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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 선거결과 분석 및 평가 : 한나라당 ‘A-’, 민주당 ‘D-’

어멍 2010. 7. 29. 22:34


    한나라당 5 : 민주당 3

    한나라당 완승, 민주당 완패다. 62 지방선거를 치룬 지 채 두 달이 못되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역시 이 땅의 보수주의의 벽은 두텁다. 국민참여당과 가장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본인의 입장에서는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다. 저번에 62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글을(선거결과 분석 및 평가 : 한나라당 ‘D-', 민주당 ‘B+') 올린 김에 간략하게 적어보자.


    저번에 민주당을 ‘B+’, 이번에 한나라당을 ‘A-’로 평가한 것, 한나라당을 더 높이 평가한 것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 탁월한 선거전략으로 얻은 역전승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지난 선거에서 고전했던 수도권과 충청에서 완승을 거뒀다. 완연한 회복이다. 특히 은평의 이재오 당선자가 철저히 지역일꾼론을 앞세운 것은 가히 선거전략의 귀재라 할 만하다. 선거에 있어서 한나라당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고 은평 유권자가 지역이슈만 보고 투표한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지역일꾼의 성격이 더 강한 구청장을 지난 선거 때 민주당 김우영 후보로 뽑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7개 선거구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4대강, 민간인 사찰,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유명환 외교부장관의 망언 등 한나라당에 불리한 숱한 이슈들을 몰랐을 리 없다. 반면에 민주당 및 야권 측에서는 이렇다 할 악재가 없었다.

    객관적인 조건은 오히려 지난 62 지방선거보다 좋았다. 상식적으로는 한나라당이 8 : 0으로 깨졌어야 할 선거였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해난망이다. 지난 글에서 내가 내린 낙관적인 전망이 성급했던 것일까?? 유시민이 얘기한 대로 한나라당은 신이 내린 정당, 축복 받은 정당이라 불릴 만하다! 이래서 정치란 상식적이지 않다. 살아있는 생물이다.




선거결과에 환호하는 한나라당
보고 있어도 흐뭇하니 믿음직스럽고 뭐 하나 얻어먹을 게 없나 기웃대게 되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한나라당에 불리한 숱한 이슈들! 유권자들은 이 모든 것을 단지 조용히 무시했을 뿐이다. 사람이란 게 99가지가 아니더라도 한가지로 인하여 결정을 내린다. 끝까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가치판단기준이란 게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게 그것은 무엇인가. 먹고 사는 문제, 경제적 유불리도 우선적 판단기준이지만 계급배반 등 비합리적 선택이 다분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주의 역시 특정지역 출신에 한정된 성격이 강하다. 결국은 반공이념과 주류의식이다. 나머지 자질구레(!)한 문제점들은 일부의 말실수, 돌출행동일 뿐이다. 스캔들을 넘어선 중대한 정책실패, 실정이라도 상관없다. 여전히 이 나라를 움직이는 어엿한 주류, 힘센 강자임에는 변함없다. 이 나라를 좌파빨갱이에게 넘겨주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온건보수(민주), 강경보수(한나라), 같은 보수라면 더 보수적인 것이 경쟁력이 있다. 전라도(민주), 경상도(한나라), 같은 지역주의라면 나와바리가 넓은 쪽이 이긴다. 소비자, 유권자의 눈으로 볼 때 보수주의로 보면 민주는 짝퉁, 한나라는 오리지널이다. 지역과 계급으로 보면 민주당은 전라도의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경상도의 민주당이다. 거기서 거기다.

    반공보수의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정치소비자들의 눈은 어떤가. 이미 디자인, 가격, 품질, 색상, AS 등은 상관없다. 오직 한나라당 상표만이 눈에 들어오는 맹목적 소비자, 매니아들이다. 한나라당만이 보수다. 한나라당만이 친미반북의 적통을 잇는 전통보수다. 부럽고 갖고 싶은 주류보수 진열대의 맨 꼭대기에 한나라당이 있다.

    지난 선거를 통해 느낀 이들의 위기감이 이번에 단단히 결집되고 거기에 야권지지층의 이완과 민주당의 구태, 공천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되어 나타난 것이 이번 선거결과다. 그 중에서도 민주당의 안이함과 지지층의 이완보다는 한나라당의 선전과 지지층의 결집에 방점을 찍고 싶다. 전자가 평균이었다면 후자는 평균이상이었다. 그래서 ‘A-’다.

    유독 투표율이 높은 은평과 충주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다른 선거구보다 더 큰 표차로 여유있게 이겼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야권 지지층의 이완보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이 더 강하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찍는, 북한 좋아하는 젊은 애들은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는 유명환 장관의 망언도 젊은 야권 지지자들의 분노를 통한 결집보다 나이 드신 한나라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하여 결집을 이끌어낸 측면이 있다.


    당장 민주당은 폭풍전야, 조만간 난리가 날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지난 선거와 일승일패지만 민주당의 패배가 더 치명적이다. 이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음 한다. 어차피 승리했더라도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그 한계가 뚜렷했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라면 야권연대와 정권교체의 견인차보다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수구기득권층에게는 꿩 대신 닭, 여차하면 한나라당의 대체제로 써먹을 만하다. 보수유력자, 지방토호, 정치자영업자를 주축으로 지역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의 한계다. 반면 민주진보진영에선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본류를 제압하는 데 같이 힘을 합쳐야 할 연대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더 개혁돼야 하고 야권 연대의 주도권은 좀 더 다른 야당으로 넘어와야 한다.

    한나라당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 표정관리하기 바쁘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는 말이 쑥 들어가고 4대강과 남북대별구도가 힘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 회광반조(回光返照), 꺼지기 전에 잠시 타오르는 불꽃인가. 조류(潮流)의 반전인가. 민주당, 한나라당, 전체 정치권의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시야가 더욱 흐릿해졌다. 알 수 없는 게 정치다.


    62 지방선거에서의 일소돼지 않은 야권의 구태, 불완전한 연대로 인해 염려됐던 현상이 나타났다. 연대, 연합, 연정이라는 것이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진 않다. 정치에서 감동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안다. 어려운 일이기에 가치가 있고 파괴력이 있다. 한나라당, 보수 기득권세력의 벽은 아직도 그만큼 높고 견고하다.

    한나라당을 극복하려는 정치세력, 정치인들이 겸허히 되새기고 힘써 실천할 일이다. 유권자 역시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 고도의 전략적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