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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3 - 알리오 올리오(Aglio Olio) 맛있게 만드는 법 ★★★★★

어멍 2020. 11. 18. 21:15


      Level 3 - 알리오 올리오(Aglio Olio) 맛있게 만드는 법 ★★★★★

 

 

 

      드디어 아들내미 종서가 학수고대하던 양식 면요리, 파스타 차례다! 64번째 만드는 요리로 저번 일식 면요리인 야끼소바에 이은 양식 면요리의 첫 주자로서 모든 양식 면요리, 오일 파스타의 기본인 알리오 올리오다. 알리오는 마늘, 올리오는 기름(보통 올리브유)을 뜻하는데 <Aglio Olio> <Aglio e Olio> <Aglio, Olio e Peperoncino>는 모두 같은 이름이다. (페페론치노는 서양고추의 일종)

 

      우리나라로 치면 좀 과장하자면 간장비빔밥, 깨소금주먹밥 정도의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메뉴로서 재료도 간단하고 조리법도 간단한 대신 주메뉴로 식사하진 않고 주로 간식의 개념으로 먹는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값을 받고 정식으로 팔진 않는다고. 하지만 결코 간단치는 않은 메뉴로서 잘만 만들면 꽤 괜찮은 메뉴로서 즐겨 해먹을 수 있다고 한다.

 

      참고한 레시피는 유튜버 해피쿠킹님의 동영상이다.

 

 


 


    준비물 (1인분) : 마늘 4, 올리브 오일 2T, 파스타(스파게티) 100g, 페페론치노 3, 1L, 소금 1T & 스테인레스 스틸 팬, 큰 냄비, 마늘파쇄기


 

 

      따로 스틸 팬을 준비물로 열거한 것은 오일 파스타는 반드시 코팅되지 않은 스테인레스 스틸 팬이나 알루미늄 팬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뭐 일반 코팅팬에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제 맛을 내려면 되도록, 가능한 한 이것으로 요리해야한다고...

 

      원 레시피는 마늘이 3개지만 개인적으로 마늘을 좋아하므로 하나 더 넣기로 한다. 올리브 오일은 좀 비싸더라고 가장 많이 애용되는 EVO(Extra Virgin Olive Oil)을 쓰기로 하고 파스타는 집에 있는 것 중 아무 거나 하나 선택해 넣는다.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하면 맛이 더 좋다고 하여 천일염을 넣기로 한다. 페페론치노가 없으면 청양고추로도 대용가능하다.

 

      완성 후 고가의 경성치즈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Parmigiano Reggiano Cheese)를 갈아 뿌려 먹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취향에 따른 옵션이다. 이를 대용할 수 있는 파마산 치즈가루는 집에 있지만 일단 뿌려먹지 않는 것으로 한다. 올리브와 마늘향을 입은 스파게티면만으로도 맛이 충분히 부족하지 않다고... 그럼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

 

 


 

      마늘을 으깨는 방법에 따라 1인분씩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기로 한다.

 

 


 

      버전1은 마늘 3개를 파쇄기로 분쇄하고 1개는 장식용으로 슬라이스해서 넣기로 한다.

 

 


 

      버전2는 마늘 4개를 모두 칼등으로 눌러 으깬 후 칼날로 몇 차례에 걸쳐 거칠게 다져서 넣기로 한다. 이렇게 어느 정도 마늘 덩어리가 있는 상태를 이용하면 식감과 향 모두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페페론치노도 각 3개씩 잘게 손으로 찢어서 준비한다. 칼로 잘게 썰어서 넣어도 상관없다.

 

      마늘 조직이 불규칙적으로 파괴될 때 알리신이라는 휘발성의 유효성분, 맛있는 성분이 발생하는데 이는 파괴 후 약 10분 후에 최고치가 된 후 차차 감소한다고 한다. 먼저 마늘을 으깨어 놓고 스파게티면을 삶는 시간동안 기다리면 얼추 10분 내외가 될 것이다.

 

      마늘을 요리에 쓸 때, 특히 마늘의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소스화시킬 때는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으깨어 빠른 시간 안에 써야 된다. 슬라이스로 자르거나 기계를 써서 너무 곱게 가는 것도 좋지 않고 장시간 저장했다가 쓰는 것 역시 좋지 않다.

 

 


 

      큰 냄비에 물 1L를 붓고 소금 1T를 깍어서 넣고 녹인다. 강불로 팔팔 끓으면 면 100g을 투입한다. 스파게티 포장지에 인쇄된 대로 9분만 삶기로 한다.

 

 


 

      스파게티가 다 삶아지기 3~4분 전에 차가운 스틸 팬에 올리브유 2T와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중불을 켠다.

 

 


 

      곧이어 나머지 마늘파쇄기로 으깬 마늘을 넣고 볶다보면 마늘 알갱이들이 놀이터에 풀어놓은 4살배기들처럼 미친 듯이 춤추며 뛰노는데, 살짝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면을 삶은 면수를 90ml 붓고 잘라놓은 페페론치노도 씨를 빼고 투입한 후 휘휘 저어가며 골고루 섞어 소스화시킨다. (집의 국자가 100ml 용량이므로 한 국자 좀 못되게 넣는다)

 

      으깬 마늘을 슬라이스한 것 다음으로 넣은 것은 너무 볶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그런데도 타이밍을 놓쳤는지 솔찬이 태웠다. 이렇게 생수가 아닌 간이 된 면수를 넣어 올리브유와 섞어주면 간도 맞추고 유화(乳化 emulsion)를 촉진하여 더 골고루 잘 섞인다고 한다.

 

 


 

      스파게티면을 냄비에서 건져 팬에 투입한 후 불을 강불로 올리고 가끔씩 뒤섞으며 소스를 면에 입혀준다. 면이 소스액을 흡수하여 팬 바닥에 마늘 덩어리가 살짝 들러붙을 때까지 볶은 후

 

 


 

      마지막으로 면으로 팬을 닦듯이 한 번 훔쳐서 접시에 옮긴 후

 

 


 

      여전히 팬 바닥에 달라붙어있는 마늘과 남은 올리브유 소스액을 닥닥 긁어 면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팬에 남아있는 이 잔유물들은 맛의 결정체이므로 절대 버리면 안 된다.

 

      맛을 보았더니 면은 좀 퍼지고 간은 좀 짠 느낌이다. 내가 싱겁게 먹는 편이 아닌데... 천일염이라서 염도가 더 높은 것일까?? 하여튼 버전2는 면 삶는 시간도 좀 줄이고 소금도 좀 줄여서 만들기로 한다.

 

 


 

      버전2를 만들기 위해 다시 냄비와 팬을 깨끗이 설거지 한 후

 

 


 

      냄비에 물 1L를 붓고 이번엔 소금량을 줄여 2t만 넣고 시간도 1분 줄여 8분만 삶기로 한다. 나머지 조리법은 버전1과 똑같다.

 

 


 

      면이 다 삶아질 쯤 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으깬 마늘을 넣는다.

 

 


 

      마늘 알갱이들이 정신없이 춤추는 모습!

 

 


 

      이번엔 좀 더 예쁘게 담아본다.

 

      버전1보다 면이 퍼지지 않고 쫄깃, 탱탱하여 더 낫다. 하지만 짜지 않은 대신 좀 싱겁다. 다시 소금량을 약간 늘려야겠다.

 

 


 

      시식 및 품평 : 첫 맛, 첫 느낌은 싱숭생숭하다. 토마토 스파게티, 까르보나라는 많이 먹어봤어도 알리오 올리오는 이름만 들었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서 맛있다, 맛없다를 떠나서 남녀소개팅 첫 대면처럼 좀 어색하고 데면데면하다. 이건 뭐지? 새로운 것, 생소한 것에 대한 첫 반응이랄까!

 

      아내, 다영, 종서의 반응도 딱 떨어지지 않고 좀 애매하다. 다영은 맛이 너무 단순하다고 하고 아내는 단순하지만 무난해서 먹어줄 만하다고 하고 종서는 맛있다곤 하는데 처음치곤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 “- 괜찮네. 처음치곤 맛있어요.”

 

      평소 마늘을 좋아하지 않는 종서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깊은 배려심에 맘에도 없는 칭찬을 한 것인지, 평소 국수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여 양식 면요리 시리즈를 오랜 기간 기다려오던 종서가 나로 하여금 앞으로도 계속 스파게티 요리를 하게 할 꿍꿍이로 교언(영색)을 한 것인지... 아무튼 대답에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항상 마음 너머로 천사와 악마가 기웃대고 이타심과 이기심, 담백함과 집요함, 단순함과 주도면밀함이 출몰하는 종서라서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이든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혹시라도 상심하지 말고 더욱 분발하여 파스타 요리를 계속 이어나가라는 거다.

 


      맛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톡 쏘는 매운 맛을 살짝 가미한 짙은 마늘향의 고소한 담백함?! - 하여튼 첫 느낌, 첫 맛은 좀 심심하고 밋밋하다. ‘맛있다!’ ‘~ 대박!’ 같은 빵 터지는 맛, 화려한 맛은 아니다. 나도 대실망은 아니지만 기대엔 못 미쳤는데 알리오 올리오에는 처음과는 다른 예상치 않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 먹고 빈속을 채운 것에 만족하고 뒤돌아서니 입안에 남은 마늘향이 자꾸 나를 잡아끈다. 이쁘고 섹시하진 않은데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자꾸만 좋은 생각이 나는 단아하고 고운 아가씨랄까! 짙은 화장의 인공적인 성형미인도 아니고 쌩얼을 한 건강미 넘치는 야생녀도 아닌, 한 듯 안 한 듯 고운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드러내는 순수녀다! 여전히 입안을 맴도는 은은한 마늘향이 은근한, 그래서 오히려 더 강력한 매력이 있다.

 

      최고수준의 맛을 뽐내는 성찬은 아니지만 간단한 재료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만한 맛과 양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높은 가성비와 활용도를 고려하면 별다섯을 충분히 줄 만하다. 밥 때에 맞춰 주식으로 먹을 일은 없어도 간식으로는 자주 해먹을 것 같은 강한 예감! 그러다보면 알리오 올리오 명인이 되어 이 맛을 아는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

 


      스틸 팬이 작기도 하려니와 파스타 요리는 다인용 대용량으로 만들기가 애매하므로 좀 번거롭더라도 1인분씩 매번 해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 100g은 성인남성이 먹기에 대식가가 아니라면 충분하고 여성이라면 좀 아쉽더라도 2명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마늘파쇄기로 으깬 버전1과 눌러 으깬 후 칼로 다진 버전2의 맛은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나지 않으므로 어느 조리법이든 상관없으나 내 임의대로 마늘을 슬라이스한 장식 없이 버전2의 방법을 기본으로 채택키로 한다. 면수에 넣는 소금은 1T는 너무 짜고 2t는 약간 싱거우므로 1T 조금 못되게 3/4T 정도로 하고 삶는 시간은 스파게티면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제품포장지에 적힌 것보다 1분만 줄여서 삶기로 한다.

 


      ※ (유튜브를 참고했다고는 하지만) 나 혼자 요리하고,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평가하고... 제대로 만든 것인지??... 만약 전혀 엉뚱한 결과물이라면 평가나 품평 역시 모두 무의미할 것이다. 가끔은 실력 있는 요리사의 전통적인 레시피를 직접 맛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완성된 어멍의 알리오 올리오 레시피 (1인분)

 

 

    준비물 : 마늘 4, 올리브 오일 2T, 파스타(스파게티) 100g, 페페론치노 3(없으면 청양고추 작은 것 하나 정도), 1L, 소금 3/4T & 스테인레스 스틸 팬, 큰 냄비

 

 

    1. 마늘 4개를 칼등으로 눌러 으깬 후 칼날로 몇 차례에 걸쳐 거칠게 다져서 준비한다. (마늘파쇄기로 분쇄해도 상관없다.)

    2. 페페론치노 3개를 잘게 손으로 찢어서 준비한다. (칼로 잘게 썰어도 상관없다.)

    3. 큰 냄비에 물 1L를 붓고 소금 3/4T(1T 조금 못 되게)를 넣고 녹인다. 강불로 팔팔 끓으면 스파게티면 100g을 넣고 제품포장지에 적힌 것보다 1분만 적게 삶는다.

    4. 스파게티가 다 삶아지기 3~4분 전에 차가운 스틸 팬에 올리브유 2T와 으깬 마늘을 넣고 중불을 켠다.

    5. 마늘 알갱이들이 살짝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면을 삶은 면수를 90ml 붓고 잘라놓은 페페론치노도 씨를 빼고 투입한 후 휘휘 저어가며 골고루 섞어 소스화시킨다.

    6. 스파게티면을 냄비에서 건져 팬에 투입한 후 불을 강불로 올리고 가끔씩 뒤섞으며 소스를 면에 입혀준다.

    7. 팬 바닥에 마늘 덩어리가 살짝 들러붙을 때까지 볶은 후 마지막으로 면으로 팬을 닦듯이 한 번 훔쳐서 접시에 옮긴다.

    8. 여전히 팬 바닥에 달라붙어있는 마늘과 남은 올리브유 소스액을 닥닥 긁어 면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 올리브 오일은 좀 비싸더라도 EVO(Extra Virgin Olive Oil)을 쓰는 것이 좋다.

    ※ 소금은 이왕이면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좋다고 한다.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Parmigiano Reggiano Cheese)를 면 위에 갈아 뿌려 먹는 것은 취향에 따른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