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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제15회 서산전국마라톤대회 - 세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6/04/10)

어멍 2016. 4. 13. 21:17



    제15회 서산전국마라톤대회 - 세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6/04/10)

 

    - 대회 참가 전

 

    세 번째 풀코스 출전, 올해 참가하는 첫 번째 대회다. 원래 평소 뛰어다니는 갑천에서 열리는 3대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었으나 기념품(스포츠 고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서산으로 정했다. 서산은 뜸부기 쌀과 어리굴젓! 먹는 게 남는 거다. 나 같은 어정쩡한 아마추어 뽑기로 경품 타긴 기대난망이요, 등수에 들어 상품을 타긴 애초에 불가능한 어마추어에겐 대회기념품의 종류는 예민하다. ^.^

    서산 대회는 처음인데 좋은 계절에 기후도 좋을 것 같고 길가의 벚꽃도 한창 보기 좋을 것 같아 벌써부터 살짝 설렌다. 목표는 저번 풀 기록보다 일찍 들어오는 거! 3시간 47분이었으니 2분만 일찍, 3시간 45분 이내(평균페이스 5‘20“/km)로 들어오자!

 

    D-15/ 326일 토요일 / 마지막 장거리주(LSD)30k를 뛰는 것으로 훈련량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시작

    D-14/ 327일 일요일 / 휴식

    D-13/ 328일 월요일 / 자전거 16k

    D-12/ 329일 화요일 / 자전거 16k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러닝 9k

    D-11/ 330일 수요일 / 자전거 16k

    D-10/ 331일 목요일 / 러닝 16k

    D-9/ 41일 금요일 / 자전거 8k

    D-8/ 42일 토요일 / 피킹(Peaking) 트레이닝으로 전력질주 12.5k

    D-7/ 43일 일요일 / 휴식

    D-6/ 44일 월요일 / 러닝 8k

    D-5/ 45일 화요일 / 자전거 8k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러닝 9k

    D-4/ 46일 수요일 / 자전거 8k

    D-3/ 47일 목요일 / 마지막으로 러닝 8k, 자전거 8k로 모든 연습 종료

    D-2,1/ 48,9일 금,토요일 / 휴식. 컨디션 조절하면서 스트레칭만 실시.

 

    - 대회 참가

 


    4월 10일 일요일 D-Day!

    새벽 435분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한 후 530분까지 둔산 대공원으로 도보로 이동,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출발한다. 공주휴게소에서 다른 버스와 합류하여 아침식사. 뛰면서 허기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대회장인 서산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아침 8시가 지났는데도 미세먼지인지 박무인지 시야가 맑지 않다. 구름도 적당히 걸친 듯 하고 기온도 약간 서늘한 정도로 딱 좋은데... 공기만 맑다면 뛰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우선 볼 일을 보러 화장실로 가는데 주주클럽 동갑네기인 퀸메이커도 따라 나선다. 어찌어찌 본부석 뒤편에 있는 화장실로 여학생커플마냥 손을 잡고 동행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인지 숨겨진 곳인지 화장실 안엔 우리 둘 뿐! 한가하니 좋다.

    각자 나란히 입장하여 한창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아차! 버스 안에 배번을 놓고 내렸다! .갑자기 정신이 흐트러지며 볼 일 볼 의욕이 싹 가신다. ‘주차장의 버스까진 400여 미터... 늦지는 않을까? 기사분이 계셔야 할 텐데...’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지고 바빠진다.

    결국 볼 일을 포기하고 급히 화장실문을 나서며 퀸메이커에게 인사를 남긴다. “나 먼저 가께! 무서워도 참어!!”

 

    버스로 되돌아가서 배번을 챙기고... 주주클럽 부스로 와서 배번을 달고... 환복하고... 첫 스텝부터 꼬이니 정신이 없다. 그래서 실전경기, 시합에서 루틴 루틴 하는가보다! 앞으론 사전에 미리미리 챙기고 준비해야겠다.

    워밍업도 없이 출발선에서 간단한 스트레칭만 한 후 스타트! 뛰다보니 340이라 적힌 노란 풍선이 보인다. 보통 400 페이스메이커 다음에 330인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330 대신 340 페메인가 보다. 이거슨?... 340에 도전하라는 신의 계시?! 원래 345가 목표였지만 일단 페메를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따라가 보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초반이라 그런지 아직까진 따라갈 만하다. 6k쯤 지나자 오른쪽 발목 앞쪽 접히는 부분이 불편하다. 원래 좀 불편했던 전경골근(Tibialis anterior) 부위로 신발에 묶은 플라스틱 칩이 자꾸 거슬리는 느낌이다. 아마도 발목부위로 너무 올려 묶은 모양! 마침 주유소가 보여 물을 빼고 칩을 왼쪽 신발에 발목부위에서 좀 더 내려 묶고 달리니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다.

    30k까지는 크고 작은 언덕을 힘겹게 넘으면서도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며 큰 무리 없이 페메를 쫓아간다. 하지만 이후에는 확실히 힘에 부치는 게 페메와 야금야금 멀어져 35k 이후에는 아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걷지 않고 발을 뗀다.

 

    이렇게 힘에 부칠 때마다 요소요소에서 사이다 같은 상쾌함으로 응원해주었던 서산의 여고생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길가에서 예닐곱 명이 그룹을 지어 제각각 막대풍선을 들고 현란한 몸짓과 괴성을 지르며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맹수의 포효랄까! Wild night & Hot Crazy days! 록그룹의 광란의 콘서트를 연상케 했는데...

    33k 정도 지난 어디쯤 또다시 나타난 소녀응원단에 기진맥진한 주자들이 힘을 얻는다. 앞서가던 주자가 일렬로 늘어선 소녀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스쳐지나가자 소녀들이 미쳐 날뛴다! 부러운 마음에 나도 한번 해볼까 힘겹게 다가가고 있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웬 덩치 큰 아저씨 소녀가 맨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괴성과 함께 격렬한 율동을 선보인다.

 

    깜딱이야! 이것은 털기 댄스와 막춤의 콜라보레이션! 이제 막 야산에서 내려와 문명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진정한 야생녀?!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헤드뱅잉을 하는 모습이 갈기가 멋들어진 사자의 포효를 보는 듯하다. 하이파이브로는 부족하고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잡아먹을 부둥켜안을 것 같은 것이, 무방비 상태의 쇠잔한 이 몸으로는 갈비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다.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놀라고 무서운 마음에 하마터면 오던 길을 광속으로 역주행할 뻔! 간단히 손인사로 힘을 얻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

 

 

이런 느낌이어야 하는데... ^.^

 

 

이런 느낌! .

 

    또다시 이어지는 힘든 길, 에너지가 고갈되고 몸이 무거워지자 좀 전의 그 여학생이 그리워진다. 팔다리를 연신 움직이면서도 머리는 그녀를 그리고 있다. 생각만 해도 힘이 나고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그녀를 포함해 응원 나왔던 서산의 모든 여학생들이 끼와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터져 나온다. 다듬어지지 않고 어설픈 젊은 그 몸짓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밝고 빛나는 행복한 나날들인가! ^.^

 

    39k 지점, 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고비인 3k 오르막길로 우회전하기 전, 부쟁님을 비롯해 몇몇 주주회원들께서 마중 나와 계신다. 시원한 콜라를 따라주며 파이팅해주시는 것이 고맙다. 덕분에 힘을 얻어 오르막을 끈기 있게 오르다보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던 340 페메가 멀리서 나타난다.

 

 

39k 지점. 주로 자봉을 나와 주신 베로니카님이 찍어주심

 

    조금씩 페메와의 거리를 좁히지만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언덕을 넘은 후 운동장을 향해 우회전, 페메는 이미 운동장으로 들어섰는지 보이지 않는다. 결승선 통과! 기록은 3시간 4014. 아깝게 340은 못했지만 345를 초과달성한 것에 만족한다. 덕분에 다음 목표 340이 생겼다.

    내 기록으로 미루어 봐서 페메는 337~339에 결승선을 통과한 듯. 이제까지 내가 본 페메 중에 가장 정확한 페메인 듯. 뉘신지 모르지만 덕을 많이 봤다.

 

 

경기를 마친 후 퀸메이커가 찍어줌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A-’ : 대기가 탁했다는 것 말곤 기온이나 날씨는 양호했다. 코스도 음성이나 영동대회 만큼이나 고저도가 심했지만 호수와 바다를 끼고 있고 길옆에 벚꽃이 만발하여 아기자기 지루하지 않았다. 반환점을 세 군데나 둔 풀코스 역시 지루함을 덜은 좋은 구성이었다.

    그밖에 주로의 급수대의 준비나 교통통제 역시 좋았다. 지역의 남녀노소, 민관이 잘 협조하여 알차게 준비한 대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회기념품도 만족. 뜸부기 쌀은 아직 맛보지 않았지만 어리굴젓은 내 입맛에 딱이다.

    다른 대회와 특이한 점은 한 시간 간격의 풀코스, 하프코스 출발시간. 덕분에 출발 시와 주로에서 주자가 겹치지 않아 뛰기에 수월했다. 또 하나는 34.55km 같은 요상한 거리표시. 왜 그렇게 하였는진 모르겠다. 세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서산의 여인들!! 다른 대회의 여인들, 청춘들과는 격이 달랐다! ^.^

 

    ‘어멍‘A-’ : 기존 기록을 갱신했으니 미리 정해둔 규정대로(☞ 2016년 러닝 목표 및 계획) 100점 달성! 만족이다. 경기 전에 실수로 우왕좌왕해서 마인드가 흔들렸던 점은 앞으로도 참고해야 할 점이다. 준비도 경기의 일부니까!

    첫 번째, 두 번째 풀 대회보다는 몸에 무리가 덜 온 느낌이지만 아직까지도 오른쪽 발목 전경골근 부위가 뻐근하다. 잠시 몸에 휴식을 준 후 다음 대회를 준비하자!

    다음 목표는 340.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