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역사 33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전략)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장 제목이라던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잠시 몸이 뜨거워졌다. 물론 평범한 문장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저 문장을 매달리듯 읽었다. 그토록 고통스러운 인생이었고 그토록 절망적인 역사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생의 말기에 도달한 저와 같은 긍정은 아득할 뿐이다. 지금 나에게는 이 대구(對句)가 어떤 시보다도 위대하다. 게다가 지금은, 인생은 아름답지 않고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다, 라고 말해야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고인은 쓰러져가면서 저런 문장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러니 저것은 평서문이거나 감탄문이 아닐 것이다. 청유문이고 기원문이며 끝내는 명령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옮겨 적는다. 인생은 아름다워야 하고 역..

[펌]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 안희정

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안희정 / 2009-07-09) 대통령님, 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끼고 아껴서 49일을 보내려 했건만 이제는 정말 당신을 역사 속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절망과 슬픔이 초조와 불안감이 되어 엄습하던 5월 28일 밤... 저는 그 밤이 영원하길 바랐습니다. 마을회관 병풍 뒤에 지금처럼 그냥 누워계셔도 좋으니 새벽이 오지 않기를,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한 새벽은 다가왔고 우리는 눈물과 땀이 뒤범벅이 된 채로 노란 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당신의 가는 길에 가지 마시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엎드려 오열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신을 보내야 했습니다. 당신을 정토원에 모시면서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검은 진실, 하얀 거짓말 그리고 검하얀 역사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 뵈브 메리(Beuve-Mery, Hubert) - 멋진 말이긴 하나 현실은 그리 멋지지도 않고 간단치도 않다. 진실은 대개 안개에 싸여있어 모호하고, 어렵게 꼬리를 잡아 정체를 밝히더라도 때론 거북하고 때론 가혹하여 진실을 마주하기에, 진실과 눈맞추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경우가 많고(The truth is out there) 때론 아주 사소한 일상의 것이 결정적일 때도 있다. 당신을,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