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잡설, 상념, 기타등등

[펌]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미더

어멍 2008. 4. 26. 19:17

어느 슈퍼아저씨의 나라사랑

 마트에서 수육용 제주도산 도야지 600g을 100g당 500원에 구입했습니다. 냄비에 물과 된장을 풀어 썩고 다진 마늘과 파, 무를 썰어 넣은 다음 생강이 없어서 못 넣는 대신 단감 반쪽을 싹둑 잘라 넣어 가스렌지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먹다 남은 소주도 반병 부었습니다. 아들놈이 옆에서 “아빠, 감은 왜 넣는거야?”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어. 이런 걸 창조정신이라고 하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너는 먹지 마.” “......, !” 그리고는 동네 슈퍼에 소주를 한 병 사기위해 쓰레빠를 끌고 찬바람을 맞으며 내려갔습니다.


 내가 소주병을 들고  여기저기 살피고 있으니 주인장 왈, “손님, 뭘 살피시는 김미까?  그거 유통기한 아직   안 지났어요.” 내가 왈, “아, 네. 유통기한 살피는 게 아니고 도수 살피는 겁니다. 몇도 짜린가 볼라고요. 요즘 술이 도수가 너무 낮아서... 19.5도짜리가 제일 높은 거네.”


 “하하 손님, 16도 짜리도 있심다. 요즘  말임미다.  알콜 도수 낮춰가지고 소주회사들 배 터졌슴미다. 주정 적게 들어가니 원가 절감돼서 돈 벌지, 도수 떨어지니 많이 쳐 먹어서 돈 벌지, 여자들도 인자 부담 없이 마신답디다.” 주인장께서 일장 연설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나도 거들었습니다. “네, 나도 어쩐지 요즘 소주 주량이 많이 늘었다 했더니. 더 싸게 만들어서 더 비싸게 더 많이 판다, 이런 말이로군요. 그러면서 부드러운 술 팔아 국민보건에 앞장선다고 자랑도 하고요. 앉아서 비싼 월급 받고 이런 거만 연구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요즘 삼성 문제로 시끄러운데요. 바로 이런 게 문제에요. 소비자들, 국민들, 일하는 사람들 등골 빼가지고 이런 잔머리 굴리는 놈들한테 수십억씩 연봉 바치고, 뇌물 바치고 하니 사회가 제대로 될 리가 있습니까?”


 그러자 슈퍼 아저씨,  내 말을 잽싸게 끊더니  침을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슈퍼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도, 그건 아님미더. 잘 하는 놈은 더 많이 주고 못하는 놈은 굶어 죽어야 됨미더. 그게 경쟁사회고, 그래야 나라가 발전 함미다. 김용철인가 하는 그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완전 파렴치한 놈 아임미까. 삼성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으예......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미더...... (중략) 삼성에서 이건희 다음이라카는 이학수 실장 있다 아임미까. 요 옆에 밀양 사람 아임미까. 마중 출신 아이요. 그라고 삼성기획실에서 실장 다음 차장이라카는 김인주 사장인가 그사람도 우리 마산(마중, 마고 출신)사람 아임미꺼. 이 사람들 얼마나 대접받는지 암미까. 삼성이 그래서 잘하는 김미다...... (후략)”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냄비는 들끓고 있을텐데  우리의 슈퍼엉클 열변이 지칠 줄도 모르시고, 아 열라 불안해지기 시작하네.퍼 아저씨가 숨고르기를 위해 잠시 멈춘 순간, “아저씨, 오늘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날씨가 엄청 춥네요. 어유 춥다.” 냅다 집으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맛있게 익은 돼지수육을 왕소금에 찍어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드는 생각.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 


*** ps; 지난 겨울에 낙서처럼 끄적거렸던 글입니다. 얼마 후, 태안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났고요, 도민일보에 "삼성의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소재로 독자기고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이 이건희 회장과 동반 퇴장하겠다고 발표했군요.^^ 이분들도 '작전상 후퇴' 하시는 건지??

------------------------------------------------------------------------------------

펌글입니다.
원작자는 정부권
(
http://gomanaru.tistory.com/1) 경남도민일보 객원기자라고 하네요.
재밌기도 하고 지역정서가 평균이상으로 강한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서민의 일반적 정서인것 같아 퍼옵니다. 동의하지도 않고 답답하고 어찌보면 슬프기도 한 너와 나, 우리 이웃들의 자화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지요.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나 삼성과 이건희씨를 구분할 수 있는 의식도 희미하고 이건희씨가, 삼성이 우리를 먹여살린다느니, 삼성이 망하면(그들에겐 이건희씨 일가가 망하는 것이 삼성이 망하는 걸로 보이나 봅니다) 나라가 망한다느니 주장할 정도면 이미 국민의식조차 이건희씨 일가의, 삼성의 포로가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무의식적, 심리적으로 삼성과 자본의 포로가 된 사람들,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건희씨의 특검출두에 내일같이 마음이 아프고 나라걱정에 장탄식이 이어집니다. 이 정도면 감정이입이 일개 서민, 슈퍼아저씨일지라도 삼성에 밥줄이 달려있는 회사원 수준으로 두렵고도 존경스러운 "우리 회장님"이 되어있지요.
자존의식도 없이 권위, 권력에 의탁하거나 법,도덕,정의는 이미 고루하고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 저마다 자기앞의 작은 이익과 돈에만 매몰된 우리들의 현재 모습입니다. 무지하거나 또는 영악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한번쯤은 돌아다 보아야만 할 것 같은 세상입니다.
대의는 온데간데 없고 대세의 광풍만이 휩쓰는 현시대를 보노라면 자식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곤란한 것은 둘째치고 멀쩡한 본인조차도 가끔 가치관과 철학이 흔들리고 심지어 좀 혼란스러울 때도, 삶의 방식과 처세에 대해 유혹을 느낄 때도 있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시대가, 세상이 본인마저도 길들이고 줄세우려 하는군요.
아직은 평온하지만 도덕과 가치관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위기의 시대입니다.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아직은 잠수함속의 연약한 토끼처럼 시대에 좀 민감한 가 봅니다.


ps : 2008년 백주대낮에 온국민이 보는 라이브로 특검에 의해서 "일벌백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란 말이 한낫 사극에서만 존재하는 대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의와 명분을 위해서는 목숨도 초개처럼 버렸던 선비가 없습니다. 선비가 없어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안위와 돈만을 돌볼 뿐입니다. 태그에 쓰인 "특검"이 너무도 어색하고 오히려 우수꽝스럽고 슬프기까지 하군요. 특변(특별변호사)가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