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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외국인 노동자의 불행 - 김동렬

어멍 2009. 9. 12. 18:21
외국인 노동자의 불행
- 차별과 특권은 동시에 발생한다


(구조론닷컴 / 김동렬 / 2009-09-10)

 

한국에 취업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모씨가 자국의 개인 웹공간에 쓴 몇 마디의 짧은 감상문이 문제로 되어 자기나라로 쫓겨갔다고 듣는다. 이 시점에서 그 사건도 아닌 사건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국적을 가진 여러 외국인 노동자와의 형평성 때문일게다.

일전에 있었던 독일인 베라씨 사건과도 유사하다. 확실히 한국은 문제가 있다. 관습적인 차별이 존재한다. 봉건 계급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다. 동남아에서 입국하여 3D업종에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흔히 주류 한국인 일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으로 치부되곤 한다.

반면 미국이나 서구에서 온 취업자는 한국인보다 높은 계급으로 올라선다. 한국인들은 비굴한 낯빛으로 그들을 섬기며 뭔가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영어 몇마디라도 얻어배우고자 공연히 주변을 배회하며 어설픈 미소를 보낸다. 천박한 노예근성의 표출이다.

*** 노예근성 - 이방인을 자신과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고, 고달픈 노예신세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줄 윗선의 라인으로 여겨, 그 줄을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줄이 튼튼한 줄이냐 썩은 줄이냐에 따라 변덕스런 이중행동을 보인다. ***

과도하게 히딩크를 섬기는 한국 언론의 낯간지러운 행태에서 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다가 사소한 비하발언이라도 드러나면 부여된 특권이 졸지에 몰수되기도 한다. 부가적인 수익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배낭여행자가 동남아를 방문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관광지가 아닌 전통마을 주민들이라면 이방인을 극도로 경계한다. 여행자는 멋 모르고 친절을 베푼다. 주머니를 뒤져 사탕이라도 던져준다. 그 사소한 사건은 그들에게 심리적 상처가 된다.

고립된 지역 주민은 그 닫힌 공간에서 자신을 탈출시켜줄 외부의 친절한 손길을 기다리며 기대를 품지만, 여행자는 단순한 뜨내기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가슴 속에 심어진 증오심과 복수심을 즐거운 한국인 여행자는 모른다.

몇 알의 사탕에 기뻐하는 태국 시골마을 꼬마의 웃는 모습을 추억하며 환상에 빠져든다. 다르지 않다. 그 모습이 바로 얼마전까지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625 직후다. 너나없이 굶주렸던 시절. ‘츄잉껌 기브미’를 왜치며 미군지프차를 뒤쫓다가 원하던 츄잉껌도 쵸콜렛도 얻지 못하고 무안을 당했을 때의 환멸감 말이다.

그 행복한 웃음짓던 시골 꼬마의 숨은 증오심이 이런 식으로 표출된다. 그 상처 오래간다.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한국은 여전히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습적 계급제도가 은연중에 유지되는 낙후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모씨는 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 내버려두고 한국에서 성공하려고 했을까? 한국이 더 만만하기 때문이다.

베라씨 사건도 비슷하다. 그 정도의 지적 수준으로 독일에서 방송출연이 가능했을까? 아니다. 만만한 한국이니까. 외국인 여성의 다리를 상품으로 삼는 수준이하의 방송을 하는 덜 떨어진 방송국이 있는 한국이니까, 여행자의 기본상식도 없는 무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아닌 미모로 어떻게 어필하여 그저먹기 된 것이다.

확실히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 대해 동경심을 품었고 그들에게 과도한 특권을 부여했으며, 환상이 깨지고 환멸을 느꼈을 때, 냉담한 현실을 깨달았을 때, 역시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외국인 피해자 입장은 황당할 뿐이다.

두만강 국경에는 비닐봉지에 밥을 담아 던져주는 인간 사파리 여행의 중국인 관광객들 있다. 그밥을 고맙게 받아가는 굶주린 북한주민이 있고, 바로 옆에서 돌을 던지는 눈매 사나운 북한 젊은이가 있다. 고맙게 밥을 받아가는 사람의 마음과 돌을 던지는 청년의 마음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복되는 사건의 본질은 외국인에 대한 환상 때문에, 실력이 아닌, 실력 이외의 것을 보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정당하지 않은 것을 기대하고, 정당하지 않은 특권을 부여하며, 역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부여된 특권을 몰수한다.

동경과 환상이 특권과 차별을 낳는다. 문제는 순전히 한국인의 내면에서 일어난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변덕스러움에 멀미를 일으킨다. 왜 한국인들의 내면문제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에서 황당한 경험을 해야 하지?

콤플렉스가 존재하는 한 한국인은 지속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고, 동시에 특권을 부여하며, 또 변덕을 일으켜 부여한 특권을 회수할 것이다. 일관성 없는 행동이 외국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불개입 태도가 중요하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잘못이다. 헛된 기대를 품고 자신의 내면을 투사하는-속을 들키는- 심리적 개입은 더욱 위험하다. 베라씨 사건와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한국인이 '속을 들킨' 것이다. 노예근성 말이다.

네티즌의 자유발언에 대한 지식인의 과도한 개입도 잘못이다. 그 외국인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에게 환상을 품은 한국인이 자신의 비뚤어진 시각을 교정하고, 부여한 특권을 회수하려는 노력은 정당하다.

소속사는 확실히 잘못을 저질렀다. 외국인 노동자의 언행에서 발견되는 지성의 결핍,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은 큰 문제다. 얼굴만 멀끔하면 원초적으로 아닌 애를 아무나 데려다가 로봇처럼 훈련시켜 아이돌이라고 데뷔시키는, 극단적 실용주의가 적용된 비뚤어진 집금방식의 폐해다.

영어만 되면 범죄자라도 데려다가 강사를 시키는 무개념 학원가와 다를 바 없다. 소속사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인- 소모적인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함부로 파시즘 딱지를 붙이는 3류 지식인들(오마이뉴스 김갑수들 말이다)의 대중에 대한 경멸적 시선의 이면에 특권의식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도 추궁되어야 한다. 자기네 지식인 집단이 알아주는 외국통이므로, 같은 외국통(해당국가에서)끼리 연대의 정신을 발휘하는 거다.

왕조시대의 유럽귀족들은 그냥 귀족이 아니다. 외국 왕가와 연계되어 있었다. 프랑스 귀족이라면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 왕가와 결혼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다. 왜 귀족은 특권을 가지는가? 귀족이 전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독일이 침략해오면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와 동맹해야 한다. 해당국가와 라인이 있어야 한다. 해당국가 왕가와 혈연으로 연계된 귀족이 나서준다. 그런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귀족계급이 존재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먹물들의 특권의식은 자기네들이 외국의 지식집단과 연계되어 있으며, 그것이 때로 쓸모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데서 생겨난다. 그 사대주의, 노예근성 역시 비판되어야 한다.

민족주의나 애국주의 문제가 아니다. 차별과 특권이 본질이다. 그 심리의 안쪽에 도사린 컴플렉스가 문제다. 애국주의가 문제라면 정운천의 무분별한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는 왜 했는가?

왜 한국인들은 여전히 ‘값싸고 질좋다’는 미국 쇠고기 놔두고 비싼 한우를 먹는가? 정녕 정운천은 13덩이의 에이미트 미국 쇠고기로 260만두의 한국 쇠고기를 때려잡은 영웅 이순신인가?

저질 조폭영화나 양산하게 하는 스크린쿼터제는 왜 찬성하는가? FTA는 왜 반대하는가? 서유럽 국적 외국인의 특권이 깨질때 자기네 먹물의 특권도 깨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안다. 부당한 특권을 지키려는 얄팍한 계산에 불과하다.

근세 100여년 간 식민지, 전쟁, 독재에 시달리면서 황폐해진 인문정신이 그들 한국인들에게서 자부심을 앗아갔다. 자부심의 결여에 따른 콤플렉스가 사대주의, 노예근성을 낳는다. 노예근성이 외국인에 대한 헛된 기대를 낳는다. 그것이 차별과 특권의 변덕스런 이중행동으로 나타난다.

헛된 기대가 깨져서 환멸로 바뀔 때,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공격행동으로 나타나는 야만의 악순환이다.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문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안의 가치를 재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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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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