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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大望)》 전집 (3세트 각 12권 총 36권) 읽기를 마치며

어멍 2026. 4. 28. 14:46

《대망(大望)》 전집 (3세트 각 12권 총 36권) 읽기를 마치며

 

《대망(大望)》 1세트, 2세트, 3세트 각 12권

 

합해서 총 36권

 

    《대망(大望)》 1세트 열두 권은 2014/03/11~2016/01/28에 읽고 2,3세트 스물네 권은 2025/09/19~2026/04/17에 읽었다. 작성한 리뷰 및 관련 포스팅은 이 글을 포함해 모두 30편이다. - 그사이 메이지유신에 대해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가 쓴 두 권의 책,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도 읽었다. 아들 종서가 대학교 독서동아리에서 읽고 책장에 꽂아둔 것이다.

    《대망(大望)》은 세 세트 모두 생소한 일본 역사, 문화 이야기고 어려운 한자용어가 많아서 읽기 어려웠다.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힘들어서 그렇지 번역은 1세트가 가장 낫다. 2,3세트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오탈자도 많아지고 번역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이는 방대한 볼륨의 작업량을 고려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대망(大望)》의 작품과 작가를 내 맘대로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작품 평가 작가 평가
1세트 도쿠가와 이에야스 ★★★★★ 야마오카 소하치 ★★★★☆
2세트 다이코 ★★★☆☆ 요시카와 에이지 ★★★☆☆
무사시 ★★★★☆
나루토비첩 ★★☆☆☆
나라를 훔치다 ★★★★☆ 시바 료타로 ★★★★★
3세트 사카모토 료마 ★★★★★
사무라이 ★★★☆☆
불타라 검 ★★★☆☆
나는 듯이 ★★★★☆
언덕위 구름 ★★★★☆

 

    소설 등 모든 예술작품, 창작물들을 예술성, 흥행성 등으로 세분하여 자세히 평가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이것은 내 주관과 직관으로 뭉뚱그려 전체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열개의 소설 중 최고 작품은 <사카모토 료마>고 - 2위는 근소한 차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 최고의 졸작은 <나루토비첩>이다. 세 작가 중 최고 작가는 시바, 다음은 야마오카, 다음은 요시카와다.

 

    시바 료타로(1923~1996)는 지한파, 친한파에 속하며 두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진보이며 근대적이다. 작가로서의 성실성도 돋보이고 재밌고 참신한 묘사와 표현들도 여기저기 눈에 띤다. 전차소대장으로 전쟁을 겪어선지 전쟁을 반대하며 일본제국주의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鬼胎)라고 분명히 비판한다.

 

    야마오카 소하치(1907~1978)는 구성이 치밀하고 전개가 교묘하다. 잘 짜맞춰진 스위스 시계처럼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정밀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특히 인간의 심리묘사가 탁월하여 읽는 재미와 얻는 소득이 있다. 엘리트 교양인으로 전형적인 주류 보수주의 중상주의자인 듯, 현대 일본의 중상류층 시각을 대표한다고 보여 진다.

 

    요시카와 에이지(1892~1962) 역시 읽는 재미가 있지만 가장 윗세대여서 그런지 어딘지 세련되지 않은 촌스러움, 꼰대 비슷한 구시대적 구린내(누군가에겐 향수를 부르는 구수한 냄새)가 있다. 세 작가 중 가장 보수우익에 속하며 권위주의와 전근대적인 면까지 보인다. 예를 들어 ‘여자 없이 무슨 재미로 술을 먹느냐?’라는 사고방식이랄까!

    이야기 전개는 다소 작위적이고 틀에 박힌 면이 있다. 예술성, 작품성은 엷고 통속성은 강하다. 그래서 대중에게 잘 읽힐만한 글, 무난하게 흥행이 보장되는 글이다.

 

    일본역사 시대구분 (거칠게)

 

    1. 고대 : 귀족 정치 시작

    Long long time ago 조몬 시대  야요이 시대  고훈 시대 (250년~538년)  아스카 시대 (538~710)  나라 시대 (710~794)  헤이안 시대 (794~1185)

    2. 중세 : 무사 정권 시대

    가마쿠라 막부 시대 (1185~1333)  무로마치 막부 시대 (1336~1573)  전국 시대 : 다이묘들의 군웅할거 (1467~1590)

    ※ 중간에 남북조 시대 (1336~1392)

    3. 근세 : 통일·막부 안정기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 오다와 도요토미의 통일과정 (1573~1603)  에도 시대 : 도쿠가와 막부의 평화시대 (1603~1868)

    4. 근대 : 서양식 국가로 전환

    메이지 시대 : 근대화 산업화 (1868~1912)  다이쇼 시대 : 비교적 자유로운 정치 (1912~1926)  쇼와 전기 : 군국주의 전쟁으로 패전 (1926~1945)

    5. 현대 : 2차 대전 후 현재까지

    쇼와 후기 : 전후복구 경제성장 (1945~1989)  헤이세이 시대 : 경제정체기 (1989~2019)  레이와 시대 (2019~현재)

 

    일본의 긴 역사로 봤을 때 《대망》 전집이 다루는 시간대는 중세말기, 근세, 근대초기에 해당하는 짧은 시기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역사의 명장면이 점철되고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집적되어 기적이라 부를 만한 도약과 비상을 이룬 대변환의 시대였다.

    첫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부터 마지막 <언덕위 구름>까지 이 시대를 바통 터치하듯 시간 순으로 이어가고 있다. 합하여 1541년에서 1905년까지 364년 동안의 일본역사 이야기다. 중간에 에도 중기 등 일부시간대가 빠져 있지만 전국시대부터 명치유신 후 근대화 초기까지 일본의 역사와 그 문화를 파악하기엔 충분하다. 하긴 에도시대 같은 평화시대에는 재밌는 얘기가 없다. 전쟁, 혁명 같은 굴곡과 파국이 있는 인간세계의 경쟁, 다툼, 시기, 질투가 재밌다. 영화라도 잔잔하고 심심한 것은 흥행이 안 된다.

 

    모두 일본인들이 땀과 피와 목숨을 바쳐 열심히 살다간 이야기다. 대부분 극적인 인간승리의 이야기, 일본을 빛낸 영광의 이야기다. 러일전쟁 후 태평양전쟁까지 이어지는 패망의 역사, 참담한 비극의 역사는 없다. 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소설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무참하게 패배하는 대목은 쏙 빼놓았다.

    이런 일본의 패배와 좌절의 역사를 다룬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집의 구성이 한쪽으로 쏠린 것은 분명하다. 눈에 거슬리는 면이 있지만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원래 국뽕이 먹히니까! 우리 역시 역대 흥행 랭킹 1위 영화는 <명량>이다.

 

    순수문학작품이 아닌 것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바랄 수는 없다. 국뽕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본작가가 쓴 일본작품으로 이해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버릴 건 버리고 얻을 건 얻으면 된다. 단 《대망》같은 장편역사소설 시리즈물, 전집이 한국엔 찾기 힘든 것은 많이 아쉽다. <토지>나 <태백산맥>등의 대하역사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

    일본의 대표 작가들이 쓴 일본의 국민문학이지만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대망》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정계, 관계, 재계, 군부,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경세(經世)의 바이블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신세대에겐 생소하지만 1960년 이전 태생의 지금의 60대 이상 엘리트 식자층에겐 많이 읽히고 큰 영향을 주었다.

    확실히 신세대에겐 부담되는 작품이다. 너무 두껍고 주제 역시 무겁다. 우리에겐 생소한 오래된 일본역사와 문화 이야기고 문장과 단어 역시 옛스러워 빨리 읽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빠져든다. AI가 얘기되는 2026년 첨단시대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고루한 면도 있지만 인간, 그리고 인간사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곱씹을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역사를 알면 지평이 넓어진다. 동서(공간)를 일본에서 한국과 동아시아로 넓히고 고금(시간)을 과거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넓히면 한중일 삼국공동체가 보인다. 지금도 한중일 삼국이 힘을 합치면 세계제일이라는 것은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현재까지는) 원치 않고, 가능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먼 장래에도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방향이 맞는 것은 확실하다.

    이는 지역패권주의가 아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통해 모범사례를 만들고 세계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중일이 힘을 합치면 당장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집요하게 방해할 것이다. 그만큼 한중일 공동체는 미국패권을 뛰어넘는 잠재적 슈퍼파워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찍이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조건으로 여러 ‘예비조항’과 ‘확정조항’을 언급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삼국의 공동평화유지군, 공동은행과 공용화폐 등 획기적 구상을 제안했다.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과 제반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서 그렇지 한중일 공동체를 향한 기본적인 원칙과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구비되어 있다. 길고 긴 시간이 걸리는 간단치 않은 일이겠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이다.

    먼저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교류통상하며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구하며 흉보는 것보다 칭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민간차원에서부터 혐중, 혐한, 혐일을 지양하고 정치, 사법의 어려운 것보다 경제, 문화 등 쉬운 부분부터 공동의 것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편차가 줄며 생각도 비슷해지고 언젠가는 한중일 공동체(북한, 대만 포함)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국가연합, U.S.E.A(United States of East Asia)가 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대고 잘난 체 해서는 안되겠지만 선도자, 조정자 역은 한국만이 할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이 모두 강점과 약점이 있지만 한국이 과거역사에서 가장 자유롭고 떳떳하며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역량이 가장 앞서 있다.

 

    오랜 기간 지루함 없이 재밌게 잘 읽었다. 프랑스를 알려면 프랑스대혁명을 알아야 하고 일본을 알려면 명치유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유신에다 전국시대와 에도시대까지 읽었으니 어디 가서 일본에 대해 한마디 할 정도는 됐다. 하지만 유념할 것, 조심할 것은 역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섣불리 아는 척 하다가 실수할 수도 있다. 역사를 소설이나 드라마로 배우면 잘못된 것도 입체감, 사실감이 더해져 더 진실로 여겨진다. 그게 맞다고 박박 우긴다.

    일본에 대해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알뿐 아는 체 잘난 체 하다가는 망신당하는 수도 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으니까. ^.^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완독을 기념하고 즐길 타임!

    그동안 즐거웠다! 수고했다! ^.^

 

완독을 자축하며 만들어 먹은 안심스테이크

 

    이상으로 《대망(大望)》 관련 포스팅을 모두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