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DIY

왕초보 DIY 목공 입문기

어멍 2012. 5. 8. 22:54

 

    왕초보 DIY 목공 입문기


    지난 3월 초에 DIY 목공을 배우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다행히도 내가 사는 대전에, 그것도 가까운 곳에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홈페이지(☞ www.woodplan.co.kr)를 둘러본 후 직접 방문해 보았다. 시설도 좋았고 프로그램도 알찬 것 같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부부가 같이 배우면 1명 교육비는 면제라니 횡재한 느낌! 원래 아내와 같이 배울 생각이었는데 딴 말 하기 전에 후다닥 등록! ^.^:;

    그렇게 해서 3월 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배우는 목요일 오후반 8주 코스가 4월 26일 끝났다. (이외에 목요일 오전반과 일요일 오전반이 있다.)

 



대전광역시 서구 괴정동 소재 우드플랜 본사 전경

왼쪽이 사무실 겸 이론교육실, 오른쪽이 실기작업실

뒤편으론 더 크고 전문적인 기계들이 있는 작업장과 목재, 물류창고가 있다.



    DIY란 Do It Yourself의 약자로 Handmade 등 비슷한 의미의 말들도 여럿 쓰이고 있다. 간단하게는 집안 전구를 달거나 액자를 거는 것도 DIY고 전기제품이나 자동차를 손수 만들거나 수리하는 것도 DIY고 가구를 넘어 집을 직접 지어보는 것도 DIY라고 할 수 있다. 대개가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가고 때론 육체적으로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성취감, 보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생산적이고 건전한 좋은 취미이기도 하다.

    내가 DIY 목공을 배우고자 한 목적도 마찬가지다. 유익하기도 하려니와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아직까지는 만족하는 게... 8주간의 교육실습과정도 재미있었고 앞으로 상당기간은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DIY 목공을 배운 목적은? 요런 장면을 찍기 위해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닥치는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내 블로그에 올라온 내 첫 번째 얼굴 공개 사진이다. 지난 411총선 투표율 70% 달성시 공개할 작정이었지만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해서 이참에 전격공개하기로 결정!!!

 

 

 


만들기는 일단 미루고 사진 찍기부터!!

이론교육을 담당해주신 강부장님과 실습교육을 담당해주신 조선생님과 함께

전수자와 이수자가 뒤바뀐 느낌! 왠지 내게서 대목장(大木匠)의 포스가... ㅡ.ㅡ:;



    이제 8주간의 기초반 수강도 마쳤으니 왕초보에서 ‘왕’자는 뺄 정도는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어려운 점이 많고 도움 없이 혼자 만들어보면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기가 만만치 않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만드는 기술 역시 손재주도, 공구 다루는 기술도 능숙하지 않다.

    맨 처음 수업을 듣다보면 용어, 명칭부터가 익숙치 않고 낯설고 생소하다. 제재목, 집성목, 마구리 등등 남성에게도 낯설고 여성이라면 더욱 친하지 않은 용어들이다. 또한 명확하지 않은 면도 있는데 예를 들어 드릴(Drill)부터가 어느 때는 드릴 비트(Drill Bit)를 뜻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전동 드릴을 뜻하기도 한다. 나무못(Dowel) 역시 목심이라고도 하고 목다보라고 불리기도 하는 식이다.

 

 


위로부터 (전동) 드릴, (이중) 기리, 드릴 (비트)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용어들

기리는 드릴의 일본식 용어로 현장에서 주로 쓰인다.



    처음 입문과정에선 용어를 명확히 하고 각종 재료들, 소모품, 공구, 기계들의 낯을 익히고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할 듯싶다. 수업을 하는데 소통이 원활해지며 효율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작은 드릴 비트에서부터 각종 브라켓(Bracket), 크램프(Clamp), 트리머(Trimmer), 샌딩(Sanding)기, 직쏘(Jig Saw)기와 거대한 테이블 쏘(Table Saw) 등등 까지... 당장 사용법은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이나마 외양을 일별하며 용도를 설명해주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수업의 열기와 집중도가 향상되고 장기적으로 DIY 목공에 대한 의욕이 고양되리라 본다.


    수업을 떠나 재료, 공구, 기계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실력 없는 목수 연장 탓한다.(A bad workman always blames his tools)’는 속담도 있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슷한 속담도 있지만 DIY 실습 하루만 해보면 이 말이 틀린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곧이곧대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부로 연장 탓을 해서도 안 되지만 실력 있는 목수라도 때에 따라선 연장 탓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교훈, 자신의 책임을 다른 것에 돌리는 것을 꾸짖는 본뜻은 새겨야 하나 연장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고마운 연장, 애꿎은 연장을 모독하는 것으로까지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목수와 연장,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든 이 속담은 적절치 않다. 연장은 핑계로 삼거나 가볍게 탓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소중히 다루고 아끼고 관리해야 할 목수의 분신이다. 연장은 목수의 제 2의 손발이다. 몇 십 배는 강한 팔이고, 몇 백 배는 빠른 발이다. 그런 연장을 목수는 함부로 핑계거리, 방패막이로 대접할 순 없다.

    톱질만 하다가 테이블 쏘로 재단을 하고, 사포로 박박 문지르다가 샌딩기를 한 번 돌려보면 효율을 떠나 경이 그 자체다. 아무리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더라도 돌도끼는 칼을 이길 수 없고, 칼은 총을 이길 수 없다. 드릴이 없으면 구멍을 뚫을 방도가 없고 어찌어찌 구멍을 뚫더라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꼬박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그 뚫린 구멍마저 깔끔하지 않고 울퉁불퉁이다.

    실력 있는 목수는 오전 내내 연장만 손질하다가 점심 먹고 후다닥 한두 시간 작업 후 일찍 퇴근한다. 실력 있는 목수일수록 연장을 끔찍하게 챙기며 실력 없는 목수일수록 연장을 소홀히 한다. 생각 없이 가볍게 자신의 손발과도 같은 연장을 탓한다는 것 자체가 실력 없는 목수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연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목수의 책임이 크다. 반대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목수라도 제대로 된 연장이 쥐어지지 않는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기도 하다. 대목장이라도 맥가이버 칼 하나만 던져주고 멋진 한옥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건 난센스다.

    따라서 ‘실력 없는 목수 연장 탓한다.’는 위 속담은 ‘실력 없는 목수는 (연장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기 때문에) 함부로 연장 탓한다.’ 또는 ‘실력 있는 목수도 (상태가 엉망인 연장이 주어진다면 연장이 중요한 것이기에 경우에 따라선) 연장 탓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루어 해석해야 한다. 결론은 DIY 목공은 물론이고 모든 작업에서 연장, 도구는 생각보다 그 의미가 크고 중요하다는 거! 각자 마땅한 주인이 있듯이 절대고수에게는 천하보검이 어울리고 명인에게는 명기가 어울린다.

 

 


탐나는도다! - 우드플랜 뒤편 작업장에 있는, DIY 초보에겐 줘도 부담되는 갖가지 고성능 기계들



    DIY 목공도 기초입문반, 고급반, 전문가반, 창업반이 있을 수 있고 전통목공과 현대목공이 있을 수 있고 생활목공과 예술, 예능목공이 있을 수 있다. 현대목공, 생활목공을 뛰어넘어 정교한 문양과 복잡한 구조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공을 추구한다면 이미 단순한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니 DIY로 부르기도 뭣하다.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부을 수 없는 생활인이라면 목표와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개성과 미적 취향, 의욕과 정력이 다르다 하더라도 일반 생활인이라면 시간과 정력이 과소비되는 전통예능목공에 욕심을 내고 도전하기에는 많은 무리와 난관이 따를 것이다. 따라서 일반 아마추어 DIY 목공이 추구해야 할 바는 기능단순미다. 화려하고 정교한 구조와 문양도 아름답지만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단순함 역시 아름답다. 이것을 추구하고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도,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라 본다.

    뭐든지 과하지 않고 즐겁고 신나게... 블로그에 [DIY 목공]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 이렇게 첫 포스팅을 올려본다. 앞으로 화려하고 값비싸진 않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나만의 작품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들을 만들어서 하나씩 하나씩 올려볼 생각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