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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2015년 러닝 목표 및 계획

어멍 2015. 1. 12. 23:11


    2015년 러닝 목표 및 계획



    2015년 러닝 목표 및 계획은 되도록 소박하게, 느슨하게 짤 생각이다. 러닝 모토가 ‘짧고 굵게’가 아닌 ‘길고 가늘게’ 되도록 오랫동안 건강하게 달리는 것이니까. (^.^)

 

    마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입으로는 웃고 눈으로는 울며 남몰래 아껴먹는 소녀 - 달콤한 희열과 상실의 아쉬움, 존재하는 것의 행복과 사라져가는 것의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소녀처럼 야금야금 조금씩 조금씩 최대한 기회를 아끼며 달릴 계획이다. 그렇다고 게으름 피우거나 기회를 일부러 놓칠 생각은 없다. 묵히면 똥 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이제 3월이면 러닝을 시작한 지 만 1년이니 올 한해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는 있어야 한다.

    큰 목표는 부상 없이 꾸준히 즐겁게 달리는 것. 다음은 구체적 목표다. ① 첫 10k 대회 참가 : 목표 기록 50분(평균속도 km당 5분 00초) ② 첫 하프 참가 : 목표 기록 1시간 50분(km당 5분 12초) ③ 첫 마라톤 풀코스 참가 : 시간 관계없이 걷지 않고 뛰어서 42k~피니쉬 구간에서 중단하는 것 ④ 두 번째 풀코스 참가 : 시간 관계없이 걷지 않고 완주하기 ⑤ 첫 메이저 대회로 가을 서울 중앙마라톤 풀코스 참가 : 걷지 않고 뛰어서 3시간 50분 이내 완주하기(km당 5분 27초) - 이상 다섯 가지다. (각 항목마다 20점을 배점하여 100점 만점으로 최종 평가하기로 한다.)


    물론 이행상황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위 목표는 몇 차례 다시 수정될 것이다. 올 가을 11월말쯤에는 이 목표가 최소한의 과욕(寡慾)이었는지 최대한의 과욕(過慾)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이한 것은 ③번과 ⑤번 목표.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 전에 꼭 한번 완주 직전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중단’하려 한다. 중단하고 싶다. 왜?.... 그냥!.... 굳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멋있어 보이니까! 완주 후엔 다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 의미 없는 목표니까!

    생애 첫 풀코스 완주를 불과 몇 미터 남겨놓고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석양을 뒤로 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불과 몇 발자국 남겨놓고 조급함도 주저함도 없이 깃발을 내던지고 하산하는 것이다. 1000일을 기다린다며 사랑하는 공주의 창문 밖을 눈비를 맞으며 꼼짝 않고 지켜주던 병사가 999일째 밤에 돌연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유유히 길을 나서는 것이다.

    (공주는 지못미지만 ㅠ.ㅠ) 멋지지 아니한가! 어차피 인생은 폼생폼사. 멋에 살고 멋에 죽는다!

 



(병사는) 새가 똥을 싸도 벌한테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멋지긴 멋진데... 대전주주클럽 회원들과 단체로 참여하는 대회에서는 실행여부가 부담스럽다. 넘들은 죽자 사자 뛰는데 웬 같잖은 초보의 같잖은 허세인가! 마라톤 정신을 모독하는 얼토당토 않는 헤프닝인가! 그래도... 반대해도... 이해 못해도 할 수 없다. 진정한 대인배는 만인이 반대할 때 홀로 찬성하고, 만인이 찬성할 때 홀로 반대하는 법! 이것이 진정한 허세작렬! (씨잘떼기 없지만 특별한) 이야기의 완성이다.

    그래도 소심한 ‘어멍’은 고민스러운 게... 회원들 모르는 이름 모를 대회에 참가하여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저지르고 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다. 완전(범죄)을 추구하여 나만의 비밀을 간직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매력적이고 스릴이 있을 법도 한데... 회원들이 많고 모두 열성적이라 천여 명 이상 참여하는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곤 마주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이 역시 간단치 않다.


    그래서 자수하는 심정으로 카페에 다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용감하게, 하찮고 엉뚱한 계획을 장황하게 설명한 후 40k는 고사하고 20k도 못 미쳐 퍼져버린다면, 만에 하나 40k 넘어 제 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10k 좀 넘어 앰뷸런스에라도 실려 나간다면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대인배의 꼴이 말이 아니다! (ㅠ.ㅠ) 차라리 털어놓지나 말 것을!! (ㅠ.ㅠ)x2 - 카페의 애잔한 전설이 되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블랙코미디, 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비극적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무래도 쩌~기 강원도 벽지 수십여 명 참여하는 신생 마라톤 대회라도 알아봐야 할 듯. (ㅠ.ㅠ)

 



미션 임파서블 - 대전주주클럽 회원들 몰래 마라톤 대회 참가하기



    ⑤번 중앙마라톤 대회 참가 전까지는 일체의 메이저 대회 참가를 안 할 작정이다. 말하자면 병아리 마라토너의 1인 보이콧이랄까! 이후에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주최의 국내 3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는 가능한 한 참여치 않을 생각이다. 이 역시 안티 조중동의 진보성향인 ‘어멍’의 씨잘떼기 없는 고집이며 허세다. 마라톤을 하는 한 조중동 주최의 이 세 대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모든 첫 경험(10k, 하프, 풀)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 곧 주류(主流)다. 조중동이다. 이 외 굳이 진보성향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주류에 들 만한 변변한 마라톤 대회가 없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마라톤만 해도 사정이 이렇다. 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보수 일색이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얼핏 비슷해 보이는 것은 착시 현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속들이, 굵직굵직한 것들, 상위 레벨에 있는 것들은 모두 보수가 차지하고 있다. 중요하고 힘센 주요 포스트마다 보수가 터 잡고 있다. “한국은 보수의 나라다.” -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사정을 이 한마디로 간단히 요약, 정리했다.


    노무현 하나 앉혀놓았다고 한국이 진보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하나 앉혀놓았다고 미국이 백인 주류에서 흑인 주류 사회로 변한 것은 아니다. 흑인 주류는 고사하고 백인과 비등한 사회가 되기까지 미국은 아직 수백 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다. 한국 역시 진보와 보수의 실질적인 파워가 균형을 이루려면 아직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따라서 진보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일 수밖에 없다. 축구로 치자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10명이 뛰는 셈이므로 팀플레이와 골 결정력 강화, 여기에 약간의 운이 더해져야만 그나마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개인기와 골 결정력이 좋은 대형 스트라이커였던 셈이다. 반면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개인기보단 보수의 후광과 지원이 막강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국정상들 앞에서 역사와 국제정치를 논하며 해박한 노 교수의 풍모를 보이고는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중과 전문가들 앞에서 홀로 강단에 서서 몇 시간이고 강론과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정상과 정치철학을 논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중 앞에서 자유롭게 난상토론을 펼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오늘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란 것을 했다던데... 물론 보지 않았다. 기대를 접은지 이미 오래라서...)

 



스트라이커가 삐리해도 심판의 애정이 넘쳐흐르면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



    영국 농담에 축구는 90분간 볼을 차다가 독일이 골을 넣고 이기는 게임이란 말이 있다. 한국 정치는 4년간 투덜대다가 모 보수정당(위기 때마다 이름을 바꿔 특정할 수 없다.)이 표를 얻고 이기는 게임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하에서 투덜대더니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새누리당이 과반수가 됐고 지금도 투덜대지만 다음번에도 어찌 될지 모른다.

    보수가 실질적으로 더 세기 때문이다. 분단의 특수상황에서 강력히 먹히고 있는 색깔론도 있고 여러 원인이 있지만 보수는 대포에 로켓에 중장비를 갖고 있어 선거철 두세 달만 북 치고 장구 치며 집중포화를 퍼부으면 전세역전이다. 김현희 국내송환, 대형 간첩사건,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의록 불법왜곡유출, 이도 안 되면 정동영 노인발언, 이정희 싸가지 발언까지... 생산, 증폭시킬 이슈는 넘쳐나고 능력도 충분하다.

    또 하나는 이권과 밥줄을 매개로 강력히 조직화되어 있다는 거. 숱한 공공기관, 관변단체는 물론이고 여차하면 부녀회, 노인회에도 끈을 넣을 수 있는 것이 보수의 저력이다. 진보는 이러한 보수의 실체와 무서움을 정확히 알고 소영웅주의와 어리광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각개약진하지 말고 질서 있는 경쟁으로 스타플레이어를 발굴, 육성, 지원, 협력하는 성숙한 팀플레이를 강화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스포츠, 마라톤 포스팅에 민감한 정치 얘기를 길게 할 수는 없고... 하여튼 뭐를 하던 보수의 세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이다.


    내가 그렇게 괴짜, 외골수, 고집불통, 반골기질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작은 것에 목숨 걸 필요는 없지만 때론 크고 거창한 것보다 작고 소박한 것에 성실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 하찮다면 하찮지 않은 것이 없고 소중하다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해서, 좋아서 해야 된다는 거! 밥벌이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하는 내 취미고 여간데 내 고집과 취향, 가치관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산에는 왜 가십니까?’ ‘(거기에) 산이 있으니 산에 가지요!’ - 이 말은 폼은 나지만 알맹이 없는 선문답이다. 등산을 하는 것은 등산이 좋아서다. 산에 가는 것은 산이 좋아서다. 정상을 밟던지, 산 밑에서 음주가무로 하루해를 보내던지 모두 다 지 좋은 맛에 가는 것이다. 뛰는 이유는 뛰는 것이 좋아서다.

    단지, 올 한해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좋은 나머지 내 수준을 벗어나 범하게 될 수도 있는 오버페이스! 굳이 탐닉하지 않더라도 뛰다보면 기록에 욕심이 나는 것이 달리기다. 동기부여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욕심으로 옆에서 누군가 치고 나가면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빨라지는 것 같은 자연스런 욕심이기도 하다.

    욕심은 욕심이되 4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로서 한계도 느낀다. 젊은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좀 더 일찍 마라톤을 시작했으면 좀 더 빨리, 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시작한 것에 대한 기쁨이 더 크다. 아쉬움 30, 기쁨 70이다.


    주제파악 잘 하는 ‘어멍’, 순진하고 소박한 ‘어멍’은 불타는 승부욕은 없으니 그리 오버페이스를 걱정할 일은 없다. 하지만 올 한해 조심 또 조심해서 몸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즐겁게 달리고, 건강하게 달리고, 꾸준하게 달리기 위해! 뛰지 못하고 걷게 되는 그날까지 “길고 가늘게” 달리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