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일기 3

황지우의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를 수정, 가감한 어멍의 표절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황지우 원작을 어멍이 수정, 가감, 편집, 표절함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니다, 사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더니 엄마가 먼저 세수하고 와서 앉으라고 해서 나는 세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다시 뎁혀져 뜨거워진 국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길게 하품을 하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악을 이빠이 벌려서 눈이 흉하게 감기는 동물원 짐승처럼. 하루가 또 이렇게 나에게 왔다. 지겨운 食事, 그렇지만 밥을 먹으니까 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 짐승도 그랬을 것이다; 삶에 대한 상기(想起), 그것에 의해 요즘 나는 비참할 정도로 편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서 아침밥 먹고, 물로 입 안을 헹구고, (이 사이에 낀 찌꺼기들을 ..

문학, 책읽기 2012.03.13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전략)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장 제목이라던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잠시 몸이 뜨거워졌다. 물론 평범한 문장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저 문장을 매달리듯 읽었다. 그토록 고통스러운 인생이었고 그토록 절망적인 역사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생의 말기에 도달한 저와 같은 긍정은 아득할 뿐이다. 지금 나에게는 이 대구(對句)가 어떤 시보다도 위대하다. 게다가 지금은, 인생은 아름답지 않고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다, 라고 말해야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고인은 쓰러져가면서 저런 문장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러니 저것은 평서문이거나 감탄문이 아닐 것이다. 청유문이고 기원문이며 끝내는 명령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옮겨 적는다. 인생은 아름다워야 하고 역..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2009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는 세배객이 많았다. 수백 명. 10시간 동안 세배 받았다.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 2009년 1월 6일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2009년 1월 7일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2009년 1월 11일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춥다. 그러나 일기는 화창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