이지만 내가 뛰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엔 내가 온전히 있기도 하고 완전히 없기도 하다.


    이렇게 없던 힘이 솟아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지칠 줄 모르는 가속주를 이어간다면 언제까지라도 달릴 수만 있을 것 같다. 거리가 중요한 건 아니고 이런 달리기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면 굳이 하프나 풀코스를 완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완주 후의 성취감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목표로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하프 완주 → 풀 완주 → 기록 단축 → 풀 완주 100회 달성......

    아직 거북이 걸음마 단계! 갈 길이 멀다. 갈 길이 먼만큼 준비된 기쁨 또한 많으리라!! ^.^




               


Ballet <Bolero>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열정, 절제되며 분출 폭발하는 생명력


점점 힘차게, 점점 빠르게, 출발부터 피니쉬까지 이런 식으로 내달리는 거다!!


 

 


- 이상 2014/10/01 발행


 

 


    (이하 소제목 : 달리기의 새로운 경험 2 - 낯선 공간 멈춘 시간 속을 달리는 크라잉 러너, 그리스인 조르바)



    음악을 들으며 달리다 보면 시시각각 느낌이 다르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러닝 자체가 굴곡 많은 인생길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나의 거대한 변주곡이란 느낌이다. 동작도 호흡도 극히 단순하지만 매순간 같은 듯 다른 게 무궁무진한 느낌이랄까! 음악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주로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아침에 뛰는 것과 저녁에 뛰는 것이 다르고 1k 구간의 느낌과 10k, 20k 구간의 느낌이 다 다르다.

 

    얼마 전 가을비치곤 꽤 많은 양의 비가 이틀에 걸쳐 내렸다. 뛰지 못해 몸이 근질거리던 참에 다음날 아침 활짝 갠 갑천을 따라 출근삼아 뛰었다. 싱그럽게 씻어진 공기와 약간 서늘하다 싶은 기온이 뛰기엔 딱 좋은 날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고 멀리 계룡산 정상까지 반짝반짝 선명하다. 천변에 늘어선 가로수는 색동옷을 입은 듯 울긋불긋 알록달록 화사하고 깨끗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투명하고 풍만한 물살은 여울에 부딪쳐 무지개빛 포말을 그리며 부서져 내리고 그 위로 갈대 숲을 빠져나온 물새 서너 마리가 무리지어 날아간다.

 

    4k를 지나며 호흡도 트이고 땀도 충분히 흘러 몸이 완전히 워밍업된 상태, 약간 힘에 부치지만 계속 뛸 수 있을 만큼의 페이스(AT 페이스)로 속도를 올려보는데... 이기 무슨 조화인가?! 파헤벨(Pachelbel)의 <캐논(Canon)>이 피아노로 흘러나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마치 낯선 공간 멈춘 시간 속을 달리는 느낌, 슬로우 모션인 듯 스냅 사진인 듯 순간이 영원으로 내 영혼에 각인되는 이 느낌!!! 이 순간이 너무도 아름답고 이 세상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내 마음이 어쩔 줄을 모른다. 헉헉대고 뛰며 땀과 함께 눈물을 흘리다니... 이기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사랑스러우면 눈물이 난다더니... What a wonderful World!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 얼마나 사랑스런 세계인가! - 너무도 투명하다. 너무도 선명하다.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한 세상이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두 발로 우뚝 서서 침실의 창틀을 두 손으로 움켜 쥔 채 웃고 울며 마지막으로 망막에 아로새기고자 했던 세상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앞으로 또 어떤 달리기의 신세계가 내 앞에 펼쳐질지 기대된다.



※ 영원이란 우리의 입술과 눈 속에 있도다. - 셰익스피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막 3장

 

 


- 2014/11/08 추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