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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씨 or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어멍 2015. 3. 20. 21:30


    박정희씨 or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진중권 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개마고원

극우 멘탈리티 연구, 우리시대 정치풍자의 바이블



    자극적인 책의 제목은 조선일보 기자, 월간조선 편집장과 사장 등을 거친 극우 논객 조갑제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저서의 제목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서 패러디한 것이다.

    조갑제씨가 본 박정희 대통령은 범인(凡人)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선악을 초월한 인간영웅, 심지어 (누구나 꺼려하는, 하지만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은 희생적 인물, 어리석은 인간들의 비판과 역사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반신반인(半神半人)의 반열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런 심오하고 비장한 의미를 담은 조갑제씨의 책 제목에 진중권은 그 특유의 시니컬하고 쿨한 반사(反射)로 응답한 셈이다.


    내 보기에 인간 박정희는 반신반인이 아닌 반수반인(半獸半人)의 출세지향, 권력지향의 부도덕한 인물, 무능력하였으나 시류를 잘 타고나고 이용한 음흉한 폭군(暴君)으로 당시 미국에 의해 붙여진 ‘스네이크 박’이란 별명은 이를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은 혼군(昏君), 곧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던데 아직까지도 노년층을 중심으로 박정희 대통령 추종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무척 많다. 이 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가 없는 게, 이것은 자신들의 빛나는 청춘과 정확히 오버랩되는 일종의 향수이기 때문이다. 스탈린을 향수했던 구소련의 노인들, 히틀러를 그리워했던 전후 독일 노년층과도 같이 독재도 오래하면 추억이 되고 전설이 된다.

    결국 이분들이 세월이 지나며 퇴장하는 것에 따라 박정희 향수도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인기도 3,4,5...등으로 자연스레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옛 일본식 군복을 입고 행진하는 일본의 노병들

이들에겐 비참했던 아시아-태평양 전쟁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의 역사다.



    책은 인간 박정희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박정희 추종자들인 조갑제, 이인화(본명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 이문열, 송복, 박홍 등의 극우파 논객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이들의 주장이 나치독일과 일본군국주의의 극우 파시스트 논리의 복사판임을 치밀한 논리적 전개에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증명하고 있다.

    단지 더 자세하고 더 깊게 알게 됐다 뿐이지 기존에 접했던 정보, 품었던 생각과 차이가 나지 않는지라 특별히 언급하고 남길 독후감은 없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고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바꾼 터에 몇 가지만 적고 마무리하기로 한다.



힘없는 일개 소시민인 제가 박정희 대통령을 박정희씨라고 부른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저 자유로운 블로그 글이기에 자유롭게 쓰는 것뿐이지 님 같은 박정희 대통령 좋아하시는 분, 존경하고 사랑하고 숭배하시는 분들 심기를 자극할 의도는 없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저도 그런 분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때는 연상이든, 연하든 상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박정희 대통령’으로 호칭한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제가 세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공인, 둥글둥글 처신하며 그럭저럭 평판을 유지하고 섣불리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할 정치인이라면 박정희씨를 꼬박꼬박 박정희 대통령으로 호칭하였겠지요. 하지만 이제까지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사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저 일개 소시민의 소박한 신념, 가치관이라고 해두죠.

 

    예전에 본 블로그 <야~ 기분 좋다!>란 포스팅에 달린 어느 박정희 지지자의 댓글에 답한 내 답글의 일부다. 개인적으로는 박정희씨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호칭하지도 않았다. 지지하진 않았지만 김영삼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어도 쿠데타로 정권을 도둑질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바리들은 대통령 자격에서 열외다. 민주주의라는 자궁에서 태어나지 않은 그들 정권의 정통성은 원천적으로 무효다.

    하지만 이런 원칙,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부터 항상 ‘박정희씨’가 아닌 ‘박정희 대통령’으로 호칭하려 한다. 작다면 작고 하찮다면 하찮기도 하겠지만 머리가 굵어진 이후로 줄곧 지켜온 이 원칙을 바꾸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그것이 더 지혜롭고 성숙한 태도라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찍지 않은 대통령도 존중하고, 내가 인정하지 않은 대통령도 인정하는 것은 그 대통령 개인이 못났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그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국민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문대표가 박통을 흠모해서가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 역시 김대표가 노통을 흠모해서가 아니다. 다 박통을 따르는 국민, 노통을 따르는 국민을 존중함으로서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을 이루기 위함이다.

    둘째, 나는 아니더라도 내 자손들을 생각할 때 이것이 더 이롭고 현명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가 교육 자체로도 바르고 좋을 뿐더러 혹 내 후손들이 중요하고 높은 공직에 오를 때에도 조금이라도 흠이 덜 될 것이다. 나는 이미 세상에 나가긴 늦어버렸지만 내 자녀들은 다르다. 요새 워낙 문제 있고 더러운 인물들이 등용되어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해졌지만 앞으로 점점 그 기준이 엄격해질 것은 분명하다. 세상일은 모르는 일! 큰 뜻이 없대도 이것저것 자기 커리어와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영이 종서도 나를 따라 정희, 대중이, 이명바기, 노무혀니, 그네... 가벼이 부르지 말고 호불호를 떠나 공인들을 존중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셋째, 이것이 더 세련되고 강한 이의 태도기 때문이다. 때로는 촌스럽고 단순한 것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 때는 문자도 변변치 않은 몽골이 세계를 제패하고 촌동네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통합하였지만 그것은 닫힌 세계에서나 가능한 옛일이다. 시간과 공간과 정보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개방된 지구촌 시대에서는 결코 촌스럽고 단순무식한 것이 승자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목소리 큰 놈, 고집스레 우기는 놈이 이기는 작은 저자거리에서나 통할 일이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아베와의 회동에서 아베에게 눈길도 안 주었다고 해서 국내의 인심을 얻었다는데 외교적으로는 약자가 취하는 촌스런 아마추어식 외교술이다. 난 쟤랑 안 친해! 여고생이 취하는 철부지 행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오바마와 아베가 박 대통령과 한국을 우습게 본다. 눈도 맞추고 악수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대신 주장할 것은 격식에 맞추어 강하고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이 강자, 프로의 세련되고도 당당한 외교술이다.

    얼마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인 웬디 셔먼이 ‘값싼 박수를 받기 위해 민족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한일 과거사 문제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망언을 해서 시끄러웠다. 한국이 미국에게 이런 모욕과 무시를 당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막무가내식 유치한 외교행태가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여학생 외교

                                           아   베 : (한국어로) 박근혜 대통령님 만나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 .....................................................

                                           오바마 : ㅠ.ㅠ



    김기종씨의 미 대사 공격도 마찬가지! 촌스럽다. 꽉 막혔다. 싫은 놈, 미운 놈과는 상종도 하지 않으려는 이런 극단적 행태는 자신은 약자이며 심지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좌파 우파, 진보 보수, 민족주의(국수주의) 세계주의(사대주의)... 가리지 않는다. 아바이 수령, 반신반인, IS 등 정치에서 종교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막론하고 이런 극단적 원리주의, 근본주의는 우스울 정도로 촌스럽고 무서울 정도로 위험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정치지형상 상대적으로 좌파, 진보 쪽에 가까운 내가 보기에 안타까운 면이 많다. 순수한 것, 소박한 것, 진정성도 좋지만 진보는 좀 세련되게 가꾸고 연출할 필요성이 있다. 꾀죄죄하고 촌스럽고 부스스한 인상을 탈피하고 대중 앞에 설 때라도 좀 입술도 바르고 옷도 갖춰 입고 머리라도 손 보고 나서야 한다. 그것이 대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말도 좀 점잖고 품위 있게 가려하고... 그런 취지에서 나도 ‘박정희씨’가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으로 호칭을 바꾸기로 한다.


    강자가 되려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강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것은 허세가 아니라 강자의 마인드와 강자의 책임감과 강자의 자세가 그 자체로 곧 실력의 중요한 일부분이란 것이다.

    리더가 되려는 자는 지금부터 리더처럼 행동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는 당장 지금부터 대통령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