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전설과 포송령의 요재지이에 나타난 의식의 원형 /무위 해마다 납량특집으로 방영되는 구미호의 전설을 TV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여우 괴담은 천년호(千年狐)같은 제목을 달고 영화의 주된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정서에 공감을 많이 자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에서는 꼬리가 아홉이나 되는 여우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애절한 한(恨)이 전면에 흐른다. 싸늘한 그믐달이 희미하게 비치는 산 능성에 있는 묘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여우의 울음 소리. 이 울부짖음이 우리의 귀가 아니라 가슴 속으로 처절하게 메아리치며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그 울음 소리가 우리의 무의식 깊숙히 잠재되어 있는 이기심이나 잔인함, 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묘한 죄의식을 소름처럼 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