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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여덟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40615) - 세월호 참사에 부쳐

어멍 2014. 6. 15. 16:35


    여덟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40615) - 세월호 참사에 부쳐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이렇게 일주일을 거친 세상에서 보내고 저희 성도들 주님 앞에 모였습니다. 저희 예배를 기쁘게 받아 주시옵고 저희를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에겐 주님의 위로와 축복, 믿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님.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벌써 육십 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열두 명의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밑을 헤매고 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간 이 가냘프고 순수한 어린 영혼들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아침 품 안에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여 주었을 것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이라도 흔들어 배웅해 주었을 것을, 마지막 인사도 없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손발도 만져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만 했던 이 아이들의 부모들을 위로해 주시옵소서.

    먹구름이 몰려오자 개들은 먼저 도망치고 양치기는 어린 양들을 구해주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 그렇게 시키는 대로 구석에 몰려 순순히 죽어갔습니다. 폭풍우가 지나가자 양치기는 늑대가 나타났다 겁을 주며 나머지 양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우리들의 죄임을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내 안의 욕심과 어두움, 우리 안에 숨은 죄인들을 뜨거운 불로 정화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를 새롭게 하시되 모든 것이 주님의 권능 안에 있사오니 저희가 주님을 닮기 전에는 함부로 심판하지도, 함부로 용서하지도 말게 하소서.


    주님. 저희가 이 아이들을 잊지 않기를 원하옵니다.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상처를 씻어주시되 그 위에 굳은 딱지가 앉고 가끔은 욱신욱신 쑤시게 하여 주시옵소서. 눈물이 홍수를 이루어 망각의 바다로 떠나보내게 하지 마시고 도장을 불에 달구어 저희의 심장 옆에 뜨겁게 찍어주시옵소서. 저희에게 부끄러움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거북함을 참아낼 수 있는 용기, 흉한 상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십자가를 볼 때마다 주님의 끔찍한 고통을 느끼듯이 그 상처를 볼 때마다 저희를 돌아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더욱 겸손하고, 더욱 감사하고, 더욱 건강하고, 더욱 정의로운 저희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저희를 잠시 멈추시고 주위를 둘러보게 하소서.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꽃과 나비들을 굽어보게 하소서. 주님이 지으신 세계에 깃든 이 놀랍고 아름다운 기적과 섭리를 깨닫게 하시고 주님이 허락하신 일상과 범사의 은혜에 두 손 모아 감사하게 하소서. 항상 아이처럼, 항상 처음처럼, 저희를 놀라 기뻐하게 하시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서로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저희들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주님. 저희 우정교회 성도들 이러한 삶을 원하옵니다. 주님 품 안에서 보호를 받고 세상에 나가 주님의 뜻을 전하길 원하옵니다. 배고픈 자에겐 빵을 주시고, 아픈 자에겐 평안을 주시고, 슬픈 자에겐 위로를 주시고, 두려운 자에겐 용기를 주시듯 저희 성도들 하나하나 살펴 주시옵고 축복해 주시옵소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성가대의 목소리에 은혜 내려 주시옵고 교회 여기저기 숨어서 성심봉사하시는 모든 성도들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목자이신 △△△ 목사님을 축복하사 항상 강건케 하여 주시옵고 저희 성도들 목사님을 중심으로 모두 합심하여 주님의 뜻과 선을 이루는 복된 교회와 성도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지막 한 마리 양을 찾아 길을 나섰던 예수님, 자신의 양떼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예수님, 자신보다 우리를 더욱 사랑하셨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빨간 부분은 너무 노골적인 정치적 암시, 개인적인 생각과 주장을 담고 있어 실제 대표기도 때는 뺐다. 어린 양은 어린 단원고 학생들, 양(떼)들은 국민들, (양치기) 개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양치기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을 비유한 것이다. 늑대는 종북, 빨갱이로 야권을 색깔론으로 공격하여 양떼들(국민들)을 겁주는 것이다. 광의로 비유하면 늑대는 세월호 선장이 될 수도 있고, 유병언이 될 수도 있고, 해경이 될 수도 있다. 정권에 쏟아지는 책임의 화살을 돌려 시선을 분산시킬 수만 있다면 양떼들 중 하나를 골라 늑대 탈을 씌우고 소동을 일으켜도 무방하다.

    빨간 부분을 넣는다 해도 크게 책잡힐 일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후 끝없이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망언과 더불어 교계 목사님, 그것도 지명도 있는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망언 퍼레이드에 비추어본대도 결코 과하지 않고 일개 평신도의 기도문이지만 균형을 맞추는 의미에서도 오히려 필요하다 할 것이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수만의 성도들을 거느린(!) 이런 극보수적인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망언, 망동에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다. 그때마다 반성하고 사죄한다지만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이런 행태로 볼 때 그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다. 이런 교회의 성도들은 이런 목회자들을 제대로 견제하고 꾸짖고 있는가!

    최근까지도 법원을 드나들며 물의를 일으켰던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6.4 지방선거 전 자신을 찾아온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경기도지사 후보 남경필에게 당선을 기원하는 축복기도를 하였다. 그 교회의 성도들은 과연 누구를 찍었을까? 유병언의 금수원에서 경찰과 대치했던 구원파 신도들은 어느 정당을 지지할까? 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출구조사를 한다면 재미난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 유병언 장남이 운영하는 식당에 박정희 흉상과 이명박 서명의 시계가 전시되어 있던 것으로 보아 이런 교주를 받드는 신도 역시 10중 8,9는 박근혜 새누리당 지지자들일 것이다.


    세월호와 정치를 둘러싼 교계 목회자들의 불미스런 일도 있고 기도문에서 못 다한 말도 있어 뒷얘기가 길어졌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세월호 희생자 및 유가족, 전체 국민들에게 미안하고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요즘이다.



※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글을 링크한다. 세월호 기도문(세월호 희생자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