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잡설, 상념, 기타등등

어멍의 블로그, 블로깅

어멍 2009. 8. 12. 11:17

어멍 : 내 한글사인을 보고 안방 싸모님께서 오독한 것이 그대로 별명으로 굳어진 별명 아닌 별명. 독특하고 느낌-왠지 심오하면서도 같잖은(!) 중의적 뉘앙스의 느낌이랄까-이 좋아 ‘무아지경, 혹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천진난만한 모양의 의성 혹은 의태어’로 스스로 의미부여한 창조어. 국어사전에는 없고 어머니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로 검색됨.(아버지의 제주도 사투리는 ‘아방’)


드라쿠(혹은 드라) : 역시 싸모님께서 지어주신 별명. 어설픈 드라큐라, 생기다 만 드라큐라라는 뜻으로 용이 되지 못한 뱀을 이무기라고 부르는 것을 빗댄 한 서린 굴욕적 별명. 원래 ‘드라’였으나 지루한 협상과 타협 끝에 한 자를 얻어내 결국 ‘드라쿠’로 합의 봄.(‘큐’도 아닌 ‘쿠’ ㅠ.ㅠ)


불혹이 : 또 역시 싸모님께서 1969년생인 나에게 금년에 붙여준 별명. 나에겐 미혹함이 없이(40대) 머지않아 지천명(50대)할 일이지만 싸모님에게는 단지 ‘불혹이’일 뿐.


미생이 : 또(ㅠ.ㅠ) 싸모님께서 최근에 붙여준 별명. 어느 날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신 후 문득 내 슴가를 응시함과 동시에 갑자기 계시(!)를 받으신 양 붙여준 별명. 원래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신라 최고의 플레이보이 화랑 ‘미생공(美生公)’이나 별명의 뜻은 ‘美生’도 아니고 ‘公’도 아닌 ‘드라쿠’의 취지와 비슷한 ‘미생(微生)이’ 혹은 ‘미생(未生)이’로 추측됨. - 美生>>微生>未生. 美生은 난망이요 또다시 微生으로라도 타협을 봐야 하나...ㅠ.ㅠ 

 

어설픈 ‘큐라’와  앙증맞은 ‘미생공’ - <두치와 뿌꾸>, <선덕여왕> 중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한 게 2008년 3월이니 벌써 1년하고도 5개월째인데 그 동안 본인과 블로그에 대한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 69년생으로 딸, 아들을 둔 아빠로서 매일매일 변화되는 블로그 환경과 기술에 적응하기에는 열정과 능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리 허접하지도, 풍성하지도 않은 블로그를 꾸며온 것 같다.

 

  어멍의 뜻과 유래는 상기와 같고 프로필 사진은 050808에 찍은 아들내미 종서의 사진이다. 대부분의 블로거들과 마찬가지로 직업이나 사진 등 개인신상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딸, 아들의 사진과 동영상, 사연을 올리는 것이 좀 미안한 감이 있지만 초상권 걱정이 없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어떠한 불만이나 이의제기가 없기에 맘 놓고 쓰고 있다.(언젠가 다영, 종서에게서 불만과 태클이 들어온다면 한 번 정리해야겠지. 단, 성년이 될 때까지는 아빠 맘대로다! ㅋㅋㅋ)

    블로그 이름은 ‘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이다. 카테고리를 보면 알다시피 애초부터 전문적인 포스팅을 할 목적은 아니었고 이런저런 글, 음악, 아이들 모습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담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다.

 

 

    카테고리-잡설, 상념, 기타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생각을 적는다. 최근에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포스팅이 많았다. 더욱이 21세기에 20세기 마인드와 통치술을 구사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권에 의해 가뜩이나 다이나믹 코리아가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하루가 멀다 하고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대형 뉴스들을 생산하고 있으니 시사, 정치에 관심있는 블로거들은 포스팅거리를 찾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글이란 무엇인가. 낚시이다. 의식, 무의식의 생각의 바다에서 구체적인 낱말과 문장을 낚아 올리는 것이다. 때론 깜찍하고 아름다운 금붕어를 낚기도 하고 때론 어마어마하고 우아한 고래를 낚기도 한다. 스스로를 체계화하고 확신하고 발견하기도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이 백번 보고, 천번 읽더라도 그것을 비로소 글로 써야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잘 쓴 글은 어떤 글인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우선 쉬워야 한다. 권위적으로 비취기를 원하거나 현학적일 목적이 아니라면 전문적, 학술적 글들도 쉬우면 쉬울수록 좋다. 하물며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은 더욱 쉬워야 한다. 또한 글의 줄기가 있어야 한다. 중심을 잃고 어지럽게 여기저기 들쑤신다면 읽으면서도 짜증이요, 읽고 나도 남는 게 없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되도록 짧은 단문으로 응축시켜 간결하고 쉽게 써야 하는데 쓰다보면 문장도 길어지고 주저리주저리 삼천포로 빠지고 지리멸렬해지기가 쉽다.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어렵고, 어렵게 쓰는 것보다 쉽게 쓰는 게 어렵고, 덧붙이고 치장하는 것보다 빼고 다듬는 것이 더 어렵다.

    풍부한 비유와 은유, 위트와 유머, 때론 톡 쏘는 상큼한 레몬향, 때론 깊고 은은한 묵향을 풍기는 감성과 지성의 조화, 강약고저를 조절하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전개, 기승전결, 수미쌍관 등의 통일된 구성도 잘 쓴 글의 조건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이것만으로는 2프로 부족하다. 프라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부족한 2프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바로 개성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표현, 자기만의 구성, 자기만의 문체, 자기만의 주제, 자기만의 언어,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지식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습득할 수 있지만 이것은 선천적이거나 각고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는 작가는 존재이유가 없다. 블라인드로 어디에 내놔도 ‘아, 이건 아무개 글이구나’하고 인식되고 느껴져야 한다. 내 글에는 과연 어멍만의 개성이 담겨있는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난 작가가 아니니까 패스다!


    카테고리-음악 혹은 이미지

    음악은 잡식성. 하지만 랩이나 짧고 단순한 멜로디의 무한반복 같은 요즘 음악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아 듣지 않는다. 음악과 어울릴 만한 이미지나 사진자료가 있으면 같이 올린다. 올려진 것들은 거의 옛날 곡들이라 별 상관없지만 저작권이 강화된다고 해서 최근엔 포스팅 안한지 오래다.


    카테고리-사진, 일상, 에피소드

    주로 다영, 종서를 주인공으로 하는 카테고리. 연출이나 이벤트 위주는 아니고 그때그때 일상에서의 모습, 얘기들을 간단간단하게 포스팅한다. 이것이 더 자연스럽고 그림도 더 잘 나온다. 하나,둘,셋! 하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찍고 그 중에서 고르다보니 버리는 게 훨씬 많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다. 그래서 고르고 고른 게 벌써 앨범 10개에 인화사진을 꽉 채우고 있다. 이 중에서 잘 나온 것, 적당한 것, 너무 굴욕적이거나 노출이 심한 것은 빼고 자르고 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에피소드. UCC동영상인데 이건 더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캠코더로 찍어 50컷이 채워지면 DVD로 굽고 DVD 디크립터 프로그램으로 VOB 파일을 추출한 후 버추얼더브모드(Virtual Dub Mod) 프로그램으로 avi 파일로 변환한 후 다시 자르고 편집하여야 비로소 올릴 수 있다. 1편인 'Episode001(011105)-다영 세상에 출현하다'부터 ‘Episode076(090614)-간지러! 살려줘!’까지 총 76편이 올려져있다. 그때그때 더 간단히 작업하고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텐데 그냥 그러고 있다.

    이 카테고리는 포스팅 수도 가장 많고 다영, 종서가 가장 즐겨보는 곳으로 컴퓨터와 인터넷만 되면 언제 어디서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고 좋다.


    카테고리-유머, 패러디

    블로그 하던 중 중간에 추가된 카테고리. 아이들도 가끔 즐겨본다.

 


    내 글은, 내 포스팅은 유익한가. 재미있는가. 개성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나만의 개성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다. 재미와 유익함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덧붙여 단어의 취사선택에서 기본적인 품격도 고려대상이다. 그렇다고 자유분방한 글쓰기, 걸쭉한 육두문자, 가볍고 노골적이고 그래서 더욱 진솔한 타인의 취향과 글 씀씀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인터넷, 대중문화만의 무기이고 장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보다는 천박함과 진솔함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고, 좀 더 인터넷 콘텐츠들의 퀄리티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인터넷, 블로그의 특성상 유행, 시사성, 순발력도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주목을 받고 흥행도 하겠지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성도 추구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양보다는 질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 블로그가 다작이거나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파워블로그도 아니고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을 법한 고만고만한 평범한 블로그들 중의 하나다. 다만 하나의 포스팅이 갖는 길이는 타 블로그들보다 긴 것 같다.(역시 덧붙이는 것보다 빼는 게 어렵다) 순발력, 흥행은 떨어지더라도 되도록 본질에 다가가는 글을 쓰려 한다. 나중에 다영이 종서가 보더라도 흉하지 않고 뭔가 배우고 느끼고 웃을 만한 포스팅으로 채워지는 아기자기한 가족 앨범, 작은 개인사(史) 박물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카테고리들을 봐도 그렇고 내용물을 봐도 그렇고 내 블로그는 밖보다는 안을 지향하고 있다. 블로그라는 게 양면성이 있어서 일기 같기도 하고 대자보 같기도 하고, 거실 같기도 하고 장터 같기도 하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꾸미고 채워가는 면도 있지만 밖으로 문을 열고 말을 거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다른 블로거들과 소통하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고 그렇지 않더라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블로그를 할 때 다른 블로거들, 그리고 다영이와 종서를 의식하며 포스팅도 하고 글도 쓴다. 그렇다고 다른 블로거, 네티즌들의 눈치를 본다거나 그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조회수나 댓글에 연연하고 나 역시 관심있게 지켜보는 편이지만 과도하게 연연하면 블로깅 자체가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예의상 추천자나 댓글을 단 님들에게는 답글사례도 하고 한번쯤 방문하여 댓글을 다는 정도랄까. 인터넷, 블로그, 블로거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초대장을 주면서도 꼭 번듯한 블로그를 개설케 하여야겠다는 사명감 비슷한 욕심을 갖진 않는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많고 인터넷 온라인 세상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진보가 대세인 인터넷, 그 중에서도 그 성향이 더욱 강한 블로그에서 내가 정치적으로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대세였던 오프와 비교해 온라인 안에서만 토닥토닥거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같은 진보라도 그 취향과 개성,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새로 보고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면서 기존의 것이 심화되고 체계화되기도 한다.

    직업정치인이 아닌 일개 시민, 블로거 입장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이기고 지는 승부가 아니라 이런 생각, 이런 세계도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 실지로 치고받고 싸우지 않는다면 대부분 이 수준에서 정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대방을 굴복시켜 깔아뭉개거나 주장을 집요하게 관철하려 하기보단 사실관계 위주로 무시되거나 접하지 못한 정보를 담담히 나열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상대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때로는 한 발 떨어져 논쟁의 상대보다 그 논쟁을 지켜보는 가상의 관람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더 효과적인 대화방법이다. 논리보단 감성이 먼저이고 내용보단 태도가 우선이다.(일종의 ‘맞습니다. 맞고요’ 화법이랄까)

    가랑비에 옷 젖고, 쨉에 골병들고, 거실에 널려있는 신문지에 세뇌되고, 우연히 들른 블로그의 글 한 줄에 다른 생각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의 사고와 습성이라는 것은 어차피 큰 거 한 방으로 변화시키거나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이슈 말고는 공인이 아닌 평범한 블로거들이 서로 으르렁대고 상처받을 일은 거의 없다. 이제까지 블로그를 하면서 악플에 속상해하고 열폭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타인의 댓글을 삭제한 적이 없는데 이후라도 계속해서 이런 행운을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