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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먹거리

Level 4 – (정통) 육개장 맛있게 만드는 법 ★★★★★

어멍 2022. 8. 17. 23:42

 

Level 4 – (정통) 육개장 맛있게 만드는 법 ★★★★★

 

 

    132번째 만드는 요리는 (정통) 육개장이다. 굳이 앞에 ‘정통’을 붙인 것은 예전에 만든 파개장(대파육개장)과 구별하기 위함이자 영화 <식객>에서 다룬 우리 고유의 육개장 조리법을 따른 의미심장한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그 뜻이 정확한지, 혹 꿈보다 해몽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 의하면 ‘소는 조선의 민초요, 고추기름은 맵고 강한 조선인의 기세요, 토란대는 외세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요, 고사리는 들풀처럼 번지는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 영화 <식객> 중 관련 장면

 

    영화를 떠나서 육개장은 우리 민중들이 오랫동안 먹어왔던 대표적 한식 중 하나다. 지금도 음식점이나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결코 아무 의미 없는 싸구려 음식이나 얼렁뚱땅 만들 수 있는 쉬운 메뉴는 아니다. 주로 요즘 같은 한여름 삼복더위에 이열치열의 의미로 뜨겁고 얼큰하게 속풀이로 먹는 소고기탕의 일종으로 개장국(보신탕)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해 소고기를 개장 끓이듯 끓여낸 장국이라 육개장(肉개醬)으로 불린다고 한다.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고 조리법도 다소 복잡한데 고사리, 토란대, 느타리버섯 등은 소고기와 식감이 언듯 비슷해서 고기를 적게 넣어도 얼추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다. 고기, 그중에서도 특히 귀한 소고기를 구하기 힘들었던 옛날 우리 민중들의 지혜가 살짝 느껴지는 메뉴 구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기는 소고기 중 기름진 부위(대표적으로 양지머리)를 쓰는데 정통 조리법에서는 이것에 추가하여 두태(豆太)기름으로 만든 다대기 양념을 쓴다고 한다. 두태기름은 소의 콩팥을 둘러싼 내장지방으로 소지방 중 가장 고소하다고 하여 이렇게 만든 다대기는 농축된 고추기름 덩어리로 그 풍미가 무척 독특하면서도 깊다고 한다.

    만들기도 구하기도 어려운데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 근처 정육점을 가보았더니 만들어 놓은 다대기는 없고 두태기름이라며 내오는 것이 있어 1kg 구매했다. 두태기름인지 일반 소지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구매했으니 만들어는 봐야지! - 일이 점점 커지고 복잡해진다. ㅠ.ㅠ

 

    실제 만들어보니 확실히 복잡하고 번거롭다. 게다가 위험하다! 두태기름 다대기 만들기와 육개장 만들기에 들어가는 공력과 시간이 거의 반반이다. 특히 전자는 뜨거운 기름이 튈 수 있어 긴장하면서 조리해야 한다.

    메뉴가 메뉴인지라 사설이 길어졌다. 참고한 레시피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뚱쉪님의 동영상(두태기름 다대기 만들기)과 김대석셰프님의 동영상(육개장 만들기)이다.

 

 

두태기름 다대기 양념 만들기

 

  준비재료 : 두태기름 약 1kg, 고춧가루 약 1kg, 마늘 8개, 대파 1개, 양파 1개, 후추 1t, 생강가루 1t, 고추맛기름 1T

 

 

    (기름이 튀기 쉬우므로) 크고 깊은 웍이나 팬에 고추맛기름 1T를 골고루 두르고 두태기름 덩어리 1kg을 작은 크기로 잘라 넣은 후 가끔 섞고 뒤집으며 타지 않을 때까지 중불로 서서히 녹여낸다.

 

 

    그사이 마늘 8개, 대파 1개, 양파 1개는 큼직하게 썰어 준비한다.

 

 

    타기 전의 진한 지방 덩어리부터 건져낸 후 마늘, 대파, 양파를 조심조심 넣고 역시 까맣게 타기 전까지 야채 기름을 내준다. (뜨거운 기름에 수분 많은 야채가 갑자기 많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폭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멀리서 조금씩 살며시 넣어야 한다.)

 

 

    야채 건더기도 모두 제거한 후 바닥의 불순물을 제외하고 깨끗한 기름을 새 웍이나 팬에 옮겨 5분간 식힌다.

 

 

    5분 후 고춧가루 약 1kg을 나누어 넣으면서 골고루 저어준다. (집에 있는 고춧가루가 부족하여 닥닥 긁어 690g 정도 넣었다)

 

 

    약불을 켜고 후추 1t, 생강가루 1t 넣고 10분간 골고루 섞으며 볶아주면 완성이다.

 

 

    몇백 인분인지 엄청 많다. 작은 용기에 소분하여 냉장하고 나머지는 큰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정통 육개장 만들기

 

  준비재료 (4~5인분) : 양지머리 464g, 데친 토란대 180g, 된장 1T, 데친 고사리 212g, 느타리버섯 70g, 다시마 큰 거 1장, 대파 4뿌리,  250g, 청양고추 2개, 맛술 2.5T, 간 마늘 2T, 국간장 2.5T, 고춧가루 2T,  1200ml, 사골육수 300ml, 까나리액젓 2/3T, 소고기 다시다 1t, 후추 3꼬집, 간 생강 1/2t, 식용유 1.5T, 참기름 1.5T, 두태기름 다대기 양념 2T+a, 마지막 소금간 적당량

 

    사 온 재료들을 남기기 애매해서 김대석 셰프의 원 레시피보다 조금씩 증량하다보니 양이 많아져 만들어 놓고 보니 4인분이 훌쩍 넘는다. 원 레시피에 없는 추가재료는 간 생강과 두태기름 다대기 양념이다.

 

 

    전기주전자로 끓인 물 1200ml에 다시마 큰 거 한 장 넣고 10분간 우린 후 꺼낸다.

 

 

    토란대의 독성을 빼기 위해 냄비에 물을 담아 된장 1T 푼 후 토란대를 넣고 10분간 중불로 삶은 후 꺼내어 찬물로 헹군 후 가볍게 짜서 물기를 빼준 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데친 고사리의 미끌거리는 성분을 빼기 위해 끓는 물에 2.3초만 재차 데친 후 꺼내어 찬물로 헹군 후 가볍게 짜서 물기를 빼준 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얇게 썬 양지를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아준다.

 

 

    느타리버섯 70g은 길게 찢고 무 250g은 사각으로 얇게 썰고 청양고추 2개는 송송 썰고 대파 4뿌리는 반으로 가른 후 6cm 정도 길이로 자르면 모든 재료가 준비됐다.

 

 

    큰 냄비에 식용유, 참기름 각각 1.5T 넣고 양지 넣고 맛술 2.5T, 간 마늘 2T, 고춧가루 2T, 간 생강 1/2t 넣고 골고루 섞으며 고추기름을 내준다.

 

 

    대파 조금 남겨놓고 넣고 무 넣고 어느 정도 볶은 후 고사리, 토란대 넣고 골고루 뒤섞으며 볶은 후

 

 

    다시다 육수와 사골 육수 300ml 넣은 후 송송 썬 청양고추와 느타리버섯을 넣고 계속 끓이다가

 

 

    국간장 2.5T, 까나리액젓 2/3T 넣고 남은 대파도 마저 넣은 후

 

 

    소고기 다시다 1t, 후추 3꼬집 넣은 후

 

 

    맛을 봐서 맵기와 진하기는 다대기 양념 2T+a를 넣어 조절하고 간은 소금 적당량으로 조절한 후 푸~욱 끓이면

 

 

완성이다!

 

 

 

    시식 및 품평 : 뭐지? 처음 맛보는 이 맛은?? 육개장을 여러 번 맛봤었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다. - 생존을 위해 처음 보는 먹거리, 낯선 맛에 경계심을 갖는 보수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첫 느낌은 그리 탐탁지가 않다. 하지만 몇 숟갈 떠먹어보니 이내 익숙해지고 깊은 풍미가 새록새록 매력적이다. 한 그릇을 금세 다 비운 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뱃속에서부터 그 풍미가 은근히 올라옴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깊고 진하고 얼큰하고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고소한 국물에 건더기의 씹는 맛이 잘 어울린다. 대파는 시원하면서도 달큰하고, 고사리는 잘근잘근 부드럽게 씹히고, 토란대는 견고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느타리는 탄력 있게 쫄깃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양지를 손으로 찢지 않고 칼로 자른 관계로 그 특유의 쫄깃쫄깃하면서도 기름진 고소함이 많이 부족하다.

 

    육개장 맛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소고기(양지) 맛이 만족스럽지 않으므로 다음에는 덩이째 장시간 끓여낸 후 손으로 찢어 넣기로 한다. 즉 예전에 만든 대파육개장 레시피에 준하여 조리과정을 대폭 수정하기로 한다.(대파육개장 만드는 법) 아울러 양이 너무 많으므로 다음에는 4인분 정도 되게 재료들을 전체적으로 줄여서 만들기로 한다. (두태기름 다대기 역시 너무 양이 많으므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절반으로 줄여 만들기로 한다.)

 

 

 

  완성된 어멍의 두태기름 다대기 양념 레시피

 

 

  준비재료 : 두태기름 약 0.5kg, 고춧가루 약 0.5kg, 마늘 4개, 대파 1/2개, 양파 1/2개, 후추 1t, 생강가루 1t, 고추맛기름 1T, 녹여낸 두태기름의 절반 정도의 식용유

 

 

  1. 속이 깊은 대형 웍이나 팬에 고추맛기름 1T를 골고루 두르고 두태기름 덩어리 0.5kg을 작은 크기로 잘라 넣은 후 가끔 섞고 뒤집으며 타지 않을 때까지 중불로 서서히 녹여낸다.

 

  2. 그사이 마늘 4개, 대파 1/2개, 양파 1/2개는 큼직하게 썰어 준비한다.

 

  3. 타기 전의 진한 지방 덩어리부터 건져낸 후 마늘, 대파, 양파를 조심조심 넣고 역시 까맣게 타기 전까지 야채 기름을 내준다.

 

  4. 야채 건더기도 모두 제거한 후 바닥의 불순물을 제외하고 깨끗한 기름을 새 웍이나 팬에 옮긴 후 식용유 등 다른 기름을 약 절반가량 합하여 준 후 5분간 식힌다.

 

  5. 5분 후 고춧가루 약 0.5kg을 나누어 넣으면서 골고루 저어준다.

 

  6. 약불을 켜고 후추 1t, 생강가루 1t 넣고 10분간 골고루 섞으며 볶아주면 완성이다.

 

  ※ 소기름은 상온에서 빨리 경화되어 이후 사용하기 불편하므로 식용유나 고추기름 등 다른 기름을 약 절반가량 섞기로 한다.

  ※ 고춧가루는 굳이 양을 정하지 말고 조금씩 넣고 섞어주면서 다대기가 약간 걸쭉해질 때까지 조절하며 넣으면 된다.

  ※ 육개장, 순두부찌개, 해장국, 장칼국수 등 얼큰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각종 찌개, 탕국류에 쓰인다.

  ※ 만든 후 작은 용기에 소분하여 냉장하고 나머지는 큰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경화되어 쉽게 녹지 않으므로 1T 정도 분량의 큐브형으로 잘라 보관하는 것이 좋다.

  ※ 기름이 튀기 쉬우므로 속이 깊은 대형 웍이나 팬을 이용하고 뜨거운 기름에 수분 많은 야채가 갑자기 많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폭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멀리서 조심조심! 조금씩 살며시 넣어야 한다.

  ※ 좀 비싸지만 ‘눈꽃두태’란 이름으로 소지방을 정제한 고체형의 제품도 시중에 나와 있다. (돼지지방을 정제한 제품은 ‘라드(유)’)

 

 

 

 

  완성된 어멍의 (정통) 육개장 레시피 (4인분)

 

 

  준비재료 : 양지머리 400g, 데친 토란대 100g, 된장 1T, 데친 고사리 100g, 느타리버섯 50g, 다시마 손바닥만 한 것 1장, 생강청 건더기 포함 1/2T, 대파 4뿌리,  250g, 청양고추 1개, 맛술 2T, 간 마늘 1.5T, 국간장 3T, 고춧가루 2T, 꽃소금 1/2T, 쌀뜨물(또는 생수) 1.5L, 까나리액젓 1/2T, 소고기 다시다 1t, 미원 1/2t, 후추 소량, 간 생강 1/2t, 고추맛기름 1T, 두태기름 다대기 양념 2T+a, 마지막 소금간 적당량

 

 

  1. 쌀뜨물(또는 생수) 1.5L에 다시마 손바닥만 한 것 1장, 생강청 건더기 포함 1/2T, 깨끗이 씻어 핏물을 제거한 양지머리 덩어리 400g을 넣고 강불로 가열한다.

 

  2. 끓기 시작하면 중간중간 거품을 제거해주고 중불로 15분 정도 육수를 우려낸 후 다시마를 건져내고 약불로 줄여 1시간 정도 양지머리를 푹 삶아준다.

 

  3. 그사이 냄비에 물을 담아 된장 1T 푼 후 토란대 100g을 넣고 10분간 중불로 삶은 후 꺼내어 찬물로 헹군 후 가볍게 짜서 물기를 빼준 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4. 데친 고사리 100g 역시 끓는 물에 2.3초만 재차 데친 후 꺼내어 찬물로 헹군 후 가볍게 짜서 물기를 빼준 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5. 느타리버섯 50g은 길게 찢고 무 250g은 사각으로 얇게 썰고 청양고추 1개는 송송 썰고 대파 4뿌리는 반으로 가른 후 6cm 정도 길이로 잘라 준비한다.

 

  6. 큰 볼에 국간장 3T, 맛술 2T, 간 마늘 1.5T, 간 생강 1/2t, 고춧가루 2T, 고추맛기름 1T, 꽃소금 1/2T, 후추 소량을 넣고 끓고 있는 육수를 조금 부어 골고루 섞어준다.

 

  7. 양지머리와 생강 건더기를 건져낸 후 대파를 넣고 30초 정도 데쳐서 건져낸 후 썬 무는 바로 투입한다.

 

  8. 건져낸 양지머리를 충분히 식힌 후 결대로 쭉쭉 찢어 볼에 있는 양념장에 넣고 데친 대파, 고사리, 토란대, 느타리버섯도 함께 넣어 골고루 섞어 버무린 후 약 10분간 간이 배게 재워놓는다.

 

  9. 냄비에 투입한 후 송송 썬 청양고추 넣고 까나리액젓 1/2T, 소고기 다시다 1t, 미원 1/2t, 후추 2꼬집 넣은 후 맛을 봐서 맵기와 진하기는 다대기 양념 2T+a를 넣어 조절하고 간은 소금 적당량으로 조절한 후 푸~욱 끓이면 완성이다.

 

  ※ 숙주, 당면, 풀은 계란이 들어가기도 한다.

  ※ 국물 위로 뜬 진한 기름은 국자로 밀쳐내고 그릇에 담아낸다.

  ※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나 청양고추의 양을 가감하여 맵기를 조정한다.

 

 

    ※ 한여름 무더운 삼복더위에 즐겨 먹는 제철 음식으로 한겨울 엄동설한에 먹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