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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선거결과 분석 및 평가 : 야권연대 ‘A-’, 한나라당 ‘F’

어멍 2011. 10. 28. 22:59
 

    10.26 선거결과 분석 및 평가 : 야권연대 ‘A-’, 한나라당 ‘F’





    야권연대의 대표주자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나경원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7.19%다. 일반의 예상보다는 격차가 컸다. 반면 인제군수, 서산시장, 부산 동구청장 등 나머지 지방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전승을 거뒀다. 기계적으로 평가하자면 한나라당에 준 F가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지나치지 않다. 사망선고는 아니지만 거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나 할까!


    서울시를 지역구별로 보자면 강남 3구인 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앞섰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박원순 후보가 앞섰고 그 차이도 컸다. 이대로라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강남갑, 을, 서초갑, 을, 송파갑, 을, 용산 이렇게 7개 선거구만이 한나라당 당선권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의 괴멸이다. 서울 전체에서 4명의 구청장, 7명의 국회의원은 군소정당 수준이다.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몰락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난리가 났다. 신음을 내며 얼굴이 노래졌다. 하지만 연령대별 지지율을 보자면 경악할 수준! 비명을 지를 수준이다. 20대, 40대의 지지율은 2배, 30대의 지지율은 3배가 넘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세대별 투표성향은 강남 3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례적으로 높아 야권을 긴장시켰던 강남 3구의 투표율은 기존 계급투표에 젊은 층의 가치투표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선거결과는 한나라당이 ‘강남노인당’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지지층이 급격히 화석화, 노쇠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엿보였던 현상이다. 25.7%의 투표자에 한나라당 안에 찬성한 비율을 곱해보니 전체유권자의 23%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나경원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수를 전체유권자수에 맞추어 산정해 나온 수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23%, 백 명 중 23명이 한나라당 고정지지층이란 소리다.

    이들이 누구인가? 투표가 삶의 보람이자 신성한 의식인 5, 60대 저학력 고연령층이다. 계급이익에 민감한 기득권 부유층이다. 순박무지하거나 영악노회하거나, 비록 서로 모순되는 듯한 상반된 지지그룹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두들 꼬박꼬박 투표에 참여해 한나라당을 찍고 마는 무적의 투표부대다. 2, 30대 민주성향의 진보투사들을 능가하는 열혈지지자들이다. 충성도는 높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 아예 없다. 저물어가고 있다.

    추세로 봐서 23%에서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반면 야권성향의 표는 확장성이 크다. 지난 주민투표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한나라당은 가진 힘의 100%를 썼다. 최대한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투표장으로 끌어냈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매 투표 때마다 이 23%는 거의 100% 투표장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졌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다.


    그럼 인제, 서산, 부산 동구 등 나머지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승리는 무엇인가? 대부분 야권이 화학적 연대에 실패해 1:1 구도를 못 만든 곳이다. 부산 동구는 1:1 구도를 만들었지만 노인인구가 대부분인 가장 낙후된 저물어가는 동네로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부산 동구가 무너지면 부산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한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민주당 자력으로는 전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당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명백해졌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패배한 지역들이 스마트폰, SNS, 트윗이 먹히지 않는 정보낙후 지역들이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은 박원순 후보의 SNS 멘토단을 중심으로 인터넷, 모바일 정보와 소통이 폭발했다. 이외수, 김여진, 조국, 김제동, 공지영, 신경민, 이은미, 권해효 등 공식 멘토단이 선관위의 규제를 비웃으며 펄펄 날았다. 거기에 이효리, 박중훈까지 트윗을 날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한나라당은..............없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 못지않게 의미가 큰 것이 이것이다. 조중동, 공중파의 기존 보수언론을 상대로 SNS, 나는 꼼수다 등 신 미디어가 완승을 거둔 것이다.


    어떻게 될 것인가? 야권의 통합움직임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간단치는 않다. 한나라당은 뼈를 깍는 반성 운운하며 혁신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간단치 않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지리멸렬하거나 책임을 묻는다며 사분오열 난장판이 될 확률이 크다. 야권 역시 다시 반목하고 분열할 가능성이 있으나 한나라당만큼 미래가 암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밝다.

    한나라당은 개혁할 동력도 없고 인물도 없다. 당장 공천 줄서기를 위해 몸을 사리려고 할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문제는 MB 자신’이라고 한 것처럼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는 것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할 것이나 이것 역시 여의치 않다. 여전히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고 국회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이계의 세력으로 볼 때 친박계가 친이계를 희생양으로 삼아 정국을 돌파할 수도 없다. 무리하게 MB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여 분당이라도 된다면 그나마 갖고 있는 23%마저 반토막 난다.
    무엇보다 박근혜 의원 자신과 그 주위 인간군상들이 진취적이지 않고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하다. 서서히 데워지는 솥 안의 무감각한 개구리, 하루해에 연연하는 하루살이 소인배들이 많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매한가지지만 이왕이면 하루 더 사는 편을 택한다. 해빙되어 녹고 갈라지는 얼음 위에 올라선 것처럼 움직일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진퇴양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친이, 친박 공멸을 향한 외통수에 걸렸다.

    원래 보수는 대세를 추종하여 순식간에 줄을 서고 전열을 정비하지만 박근혜 의원의 현재 상황으로는 친이계를 압도하여 상황을 단시간 안에 정리할 수가 없다.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이외에는 해결사가 없다. 하지만 두 분 다 해결할 능력은 없다. 오래된 갈등을 뒤로 하고 전격적으로 두 분이 의기투합한대도 해결할 수 없고 한 분이 한 분을 짓밟고 넘어선대도 해결할 수 없다.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섰고 그럴 타이밍이 지나갔다. 그 밖의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약점이 잡혀있거나 공천에 목을 매단 고만고만한 난쟁이들뿐이다.

    안철수, 문재인, 유시민, 박원순, 박영선, 이정희, 정봉주, 조국,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송영길, 김어준... VS 박근혜, 오세훈, 나경원, 김문수, 정몽준, 홍준표, 진성호, 신지호, 강용석, 김흥국... 인물들을 봐도 SNS 멘토단 만큼이나 대조가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부터 야권의 모든 세력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적 자세로 연대, 통합, 혁신운동에 힘써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동시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퇴로를 열어주고, 한편으론 퇴로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제 2의 629선언, 서로의 등에 비수를 꽂는 비정한 차별화, 환골탈태를 명분으로 한 대대적 물갈이와 당명개정 등 돌발 사건과 꼼수에 주의하며 상황을 관리하기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불이 옮겨 붙지 않고 아궁이 안에서 점점 사그라드는 것처럼 한나라당이 별다른 변신 없이 그냥 이대로 안정적으로 몰락 혹은 소멸해가는 것이다. 사회당 같이 강남1%에 국한된 계급당, 선진당 같이 대구경북에 국한된 지역당으로 가두는 것이다. 또는 (구)친이 강남당, 친박 경북당으로 쪼개는 것이다. 쪼개진다면 그 합은 기존의 23%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사실, 이념의 거품을 걷어낸다면 이 두 세력의 계급적 동질성은 없다. 오히려 적대적이다. '친이'와 '친박'의 연정은 '강남 사장님'과 '경북 할배'의 동거처럼 부자연스럽다.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제 한계가 왔다. 이제는 계급이동이 정체되어 더 이상 경북에서 강남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거나 진출한 동향인들의 덕을 봤던 70~90년대가 아니다. 23%에서 거품을 제거하는 것, (23-α)에게 (23-α)의 몫을 돌려주는 것, 그 몫에 걸맞는 권리를 주고 의무를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계급당, 지역당의 퇴로를 열어주고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의 퇴로를 차단해야 한다. 또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도 차단해야 한다. 벌써부터 조중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대통령을 조지고 있다. MB 뒤에 한나라당이 있고, 한나라당 뒤에 조중동이 있다. (이)명박의 MB가 밀본의 약자는 아니다. MB가 뿌리가 아니다. 조중동이 바로 밀본(密本), 곧 비밀스런 뿌리다.

    한나라당이 몰락한대도 조중동이 몰락하지 않으면 제 2, 제 3의 한나라당은 언제든 복원된다. 조중동의 전폭적인 지원, 지시, 조종을 받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일정지분을 차지하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23%를 담고 있는 한나라당이라는 솥(鼎)을 바치고 있는 세 다리가 조중동이다. 안철수 원장이 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을 반대한다.’는 발언의 의미는 ‘조중동의 영향력 확장을 반대한다.’는 의미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을 조지며 출당시킨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다. 조중동이 한나라당을 조지며 변신을 압박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MB, 한나라당, 조중동이 서로 물고 뜯으며 서로 조진다면 시민세력은 딱 한 놈, 조중동만 조지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세력은 조중동을 우선 조져야 한다. (‘조진다’는 것은 ‘빤다’의 반대말로 기자들 사이에서 ‘호되게 비판한다’는 뜻을 가진 언론전문용어다.)


    내가 너무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조중동에 대해서 매정한 것인가? 잔인한 것인가? 하지만 이번 선거는 분명히 이들 세력의 역사적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시민들, 특히 미래의 주역인 20~40대 시민들에게 2011년의 한나라당은 이승만 정권 말기의 자유당으로 비춰지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정규직’이라고 답한다는 슬픈 우수개소리가 있다. 취업, 육아, 교육, 주택, 노후대비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20~40대에게 좌파, 우파는 한가한 소리다. 빨갱이, 불순세력은 시대착오적인 얘기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소통불능, 언행불일치의 권위적 꼰대문화와 생기발랄한 청년문화와는 상극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진보, 보수, 좌파, 우파, 경상도, 전라도의 이념과 색깔론과 지역주의가 난무하는 니편내편식 맹목적인 정치지형을 극복하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의 실질적인 문제와 고통을 어루만지고 해결해낼 수 있는,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시민사회로 정치권이 재편되기를 갈망한다.

    박원순 신임시장의 첫 업무가 무상급식 결재였다고 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만큼은 차별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양껏,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정치가 별개 아니다. 먹고 입고 자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것,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정치다.


PS : 아내와 내기를 했다. 박원순이 10%로 이기면 아내가 나를 5회 전신안마 해주기, 박원순이 4%로 이기면 내가 설거지 7회 해주기. (10회 요구를 7회로 깍았다.) 결과는 내가 0.19% 차이로 승! (앗싸!) 오늘 밤에는 안마 한번 받아 볼까나! (^-^ 므훗!)