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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비둘기, 이명박은 꿩 - 어느 택시기사분과의 대화

어멍 2010. 3. 9. 23:28
 

“금강산, 개성관광 막으면 남쪽과 계약파기”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는 4일 ‘남조선 당국이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를 계속 가로막을 경우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고 관광 지역의 남쪽 부동산을 동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100305. 한겨레 기사 중 일부

 

택시기사 : 북한 놈들이 급하긴 급했나 봐요.

나 : 네?

기사 : 잘못했다 애걸복걸해도 시원찮을 판에 허세를 부리며 협박을 해대니...이참에 아예 본때를 보여줘야지요.

나 : 글쎄요. 북한도 신변안전에 대해 좀 더 성의를 보이고 확답을 해야겠지만 남한도 너무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가는 것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닌가요?

기사 : 네?... 무슨 말씀을!! 그런 놈들은 처음부터 오냐오냐하면 버릇만 나빠집니다.

- 100306.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분과 나누었던 대화 중 일부

 

中, 北 라진항 10년 사용권 얻어

중국 지린(吉林)성이 10년간 북한 라진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반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8일 보도했다.
- 100308. 프레시안 기사 중 일부

 


    기성세대, 특히 625세대랄 수 있는 한국전쟁 전후 10년의 50~60대 분들은 국제정세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너무 경직돼 있다. 입체적이지 않고 단편적이며 여전히 그 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 기사분 역시 내가 말한 ‘안이’란 표현에 대해 보인 첫 번째 반응은 반대보다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단어에 대한 놀람 비슷한 것이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우리는 전혀 아쉬울 게 없고 언감생심 빌붙어 벗겨먹으려는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이참에 완전히 뜯어 고쳐놓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 ‘안이’라는 말이 가당치 않을 밖에.

    김정일 위원장은 매파인가 비둘기파인가. 외부에서 보기엔 당연히 매파겠지만 북한 내에선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에 가깝다. 적어도 북한 내에서 개혁, 개방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사람은 그였다. 통일의 파트너, 대화의 상대로 북한 내에서 그나마 말이 통할 위인이다. 매파는 누구인가. 당연히 기득권층이다. 남한의 친미보수 기득권세력처럼 북한에도 친중보수 기득권세력이 있다. 당과 군에 포진한 소수의 고위 간부가 해당할 것이다. 이들이 유사시 남한에 붙을까, 중국에 붙을까? 중화인민공화국의 새로운 성인 조선성(朝鮮省)으로 흡수, 병합되더라도 신변을 보장해주고 100년간의 자치권을 준다는 조건이라면......입장을 바꿔 북한이 남한보다 국력이 월등한 상태에서 남한이 붕괴한다면 남한 권력층은 같은 민족인 북한에 의탁할까, 자신의 신변을 보장해줄 미국에 의탁할까? 군사정권 독재자였던 박정희씨, 전두환씨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킬게 많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정치인, 권력층, 기득권자가 아니더라도 민족보다 이념에 경도된 이들이 아직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의 속국, 한 주가 될지언정(어쩌면 오히려 바라는 바다) 북한과 합하기는 죽기보다 싫어한다. 전자는 축복이요, 후자는 저주다.

    퍼주기를 비난하고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분들께 묻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뭘 어쩌자는 거냐고...

    주석궁에 탱크라도 몰고 들어가자고? 그 다음엔? 통일전의 서독보다도 경제적, 문화적 역량이 못한 지금의 남한이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은 있냐고? 설마 진짜로 이참에 아예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어메리카'의 한 스테이트가 되자고? 내선일체(內鮮一體)는 실패했어도 미선일체(美鮮一體)는 가능하다고?


    결국은...지금 이대로다. 현상유지다. 방치다. 김정일 위원장이 비둘기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꿩이다. 머리만 수풀 속에 집어넣고 숨었다고 여기는 꿩! 현 상황이 최상도 아니고 언제까지 유지, 관리될 수도 없는 것임이 분명한데도 상황을 손 놓고 방치하려고만 든다. 악화되던지 일정기간 유지될 뿐이다. 다 떠나서 너무 무능하다. 구워먹든 삶아먹든 돌파구를 뚫지 못한다. 뚫으려 하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자타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그들의 수단방법 개이치 않는 유능함마저 허당임이 명백해졌다.

    웬 어줍지 않은 원칙 타령인가. 이명박 정권의 거짓말, 표리부동이 어디 하루이틀인가.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는 투명한 유리상자, 꺽일지언정 휘지 않는 선비 행세라니...걱정마시라. 이미 국민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그러려니 하며 타박않고 넘어가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적응이 된지 이미 오래다. 그래도 맞닥드리기 싫다면야...좋다! 가끔 다투고 미워하며 수다 떨기도 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색깔놀이도 하고, 당하는 것을 보고 고소해하기도 하고, 손 벌리며 고개 숙이는 것을 보고 우쭐해하기도 하고...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렇게 천년만년 가는 거다.
    그들에게는 통일후에 예상되는 그 무엇이든 지금보다 좋은 상황이 흔치 않다. 북한주민의 투표권을 박탈하거나 혹은 조선총독부 비슷한 남한과 분리된 괴뢰자치정부, 만주국 비슷한 허수아비 비민주 독재정권을 북한에 세우지 않는 한 경상도의 지역기득권, 강남의 계급기득권의 지분은 당장 1/2, 1/3로 쫄아든다. 지금이 낫다. 만족한다. 문 밖에는 더 많은 기회, 산에는 더 많은 토끼들이 있지만 문 안의 집토끼만 잡고 말란다. 남한내의 내 밥그릇만 차지하면 된다. 오랬동안 다져온 철밥통 손손대대 끌어안고 있기만 해도 만사여의다. 어떠한 변화도 싫다. 섞여선 안된다. 안심할 수 없다.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도 위험해질 수 있다. 북한이 괜히 두 손, 두 발 얌전히 앞에 모으고 눈망울을 빛내고 있거나 다소곳이 안겨오기라도 하면 부담 백배, 36계 줄행랑이라도 칠 기세다. 골치아프다. 그들에게 통일이란(어떤 형식의 통일이든 간에) 빈말이거나 허세이거나 재앙이다.

    북진통일을 외치는 철부지 어르신들을 제외한 핵심 기득권 상층부의 관심사는 완벽한 한민족의 복원, 영토와 주권의 온전한 보존보다 현재 기득권의 보존이 우선이다. 그들에게 예측가능성 제로인 급변사태는 최악이다. 하드랜딩, 자칫 동체가 박살날 수도 있다. 점진적인 통일도 마땅치 않다. 최선은 점진적인 분단고착화다. 하지만 일이 자신들의 희망대로만 될 리 없고 이들에겐 이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시키고 관리할 역량이 없다. 관리는 커녕 사태파악이라도 제대로 할런지??ㅠ.ㅠ 미국이 먹는 중에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면 횡재요, 중국이 먹는다해도 십중팔구 강건너 불구경, 할 수 없다는 식일 것이다. 고래고래 소리 몇마디 질러 개평이라도 얻어내면 언론을 총동원해 면피하고 체면치레하기 바쁠 뿐이다. 사태가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미국, 중국 눈치보며 손가락이나 빨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의도적 대북 무시정책, 무책임한 방치정책! 현재를 보면 미래가 보이고 미래를 그리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험은 다가오는데 공부하기 싫은 초딩처럼 그저 회피하고만 싶다.


    가! 가란 말이야!

    하나님! 우리 그냥 이대로 (떨어져) 살게 해주세요!



                            가!                                                가란 말이야!                         우리 이대로 헤어져 살게 해주세요!



    북한은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불량배, 하나는 숫처녀. 핵을 갖고 있어 단순한 동네 깡팬지, 전국구 오야붕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들 말로는 주체사상, 좋은 표현으론 자존심, 나쁜 표현으론 깡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시쳇말로 깡과 몸과 핵만 있다. 그렇다고 머리가 깡통처럼 텅텅 빈 것도 아니다. 외교를 보면 일정 능력 이상의, 벼랑끝 전술이라는 어찌 보면 북한식 외교의 정형화된 스타일, 일가를 이루었다고도 할 수 있다. 수사(修辭)는 비록 세련되지 않고 투박하나 액션은 주도면밀, 용의주도한 면이 있다. 바로 협상장의 상대편 의자의 다리를 몇센티씩 잘라놓았다는 그 치밀함, 용의주도함 말이다. 잘 연구하고 몇 번 겪어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다음 행동까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언사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괜한 엄포나 허풍으로만 받아넘겨서는 안 된다. 반면 남한의 이명박 정권은?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무대뽀도 이런 무대뽀가 없다.

    그런 깡과 핵과 기(技)가 있는 북한이 우려하던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몸값 높이기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매력적인 숫처녀(북한의 매력은 거의 대부분 그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시집갈 때 가더라도 최대한 뭇 총각들과 거리를 유지해서 몸값을 높여야 한다. 앞집 권세가 이도령, 뒷집 명문가 김도령, 옆집 재력가 박도령을 줄 세우는 거다. 최대한 늦게 혹은 영원히 결혼하지 않는 게 남는 거다. 결혼하는 순간 몸값 폭락이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면 몸은 이도령, 마음은 김도령에게 줄 수도 있다. 이제 우리가 ‘우리 민족끼리’, ‘동포애’ 어쩌구하며 매달려야 할 판이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중국이 먹든, 미국이 먹든 깨끗이 포기해야지.

    사실 이런 균형외교, 등거리 외교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을 어느 정도의 철학과 깡도 있어야 한다. 때론 뱀처럼 지혜롭고 때론 독수리처럼 용맹해야 한다. 절제와 품위와 자존을 지키며 헤프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낮에는 이도령, 밤에는 김도령이 노리개감으로 갖고 놀며 범할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것이야말로 통일 한국이 주변 4대강국 속에서 일정 정도의 발언권을 확보하고 조금씩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외교술이다. 서로 덩치가 비슷해 위험하니 내가 키를 잡겠다는 거다. 섣불리 지르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사자와 호랑이를 진정시키고 설득해서 여우가 키를 잡는 거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미리 남북협력을 통해서 주변 4개국을 상대로 시도하였던 외교술이다. 그런데 이제 북한이 이것을 한국 포함 주변 5개국을 상대로 시도하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남한이 북한에 대해 특권,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더 이상 남북한이 특수 관계가 아니라는 거다. 더 이상 남한에게 이니셔티브를 주지 않겠다는 거다. 눈길을 주고 받던 담장너머 도련님에서 건너 마을 도령이 되었다.

    좋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언제까지 버티나 해볼테면 해보랬더니 아예 관계를 끊자며 엿 먹이고 있다. 윈윈이 아니라 너 죽고 나 죽는 코스다. 균형외교는 어느 정도 볼륨이 커진 통일 한국도 해내기 만만치 않은 고도의 외교술이다. 외교적 역량도 총체적 국력이 뒷받침될 때라야만 힘을 받을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만이 그나마 시도할 배포가 있었던, 능력이 있었던 외교술이다. 그것을 과연 북한이 깡만으로 해낼 수 있을까? 무기를 뜯어먹고 살 수는 없다. 든든한 핵무기를 끌어안고 마음편히 눈을 부칠 순 있어도 허기에 곧 깨기 마련이다. 언제까지고 문을 닫아걸고 주체사상으로 주민들을 달래고 통제할 순 없다. 그나마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김정일 위원장마저도 내외로 힘에 부쳐하는데 그의 사후에는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맹수 사이에 던져진 고기덩이! 서로 물고 뜯어 먹으려고 반토막, 세토막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개성과 금강산 중단, 6자회담 미재개의 상황, 시기로 볼 때 라진항의 장기조차는 북에도 남에도 매우 나쁜 소식이다. 주위 구경꾼에게만 좋은 소식이다. 협박이 아니라 하소연, 자신감이 아니라 초조감의 발로일 수 있다. 기사분 말대로 북한이 급하긴 급한 거다. 몸이 달았다. 담장너머 서성이는 뭇 도령들을 지긋이 내려보는 것이 아니라 장터에서 옷고름을 헤치고 부채질을 해대는 것일 수 있다. 이것 저것 내다 팔면 집안 거덜나기 십상이다. 손도 주고 어깨도 주면 다음은 일사천리다. 급변사태란 게 뭐 특별한 게 아니다.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서 원심력에 가속도가 붙고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과정중에 사소한 것이 발단이 되어 발생할 수 있다. 홀로 서기 몸부림인지 몸값 높이기인지 추파 던지기인지 점포정리 헐값 대바겐세일인지, 추후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는지, 좀 더 두고봐야겠으나 나쁜 징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반공, 반핵, 반김을 외치며 오매불망 북한의 붕괴와 종말을 바라는 남한내 보수세력들은 어쩌자는 건가. 능력은 고사하고 대비라도 하고 있는가. 지금 당장 북한이 붕괴하면, 김정일이 고스란히 북한을 갖다 바치면 온전히 받아먹을 수 있는, 독차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일본이 조선에게 했던대로 남한이 북한을 다만 반토막, 세토막 일부라도 차지해서 탄압하고 수탈하는 내부식민지라도 만들길 원하는가. 신라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영토가 대동강 이남, 한강 이남으로 쪼그라들길 바라고 있는가.

    어쩌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결정적인 중요한 시기일 수 있고 훗날 평가하기에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실정과 죄과는 대북정책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이명박 정권은 한가하게 기싸움만 벌이며 내심 흡족해하고 있다. 벌써부터 차기 자신들의 안전과 권력유지가 걱정되는지 행복시 수정 논란, 개헌론 불지피기 등 어떤 수라도 내려고 강박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다시 그 기사분과의 대화를 이어가보자.


기사 : 도와주더라도 먹을 걸로 줘야지...쌀도 퍼주고 돈도 퍼주고...결국 무기나 만들자나요.

나 : 무기란 게 한두 푼 갖고 만들어지나요. 더구나 핵무기를...뭐 밥 살 돈 굳혀서 무기 만드는데 보탰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리고 잘 나눠지나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원조, 지원이란 게 어디고 세기 마련입니다. 우리도 몇 해 전 수해복구다 뭐다 내려 보냈는데 공무원들이 떼먹고 업자들이 떼먹고 해서 여럿 잡혀 들어갔잖아요.

기사 : 그래서 무조건 지원하고 도와주는 게 잘못인 겁니다. 어차피 셀 거라면 우리도 뭔가는 받아야죠. 왜 세금 갖고 김대중 지가 생색내냐 이겁니다.(노벨평화상을 말하는 듯) 햇볕정책은 무슨 얼어 죽을.

나 : 그럼 얼음정책이라도 써야 하나요. 기사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정책인줄 아십니까?

기사 : ...........글쎄요.

나 : 그럼 어떤 성과가 있었죠. 조금이라도 진전된 실적이 있나요. 대화하지 않은 것, 어떠한 행동도 없었다는 것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없죠. ‘비핵개방3000’이란 정책도 이름뿐이지 손 놓고 있었죠. 결국 대북정책 자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집니다.....어차피 도와줄 거 지금 조금씩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목돈 들여야 하는데 이것 갖고 벌써부터 퍼주기 퍼주기 하면은 그때는 포기할 밖에요. 기사님은 당장 북한이 망하면 우리가 떠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중국이나 미국이 먹던가 그 중에 우리가 조금 떼어먹던가 하겠죠. 어차피 공 들인 만큼 대접받고 소화할 만큼 먹는 법이죠.

기사 : ................(은근슬쩍 화제를 비껴가며) 아무튼 안은 어떨지 몰라도 밖은 잘 하는 것 같아요. G20이다 원전수주다 다른 나라들도 인정해주는 것 같고...(뜬금없이)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핵이 있겠죠?(아마도 주한 미군 보유 핵무기를 말하는 듯??)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려고 했다던데...그 때 만들었으면 우리도 큰소리 한번 칠 텐데......

나 : ...............(아 갑자기 피곤해진다. 듣고만 있자니 답답하고 말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고....G20. G7이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규모 위주로 그 범위를 넓힌 거다. 그 전에도 경제규모 20위권 안이었고 이명박 정권 이후에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치는? 순번제다. 원전수주. 몇 백억 불이었던가? 기업성공드라마와도 같이 지난 연말 화려하게 연출됐다. 연말인데 쉬시지도 못하고 손수 중동까지 날라가 계약서에 사인하시는 CEO 대통령 이명박...그만을 위해 철저히 사전기획된 해외원정로케 원맨쇼였다. 웬 딴지, 웬 시기랄수도 있지만 공만 탐하고 과는 감추며 무슨 건수만 있으면 부풀려 홍보에 이용하려고 혈안인 것을 보면 인물이 참 박덕하고 협소해 보인다. 계약서상의 내용, 손익계산서를 구체적이고 차분하게 밝히고 설명해주지 않을뿐더러 온통 대통령 개인에게 조명을 비추려는 의도, 공을 독차지하려는 노골적인 심보가 고약하다. 자기홍보도 능력이고 권리랄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중우정치, 정치 광고, 3류 정치 켐페인이다. 수준좀 높이자. 한마디로 주책이다. 길게는 몇 년 전부터 짧게는 몇 개월까지, 전임 대통령부터 일선 실무자들의 노력까지 모두 모여서 결실을 본 것이다. 쇼의 정확한 실상은 ‘원전수주성공사건’이라기 보단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엠바고까지 걸어가며 연출한 ‘원전수주성공 2주일 은폐사건’쪽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것이 일반 서민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른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한전을 비롯한 국내외 대기업들의 컨소시엄이 담당할 텐데 그 혜택이 과연 기사분과 같은 서민들에게까지 미칠지는 의문이다. G20이다. 원전수주다. 올림픽 금메달이다. 대북강경책이다. 잠시잠깐 헛배 부르게 하거나 자존심이나 자만심을 채워줄 뿐이다. 줄기차게 ‘일자리 창출’, ‘서민 경제’만을 주문처럼 외우며 참여정부를 비난하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부터인가 ‘선진화’니 ‘국격’이니 ‘올림픽’이니 ‘기적의 역사를 이룬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들’이니 하며 뜬구름 잡기식 감성구호로 야바위 종목을 바꾸었다.)

나 : 안은 어떤데요?

기사 :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톤을 높이며) 뭐...세종시도 그렇고 완전히 독재죠 독재! 노무현이가 했고 박근혜가 약속한 것을 이명박이 지가 먼데 마음대로 하려 합니까.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러면 안 되죠. 사기꾼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어요. 경기도 안 좋고...사장님을 앉혀놓았더니 국민을 종업원 취급하는 게...뭐 그렇죠.

나 : ...................그래서 기사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몇 점 주십니까?

기사 : 한...40점.

나 : ....................(아직 후하시군요.)

 


    다부지지도 뚱뚱하지도 않으신 보통 체형의 퉁퉁하신 기사분. 걸걸하고 큰 목소리로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곤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박근혜든 이명박이든 모조리 호형호제하며 발 밑에 갖고 노시는 다혈질적인 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름만) 알면서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이름도) 모르면서 지지하는 분. 북핵은 결사반대, 남핵은 은근히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없으신 분. 독재, 사기꾼이란 표현으로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마음이 완전히 떠난 것 같으면서도 점수로 봤을 땐 마음 한켠엔 아직도 기대와 미련을 접지 못하고 있으신 분.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그리워하면서도 이명박이의 독재, 종업원 취급당하는 대접에 서운해 하시는 기사분.

    정확한 워딩은 아니나 앞뒤 뒤죽박죽, 중구난방 다소 엉뚱한 독특한 분이라 기억을 더듬어 올려본다. 이렇게 택시를 타면 적극적으로 정치, 시사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섞어 말을 먼저 걸어오는 기사분들이 간혹 있다.

    십중팔구 이 기사분은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찍으셨을 거다. 말씀은 저렇게 하시지만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나 선진당, 그도 아니면 친박연대를 찍을 확률이 농후하신 분이다. 행복시 공약은 물론이고 747, 주가 3000, 반값등록금,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어도, 4대강과 부자감세 등 어느 하나 지지하는 정책이 없어도 막무가내다. 그것은 위와 같은 이념에 기반한 색깔론 때문이다. 예전보다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최대공통분모, 그들의 핵심코어는 반공이다.




Voodoo Doll (저주인형)

반공 어르신들이 즐겨하는 색깔놀이에 주구장창 써먹어 닳고 닳은 장난감
하지만 여전히 (저주하는 본인에게) 위력적인 영험 있는 장난감



    반공이란 구호가 고루하고 낡았다면 갈아치면 된다. 공산주의가 힘을 잃어 타켓이 불분명해지면 반북이다. 반북이 모호해지면 반김(일성, 김정일)이다. 김일성도 가고 김정일도 가면 반핵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반핵평화주의자, 환경론자들은 아니다. 환경보존과 반핵평화를 주창하는 국제단체인 그린피스와 그들의 정체성은 극과 극이다. 절하고 숭배하기 위해 세워둔 것만이 우상이 아니다. 짓밟고 저주하기 위해 세워둔 것 역시 우상이다. 당장 위안거리, 화풀이 대상이 생겼다.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이 고맙고 현실이 어떻든 (북한보단) 행복하다.(아~ 여러분. 우린 행복한 겁니다. 행복해요!!-개콘 행복전도사 최효종 버전)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어져온 남한내의 친일반민족 기득권보수세력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도 역설적으로 북한이다. 절이라도 해야한다. 독재, 폭정은 물론이고 IMF, 차떼기, 탄핵시도 등 별의 별 짓을 해도 견고한 저지선을 유지하는 그들의 지지율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항상 30% 내외를 마지노선으로 먹고들어가는 그들의 지지표, 일명 콘크리트 지지율의 견고함, 충성도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교묘하게 유도하는 편파적인 여론조사, 여론조작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행복시와 관련해서 여전히 생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는 충청권의 수정안 찬성율과 한나라당 지지율도 이와 관계가 깊다. 상식적이라면 원안찬성율은 80~90%, 한나라당 지지율은 5~10%가 나와야 정상이다.




                          개콘 행복전도사 개그맨 최효종               VS               청와대 행복전도사 대통령 이명박

아~ 여러분. 우린 행복한 겁니다. 다들 차고에 외제차 서너대씩 있잖아요? 택시기사분들 드라이브가 좋아서 취미로 하시는 거잖아요?..... 다들 표정들이 왜 그러세요? 택시비 아까와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시는 사람들처럼? 사납금 채우려고 오줌도 참아가며 운전하시는 분들처럼? 집에 경차 한 대만 있으신 분들은 쪼금 행복한 거예요. 돈 벌려고 운전하시는 분들도 북한애들보단 훨~ 행복한 거예요. 아~~~ 행복하다!!!


  

    과연 이 기사분은 지난 시절보다 더 행복해지셨을까? 살림살이는 좀 피셨을까? 마음은 좀 넉넉해 지셨을까?
    G20, 원전수주를 자랑스러워하고 연아에 환호하고 김정일에 대해 너무도 꼿꼿하고 당당하셔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랑스럽고 흡족하셔서 스스로 지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셨을 수도 있다. 생활이 좀 더 궁핍하고 팍팍해졌더라도 그러한 보람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도 있다. 그토록 불평불만이 많으셨던 지난 정권보다 더 해피하실 수도 있다. 어차피 행복이란 주관적인 거잖은가. 하지만 ‘이념의 이상’과 ‘정책의 현실’을 오르내리시면서 그때그때 좋았다 나빴다, 칭찬했다 욕했다 하시니 좀 혼란스럽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사안별로 판단하시는 성숙한 시민인 이 분이 종합하여 40점을 매긴 것으로 보아 그에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합격선에 든 것은 아닌 것 같다. 성에 안 차고 많이 실망하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분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솔까말 독재다. 단 카리스마 넘치는 독재. 신에 버금가는 유능한 철인, 초인이 일사불란하게 목표를 이루어가는 피곤치 않은 시원시원한 독재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독재를 좋아한다’란 망발을 하였는데 이런 성향, 강력한 대통령제 리더십을 아직까지 선호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성향으로 볼 때 전혀 엉뚱하거나 틀린 말도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예전처럼 활동적이거나 영민하진 않지만 타고난 승부감각, 정치본능으로 핵심을 짚는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다. 아직까지 우리의 의식 속엔 근대시민의 마인드보다는 신민, 백성, 국민으로서의 마인드가 강하다.

     권력에 대해 의탁, 의지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권력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크다. 신도, 초인도 아닌 인간을 백척간두 위에 올려놓고 그에게 그러한 능력을 요구한다. 모두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품평하기 바쁘다. 이런 국민들에게 권력을 내려놓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보였겠는가. 지지자들은 무책임하다고 실망하고 반대자들은 대통령 해 먹을 그릇도 못된다며 같잖게 봤을 것이다. 한편으론 그 때 탄핵을 당했다면 좋았을 것을,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해 본다. 조용히 내려갈 수도 있었던 사람, 시민들이 굳이 끌어올려 결국 추락시킨 꼴이 된 것만 같다.

    계속 부려 먹고(대통령이 시민의 고혈을 빨아먹느냐, 시민들이 대통령을 부려 먹느냐가 관건이다.) 싶던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권력을 버리며 굳이 내려오려 했고 빨리 내려왔으면 하는 대통령은 더욱 더 권력을 움켜쥐려고 아등바등이다. 자기만의 환상 속에 빠져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기고만장 마이웨이 주책바가지다. 거칠 것 없는 빛나고 힘센 불도저, 무소불위의 왕, 무오류의 선지자를 자처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드려야 할 것이다. 쌓고 올리는, 눈에 보이는 구조물을 좋아하시니 각하의 빛나는 어록을 재료삼아 아담하지만 <명박탑>을 만들어 진상하면 분명 무척 기뻐하실 것이다.(딸랑딸랑♬♪~ 나도 한 자리 주시겄지. 호호홍)


이상의 <오감도>를 능가하는 난해함과 조형미를 자랑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명박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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