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3 - 된장박이무장아찌(무침) 맛있게 만드는 법 ★★★★★
209번째 만드는 요리는 된장박이무장아찌(무침)다. 언뜻 가장 만만한 반찬인 장아찌의 일종이지만 결코 흔하디흔한 손쉬운 반찬은 아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간장무장아찌에 비해 과장이겠지만 몇 십 배 맛있다고 하여 완성까지 5개월 이상이 걸리는 간단치 않은 반찬이지만 맘먹고 만들어보기로 한다. 옛날에는 뒷마당 장독대 된장 속에 박아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에는 흔하지 않은 반찬인데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은 어렴풋하게, 그때의 그 특유의 맛은 또렷하게 혀끝 감각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참고한 레시피는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김대석셰프>님의 동영상이다.
준비재료 : 무 5개, 된장 2~3kg, 천일염 2컵+a, 물엿 충분히(2컵 정도), 대형 김치통, 키친타월이나 면포 & 시간(5개월)
무(가을무가 좋다) 5개를 수세미를 이용해 물로 깨끗이 씻는다.
세로로 절반으로 잘라 껍질면과 절단면에 천일염을 듬뿍 문질러 바른 후 대형 김치통에 절단면이 위로 향하게 넣고 그 위에 물엿을 골고루 듬뿍 부어준 후 뚜껑을 닫고 3일간 기다린다. (대형 김치통 한 통에 다 들어가지 않아 중형 김치통 하나를 추가했다.)
2일 경과 후 무 속의 수분이 빠져나와 크기가 작아졌다. 무와 소금물을 한통에 모두 합친 후 하루 더 기다린다.
3일 경과 후 무만 건져내어 키친타월이나 면포로 표면의 물기를 제거한 후 큰 소쿠리나 채반에 펼쳐서 통풍되는 장소에서 햇볕에 2,3일간 건조한다.
마지막 작업을 위해 된장을 준비한다. 된장은 대한민국 고깃집 된장찌개로 가장 많이 쓰인다는 미화합동찌개된장 3kg을 구입했다.
무 표면의 오염된 부분을 칼로 자르거나 긁어 제거한다. 무는 알맞게 반건조되어 탄력있게 낭창낭창하다.
김치통 바닥에 두툼하게 된장을 깔아준 후 무 절단면과 껍질면에 된장을 듬뿍 발라준 후 김치통에 차곡차곡 채운다. (세로로 겹쳐 넣고 두 조각이 남아 그 위에 얹었다.)
무가 보이지 않게 된장을 빈틈없이 덮은 후 천일염 반 주먹 골고루 뿌려준 후 비닐로 덮는다. (무가 커서 그런지 된장 3k를 다 썼다. 무가 작던지 위에 얹은 두 조각만 없으면 2k-a 또는 +a 정도 쓰일 듯하다.)
뚜껑 닫고 통풍이 잘 되는 베란다에 놓고 5개월간 기다린다. (날 더운 여름철엔 냉장 보관한다.) 라벨을 붙여 만든 날짜를 표기한다. 20241026 담았으니 20250326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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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하고도 10일이 지난 2025년 4월 5일, 언박싱! 두근두근!! - 이제 꺼내어 된장박이무장아찌무침을 만들어보자.
하나를 꺼내어 찬물에 깨끗이 씻은 후 된장박이무장아찌 400g을 적당한 두께로 채 썬다.
찬물에 헹군 후 찬물에 10분간 담가 짠 기를 뺀다. (맛을 봐서 여전히 짜다면 5분 추가)
두 손을 이용해 주먹으로 물기를 꽉 짜낸 후 볼에 담고 잘게 다진 대파 반개, 고운 고춧가루 1t, 간 마늘 1t, 백설탕 1t, 참기름 1.5t, 미원 0.5t, 통깨 1T, 물엿(또는 올리고당, 조청, 꿀) 1.5T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
시식 및 품평 : 오독오독 식감도 좋고 흔하게 맛볼 수 없는 개성 있는 맛이다. 하지만 삭힌 듯 숙성된 강한 된장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주방에서 장아찌통을 개봉하자마자 거실에 있던 다영, 종서가 고약하다면서 코를 틀어막는다. 하지만 내게는 편안한 맛, 고향의 맛, 추억의 맛, 어머니의 맛이다.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맛이다!
밥에 물 말아서 몇 개만 올려먹어도 냠냠굿!
훌륭한 요리의 뛰어난 맛에 대한 최상의 표현은 무엇일까? 이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맛, 먹고 죽어도 좋을 맛,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일단 먹고 보는 맛이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식후경 식후사(食後死) - 고병규 원작
이 맛은 조바심을 못 이기고 혀가 혀뿌리를 끊어내고 입 밖으로 탈출할 맛, 엄마가 아기가 먹고 있는 입안의 것을 뺏어먹을 맛이다. 물론 아기가 이 된장박이무장아찌의 맛을 알 리도 없고 즐길 리도 없겠지만... 하지만 아기도 장성하여 이것을 맛보고 이 맛의 매력을 안다면 분명 흡족해할 것이다.
영화 <프렌치 수프>에서 요리사가 자신의 10대 수련생에게 골수 요리를 맛보이자 수련생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요리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어린 너에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골수요리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 맛을 잘 기억해라. 40대 전에 미식가가 될 수 없다. 맛을 알고 즐기려면 문화와 경험이 필요하다.’ - 그 문화와 경험은 우리의 실재 삶을 통한 추억의 누적이다.
선천적인 취향의 차이도 있겠지만 맛의 호불호는 대개 이렇게 결정된다. 서양인이 된장 등 한국음식을 쉽게 즐기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 특정인이 특정 음식을 특히 기피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된장박이무장아찌에는 한국 고유의 정취와 문화가 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담그신 어머니의 사랑의 맛과 추억이 있다.
완성된 어멍의 된장박이무장아찌 레시피
준비재료 : 무 5개, 된장 2~3kg, 천일염 2컵+a, 물엿 충분히(2컵 정도), 대형 김치통, 키친타월이나 면포 & 시간(5개월)
1. 무(가을무가 좋다) 5개를 수세미를 이용해 물로 깨끗이 씻는다.
2. 세로로 절반으로 잘라 껍질면과 절단면에 천일염을 듬뿍 문질러 바른 후 대형 김치통에 절단면이 위로 향하게 넣고 그 위에 물엿을 골고루 듬뿍 부어준 후 뚜껑을 닫고 3일간 기다린다.
3. 3일 경과 후 무만 건져내어 키친타월이나 면포로 표면의 물기를 제거한 후 큰 소쿠리나 채반에 펼쳐서 통풍되는 장소에서 햇볕에 2,3일간 건조한다.
4. 무 표면의 오염된 부분을 칼로 자르거나 긁어 제거하고 김치통 바닥에 두툼하게 된장을 깔아준 후 무 절단면과 껍질면에 된장을 듬뿍 발라준 후 김치통에 빈 공간이 없도록 차곡차곡 채운다.
5. 무가 보이지 않게 된장을 덮은 후 천일염 반 주먹 골고루 뿌려준 후 비닐로 덮은 후 뚜껑 닫고 통풍이 잘 되는 베란다에 놓고 5개월간 기다린다. (날 더운 여름철엔 냉장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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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어멍의 된장박이무장아찌무침 레시피
준비재료 : 된장박이무장아찌 400g(두 손 모아 크게 두 주먹), 대파 반개, 고운 고춧가루 1t, 간 마늘 1t, 백설탕 1t, 참기름(또는 들기름) 1.5t, 미원 0.5t, 통깨 1T, 물엿(또는 올리고당, 조청, 꿀) 1.5T
1. 된장박이무장아찌를 꺼내어 깨끗이 씻은 후 400g을 취하여 적당한 두께로 채 썬 후 찬물에 헹군 후 찬물에 10분간 담가 짠 기를 뺀다. (맛을 봐서 여전히 짜다면 5분 추가)
2. 주먹으로 물기를 꽉 짜낸 후 볼에 담고 잘게 다진 대파 반개, 고운 고춧가루 1t, 간 마늘 1t, 백설탕 1t, 참기름(또는 들기름) 1.5t, 미원 0.5t, 통깨 1T, 물엿(또는 올리고당, 조청, 꿀) 1.5T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
※ 대파 대신 쪽파로 대용 가능하다.
※ 낭창낭창 탄력이 있어서 채칼은 사용할 수 없다.
※ 너무 오래 찬물에 담가두면 특유의 향과 짠 기가 빠져 맛이 밍밍해진다.
※ 된장 단독, 고추장 단독, 된장에 고추장을 적당량 합하여 담아도 좋다.
※ 가을에 담으면 봄부터, 겨울에 담으면 여름부터 먹기 시작한다.
※ 겨울철 동치미를 담아 먹고 남은 동치미무(말린 것)를 박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노각(말린 것)을 박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 완성된 무장아찌는 하나씩 꺼내어 그대로 적당량, 적당 모양으로 잘라 먹거나 무침 등 2차 조리하여 먹는다.
※ 쓰고 남은 된장은 찌개 등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단, 묽어지는 등 맛이 어느 정도 변하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된장이나 고추장을 추가하여 계속 무장아찌를 담아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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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가늘게 채 썰어 무침 1통 어머니에게 드리고 누님들 것은 통째로 하나씩 준비한다. 10개중 5개를 쓰고...
이번엔 고추장 1.5k를 합하여 된장과 뒤섞은 후 나머지 5개를 다시 박아 넣는다. 우선은 약 2개월 정도 남은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고 날 더워지면 냉장고로 옮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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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만든 200여개의 요리 중 가장 오래 걸린 요리다. 그사이 엄청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장아찌를 담은 2024년 10월 26일 이후 5개월여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국회 탄핵 의결, 윤 대통령 체포, 구속, 구속 취소 등 굵직한 일들이 있어왔고 4월 4일에는 드디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되었다. 인고의 그 시간을 지나온 이 장아찌는 불명예스럽지만 ‘윤석열표 된장박이무장아찌’, ‘탄핵장아찌’인 셈이다.
탄핵 찬성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관심도 많고 할 말도 많고 소회도 깊지만 포스팅이 이미 너무 길므로 간단히 결론과 그 의미만 얘기한다면... 나는 이 사건을 ‘구시대의 종언’이라고 본다. 그 시대는 바로 박정희 시대다.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여의 시간은 정치와 여론몰이로 야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탄압하는 것이 실력도 안 되고 여의치 않으니 사법을 수단으로 하고 그것도 안 되니 계엄이라는 폭력 수단까지 동원하며 폭주한 시간이었다.
왜일까? 계속 에스컬레이트된 감정적 기싸움? 윤석열 김건희 대통령 내외의 개인적 안전보장? 그 차원을 떠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이 있다. 즉 선거로는 더 이상 집권 가능성이 없다는 데서 오는 수구보수세력 전체의 본능적인 절망감이 있었다고 본다.
선거의 3대 변수인 구도, 인물, 이슈 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 있다. 바로 유권자 분포, 인구 변화다. 70대 이상 박정희 세대가 저물고 있다. 정보혁명과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은 고학력의 신세대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변곡점을 지나면 그 기세는 더 가팔라진다. 이미 7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가 민주당 지지 우세다. 앞으로 민주당 계열이 치명적 실수만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수구보수세력이 대통령도 국회권력도 차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아직 사건은 완결되지 않고 진행형이지만(역사에서 완결, 종료는 원래 없다!) 큰 고비를 넘었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었다. 하지만... 정권도 바뀌고 시대도 저물지만 우리 삶은 계속된다. 된장박이무장아찌 같이 변함없이 장구하게,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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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 기념으로 고추장을 추가해서 그동안 박아두었던 장아찌를 꺼내어 무쳐보았다. 된장 단독보단 훨씬 맛있다.
대통령 당선 축하 '이재명표 된장고추장박이무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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