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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이명박 그리고 진화중인 한국민주주의

어멍 2008. 6. 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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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Mad Cow). 말 못하는 짐승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SRM, AMR, OIE, CJD, vCJD, MM유전자, MV유전자


최근의 핫이슈인 미광우병쇠고기와 관련해 평소에는 접할 수 없었던 어렵고 생소한 전문적, 과학적 용어들이다.

블로거라면 한번쯤은 다루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주제이나 여기서 용어의 설명이나 과학적 논쟁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

과학적 지식이 짧기도 하려니와 애초에 사태의 발단은 과학보다는 정치적 이유와 필요성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간)광우병에 대한 유일하고도 명백한 과학적 사실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더 많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대하는 각각의 시선, 정치적 입장이다.

예를 들면 100% 안전하다고 증명되지 않았으니 절대로 수입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일본공무원과 100% 위험하다고 증명되지 않았으니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한국 공무원과의 차이랄까.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말하는 것과 반이나 남아있다고 말하는 것이 하나를 보는 두 개의 시선이라면, 절반에 못 미치는 지지율(2002년 노무현 당선시 중앙일보 기사)과 절반에 육박하는 지지율(2007년 이명박 당선시 중앙일보 기사)은 한 현상을 보는 두개의 정치적 입장, 편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은 친미보수세력의 단순한 정치적 행위로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석연찮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기엔 협상 내용과 결과물이 터무니없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엄밀한 논리와 손익을 따지는 정치적 요인을 넘어서 정서적, 문화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친미를 넘어 숭미(崇美), 애미(愛美), 공미(恐美)의 심리다.

숭배하는 것에 불손할 수 없으며, 눈에 콩깍지가 끼면 뵈는 게 없고, 링에 오르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면 주먹을 내밀기조차 힘든 법이다.

덧붙여 ‘친북좌파정권 10년에 파탄난 한미관계’를 줄기차게 주장하여 당선된 후 세자책봉받듯 서둘러 잡은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상황을 더욱 폭주하게 한 요인이다.


온갖 네거티브(?)를 극복하고 오매불망 그리던 대통령에 당선된 후 떠나는 첫 정상회담 일정! 더구나 미국이 어떤 나란가. 반공보수세력에겐 이 나라를 구한 은혜의 땅, 축복의 나라, 이상향이 아닌가. 더구나 이명박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과거 선거법위반 유죄판결을 앞두고 모양새 구겨지지 않게 국회의원직을 자진사퇴하고 도망치듯 피해가서 근신했던 나라가 아닌가. 그런 나라의 최고 권력자에 초대받아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카트까지 몰아봤으니 행복에 겨워 제 정신이 아니었을 거다. 이명박정권은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부시정권은 홀려서 벗겨먹을 준비가 되어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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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극장 대통령편] 완벽한 한미관계 복원. 오늘 명박씨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논리 위에 감성 있고, 정치 위에 문화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결코 쉽게 풀릴 수 없다. 이명박정권으로 대표되는 이 땅의 보수세력은 언감생심 미국에게 감히 재협상을 요구할 엄두가 안 나는 거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시에게 대들까 걱정이라느니(김덕룡 한나라당 전대표) 한국야구가 미국을 이긴 것을 갖고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동북아안보가 구멍이 날지 걱정이라는 쓴웃음이 나는 저질, 허무개그논평(이계진 한나라당 전대변인)을 생각해내는 그 발상 자체가 그들 사고의 수준과 깊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이명박대통령의 과거에 대해 미국이 결정적인 약점을 잡고 있어 이 같은 굴욕적 상황이 발생했다는 추측은 일단 예외로 한다.)

그들에겐 세계화란 곧 미국화요. 자주, 주권이란 개념은 적어도 미국에겐 거세된 개념일 뿐이다. 결국 이 문제는 과학으로 풀 수 없는 정치적, 문화적 문제이다. 그리고 거기엔 정치, 문화, 세대로 양분된 상이한 두 집단이 있다.


대통령을 아직도 나라님이나 어버이라 여기는 집단과 대통령보다 시민인, 주권자인 내가 더 높다는 집단.

변변히 먹을 게 없어 쇠고기라면 비록 병들어 죽은 소라도 발톱 빼고는 삶아먹고 고아먹고 발라먹었던 집단과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것이라도 떨어지거나 남이 먹던 것은 절대 안 먹는 집단.

손님이면서도 부시의 카트를 손수 운전해주는 이명박대통령의 모습에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번져가는 집단과 모멸감과 수치심에 치를 떠는 집단.

조중동 열독자로 대표되는 20C 아날로그 집단과 네티즌, 블로거로 대표되는 21C 디지털 집단.


이명박대통령이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부질없듯이 이 두 세대, 두 집단이 서로 이해, 조화, 융화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부질없다. 그 차이는 화성과 금성사이보다도 멀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 결국은 앞 세대,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밀어내듯 그것이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


정치지체, 문화지체, 세대지체.

불편하지만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거기다 더욱 숨가빴던 근현대사에 비추어 구시대적 가치관과 정치논리가 여전히 완강히 버티고 있고 당분간은 촛불에 대항하고 잠재울 수도 있는 실질적 힘이 그들에겐 있다. 이 나라의 곳간열쇠와 스피커를 그들이 갖고 있고 재벌, 법조, 언론, 학교, 교회, 토호 등 사회중요포스트를 그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마저도 부족해 이 와중에서도 서로 자기사람 심기에 이전투구, 혈안이 되어 파워게임을 일삼고 있으니 그들의 탐욕과 왕성한 식욕에 감투가 모자를 지경이다. 그래서 당분간 변화는 더욱 지체되고 갈등도 따라서 더욱 누적되고 증폭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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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촛불. 생명. 평화........살아 숨쉬는 민주주의 학교.


세상은 빠르다. 최근의 촛불집회양상으로 볼 땐 기발함, 참신함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문화,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세대랄까. 386막내인 나도 구닥다리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편은 서운하지만 한편은 믿음직스럽고 기쁘기도 하다. 어쩌면 이 아이들, 이 친구들이 새로운 종류의 혁명, 피를 보지 않는 명예혁명, 정권교체보다는 교육, 문화, 의식면에서 더 중요한 일대 진전을 이루는 프랑스 68혁명에 비견되는 역사를 쓸 수 있지도 않을까 기대된다.


대중독재, 포퓰리즘의 부정적 모습이 아닌 평화롭고 자유분방, 생기발랄하면서도 집단지성을 이루어가는 가장 이상적이고 첨단을 달리는 21C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의 행진은 세계역사상에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다.

지금이 한국역사상의 중요한 변곡점이고, 이것이 아테네 직접민주주의의 21C 한국버젼으로 세계만방이 너도나도 수입하여 따라 배우고픈 인류의 모범, 민주주의 신모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PS1 : 쇠고기가 화제긴 화제인 모양이다. 사업장에 오신 할아버지까지 말을 건네는 것을 보니......


어르신 : 그런데 왜 이명박씨...이명박대통령은 국민이 싫다는데 미국쇠고기 들여온다고 고집을 부리는겨...

나 : 들여온다고 계약서에 도장 찍었잖아요.

어르신 : 도장 찍었어?

나 : 협정이란 게 일종의 국가간의 계약선데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나요. 다시 재계약하자고 졸라봐야죠.

어르신 : 허허...망신일세.

나 : 망신이야 이미 당한 거고 한 번 더 당한다고 뭐 대순가요. 그보다 재계약하자면 자동차나 뭐나 손해를 봐야겠죠.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국민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대통령 잘못 뽑은 탓이 크잖아요. 그나저나 어르신은 저번에 누구 찍으셨어요?

어르신 : 그야 뭐....이명박이 찍었지. 노무현이 하도 잘못해서....


짧은 대화였지만 이명박씨, 이명박대통령, 이명박이로 이어지는 호칭에서 아직은, 아직도 혼란스러워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농사지으시는 72세 박모 할어버지. 의료보험1종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으신 분의 말씀이다 보니 더욱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PS2 : 잘할 수 없을 거라, 잘할 리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잘하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좌충우돌,중구난방,고소영,강부자,오합지졸,지리멸렬.... 이처럼 단기간에 이처럼 완벽하게 말아먹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명박대통령 본인도 힘에 부쳐 버거워하는 것이 애초에 깜이 아니었던 거다.


무협지에 보면 내공과 마음이 부족한 소인배가 보검을 탐하여 손에 쥐게 되면 스스로를 버히게 되는 것같이 조마조마, 아슬아슬하다.


올겨울 미대선 때문에 공화당 부시정권이 재협상을 받아들이기가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대통령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미국으로부터 전면재협상을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더 이상의 요청이나 구걸이 아니라 하야 또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빌미로 미국을 협박하는 길 뿐이다.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친미정권인 이명박대통령이기에 가장 효과적이고도 가장 강력한 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크고 날이 잘 선 강력한 칼을 쓸 만한 용기와 배포가 없고, 내공과 마음도 부족하다.


PS3 : CJD는 조중동의 약자!(치명적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선 크로이펠트야곱병에 버금간다) 그럼 vCJD는? 병X 조중동! 이 모든 것이 조중동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이 말은 진실이다. 그들은 예전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촛불의 행진을 가로막는 가장 거대한 벽이고, 직접민주주의의 가장 간악한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