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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글쓰기

어멍 2026. 5. 20. 23:39

연애와 글쓰기

 

    써 놓고 보니 참 시대에 맞지 않는 주제이고 제목인가 싶다! 요새 누가 글로 연애하나! 말초적이고 순간적인 쾌락과 재미만 쫓는 세태에 청춘들이 두근두근 설레며 혹은 머리 싸매고 고민하며 밤새워 써 보냈던 러브레터는 과거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요새는 일기 쓰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이 글은 그런 과거의 낭만을 추억하자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써야 구애하는 데 효과적인가 하는 글쓰기 기술에 관한 것도 아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종류와 형식을 불문하고 글만이 가지는 소통의 의미와 깊이를 말하고자 함이다.

    그럼에도 유독 연애와 연결지은 것은 가벼운 연애를 뛰어넘어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 평생의 배우자로까지 연결되는데 글을 통한 소통이 실수를 줄이는 현명하고도 효과적인 최적의 수단이라는 데 있다. 짧은 이성경험에다 호르몬 뿜뿜인 청춘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얼굴, 몸매, 목소리 등 겉모습에만 반하는 경우가 많다.

 

    글 잘 쓰려면 대략 좋은 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진실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마음과 주장을 풀어내면 된다. 그밖에 자세한 스킬과 방법은 찾아보면 많지만 모두 부차적인 것이고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란 하이데거의 말이 있듯이 그가 쓰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하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언어생활 중 듣기, 읽기는 입력이고 말하기, 쓰기는 출력이다. 좋은 것을 듣고 읽어야 좋은 것을 말하고 쓰게 된다.

    말하기, 쓰기는 같은 출력이되 쓰기의 의미가 더욱 무겁다. 말은 녹음하지 않으면 바로 흩어지지만 글은 영원히 남는다. 몇 년이 지나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보다 글 쓰는 데 신중하다. 몇 배의 시간과 정력을 쏟는다.

 

    그만큼 그 사람의 진면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그가 쓴 글이다. 그러므로 사람 특히 애인, 배우자를 파악하고 선택하는데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글을 주고받는데도 신중해야 한다. 대학리포트는 물론이고 연애편지도 주문제작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글에는 맥락이 있고 시점이 있고 깊게는 영혼이란 것이 있다. 주문제작한 것은 어디고 표시날 수밖에 없다. 진실한 마음으로 읽으면 진실한 글은 반드시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낸다.

 

    청춘남녀들에게 글쓰기 연애를 권장한다. 동영상 위주의 짧고 빠르고 즉각적인 소통이 유행인 시대에 글쓰기는 로맨틱하고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소통수단이다. 종이에 쓴 손글씨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정말 놓치기 싫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난다면 글로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보라. 성공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도 <추억: The Way We Were>에서도 주인공들을 맺어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들이 쓴 글이었다. 그들은 상대가 쓴 글을 계기로 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에 빠졌다. 글이야말로 그들에겐 서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었고 사랑의 묘약이었다.

    케이티(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허블(로버트 레드포드)의 글에 매료되지 않았다면, 찰리(크리스토퍼 이건)가 소피(아만다 셰이프리드)의 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 둘의 사랑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영화 <추억 : The Way We Were>

 

    ※ 자유연애, 자유결혼 시대에 현실성은 없지만 부모로서 예비사위, 예비며느리의 글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은 될 것이다.

    자소서도 좋고 주제, 형식 상관없이 몇 백자 이상의 글을 (손글씨로) 제출하라면 당사자로선 엄청 부담되겠지만 부모로선 해볼 만한 시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