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잡설, 상념, 기타등등

조중동과 문수스님, 그 슬픈 아이러니!

어멍 2010. 6. 8. 01:39



    경상북도 군위에서 문수스님이란 분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반서민정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을 하였다. 스님은 3년간 매일 한 끼만 드시며 일체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수도에만 전념해 오신 수도승이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 오마이뉴스 조중동으로 본 세상에 절망한 문수스님)


“만약 문수가 한겨레나 경향을 봤더라면 저리 가지 않았을 끼라. 조중동에서 보이는 4대강 관련 기사를 보면 아무도 4대강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없었으니, 문수가 그리 작심을 한 것이제”


    문수스님의 절친한 도반인 관행스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신문 보기를 즐겨하셨다는 문수스님에게 동료 스님으로부터 제공되었던 신문은 조중동이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위 읍내에 들어오는 신문은 조중동밖에 없었다고 한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처럼 문수스님은 조중동을 통하여 속세를 접하고, 세상을 봐왔던 것이다. 조중동이 만든 가상의 세계, 기만의 세계다. 절망의 우물이다. 스님은 본의 아니게 그 우물 속에서 홀로 번뇌하고 좌절하고 절망했던 것이다. 조중동의 죄가 크다.




문수스님의 거처에 잔뜩 쌓여있는 신문뭉치들



    그렇다고 내가 한겨레나 경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땅의(한국이나 지구촌이나) 언론, 언론인들을 불신한다. 정론직필보단 곡필아세(曲筆阿世)요 매문(賣文)이 다반사다. 경향이든 한겨레든, CNN이든 MBC든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붓과 마이크를 든 소인배, 똥파리들로 넘쳐난다.

    경찰과 업자가 밥을 먹으면 업자가 밥을 산다. 경찰과 기자가 밥을 먹으면? 정치인과 기자가 밥을 먹으면? 당연 경찰이 밥을 사고 정치인이 밥을 산다. 기자와 기자 아버지가 밥을 먹으면? 역시 기자의 아버지가 밥을 산다.....는 우스개소리는 이런 세태를 잘 풍자하고 있다.


    경북 군위.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군수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굳이 지역색을 따지지 않아도 자본력이 빵빵한 조중동만이 들어가는 수많은 산간벽지의 순박한 사람들이 조중동이 보여주는 세상을 보고있다. 보여주는 대로 보지 않고 들려주는 대로 듣지 않기. 스스로 찾아보고 찾아듣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법력 높은 수도승이라도 힘들다. 대개가 조중동처럼 말하고 조중동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다. 법력 높은 수도승이라야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세상의 관계, 세속의 먼지, 인간의 탐진치(貪嗔癡,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자유로운 스님이었기에, 오직 생명과 부처의 가르침에 충실하신 스님이었기에 조중동의 요설에 미혹되지 않고 소신공양을 행하셨으리라. 그 누가 조중동의 마수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소신공양! 학생 때 읽었던 등신불(等身佛)처럼 불교에선 죄가 아닌 부처에 대한 공양이라지만 안타까운 죽음이다.

    슬픈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