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DIY

소파 테이블 겸 다목적 좌탁 만들기 (제작기)

어멍 2013. 5. 14. 22:13

 

    소파 테이블 겸 다목적 좌탁 만들기 (제작기)



    이번엔 소파와 소파 협탁 앞에 놓을 소파 테이블 겸 다목적 좌탁이다. 가족끼리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다과도 할 수 있도록 보통의 소파 테이블보단 더 넓게, 더 낮게 만들기로 했다.

    궁리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본 끝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했다. (☞ 까페 바른나무) 심플하면서도 밋밋하지 않은 데다 구조가 간단하니 만만해 뵈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큰 착각! 치명적인 실수들을 남발하며 결코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여튼 작업 전 미리 그려본 스케치 도면과 상세도다.




이 위에 동일한 크기의 800*1400 상판을 얹는다.



A, B 결합부위 상세도



    나무는 하드 메이플로 색깔이 밝고 무늬가 미려해서 여성들이 좋아하는 고급 수종이라고 한다.

    이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이라이트는 다리 부분의 주먹장 맞춤이다. 두께가 두꺼워 톱질에 힘 좀 들겠구나 간단히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두꺼운 주먹장일수록 더욱 정밀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접합면이 넓고 힘을 많이 받다보니 구멍이 나면 더욱 숭숭 보기 흉하고 조금만 빡빡해도 쉽게 터진다는 점이다. 즉 이렇게 됐다는 말씀!! ㅠ.ㅠ

    암주먹장까지는 그런대로 잘 그리고 잘 따냈는데 숫주먹장을 그리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연필이 들어가기가 좁고 깊은 듯해서 볼펜에서 볼펜심을 빼서 그리면 되겠거니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열심히 숫주먹장을 따내고 룰루랄라 기대하며 가조립 해보았더니... 구멍이 숭숭!! 황소바람이라도 드나들 정도로 1미리나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1미리가 그렇게 크게 보이다니!) 부족한 톱질 실력에다가 애초에 금을 잘못 그은 참혹한 결과다. 볼펜은 아무리 밀착해서 대고 그리더라도 볼 자체의 유격 때문에 거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헐~) 미치겠다!” - 선생님이 구멍 숭숭 주먹장을 양손에 움켜잡고 한 말씀 하신다.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본드에 필러에 덕지덕지 땜빵을 해야 되고 하고 난 뒤에도 미관을 떠나서 튼튼하게 버티기가 난망하다고 말씀하신다. 이대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 Go냐? Stop이냐?

    다시 만들어보겠노라고 말씀드리고 나무를 새로 얻었다. 처음 것과 틀리다보니 최대한 뽑았는데도 암주먹장 다리보다 약간 두께가 얇아졌다. 이번에는 연필을 길게 깍아서 숫주먹장을 그린다. 한번 할 거 두 번 하고, 한 시간 할 거 두 시간 세 시간 한다. 실력이 딸리니 몸이 고생이다.




암주먹장을 그리고...



따 낸 후 숫주먹장도 그리고...



숫주먹장도 따 내고...

가조립 해보았으나 결과는 대참사!!!



이유는 부정확한 금 긋기! - 볼펜심이 아무리 얇아도 연필만큼 세밀하진 않다.



눈물을 뒤로 하고 다시 숫주먹장 가공...

가조립해보니 주먹장 맞춤 상태가 그런대로 맞는다 싶어



쇠목과 다리부분의 암수장부 연결부위를 톱질, 끌질, 각끌질 작업으로 마저 끝낸 후



다리부분 안쪽을 대패질 후 본드 넣고 조립해보니...



    재도전의 결과는??... 이번엔 너무 빡빡해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 톱질, 끌질이 덜 되었다는 거다. 결국은 두세 군데 터져버렸다. ㅠ.ㅠ 다행히 쪼개질 정도는 아니라서 급하게 크램프로 조여 줬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가까이 보면 미세하게 터진 균열이 보인다.



    크램프를 풀고 다리와 쇠목의 나머지 면을 대패로 정리한다. 너무 많이 깍지 않도록 대팻날을 최대한 얇게 빼는데, 그렇지 않으면 기존 장부가 너무 헐거워지거나 부재 간에 단차가 생기는 수가 있다.



 


대패질을 모두 마친 다리의 주먹장 연결부분



쇠목부분도 다듬고 완성해서



다리와 결합하여 소파 테이블 하부구조를 완성했다.



    다음은 상판 집성이다. 800*1400 규격을 만들기 위해 원목 판재 4개가 필요하다. 수압대패와 자동대패로 평을 잡고 심재 변재와 무늬를 고려하여 보기 좋도록 배열한다. 원래는 두께를 24미리로 예정하였으나 두껍고 좋은 판재를 깍아내기 아까워 최대한으로 뽑아내고 보니 30미리가 나온다.

    선생님께서 집성할 접합면이 미세하게 맞지 않는다고 하시며(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손대패로 면을 손수 맞추어주셨다. 대팻밥이 종잇장처럼 얇고 고르게 나오는 것이 한마디로 예술이다. 역시 기계보다 손기술이 더 정확하다. 단, 이것은 선생님처럼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선생님>>>>기계>>나. 넘사벽이다.

    대패질을 끝내고 접합면에 비스켓을 넣는다. 비스켓은 판재의 수평면을 서로 맞춰 주면서 결합력을 튼튼히 한다. 본드 넣고 크램프로 조여주면 집성 끝.




양 끝에 하나씩, 가운데 앞뒤로 하나씩 힘의 균형을 맞춰주면서 크램핑한다.

수직으로 표시된 선상에 비스켓 12개가 들어있다.



    정재단한 후 각진 모서리를 대패로 잡고 본드 자국과 표시선들이 보이지 않고 깨끗한 속살이 나올 때까지 샌딩한다. 모서리는 루터나 트리머로 칠 수도 있는데 대패로 직접 해보기로 했다.




각을 접고 샌딩을 끝마친 상판



    마감은 텅오일로 하기로 했다. 메이플은 밝고 깔끔하여 대부분 원목의 색상과 느낌을 살려 바니시로 마감한다고 하는데 기존에 있는 소파와 협탁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 색상은 되도록 보존하고 명도만 좀 진하게 하기 위해 오일을 먹이기로 한 것이다.

    쇠목 1회, 밑판 2회, 다리 3회, 상판 4회 실시하였는데 매회 사이에 점점 고운 사포로 가볍게 샌딩한다.




텅오일을 바르는 것은 종서가 약간 많이 도와줬다.



상판과 쇠목의 결합은 8자 철물 - 상판의 수축 팽창에 대비하여 약간 경사지게 위치시킨다.(위에 것)

2012는 2013의 오기 - 벌써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한다.(ㅠ.ㅠ)



    이제 배치를 하고 써야 되는데... 고민인 것이 텅오일은 보기에 아름답긴 해도 습기, 스크레치 등 스트레스에 약하고 도막이 아니라서 손때를 잘 탄다는 것이다. 그리고 듣기로는 메이플이 ‘황변’이라고 누렇게 뜨는 현상이 잘 나타나는 수종이라고 한다.

    오일을 입히지 않고 바니시를 코팅하면 공정도 더 간단하고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데 그러면 색이 너무 밝은지라 전체적인 거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애초에 텅오일을 선택한 것이다. 텅오일 위에 (수성)바니시를 입히면 어떻겠냐고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유성과 수성으로 성질이 달라 어려울 거라고 하신다.

    상판에 유리를 얹든지 추후에 도막을 입힐 방도를 찾아봐야겠다.




아래는 백골상태에서 바니시만 코팅하여 마감한 것 - 텅오일을 입힌 것과 차이가 크다.



    테이블 다리 부위를 자세히 보면 같은 나무, 같은 부분인데도 어느 곳은 진하고 어느 곳은 연하다. 같은 수종이라도, 한 나무에서 나왔더라도 산지에 따라, 심재 변재 등 나무부위에 따라, 햇빛 습도 등 건조와 보관조건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되도록 흠이 적고 상태가 균일한 목재들로 한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공정도 수월하고 보기에도 좋다.




세로방향 컷



가로방향 컷



체 컷



    덩치가 커서 이렇게 일단 배치하고 유리를 얹을 때까지 절대 쓰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한 후 퇴근하여 보았더니...




이미 상황종료! (ㅠ.^)

 

 


 

 

 

 

제자리에 세팅된 흐뭇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