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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이명박과 보온병 안상수에 대한 택시 기사분과의 대화

어멍 2010. 12. 2. 23:04
 

광우 이명박과 보온병 안상수에 대한 택시 기사분과의 대화



택시 기사 : 이번에 보니까 북한 애들한테 화도 나지만 우리 군대한테 너무 실망했어요. 한심해요. 한심해. (라디오 뉴스에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기사분이 다짜고짜 흥분한 어조로 말을 건다.)

: ...

기사 : 제가 해병출신인데 어떻게 한 발도 맞추질 못하나요. 포탄이 오고가는데 무신 막사에다 쏴 대고...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 화나고 한심하죠.

기사 : 천안함 당하고도 이제까지 뭐 했나 모르겠어요.

: ...

기사 : 이참에 아예 북한 애들 버르장머리 완전히 고쳐놔야 돼요. 싹 다 죽여 놔야 돼요. 이명박이 다른 건 몰라도 대북정책 하나는 잘 하는 것 같아요!

: (뜨악!!)... 제가 보기엔 딱히 잘하는 게 없는 건 맞지만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이 가장 엉망이지요.

기사 : ...

: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겠습니까?

기사 : 아니 그럼 사장님은 계속 퍼줘야 된다는 말입니까?

: 퍼줘야지요.

기사 : 네?? (대놓고 퍼줘야 한다고 하니 다소 당황한 듯)

: 물론 화나고 괘씸한 일이죠. 하지만 흥분만 할 일은 아닙니다. 나라가 휘청할 정도로 퍼준다면야 문제겠지만 조금 퍼주고 많이 얻는다면 남는 장사죠. 제가 보기엔 퍼주는 게 이익입니다. 그거 아껴서 뭐 크게 잘 살기라도 했습니까?

기사 : 아니 그렇게 퍼준 것으로 핵 만들고 무기 만들어 뎀비기나 하잖아요.

: 물론 총을 주냐, 총 살 돈을 주냐, 힘내서 싸우도록 쌀을 주냐 다 틀리겠죠. 되도록 현물 위주로 주고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퍼준다, 퍼준다 하다보면 쌀도 줘선 안 되는 거죠.

기사 : 그래서 얻은 게 뭡니까? 대포나 쏘아대고...

: 그동안 전쟁걱정 없이 살았잖아요. 금강산 관광이다 개성공단이다 얻은 게 왜 없습니까?

기사 : 못 사는 놈들한테 돈으로 평화를 구걸한 거죠. 아휴~ 북한 놈들 어떻게 안 보고 살 순 없나.

: 살 수만 있다면 돈으로 사야죠. 목숨으로 사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원래 얻는 것은 잘 안보이고 잃은 것은 잘 보이는 법이죠. 대포 한 방 쏘면 주식시장에서 몇 십조가 날아갑니까? 어디 북한 땅을 뚝 떼어다 태평양 한가운데 옮기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지요.

기사 : 사장님 말씀이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는 한 데... 뭐 주고 뺨 맞는다고 괘씸하잖아요! 언제까지 눈치보고 끌려 다녀야 합니까. 혹시 군대는... 다녀오셨나요?

: 다녀왔지요. 근데 왜 끌려 다닌다고만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줄 건 줘도 지킬 건 지켰어요. 평화든 전투든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공세적으로 대했습니다. 싸우더라도 요번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지 않습니까? 선제공격이나 폭격만 못했지 제가 알기론 북한군 피해가 더 컸습니다.

기사 : ... 아. 왜 안상수는 군대도 안 갔으면서 연평도엔 왜 갔나 모르겠어요. (약간 수긍하면서 넘어오는 분위기... 안상수 보온병 뉴스가 나오기 전이니 그 후였다면 분명 한마디 하셨으리라.)

: 안상수는 둘째 치고 간첩 잡는 국정원장, 국무총리에 대통령까지... 무슨 이런 보수정권이 있나 모르겠어요. 구슬리려면 구슬리든지, 제압하려면 완벽히 제압하든지 이도 저도 아니고 앞에서 고기 냄새나 피우고 동전이나 짤랑대며 깐죽거리고.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맨날 주둥아리만 나불거리고. 군 면제 주제에 공군 잠바 입고 야상 입고 똥폼 잡고 똥배짱이나 내밀줄 알지. 뭐 하나 믿음 가는 게 없어요. 김정일이 죽네 마네, 북한이 무너지네 마네 희망사항이나 읊어대고. 북한 무너지면 우리가 다 먹을 수나 있대요? 전쟁보단 낫겠지만 대책없이 무너지는 것도 재앙입니다. 그리고 북한 애들이 이런 얘기에 얼마나 민감한데... 책임 있는 장관, 대통령 입에서 나올 소립니까. 몰라도 너무 모르고, 무능해도 너무 무능해요. 프로라면 우는 애를 방치하지 않습니다. 독오른 뱀을 섣불리 자극하지 않아요. 어르면서 동시에 달래야 프로지요. (어느새 제 풀에 약간 흥분하며 오바하고 있다.)

기사 : ... 하.하. 제가 가끔 가는 술집에도 북한 여자애가 둘 있는데 키도 작고 생긴 것도 별로 예쁘지 않아요. (-.-:; 웬 뜬금없는 술집 아가씨 얘기??)

: 군이 강하려면 전력, 정신력, 작전권이 있어야 합니다. 전력이야 4대강 한다고 다 빼돌리고, 정신력도 군미필 대통령 밑에서 별들이랍시고 자리보전 눈치만 보고 있고, 작전권은 아예 없잖아요. 그 밑에 병사들이 무슨 죕니까! 죽은 뒤에 돈 주고 표창 주면 답니까? 천안함 기자회견장에 환자복 입혀서 명예에 똥칠이나 하고...(아우 열받어!) 연평도 주민들은 또 누가 보상해 줍니까. 보니까 완전 피난민이두만. 당장 어디서 뭘 먹고 살아요. 군대 나오셨다니까 아시겠네요. 요번에 왜 북한에 폭격 못했는지 아시죠?

기사 : 네.

: 데프콘이 뭔지 아시죠?

기사 : 네.

: 그럼 우리나라에 전시작전권 없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기사 : 네.

: 이명박 대통령은 알았을까요? 물론 알았겠죠. 스스로 전작권 환수를 늦추자고 미국에게 요청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상황이 예상되고 그 상황에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는 분명 몰랐을 겁니다. 비상시엔 모두다 청와대로 들어오라잖아요. 불안하잖아요. 아는 게 있어야지. 아마 토목공사라면 무슨 수를 내도 냈을 겁니다. 그래놓고는 전작권 되찾고 군장비 현대화하려는 노 대통령은 좌파빨갱이라고 색칠이나 하고... 지금도 무슨 일만 터지면 전 정권 탓예요. 정권 바뀐지 2년하고도 절반이 지났는데 이건 이명박 정권인지, 노무현 정권 2기인지 헷갈린다니까요. 대통 되자마자 햇빛정책 뒤집어엎고 통일부 없애려고 했지 않습니까. 누가 상황을 요 꼴로 만들었습니까. 병사들 욕할 게 아니라 높은 놈들 욕해야 돼요. (어느새 상황 역전! 나 혼자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기사 : 전작권이 없더라도 비밀리에 되갚아 줘야지... 이렇게 매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 미국도 모르게 한다는 말씀이신데... 그게 가능한지도 의문이고 왜 몰래 합니까. 국군이 사병도 아니고 쿠데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전작권 찾아와서 떳떳하게 해야지요. 분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감정대로 할 수 있나요. 단, 실시간 포탄이 오가는 교전 시에는 두 배, 세 배 응징할 수 있지요. 미친 척 하고 폭격해도 미국이 뭐라 못할 겁니다. 아마 그럴 배짱도 없을 걸요. 대통령은 미국 눈치보고 별들은 대통령 눈치 보기 바쁘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확전 안된 건 다행이지요. 전쟁이 장난입니까. 기사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식 둔 부모치고 전쟁 찬성하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쟁하면 이긴다고요? 이기긴 이기지요. 하지만 이기면 뭐합니까. 나라가 망하는데. 핵폭탄까지 쓴다면 거의 구석기로 돌아간다고 봐야지요. 암은 고쳤는데 사람은 죽은 꼴입니다. 어~ 어~ 하다가 전쟁 나는 겁니다. 일반 시민이야 정보도 부족하고 화난 김에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대통령...... 아~ 저기. 벌써 다 왔네요. 여기서 좌회전해서 바로 세워주세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잘 듣긴? 거의 일방적인 설교 수준이었지 않나 싶다.

    보통은 기사 분들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기사 분이 많이 화나고 답답하셨던 모양이다. 나도 웬만하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거나 듣기만 하는 스타일인데 “이명박이 다른 건 몰라도 대북정책 하나는 잘 하는 것 같아요!”란 말에 그만 흥분해서 좀 오바한 측면이 있다.

    그가 지난 대선, 총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찍었는지 않았는지는 어림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진보후보를 찍은 것 같지도 않다. 비교적 젊은 보수성향의 시민으로 가끔 접하는 60, 70대 기사분과는 다르게 그래도 말이 통할 정도였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게 투표할까.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 나와는 관점의 거리가 머니까. 조중동은 물론이고 택시 안에서 듣고 보는 라디오, DMB 역시 전시의 선무방송을 보는 듯 권력을 감싸고 북한을 증오, 혐오하기 바쁘니까.



※ ‘광우(Mad Bull 또는 Mad Cow, 줄여서 MB 또는 MC) 이명박'이란 각하께서 자랑하시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의 이미지에서 빌려온 호. 단. 좌충우돌, 비틀비틀하면서도 신기하게도 옳은 방향은 매번 벗어난다는 거.




내치는 날뛰는 미친소(Mad Bull)                                      외치는 얼빠진 미친소(Mad Cow)

- 불안하긴 마찬가지! -



‘보온병(Vacuum Bottle) 안상수’란 연평도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보온병을 보고 포탄이라고 설명한 것에서 유래한 ‘행불’(행방불명 안상수)에 이은 새로운 호.




ㅋ.ㅋ.ㅋ. 라고 하기엔 ㅠ.ㅠ.ㅠ.
 ㅠ.ㅠ.ㅠ. 라고 하기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