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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 분석 및 평가 : 한나라당 ‘D-’, 민주당 ‘B+’

어멍 2010. 6. 4. 00:01

    초박빙 선거구가 많아 선거결과 집계도 늦어졌다. 관심 갖고 지켜본 선거, 한번 내 맘대로 거칠게 분석, 평가해보자.

    한나라당 완패, 민주당 완승이다. 한나라당이 ‘D-’인 것은 서울과 부산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F를 간신히 면했다. 가까스로 참패를 면했다. 민주당이 'B+'인 것도 같은 이치. 만약 서울을 민주당이 먹었으면 'A-', 부산마저 친 민주당 야권후보가 먹었으면 'A+'이었을 것이다. 'A-'면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레임덕, 'A+'이면 당장 하야 얘기 나온다. 한나라당부터 먼저 나서 탄핵이니 하며 임기를 못 채울 공산이 크다.


    서울.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가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왔다. 줄곧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 대역전. 십년감수했다. 반면 한명숙 후보는 10여개 선거구에서 조금씩 이기다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 왕창 깨져서 아까비! ㅠ.ㅠ 역시 강남은 위대했다! 강남의 가공할 응집력에 오세훈 후보의 살인미소가 살짝 얹어진 결과로 보여진다. 한명숙 후보도 온화하고 후덕한 인상이나 오세훈 후보는 키도 크고 핸섬한 게, 내가 봐도 미남이고 매력적이다. 살짝 웃어주면 아줌마들 떡실신! 뒤로 넘어간다.


    경기도. 서울보다 가능성이 있으리란 내 예상과 많이 빗나갔다. 노빠이면서도 유빠인 나의 주관적 선입관이 작용하였는지 모르겠다. 유시민씨가 당선되길 바랬는데 아쉽다. 생각보다 유시민씨에 대한 비토가 상당한 것 같다. 수줍고 점잖은 보통사람들에겐 말만 잘하고 입만 나불대는 얄밉고 가벼운 촉새,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에겐 사나운 싸움닭, 호남향우회 성향의 지역주의자들에겐 영패주의자, 진보신당 등 진보계열 유권자들에겐 분열주의자, 기회주의자로 비춰지는 이미지 등에서 아직은 완전히 자유로운 것 같지 않다. 유빠라 불리우는 열혈팬이 있고 대중을 선동하여 바람을 몰고다니는 상품성은 장점이나 호불호가 너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앞으로 그가 극복해 가야할 점!

    또 하나의 패인은 여촌야도 현상. 북풍의 영향도 있겠으나 시골, 농촌,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과 군사기지 근방에서의 김문수 몰표가 영향이 컸던 듯싶다. 다른 하나는 김문수씨의 규제완화, 개발위주의 정책이다. 행복시와도 관련이 있는데 경기도의 성향이 생각보다 4대강의 환경보호나 민주주의 가치보단 개발, 자산가치에 대한 욕망이 큰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로 출퇴근하듯 욕망 역시 항상 서울을 향하고, 서울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아무튼 진보교육감에 야권 기초단체장에......아무리 비토세력을 감안한다 해도 야권표를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유시민씨만 예상보다 큰 표차로 낙선한 것은 못내 아쉽다. 아이들 무상급식은 먹이고 싶고 내 집값은 올라가길 바라고......? 그만 부당하게 왕따된 모양새라서 아쉽고 씁슬하다. 정치적 고비마다 전략전술적으로 세력들을 가르며 돌격대장 노릇을 자임한 그의 업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 역시 그로 인해 여와 야의 1:1 선거구도가 단초를 마련했고 선거판에 바람과 흥을 불러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유권자에게 부채의식을 심어주었다면 언제고 화려하게 재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분명 쓰고 버려지는 1회용 불소시개에 머물진 않을 것이다.


    대전, 충남. 대전은 내가 속한 지역구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염홍철씨가 무난히 당선. 충남은 안희정씨가 바닥에 잠재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내심 의문이었지만 결국 극복하고 당선됐다. 지역주의를 혐오하여 김종필씨 때부터 줄곧 지역당은 찍지 않은 나로선 기쁜 일이다.


    강원, 충북, 경남. 의미심장한 승리다. 보수적인 충북, 더 보수적인 강원도, 그리고 친 민주당 성향인 야권단일후보 김두관씨가 만년 한나라당의 경남에서 당선된 것까지 포함하여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승리라고 본다. TK(대구경북)와 유사한 패턴이거나 한 묶음으로 묶였던 강원도와 경남에서의 승리는 완전한 동서화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준 동서화합, 지역감정의 현격한 퇴조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조짐, 징조로 보여진다.




야권 동서벨트 구축 - 강남과 경북은 포위되고 한나라당은 허리가 끊긴 형국!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우나 역시 아쉬운 건 서울. 20여개구가 3개구를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강남 3구 유권자들의 선택에 대해 욕하거나 서운해 할 이유는 없다. 노년층의 극성맞은 투표율과 한나라당 몰표도 마찬가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몇 번 안 되는 나랏일에 참여하는 것은 그분들에겐 의식과도 같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행사다. 나름대로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충정에 소중히 행사하는 보수지지표다. 모두 그분들의 생각 혹은 이익에 충실한 선택이고 그분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무사가 일합을 겨룰 때 최선을 다하면서도 정정당당히 예를 차리듯 스스로 최선을 다하여 지지층을 각성, 결집시키기만 하면 된다. 투표율이 예전보다 높았지만 좀 더 끌어올렸어야 했다.

    선거란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 찍을 사람 투표장에 많이 오게하는 편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기려면 일단 그런 사람이 많아야 하고 그들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이 왜 강한가. 일단 그 지지자가 많고 투표를 꼬박꼬박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상도 출신자(인구 많다), 빨갱이를 혐오하는 60대 이상 색깔론자, 민주주의니 하는 관념적 가치보다 현재 살고 있는 집값의 동향에 민감한 소시민적 보수주의자, 인터넷에 어둡고 10년 20년째 조중동을 구독하고 있는 열혈독자들이다. 거기다 강남으로 대표되는 금력과 권력까지 쥐고 있다. 그 수가 많고 응집력이 강하다. 투표율이 높다. 못해도 일단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가끔은 대박이 나기도 한다. 민주진보진영은 그들을 욕할 게 아니라 밑바닥부터 부지런히 발로 뛰는 그들을 배워야 한다. 그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궁리할 게 아니라 젊은층과 중산서민층의 투표율을 올릴 궁리를 하여야 한다.


    그러면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끝까지 완주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어떨까? 그도 그러려니 하고 존중하고 내비둬야 하는가? 비판할 이유가 없을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단순히 그의 표를 더하면 한명숙 후보가 이기고도 남았을 거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아니다. 노회찬 후보를 찍은 이를 포함하여 개개의 유권자들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프로 정치인이다. 선수다. 크게 생각하고 고도로 전략적인 행동을 했어야 한다.

    대를 위해 소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폭력적 언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도 누구보다도 가치를 중요시하고 대세보다 대의를 주장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순간이동은 없다. 한발 한발 경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허드렛일도 하고 때론 희생도 감수하면서 인정을 받고 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유권자는 언젠간 잊지 않고 그 빚을 갚아준다. 독불장군식이 아니라 겸손하고 성실하게 전체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일반 유권자들, 특히 이념과 가치로 똘똘 뭉친 진보신당 유권자들도 좀 더 전략적이고 쿨할 필요가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히 지지하고 현장에서 고생고생 운동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기존 거대보수정당(내 보기엔 민주당도 보수다)에 치이고 꺽이어 싹도 틔우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지금은, 아직은 연대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국공합작처럼 상황에 맞게 전략적, 단계적으로 대처하며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강한 놈이 약한 놈들을 서로 떼어놓은 후 약한 놈 순으로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약한 놈들이 서로 연대해서 가장 강하고 위험한 놈부터 잡아먹는 것이 전략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절대선도 없다. 독점은 부패로 가로 지름길이다. 민주당도 완전하지 않고 언젠간 한나라당보다 더 모순이 쌓이고 부패할 수 있다. 민주당과 박터지게 싸우든, 민주당과 사이좋게 선의의 경쟁을 하든 한나라당을 제낀 후에 해야 한다. 제낀 후에 할 수 있다.


    정치뿐 아니라 세상만사가 불합리하다. 똥 싼 놈 따로 똥 치우는 놈 따로, 씨 뿌리는 놈 따로 가꾸는 놈 따로 따 먹는 놈 따로다. 억울하더라도...싸우는 상대보다 새치기하는 친구놈이 더 얄밉더라도...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받아들여야 한다. 악당의 성공도 의인의 희생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받아들인다는 것은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수동적 의미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부딪히고 생멸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는 주인이고 정치인은 도구다. 노무현, 유시민 두 인물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지지하지만 엄연히 그들은 공인이지 나의 애인이나 혈육은 아니다. 9급 위에 서기관 있고 서기관 위에 장차관 있고 장차관 위에 대통령 있고 대통령 위에 국민인 내가 있다. 나의 공복이다. 필요하다면, 때가 된다면 노무현도 팽시키고 유시민도 팽시키고, 심상정, 노회찬, 진중권도 모조리 팽시키고 진짜 평범한 시민, 생활인들이 정치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만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이 있겠는가.


    전체적인 투표성향, 세력분포로 봐선 앞으로 야권에겐 비단길, 여권에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이 'A-', 'A+'이 예상되는 ‘B+’이라면 한나라당은 곧 F를 맞아 유급되거나 퇴학당할 ‘D-'다. 광역단체장 이외 투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정권교체와 다름없다. 전교조 색깔론을 극복하고 수도 서울에서 경기도에 이어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킨 것도 값지다. 서울에서도 보듯이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가 상전벽해가 됐다. 나머지 수도권인 경기, 인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가장 밑바닥 지지기반이 붕괴됐다고 볼 수 있다.




줄반장은 모두 민주당이지만 5세 훈이는 천신만고 끝에 강남 치마바람으로 전체반장에 축 당선!!
서울시장 먹을래? 서울시의회 먹을래? - 멀리 보면 당연히 후자다! 수도서울에서 시장과 대통령이 고립된 형국!



    어디를 보든 한나라당은 전망이 어둡다. 총선, 대선보다 투표율이 낮은 유리한 선거에서 마지막 한 방울 기름까지 짜내며 모든 걸 쏟아 부은 선거의 결과다.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에, 편파적인 심판(선관위)에, 필사적이고도 용의주도한 대규모 북풍(시도)에, 노년층의 투표율과 응집력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거기다 크고 작은 약간의 부정투표 시비(or 시도)까지... 이보다 더 유리한 환경은 없었다.

    인구분포로 봤을 때 보수적이고 레드컴플렉스가 강한 노년층에서 얻을 표도 이번이 맥시멈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인터넷, 아이폰, 아이패드로 상징되는 정보혁명에 더 이상 정보통제, 여론조작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꼭지점에서 거둔 형편없는 성적이다. 인구구조상, 시대의 조류상 변곡점이다. 한나라당 세력의 끝물이다. 대통령 임기도 그렇고 한나라당 세력도 그렇고 이제 막 정오를 넘겨 12시 5분을 지나고 있다. 한편 야권 연합, 진보세력은 아침을 먹고 중천을 향해 떠오르는 10시 45분이다.


    민주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여러모로 전망이 밝고 이미 그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선거였다. 몇 가지 추려본다면 첫째 지역주의, 지역구도가 많이 완화됐다.

    둘째 강남, 비강남에서 보듯 계급투표의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이익을 놓고 다투더라도 시민들, 특히 서민들이 계급적으로 자각하고 정책의 유불리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유권자들이 구호나 이념몰이가 아닌 정책과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는 거다. 유권자,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더 똑똑해졌다. 전체적으로 조중동 지상파 등 공중에서는 천안함으로 시끄러웠으나 민심의 저변에선 보다 실질적이고 생활밀착형 이슈인 4대강, 무상급식 이슈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물론 부자감세, 복지축소, 집중개발 등 반서민정책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서민경제가 그 베이스로 깔려있겠지만 계급, 세대 등 각자 처한 입장에서 구체적 정책이슈에 대해 합리적, 실용적으로 판단했다는 거다. 거칠게 말하면 4대강은 40대, 무상급식은 30대 학부모(특히 엄마들)들에게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북풍몰이 역시 전쟁대 평화의 구도에서 오히려 20대 젊은 유권자(특히 남성)에게 반한나라당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셋째 세대간의 투표성향이 40/50대를 경계로 그 어느 때보다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간은 젊은이들 편이니 나같은 반한나라당 성향의 진보유권자에겐 희망적인 일이나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세대간 정치성향, 갈등은 국가적으로는 큰 불행이요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 이 세대차는 기존 민주, 인권 등을 바라보는 정치적 차이 위에 문화적 차이까지 추가되어 더욱 극대화, 첨예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즉 젊은 세대가 보기에 기성 (보수)세대가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고루하다고 느낀다는 거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통치행태가 촌스러움을 넘어 숨이 막히도록 답답하다는 거다. 철두철미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퇴역한 장성 아버지와 천방지축 자유분방한 비보이 아들간의 보수진보, 신구문화의 갈등이 국가차원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넷째 야권이 단일화해 한나라당과 맞서는 1:1의 위력이 실지로 증명됐다. 당연하지만 막연히 아는 것과 눈앞에서 실재로 벌어지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다섯째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한명숙, 유시민, 김정길 등 친노핵심인사들이 당선됐거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히 노무현의 귀환이다. 그것은 단순히 친노 구세력의 귀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분권, 참여, 균형발전, 동서화합, 남북화해 등 노무현의 정신이 귀환했다는 것이다. 이익에 호소하는 (한국)보수보다 가치에 호소하는 진보에 유리한 지형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성정치인들의 진출이 다소 미흡했다는 것은 아쉽다.


    여러모로 특이한 선거였다. 변수도 많고 수시로 출렁이고 마지막 개표까지 손에 땀을 쥐게 엎치락뒤치락 재미있는 선거였다. 이명박 정권의 강력한 북풍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북풍의 효과는 미미했다. 누구는 역효과를 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고 단지 효과가 예전보다, 생각보다 미미했을 뿐이다. 노풍을 차단하는 방어적 효과, 맞바람에 그치지 않았나 싶다. 만약 이것마저 없었다면 북풍에 묻힌 한나라당에 불리한 수 많은 이슈로 봤을 때 부산은 힘들어도 서울은 물론 경기까지 뒤집어졌을 수도 있다.

    북풍이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까진 쓸 만하다. 특히 50대 이상 보수층에겐 여전히 특효약이다. 이 대통령의 북풍 플레이가 타이밍이 약간 맞지 않으면서 속도조절, 온도조절에 실수한 측면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재미는 봤다. 분명 북풍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참패가 아닌 완패에 머물수 있었다. 심장이자 본거지인 수도권과 부산을 지킨 일등공신이다. 주어진 여건하에서는 선방 심지어 대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성공의 'D-'?? 정리가 안 되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이 그 동안 하도 깽판을 쳐 왔다는 거다. 사람들이 조용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에겐 천국 끝, 지옥 시작이란 거다.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힌 허황된 전망일 뿐일까? 두고 볼 일이다.


    노풍 대 북풍? 노풍은 엄밀한 의미에서 바람은 아니다. 비극적 서거도 1년이나 됐으니 바람은 잦아들고 이미 내면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60년 전 625를 격고 10여년 넘게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가 지금도 반공이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것과 같다. 노대통령 서거에 눈물을 뿌렸던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평생 한나라당은 안 찍는다고 봐야한다. 2002년 노무현풍, 200?년 탄핵역풍과는 다르다. 증언하는 마음으로, 심판하는 마음으로, 그의 가치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성경말씀처럼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듯이 조용하지만 비장하게 투표소로 향했던 표들이다.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정치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네 삶도 끝나지 않았다. 세상의 변화는 조용하지만 갑자기 온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어떤 묘수를 들고 나오고 어떻게 판이 급변할지, 야권연대가 얼마나 공고해질는지, 어쩌면 티격태격 사분오열 내분에 지리멸렬할런지도 알 수 없으나 현재 스코어 야권은 희망적이고 한나라당은 비관적이다. 시대의 조류는 이명박류의 퇴장을 가리키고 있다.


    탄핵을 극복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압승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미 투구가 한 번 찌그러진 장수라고 한탄하였다. 엄청난 탄핵역풍과 총선승리로 노 대통령을 구해준 시민들은 웬 뜬금없는 한탄인가 의아스러워했다. 고마운 것을 모르는 것인지...? 엄살이 심한 것인지...? 노 대통령은 그것이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임을 알고서 그랬던 것일까? 그가 언젠가 길게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 “한국은 (무슨 짓을 해도) 보수의 나라다.” 그런 보수의 나라가 바닥부터 균열의 기미가 보였다. 진보도 뭉치면 보수의 두터운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승리의 비결을 알았다. 성공의 경험을 쌓았다. 행복을 맛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투구가 와장창 깨지진 않았어도 우지직 관통하는 큰 금이 갔다. 찌그러진 투구는 펼 수 있지만 금간 투구는 때우기가 만만치 않다. 허장성세에 감춰져 왔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 더욱 선명히 눈에 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았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던 진실, 벌거벗은 임금님의 가슴이 사실은 몹시 빈약하다는 진실이 반쯤 공인되었다. 다음은 어디까지? (부끄~부끄~)


    노무현의 가치와 꿈은 보물창고다. 앞으로 근 100년은 우려먹을 수 있다. 우리의 처지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그의 가치가 우리의 그것보다 한참 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많이 따라잡았다. 민심은 준엄했고 국민은 위대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PS : 새빨간 거짓말에 가까웠던 그 많은 여론조사는 근본적 변화 없이는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거! 이런 여론조사를 부추기고 이용한 조중동, KBS 등의 악질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거! 결국 불량정치인 퇴출보다 불량언론 퇴출이 더 중요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