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잡설, 상념, 기타등등

댓글의 품격

어멍 2014. 2. 7. 22:56



      ☞ [사진] ‘노동자의 어머니’ 영원히 잠들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하늘나라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 어린 아들과 늙으신 어머니가 재회하다.

 

 



      ☞ 오세훈 “무상보육이 부상급식보다 우선”

      보육의 기본이 먹이는 건데 급식보다 보육이 먼저라며 먹이지 말자라는 것은 말장난!

 

 



      ☞ ‘선관위 디도스공격’ 정두언 비서. 경찰 소환 예정

      디도스에서 발본색원하여 경계로 삼았어야 했는데...

      아직도 태양이 작렬하는 광명의 시간, 진실의 순간은 오지 않은 듯...ㅠ.ㅠ

 

 



      ☞ 당진서 철강업체 직원 용광로에 빠져 숨져

      누군가의 사탕에는 누군가의 눈물이 녹아있다.




    위 세 개는 ‘제페토’님의 댓글, 아래 하나는 ‘alfalfdlfkl’님 댓글이다. 댓글도 댓글 나름! 웬만한 문학작품 못지않다. 댓글시, 시사시의 새로운 장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물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생기발랄한 인터넷 문화(그것이 고유한 장점이자 경쟁력이기도 한), 게다가 댓글에서 품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비보이 댄스베틀에서 전통발레의 정형미를 논하는 것과 같이 난센스한 일이기는 하다. 또한 때로는 위트와 풍자가 섞인 촌철살인의 한 문장, 한 단어만으로도 큰 웃음과 깨달음의 단서를 주기도 하는 것이 인터넷 댓글만이 갖는 큰 매력이기도 하다. - 요즘의 댓글들은 어떤가?

 

 

 

누구나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전형적인 인터넷 유머 댓글의 예.

 

 


    세상살이가 힘들어지고 정치가 어지럽다보니 댓글들이 마냥 재밌고 아름답지 않다. 특히 나 같은 반새누리당, 반박근혜 성향의 누리꾼들은 여기저기서 터지는 상식을 벗어난 뉴스들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닐 듯싶다. 어떻하겠는가! 이렇게 댓글로라도 각자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대중의 혐오감을 유발하여 동정론을 일으키는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목적으로 혹은 대중을 공론장에서 내쫓기 위해 일부러 물을 흐리려는 역 공작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값싸고 천박한 욕지거리, 말초적 일탈, 비열한 조롱, 비방, 모욕, 악다구니, 패륜, 증오심을 주체치 못하고 자가흥분하여 퍼부어대는 저주...... 꼭 일베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 양의 차이만 있을 뿐 진보 역시 경계해야할 수렁이다.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과 증오심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것을 구별하고 경계해야 한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비판의) 칼을 쓸 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바람처럼 빠른 기(技)과 태산처럼 무거운 덕(德)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휘두른 칼날에 자신이 베일 수 있다.


    모두가 예민한 감수성과 빼어난 글솜씨를 갖고 있는 시인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재미는 재미대로 유머는 유머대로 감동은 감동대로 각각 다채롭게 풍성히 꽃피운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인터넷 댓글 문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하나를 강조한다면 재미보다는 진정성, 가벼움보다는 충실함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정치, 사회, 시사 분야는 더욱 더 그 필요성이 크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관료라도 혀를 내두룰 정도의 깊은 분석과 탁월한 의견이 기사 밑에 줄줄이 달려 높으신 나리들이 감히 함부로 장난질 칠 수 없게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뱅킹, 전자상거래 등 점점 더 온라인, 인터넷, 모바일로 넘어오고 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피싱, 스미싱,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등 사기와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지만 대세는 대세다. 거스를 수 없다. 멀지않은 미래엔 모바일 투표, 온라인 선거까지 가능해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온라인 세계의 신뢰, 공신력이 높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댓글 문화는 정파를 떠나 지금보다는 좀 더 무거워지고 품격을 높여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