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문학, 책읽기

《대망(大望)》 전집 (2세트, 3세트) 읽기를 시작하며 - 첨부 : 《대망》 전집 36권 구성표

어멍 2025. 9. 29. 21:37

 

《대망(大望)》 전집 (2세트, 3세트) 읽기를 시작하며

- 첨부 : 《대망》 전집 36권 구성표 -

 

《대망》 전집 총 3세트 - 세트당 12권 총 36권

 

    오래전 장장 22개월에 걸쳐(2014/03/11~2016/01/28) 동서문화사가 발행한 《대망》1세트 열두 권을 읽고 관련하여 총 15편의 글을 본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 《대망》 읽기를 마치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내친 김에 아예 나머지 2,3세트도 구입하여 읽어보기로 한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중고로 박스째 구입했다.(덕분에 골드회원으로 등업 ^^) 각 세트의 구성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대망》 전집 총 36권의 구성

  권수 제목 원제 작가 시간 공간 내용 한줄 요약
대망1세트열두권 1~12 도쿠가와 이에야스 德川家康 야마오카 소하치 1541
~1616
츄부와 긴키를 중심으로 주고쿠와 에도 전국시대를 끝내고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
대망2세트열두권 13~17 다이코 新書太閤記 요시카와 에이지 1536~1585 츄부, 긴키, 주코쿠, 시코쿠 평민출신으로 최고권력인 다이코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야기
18~21 무사시 宮本武蔵 1600~1612 주코쿠, 긴키, 츄부, 간토 전국 말, 에도막부 초기에 활약한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
22 나루토비첩 鳴門秘帖  1770년대 시코쿠의 아와, 에도, 오사카, 교토 아와의 비밀을 파헤치고 감금된 막부 밀정을 구하려는 무사 겐노조의 액션활극
23~24 나라를 훔치다 国盗物語 시바 료타로 1517~1582 교토, 미노, 오와리, 에치젠, 오미의 긴키와 츄부 사미승, 기름장수 출신으로 미노를 집어삼킨 사이토 도산과 그의 사후(死後) 아케치 미쓰히데, 오다 노부나가 이야기
대망3세트열두권 25~28 사카모토 료마 竜馬がゆく 1853~1867 도사의 고치, 에도, 교토, 오사카, 나가사키, 시모노세키, 고베, 가고시마, 후쿠오카 일본 근대화의 서막을 연 삿초동맹, 대정봉환의 숨은 영웅 사카모토 료마 이야기
28~29 사무라이 1858~1868 에치고의 나가오카, 에도, 교토, 나가사키, 비추, 요코하마 보신전쟁에서 패할 줄 알면서도 구막부군에 속해 싸우다 죽은 나가오카번 가신 가와이 쓰기노스케 이야기
29~30 불타라 검 えよ 1857~1869 무사시, 에도, 교토, 오사카, 하코다테 보신전쟁에서 구막부군에 속해 끝까지 싸우다 전사한 신센조 부장 출신 히지카타 도시조 이야기
30~33 나는 듯이 ぶが 1872~1879 사쓰마의 가고시마, 히고의 구마모토, 휴가, 야마구치(하기), 도쿄 막역한 사이였던 사이고 다카모리(파)와 오쿠보 도시미치(파)가 유신 후 정한론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거쳐 세이난 전쟁으로 파국을 맞는 이야기
34~36 언덕위 구름      

      ※ 36권 모두 박재희(주도로 모두 8인이 참여한) 번역이다.

      ※ 25~28권 시바 료타로의 <사카모토 료마>는 같은 동서문화사에서 같은 박재희 번역으로 전8권 <료마가 간다>로 따로 출판되기도 하였고 하늘출판에서 박문수 번역으로 전8권 <제국의 아침>으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 요시카와 에이지는 <新書太閤記>를, 시바 료타로는 <新史太閤記>를 썼다.

      ※ <德川家康)><宮本武蔵><鳴門秘帖><国盗り物語><竜馬がゆく><峠><燃えよ剣><翔ぶが如く><坂の上の雲> 등 대부분의 작품이 (대하)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으로 제작되었다.

      ※ 표 빈 칸은 읽으면서 차차 채워나갈 예정

      ※ <나는 듯이>는 1877년 사이고 다카모리의 죽음에서 사실상 끝나고 1878 오쿠보 도시미치, 1879 가와지 도시나가의 죽음은 여담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화해와 공존을 모색하면서 일본을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접국가지만 오랜 악연으로 심리적, 정서적으로는 먼 이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일본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제품이 손이 가지 않고 해외여행도 이왕이면 일본 아닌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 《대망》 1세트는 그런 상태에서 혹시라도 일본풍에 젖고 일뽕에 취해 일빠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경계와 염려를 갖고 읽었다.

 

    이러한 걱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몇 프로가 팩트고 몇 프로가 픽션인지 알 수 없는 소설로서 대부분이 일본(인)을 미화, 칭송하고 있다. 더욱이 세 작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수우익 성향을 갖고 있다. 이력과 작품목록을 살펴보니 일뽕의 강도, 우익성향은 요시카와 에이지, 야마오카 소하치, 시바 료타로 순으로 강한 것 같다. 요시카와는 2차 대전 때 해군 전사 편찬에도 참여하는 등 군국주의를 위해 일한 전력이 있고 료타로는 전차병으로 징집되어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었다고 한다.

    일본에 대한 생각, 입장이 첫 12권을 읽고 전과 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숱한 일본의 역사인물들을 영웅호걸로 그린 대하소설을 읽고도 일빠의 길로 들어서지 않은 것은 이미 일뽕보다 강하다는 국뽕에 중독되었던 까닭일까? 요지부동! 달라질 것이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이 굳어질대로 굳어져 돌이킬 수 없이 편협하고 완고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자아도취하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며 내 일본관(日本觀)은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 경멸, 반대에 이를 정도로 병적이고 적대적이지 않다.

 

    이미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배경으로 한 《대망》 12권과 명치유신 직전 개혁개방을 위해 고군분투한 사카모토 료마와 관련한 책을 읽은 적도 있고, 현 일본문화와 정치, 사회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아직 일본인과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일본에 가본 적도 없다. 분명 일본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배우고 아는 한도 내에서 일본에는 나쁜 것도 있고 좋은 것도 많다. 하지만 선뜻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호감이나 정은 가지 않는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는 “일본은 야만, 본질적으로 야만, 뼈속깊이 야만” 이라고 일갈했는데 어디 일본에 나쁜 것, 흉한 것만 있겠는가! 하지만 일본문화는 한국문화와 많이 다르고 개인적으로도 나하고는 뭔가 합이 맞지 않은 이질감 비슷한 것을 느끼곤 한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 그런가?! 익숙한 것이 편안해서 그런가?! 음식도 일식보다 한식이 낫고 음악,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도 우리 것이 더 좋고 훌륭하게 여겨진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을 전후로 한 일본의 영광과 참패를 제외하고도 유구한 역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한반도에서 한국인이 살아온 역사가 일본열도에서 일본인들의 역사보다 더 훌륭하고 한 차원 높았다고 본다. 임진왜란은 고립된 섬에서 한 번도 외세에 침략정복당한 적 없이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는 전국시대가 끝나고 남아도는 무력이 일본열도 밖의 조선에까지 넘쳐흐른 측면이 강하고 명치유신 등 개국과 근대화도 필리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유일한 중간 기착지였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크다. 영국이 유럽과 아메리카를 잇는 가교라면 일본은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잇는 가교였다.

    우리 역시 개화기에 김옥균 등이 활약했지만 결국 근대화에 실패하였다. 하지만 당시 조선과 일본은 여러모로 사정이 달랐다. 지리적 위치도 달랐지만 일본은 조선보다 봉건적이었다. 조선에는 일본의 서남부 웅번(雄藩)인 사쓰마, 조슈처럼(삿초동맹) 에도의 도쿠가와 막부에 도전할만한 지방권력, 맹주들이 없었다. 수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나라(번)로 이루어진 당시 일본은 여러 민족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유럽과 사정이 비슷했다. 중앙이 뻥 뚫려 항시적인 통일의 중국대륙보다 지리적 장벽으로 항시적인 분열의 유럽대륙이 경쟁과 다툼을 통해 근대화에 먼저 성공했던 것처럼 일본이 조선보다 개국과 근대화에 유리했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고 역설이다. 인간사도 역사도 새옹지마다. 역사의 무대가 이동, 확장되면서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된다. 새로운 상황에서 장점이었던 것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었던 것이 장점이 된다. 사실 긴 역사의 시간을 볼 때 유럽, 미국이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보다 잘나가는 것은 최근의 짧은 시기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개화기에 조선이 실패한 것은 한국인의 민족성이 열등해서가 아니라는 것, 일본이 성공한 것은 일본인 특유의 훌륭한 민족성이나 우월한 문화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지리적 요인의 덕이라는 것이다.

    굳이 일본을 시기, 폄훼하고 한국을 옹호, 변명하자는 말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요인들을 말하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거기에 속한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정서와 감정이 일정부분 작용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여러 객관적인 사실과 물리적 환경,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감안해야 한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더욱 한국과 일본, 나아가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합하여 어두웠던 과거, 구원, 감정을 뛰어넘어 상호 화해와 공존과 번영을 추구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은 대동아공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만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전제로 나머지 국가들을 그 보호 아래 두는 억압적, 차별적 구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차원에서 한,중,일 동남아시아 협력시대가 요구되고 있다. 호혜평등의 원칙아래 상호 우의를 다지며 협력과 번영을 도모하는 공동체를 이룬다면 뛰어난 경제, 문화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에 대항하는 더 없이 좋은 발전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 되기엔 갈 길이 멀다. 한미일 삼국동맹의 구심력이 한중일 동남아시아 동맹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한중일 삼국 사이에는 정치, 경제, 역사 면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민간차원에서의 일본의 혐한시위, 한국의 혐중시위도 해결해야 한다. 과거 한국이 일본에 위협이 되지 못하고 중국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못할 때는 없었던 현상이다. 전교꼴등에 가난하던 과거 동창은 불쌍하고 정이 갔지만 어느 날 치고 올라오며 내 자리를 위협한다면 얄밉고 화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한중일이 서로 질시, 증오하기보다는 호의를 가지고 이해, 협력하며 서로의 좋은 점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언젠가 한번쯤은 일본에도 가고 중국에도 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대망》을 읽으면서 생각 속에서 밟았던 곳도 찾아보고 싶다. 언제가 될 진 기약할 수 없다. 《대망》 전집 2,3세트까지 다 읽기에 얼마나 걸릴지도 기약할 수 없고 리뷰를 남길지 말지도 모르겠다. 그저 느긋하게 1세트처럼 천천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이것만은 확실하다. 책장을 36권 전집으로 웅장하게 꽉꽉 채우는 거다. ㅎ.ㅎ.ㅎ.

 

 

    내 속을 웅장하게 채우는 것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책장을 웅장하게 채우는 것은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책 제목 ‘대망’은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해 김천운 선생이 지은 이름이고 글씨 '大望' 곧 제호(제자)는 원곡 김기승 선생 것이다. 잘 지은 이름이고 잘 쓴 명필이다!

 

표지 디자인은 앞뒤 모두 일본 화가들의 일본풍 그림들로 채웠다.

 

모두 감상할 만하지만 1권 표지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박스 그림은 1세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에도 시대의 유명한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